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인물 여객선부문/대인훼리 부원찬 사장

정리해고 없는 자구노력, 화물 24.7% 급증
중국 LCL 콘솔 직영화‧선박 신조발주 추진

사드 사태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여객영업이 사실상 중단된 최근 5년간 한중카페리선사들은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어야 했다. 타항로에 비해 일반 관광객 비중이 높아 전체 매출에서 여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높았던 대인훼리는 몇 곱절은 더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대인훼리는 직원들을 정리해고하지 않고 서울 본사를 과감히 인천사무소로 이전해 통합했으며 조직을 개편하는 등 자구노력으로 함께 고통을 견디어 냈다. 그렇게 고통을 견뎌낸 대인훼리는 6년만인 올해 드디어 영업흑자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대인훼리가 고통을 감내하며 6년만에 적자에서 탈출하는 데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낸 이가 바로 올해의 인물 여객선부문 수상자인 부원찬 사장이다.

부원찬 사장은 35년간 해양수산부 주요 요직을 두루 경험했고 선박안전기술공단(現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을 역임한 정통 해운관료로서 2021년 1월 풍전등화였던 대인훼리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그는 왜 수년간의 적자와 코로나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대표이사직을 수락했을까?

“대인훼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대인훼리의 경영이 어려워졌던 것은 내부 문제가 아니라 사드, 코로나 등 외부 변수들 때문이다. 27년여간 쌓아온 대인훼리의 명성이 있고 오랜 경험과 능력을 갖춘 유능한 직원들이 있기 때문에 외부 변수들이 종료될 때까지 내부 단합만 잘 해줘도 충분히 일어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직원이 자산, 조직개편으로 활력 불어넣어

직원들이 대인훼리를 다시 일으킬 핵심 자산이라고 생각한 부원찬 사장은 여객운송 중단 장기화에도 단한명의 여객영업팀 직원을 정리해고하지 않았다. 대신 부 사장은 직원들에게 수처작주(어느 곳에서든 주인이 되어라)를 강조하며 회사 일을 자신의 일처럼 최선을 다해줄 것을 주문했다. 또한 조직개편을 통해 화물영업부와 여객영업부를 영업부로 통합하고 업무기능을 재배치했다.

“회사가 어려워졌다고 한솥밥 먹던 직원을 정리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영업부 통합으로 여객 담당 직원들이 화물쪽 일을 함께 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여객뿐만 아니라 화물 등 다른 업무를 경험함으로써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회사 업무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도도 높일 수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영업부에 좀 더 많은 인력을 배치하면서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올해 10월말까지 컨테이너 화물이 전년대비 24.7%나 증가했다. 화주들에 대한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대인훼리 주력 화물인 의류 임가공 및 자동차 부품이 크게 늘어났고 전자상거래 물량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벙커유가가 상승하면서 수익 폭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10월부터 흑자로 돌아서면서 올해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6년만에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내년 주총 중국 LCL 직영‧대체선 문제 확정

부원찬 사장은 보다 안정적인 화물 창출을 위해 중국 LCL 콘솔을 직접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동안 대인훼리는 중국 LCL 콘솔을 현지 관계사에 위탁해 운영해왔으나 화물 창출과 수익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직접 수행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대련 사무소가 있지만 LCL 콘솔 업무를 할 수 없어 중국에 현지 법인을 별도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내년 3월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주주분들에게 중국 LCL 콘솔 직영화 방안을 설명 드리고 승인을 받아 시행하려고 한다. 주총 승인을 받더라도 중국내 법인 설립 절차가 까다로워 실제 업무 개시 시점은 불확실하지만 빠르면 내년 상반기, 늦어도 하반기에는 업무 개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 주총에서 중국 LCL 콘솔 직영 문제와 더불어 현재 운항중인 비룡호 대체선 문제도 매듭 지을 계획이다. 비룡호가 2026년 1월이면 선령 30년이 되기 때문에 신조선이든 중고선이든 대체선을 확보해야하는 상황이다. 부 사장은 그동안 한중 주주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대인훼리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줬기 때문에 비룡호 대체선 문제도 잘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주분들이 결정해 주시겠지만 가능한 신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조선 가격이 너무 오른 것이 부담이기는 한데 대인훼리가 중국 요녕성과 인천의 문화‧경제적 가교 역할을 하는 유일한 국적선사라는 점을 최대한 활용해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정책금융기관으로부터 금융지원을 이끌어 내 신조하는 방안을 추진할 생각이다.”

부원찬 사장은 신조선을 발주할 경우 특히 여객부분에 신경을 쓸 생각이다. 대련이 위치한 중국 요녕성은 역사적, 문화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이기 때문에 타 항로에 비해 일반 단체 관광객 비중이 높은 항로다. 그런데 비룡호는 여객 정원이 500명에 불과하고 편의시설도 노후화돼 단체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신조할 때 이 부분을 적극 반영해 준크루즈급 카페리선으로 건조하겠다는 것이다.

“신조선의 여객 정원을 1천명 이상으로 확대하고 편의시설을 다양화‧고급화시켜 선내에서 여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해줘야 단체 관광객들을 유치할 수 있다. 신조시 여객 부분에 특히 신경을 쓸 계획이며 현재 145teu에 불과한 화물적재 공간도 확대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세밀하게 세울 계획이다.”

여객 운송 재개 대비한 준비 철저히

부원찬 사장은 최근 중국의 코로나 방역 대책이 완화되면서 여객재개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해나갈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여객이 중단된 2020년 6월에 인천항 신국제여객터미널로 이전했기 때문에 여객과 화물을 동시에 처리해 본 적이 없다. 기존 1~2 국제여객터미널이 신국제여객터미널로 통합됐기 때문에 선박이 몰리는 피크타임시 여객용 셔틀버스와 트레일러들이 동시에 투입될 경우 상당한 혼잡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대인훼리는 여객 운송 재개에 대비해 이러한 문제들을 점검하는 한편 신속하게 여객 영업을 재개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특히 대인훼리는 여객영업팀 인력들을 정리해고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타사 대비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중국의 정책 변화로 여객 운송이 허용되더라도 대부분 선사들이 여객부 인력을 구조조정한 상황이어서 예상보다 여객 재개 시점은 상당히 늦어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 대인훼리는 여객영업팀 인력이 건재하기 때문에 여객승무원만 충원되면 언제라도 여객 운항이 가능하다.”

한편 부원찬 사장은 대인훼리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해내는데 해양수산부와 인천항만공사의 적극적인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코로나로 한중카페리선사들이 직격탄을 맞자 해양수산부는 2020년 2월부터 항만시설사용료 감면율을 30%에서 100%로 확대해 줬고 인천항만공사도 신국제여객터미널 임대료를 감면해주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해줬다.

“정부와 인천항만공사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한중카페리선사들에게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한중카페리선사들이 화물량이 증가하고 운임도 소폭 상승하면서 경영여건이 조금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여객은 중단돼 있고 연료비는 크게 오른 상황이다. 한중카페리선사들이 마지막 고비를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정부와 공사의 지속적인 지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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