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원 경영학 박사(한국물류포럼 대표, 전 KMI 기획조정실장)

박태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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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과 아마존의 성장을 예견하고 초창기에 투자해서 역사상 가장 성공한 벤처 투자자의 반열에 오른 존 도어. 그가 뽑은 넥스트 구글은 무엇일까? 바로 기후변화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청정 기술 운동의 선구자로 불리며 15년 전부터 탄소배출 제로 기술에 투자했다. 존 도어는 올해 5월에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 “기후변화 대처에 써 달라”며 11억 달러를 기부했다. 이를 기리기 위해 스탠퍼드대학교는 올해 9월에 ‘도어 지속가능 학교’를 설립했다.

다국적 금융회사, 모건 스탠리의 캐피털 인덱스에는 30여 개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세부 항목이 들어 있다. 이는 기업의 ESG 역량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국제적인 기준이 되고 있다. 투자 정보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벤처 시장의 경우 올해 들어 글로벌 기후 테크에 투자된 금액은 137억 달러에 달한다.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도 369개에 이른다. 이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ESG 경영이 글로벌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확실히 뿌리 내렸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과 재해 등이 인류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ESG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환경이다. 특히 미국 정부는 환경과 관련한 규제와 혜택 등을 통하여 미국 기업의 탄소배출 감축과 재생에너지 100% 조달을 이행하기 위한 강력한 정책들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다. 이제 환경에 대한 정책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의 발언이 주목된다. 지난해 “기후변화는 기업의 장기적인 전망을 결정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데 이어, 최근에는 “모든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탄소중립 경제와 어떻게 호환되는지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빌 게이츠는 탄소 포집·리튬 채굴·원자력 에너지·탄소제로 대안적 에너지를 포함한 청정에너지 기술에 투자를 늘리면서, 지구 온난화 퇴치를 위한 혁신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도 상호 협력체제를 통하여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투자에 적극적이다.

미국 기업들은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 아래 환경을 중심으로 그들의 자체적 브랜드를 구축하고 고객밀착형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구글, 애플, 메타 등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새로운 브랜딩으로 개별 로고와 페이지를 바꾸고 있다. 이들 기업은 ESG 리포트를 ‘지속가능성’ 페이지에 추가로 편입시키고 있다. 나아가 환경보호에 대한 노력과 성과를 담은 환경 리포트를 별도로 제작하여 공시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ESG가 실천의 영역이 되고 많은 사람이 함께 참여하도록 기업이 문화를 리드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즈니스 소셜네트워크, 링크드인은 직원에게 전기 자전거 대여와 함께 전기 버스를 탈 수 있는 포인트를 주고 있으며, 애플은 지역의 태양광 설비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재정적 지원을 통하여 직원들의 집에 재생에너지 생산 시설을 설치해 주고 있다.

지난주 대한상공회의소는 산업통상자원부, 한국표준협회와 공동으로 ‘제12차 대한상의 ESG 경영 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ESG 기업공시 의무화에 따른 대응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되었다. 국제회계기준 산하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내년 상반기에 ESG 공시기준을 확정할 계획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와 EU도 공시 의무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ESG 공시기준이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ESG 공시 의무화가 당장 시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기준에 맞추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SG 규제가 우리 기업 모두에게 재정적 부담을 더욱 늘릴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기업들은 ESG 공시 의무화를 단순한 규제로만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ESG 경영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통하여 오히려 투자와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최근에 한경 ESG가 국내 주요 기업의 ESG 담당자와 전문가를 대상으로 2023년의 ESG 경영에 대한 전망을 물었다. 응답자의 64.6%가 ESG 경영이 ‘올해보다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하여 기업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ESG 경영의 흐름이 약화 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갔다. 2023년에 ESG 경영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보는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규제 강화를 꼽았다. 공시 의무화와 탄소국경세 등 글로벌 규제 강화와 함께, RE100(재생에너지 100%), 공급망 실사 등 고객사와 투자자의 요구가 더욱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던 2022년 임인년이 저물고 2023년 계묘년이 밝아오고 있다. 내년에는 글로벌 경기침체가 깊어지면서 기업의 경영 환경이 더욱 나빠질 것이다. 글로벌 경영의 패러다임도 ESG로 빠르게 전환될 것이다. 우리 해운물류 기업들은 ESG 경영에 더욱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서둘러 ESG 경영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담긴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 바야흐로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윤리경영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사회공헌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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