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인물 내항선사부문/남해고속 성기순 대표이사

남해고속 성기순 대표
남해고속 성기순 대표

연안여객선 면허, 수급상황 고려해 발급돼야
현대화 펀드, 쾌속선 해외 건조도 지원 필요

지난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여객수요가 급감하면서 연안여객선사들은 긴 고통의 시절을 겪어야 했다. 특히 남해고속처럼 도시민보다 일반 관광객의 비중이 높은 관광항로에 취항하고 있는 여객선사들은 몇배는 더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목포지역에서 가장 많은 6척의 초쾌속선을 투입해 홍도, 흑산도, 가거도 항로를 운항하고 있는 남해고속의 성기순 대표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도서민의 발이 끊겨서는 안된다는 사명감으로 운항 중단없이 지난 2년을 버텨냈다. 지난 2004년 개설한 녹동-제주 카페리항로도 상당기간 어려움을 겪었지만 고객들과의 약속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20년간 운항중단없이 서비스를 해왔다.

여객운송사업자는 사명감으로 사업해야한다는 신념으로 60년간 남해고속을 이끌어온 성기순 대표가 ‘올해의 인물 내항선사부문’ 수상자다. 한국해운조합 대의원으로도 활동중인 성기순 대표는 육상 교통수단은 국가 SOC라고 해서 정부의 많은 지원을 받고 있지만 해상 교통수단인 연연여객선은 육상만큼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도서지역 주민들의 교통권 확보 차원에서 정부의 지원이 좀 더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성기순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

-코로나19로 경영이 어렵지 않았나?

=2020년 2월부터 코로나19로 방역 조치가 강화되면서 국민들이 도서지역 여행을 자제하다 보니 여객선사들이 굉장히 어려웠다. 특히 도서민 이용률이 20~30%에 불과하고 70~80%가 일반 관광객인 관광항로의 경우 코로나로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2년 동안 여객 수요는 55~60% 정도 감소했다. 남해고속도 홍도, 흑산도 등 관광항로를 운항하고 있어 어려움이 컸지만 오랜 업력과 사내 유보금으로 버텨낼 수 있었다.

-방역조치가 완화됐는데 여객수요는 회복됐나?

=3월부터 방역조치가 완화되면서 여객 수요는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거의 회복됐다. 그러나 올해들어 연료유가가 급등해 여객선사들의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다. 여객선은 운항 원가에서 연료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 코로나로 여객수요가 급감했던 2020~2021년에는 다행히 연료유가가 안정세를 보였지만 2022년 들어 60~70%나 급등했다. 앞으로가 큰 문제다. 관광항로는 4~10월까지 성수기이고 겨울철이 비수기인데 비수기인 지금 연료비용 급등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나 지자체 지원은 없나?

=연료비 관련해서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은 없다. 연안여객선에는 면세유가 공급되기 때문인데 최근 연료유가가 급등하면서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해 사실상 면세유와 과세유간 겨격 차이가 거의 없다. 과세유를 쓰는 연안화물선사에게는 유가 보조금이 지원되고 있어 면세유를 쓰는 여객선사들의 부담이 오히려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코로나19와 관련해 여러 가지 지원 대책을 내놨지만 여객선사들에게는 거의 혜택이 없었다. 해운조합이 기업은행, 수협은행 등과 협약을 맺어 동반성장 금융지원사업으로 대출시 이자율을 낮춰주는 대출프로그램이 그나마 선사들에게 도움이 됐다.

정부가 2021년 추경으로 연안여객선의 운항결손금을 보존해주기 위해 10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지만 이것도 집행이 잘 안됐다. 2021년에 50억원, 2022년에 50억원씩 총 100억원이 책정됐지만 2021년에 겨우 10억원 정도 지원된 것으로 알고 있다. 2021년에 대부분의 여객선사들이 일부 자본잠식이 될 정도로 어려웠지만 정부가 예산 지원 범위를 결손금의 20%로 제한하면서 예산이 남게 됐다.

결손금의 70~80%를 지원해도 충분한 자금이었지만 정부가 지원 범위를 너무 제한하면서 집행률이 저조했다. 나중에 지원 범위를 13%를 더해 33%까지 확대했지만 그렇게 집행된 금액이 예산의 20%인 10억원에 불과했다. 올해는 여객 수요가 증가하고 운임 인상과 유류 할증료 부과 등으로 여객선사들의 상황이 조금 나아진 상황이어서 올해 결손금을 지원받을 선사는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영이 어려우면 선박 운항을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남해고속의 경우 2021년 동절기에 하루 3왕복인 목포-흑산‧홍도항로를 2왕복으로 줄여서 운항했다. 올해도 항차수를 줄이려고 하는데 도서민들의 불만이 커서 쉽지 않다. 항차수를 줄인다고 제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도서민들의 민원 때문에 정부가 운항계획 변경 수리를 꺼리는 경우가 있다. 동절기는 여객수가 많지 않은데다가 날씨도 나쁘고 파고도 높기 때문에 운항 위험성이 크다. 따라서 승객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동절기에는 탄력적으로 선박을 운항하는 것이 필요하다.

-목표지역을 벗어나 녹동-제주항로를 개설하셨는데?

=남해고속은 홍도, 흑산도, 가거도 등에 초쾌속선을 투입해 운항중인데 지난 2004년에 녹동-제주항로를 개설했다. 사업확대를 위해 목포지역외 여객사업 진출을 위해 다각도로 검토해왔고 녹동-제주항로를 개설하게 됐다.

사실 녹동-제주항로는 우리가 처음 시작한 항로는 아니다. 한 민간사업자가 녹동 신항에 민자로 터미널을 짓고 카페리선을 투입하는 사업을 하다가 폐업한 것을 인수했다. 녹동-제주항로는 운항 거리가 60마일로 짧고 과거 여객선이 운항한 역사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사업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사업 초기 진입도로가 협소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다행히 남해고속도로 고흥IC에서 녹동까지 자동차 전용도로가 신설됐다.

세월호, 코로나 등 예상치 못한 악재로 고전했지만 2018년 6천톤급 카페리선 아리온제주호를 대체 투입해 안정적인 서비스가 가능해지면서 고정 화물이 증가해 지금은 어느 정도 정상궤도에 올라왔다.

-제주항로는 운항적자로 철수하는 선사들이 많던데 어떻게 버텼나?

=면허를 받아서 여객선을 운항하다가 적자가 난다고 포기하는 것은 여객운송사업자로서 대단히 무책임한 일이다. 남해고속이 오랜 기간 적자를 보면서 녹동-제주항로를 지속한 것은 고객들에 대한 사명감 때문이었다.

연안여객선 사업은 이제 떼돈을 버는 사업이라기 보다 사양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여객운송 사업은 섬과 섬,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교통수단인데 주이용객인 도서지역 인구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쾌속선을 투입하고 있는 신안군만 보더라도 1980년대 인구가 거의 20만명에 육박했지만 지금은 3만 5천명 수준이다.

이처럼 도서민이 급감하고 있는데 여객운송사업 면허가 오픈돼 있다는 것은 모순이다. 과거 여객운송사업은 평균 승선 및 적취율이 35% 이상이어야만 면허 신청이 가능했으나 이 기준이 25%로 낮아지더니 세월호 사고 이후에는 아예 사라졌다. 해수부는 항로 신청이 들어오면 공모를 진행하고 80점 이상인 사업자에게 신규 면허를 내주고 있다. 이러한 여객운송사업 면허제도는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여객운송사업 면허는 특허와 비슷해 사업자에게 권리를 주는 건데 여기에는 이용자의 편익 증진과 사업의 보호 육성이라는 양면성이 있다. 이러한 양면성을 잘 유지하려면 수요와 공급을 잘 판단해 면허발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수급을 고려하지 않고 면허를 내주니 운항적자가 나면 철수해버리는 무책임한 사업자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운항 관리가 강화되면서 비용증가로 선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세월호 사고 이전에 서해훼리호 사건, 남영호 사건 등 대형 여객선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사고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안전 대책을 수립했어야 하는데 그 책임을 선사에게 전가해 왔다.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 관리를 정부가 직접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해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을 통해 안전관리를 뽑아서 운항관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수익자 원칙이라며 안전관리비용을 이용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안전관리 책임은 사업자와 국가가 부담하는 게 맞지 어떻게 이용자들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나?이는 위헌 소지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불합리한 조치를 개선하기 위해 현재 의원입법으로 해운법 개정안이 발의돼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선령‧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선박 신조가 필요한데 어려움은 없나?

=우리가 보유한 초쾌속선 대부분이 선령 20년을 넘겼다. 대체선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에 앞서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다른 선박들은 선령 제한이 없는데 연안여객선만 선령을 20년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페리선은 5년 연장해서 최대 25년까지, 쾌속선은 10년 연장해서 최대 30년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그런데 선령 20년이 넘어가면 매년 정밀 검사를 받아서 사용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검사 방법이 너무 과도하다. 매년 고속 엔진을 분해하는 오버홀(Overhaul) 검사를 요구하는데 자동차 검사도 엔진 오버홀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엔진 오버홀 검사는 비용만 수억원에 달할 정도로 선사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노후선을 대체하기 위한 신조 발주도 문제다. 정부는 여객선 현대화를 지원하기 위해 현대화 펀드를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건조자금의 50%는 무이자 대출로, 10%는 사업자 부담, 40%는 은행 대출을 받아 지금까지 카페리 5척을 신조했다. 그런데 2021년부터 무이자 대출을 50%에서 30%로 삭감했다. 확대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무이자 대출이 축소되면서 선가가 높은 카페리나 초쾌속선을 신조해야 하는 선사들은 막막한 상황이다.

또한 현대화 펀드 사용시 선박을 국내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제한 조건 때문에 선사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초쾌속선이 문제다. 카페리는 그나마 현대미포조선이나 대선조선 등 국내에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가 있지만 초쾌속선은 국내에서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가 거의 없다. 그렇다 보니 건조 비용이 외국보다 20~30% 정도 비싸고 건조 품질, 안전성, 성능 측면에서 국내 건조가 낫다는 보장이 없다.

여객선 현대화 펀드가 국내 중형 조선소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정책 목표도 있다는 것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초쾌속선은 안전성 측면을 좀 더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여객선을 신조 지원하는 현대화 펀드의 최우선 정책 목표가 국민 안전에 있기 때문에 적어도 초쾌속선의 경우는 안전성 측면에서 해외 건조를 허용하는 게 정책 목표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남해고속을 운영하면서 가장 신경 쓰신 부문은 무엇인가?

=1964년 대학을 졸업하고 남해고속에 입사했으니 내년이면 60년이 된다. 남해고속에서 60년을 일하면서 가장 신경 쓴 것은 안전이다. 여객선사의 본령은 여객을 안전하게 운송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고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항상 안전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사업을 추진해왔다.

안전을 위해 제가 늘 강조해온 것이 바로 선박과 선원이다. 안전은 물론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좋은 선박을 제때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쾌속선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운영해온 남해고속은 그동안 신조선이든 중고선이든 좋은 선박을 확보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해왔다.

또한 선박 운항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서는 유능한 선원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그런데 선원 수급 상황이 악화돼 유능한 선원을 확보하는 일이 상당히 중요해 졌다. 선사들 스스로 우수한 선원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우수한 내항 선원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끝으로 정부 당국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도지지역 주민의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데 그동안 육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 미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육상 교통수단은 국가 SOC 사업이라고 해서 많은 지원을 받고 있지만 해상은 육상에 비해 20% 수준의 혜택을 받는데 그치고 있다.

도서지역 주민들의 교통권 확보 차원에서 정부의 지원이 좀 더 확대돼야 하며 특히 친환경 선박 확보를 위한 보다 과감한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

남해고속이 녹동-제주항로에 투입해 운항중인 아리온 제주호.
남해고속이 녹동-제주항로에 투입해 운항중인 아리온 제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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