이기병 경영학 박사(한국국제상학회 이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팀장)

이기병 박사
이기병 박사

"나무가 훌쩍 클 때까지 변하지 않습니다", "견줄 수 없는 컨트롤을 당신 손안에", "새로운 생각을 가지면 새로운 길이 보입니다". "동그라미의 과학". 무슨 애기들일까?

타이어! 타이어 광고 카피 모음집이다.

타이어 발달의 역사적 족보를 쫓다 보면 인류 역사에 손꼽는 바퀴의 산물이다. 바퀴는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다. 바퀴는 중석기 시대부터 시작하여 레오나르도 다빈치까지 연결돼 있다.

초기 원판 모양의 나무 바퀴는 무거워서 빠른 속도를 낼 수 없었고 방향을 조정하기 어려웠다. 기원전 2000년경 바큇살이 있는 바퀴가 만들어지면서 바퀴는 나무 지름과 관계없이 크기 제한에서 벗어났다. 더 크고 가벼운 바퀴가 만들어지면서 인간의 이동 수단, 운반 효율성은 높아지고 운송 기술도 발전하게 됐다.

신은 인간을 창조하고 바퀴는 물류 역사를 만들었다. 바퀴가 구르면서 역사는 발전하고 문명은 번창했다. 바퀴는 수레를 키워, 기차·자동차·자전거·오토바이를 낳았고 도로를 만들어 도시·국가로 성장시켜 인류의 문명으로 승화시켰다. 오늘날 원하는 물건을 하루 만에 배송받을 수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바퀴 덕이다.

궂은 일은 피하는 시대다. 나도 그렇다. 그런 와중에도 유일하게 자동차와 도로를 연결하는 부품이 타이어다. 타이어는 하루라도 달리지 않으면 발바닥에 가시가 돋고 자동차와 탑승자에게 큰 영향을 끼쳐 차량 전체 무게를 지탱해 외부 충격을 완화해주는 아낌없는 수고를 하고 있다.

타이어는 증기기관차의 발명자 조지 스티븐슨이 수많은 부품 가운데 쇠바퀴 바깥 테가 가장 피곤한 일을 맡아 한다고 ‘타이어(Tire)’라 지칭했다. 족보상 ‘타이어드(Tired)’의 어원에서 유래된 말이다.

19세기 미국의 찰스 굿이어 등의 연구와 노력으로 천연고무에 유황을 첨가해 탄력을 갖는 고무를 얻어 만들어낸 것이 타이어다. 인조 고무의 시대를 연 개발자 찰스의 이름을 따서 만든 회사가 지금의 '굿이어 타이어(Goodyear Tire)' 다.

타이어에는 수은·납·카드뮴 등 중금속 오염물질이 재료 속에 다량 함유되어 있다. 환경과 신체에 유해하며 주행 중 도로와의 마찰 때문에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일부 연구에 의하면 타이어 마모로 인한 먼지는 디젤차 먼지보다 무려 20배가 더 많다는 결과도 있다.

수송 분야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14%를 차지하고 있고 그 중 대부분이 도로운송에서 발생하고 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여러 정책이 있겠지만 우선 역점을 두어 실행할 수 있는 것이 내연기관 자동차의 친환경 차량으로의 전환이다. 정부도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전기 수소차 450만 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타이어는 장치산업으로 자본투입이 높으며 모든 공정을 자동화하는데 한계가 있어 노동집약적 성격도 갖고 있다. 또한 차량 운행시 제동력, 안정성, 승차감을 만족시키기 위한 기술력이 필요하여 시장 진입 장벽이 높은 산업이다. 타이어는 화학산업과 연관성이 높지만 도로 운송 비중이 높은 국내 물류 산업에 있어 필수품이며 후방산업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미세먼지와 이산화 탄소를 줄이며 성숙기 산업인 타이어 산업이 환경과 자동차 산업과의 변화의 폭을 맞추기 위해서는 저 마모·저 탄소·전기차 전용의 친환경 타이어 개발과 성능 향상에 힘써야 한다. 특히 타이어 마모는 연비 성능과 에너지 효율, 제동 성능과 밀접하기에 고 분산·고 강도 충전재 사용과 제품 경량화를 통해 마모, 연비, 제동, 경량화 향상과 스마트 타이어 개발에 앞장서야 한다. 이를 통해 달라진 환경에 대비하고 원자재 상승 및 완성차 감축으로 인한 어려운 경영여건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다빈치로 인해 현재의 자전거 바퀴와 같은 축에 가느다란 살이 연결된 바퀴가 개발됐다.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물류 전략도 바퀴 개념에서 시작했다. 바퀴의 중심축(Hub)과 바큇살(Spoke)모습을 연상케 해서 불리는 이 전략은 피덱스(Fedex)에서 유래됐다.

중심이 되는 지역에 허브를 만들고 근처의 화물들을 허브에 모은 후 목적지별로 재분류해서 자전거 바퀴살처럼 스포크로 화물을 배달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쿠팡, CJ대한통운 등 물류 업체, 대한항공과 같은 항공사 외에도 많은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지역별 거점점포를 중심으로 중소형 지점들이 하나의 그룹을 형성하고, 협업과 연계 영업을 추진하는 은행권이 대표적이다. 또한, 일명 ‘스벅권’이라 불리며 핵심 상권에 점포를 집중시켜 주변 일대를 장악해 나가는 스타벅스도 이 전략을 통해 세계 최대 커피 체인점으로 성장했다.

천연고무는 현대문명의 필수품으로 그 용도가 4만 가지가 넘어 전쟁과 같은 비상시에는 꼭 비축해야 할 전략물자였다. 산업 혁명으로 고무의 대량 공급이 필요해진 유럽, 미국에서는 절실한 자원이었다. 이때부터 강대국들의 부국 경쟁과 땅따먹기 다툼이 심해지면서 동남아시아의 자원 착취는 더 다양하고 정교해졌다. 이런 고무의 주요 생산지인 동남아 일대를 일본이 1942년 점령하여 자동차, 특히 군용차 타이어 제조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일본으로 인해 천연고무 공급이 끊어지면서 미국은 합성고무 생산연구에 매진했다. 미국 정부가 고무 연구 개발에 앞장섰다 해서 ‘GR-S(Government Rubber Styrene)’ 불렸던 합성고무는 천연고무 생산량을 훨씬 초과해 일본을 패망으로 몰고 가는데 이외로 전쟁의 송곳니가 됐다.

피곤한 타이어와 바퀴, 고무가 물류를 멈추지 않게 하고 세상을 크게 변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우리는 이런 것을 ‘핀볼 효과(Pinball Effect)'라 부른다.

때때로 역사의 운명은 우연과 타이밍이 만든다. 그것이 역사의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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