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정동국제 서동희 대표변호사

서동희 변호사
서동희 변호사

분쟁이 발생한 경우 당사자들은 소송으로 해결하거나 중재로 해결한다. 필자가 이번에 설명하고자 하는 조정은 중재와 확실히 다르다. 조정은 분쟁 당사자 사이에 중립적인 제3자가 개입하여 당사자들이 우호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도록 하는 제도다.1)

이러한 조정제도가 전혀 낯설지는 않은 것이 우리나라 법원에서 운영되고 있는 민사조정이나 기타 특별법에 의한 조정이 주변에 흔히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종류의 조정은 법원 또는 행정기관 주도의 조정이라고 할 수 있으며, 필자가 소개하고자 하는 민간형 조정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법원 주도의 조정이 그간 많이 발전하여 오고 있는데,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 발전속도가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다고 보고 있다. 법원 주도의 조정은 민사조정법에 의거하여 운영되고 있는데, 분쟁을 조정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당사자가 법원에 조정신청을 하거나 또는 어떤 사건을 재판하고 있던 재판부가 해당 사건을 조정 회부함으로써 조정절차가 시작되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조정이 잘 운영될 경우 소송에 의한 분쟁해결 보다 확실히 당사자들에게 유익한데, 실제 조정절차에서 부정적인 부분도 많이 노출되고 있기에 법원 주도 조정의 발전 속도에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대표적인 문제점이 조정인이 조정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한다는 점인데, 당사자들이 그 조정안을 수락할 것인지는 당사자들의 자유로운 의사에 달려 있다다. 하지만 만일 이의를 제기할 경우 다시 재판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재판부가 이의를 제기한 당사자에 대하여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가지는 것은 아닐지 염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복잡한 사건의 경우 조정인이 단시일 내에 사건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시하는 조정안이 균형이 상실된 경우가 적지 않다.

그에 비하여 민간형 조정은 전적으로 당사자 스스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제3자, 즉 조정인을 선택하는 것도 당사자의 전적인 합의에 의하게 되고, 그 조정인은 당사자들에게 조정안을 제시하면 안 되는 것이고, 원칙적으로 당사자들이 합의에 이르도록 지원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2) 조정인이 될 수 있는 자격에 대하여 우리나라 법으로 추후 정하여 지게 되겠지만 높은 수준이 요구되거나 변호사이어야 한다는 요건은 없다.

법원 주도의 조정은 조정이 성립된 경우의 법적 효력에 대하여 민사조정법에 의하여 규율되는 데에 비하여, 민간형 조정에서 당사자 사이에 조정이 성립된 경우의 효력에 대하여 특별히 규율하는 실정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민간형 조정에 대한 연구는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특히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노형 교수가 주도하는 사단법인 국제조정센터(Korea International Mediation Centre ; KIMC)가 상당한 업적을 남기고 있다. KIMC는 국제적으로 교류의 폭을 넓혀 가고 있고 조정을 연구하는 단체로 한국조정학회가 오래 전부터 활약을 하고 있다. 필자는 두 단체의 회원으로 가입하여 자주 세미나 참석을 하고 있다.

명확히 하여야 할 사항은 민간형 조정에 대한 우리나라의 법제는 전무하다고 할 정도여서 말 그대로 민간형 조정을 거쳐서 조정이 성립되었다고 하더라도, 단순한 합의 이상의 법적 대우를 받지 못한다.

민간형 주도가 이 시기에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도화선은 이른바 국제조정에 관한 싱가포르 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International Settlement Agreements Resulting from Mediation)이 2019년에 성립된 것이다. 싱가포르 협약에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미국, 중국, 인디아 등 55개국이 서명했고 3번째 국가가 비준가입을 한 시기인 2020년 3월 12일 발효되었다. 현재 비준가입한 국가는 10개국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비준가입을 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 중국, 인디아 모두 아직 비준가입하지 않고 있다. 유럽국가들은 대부분 서명국도 아닌 상황이어서 싱가포르 협약에 대해 긴박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나 그 개념 자체가 가히 혁명적이기 때문에 시간을 가지고 국내 입법을 하여야 할 문제는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법무부는 입법(예를 들면 조정절차기본법의 입법)을 위한 Task Force를 이미 구성했다.

싱가포르 협약에 의하면 예를 들어 미국 회사 A가 우리나라 회사 B에 대하여 기계 수출을 한 대금 청구에 분쟁이 발생했는데 이것이 조정을 통해 대금의 80%가 지급되는 것으로 합의됐다고 치자. 그런데 B가 그 합의의 내용(즉, 조정)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A는 우리나라 법원에 조정의 승인을 구할 수 있으면 협약에 열거된 거부사유가 없다면 우리나라 법원은 그 조정을 승인해야 한다.

그 경우 그 조정은 우리나라 법원이 내린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가 싱가포르 협약에 비준 가입해야 한다.이러한 조정은 중재와 사뭇 차이가 있는 것이고 해사분쟁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하여 필자는 다음 기회에 여러 차례에 걸쳐서 소개하도록 하겠다.


1) 장은희, 황지현, “조정에 의한 무역분쟁의 해결방안 고찰”, 무역학회지(제43권 제5호, 2018.10.), 144면

2) 참고로 아래에서 보는 싱가포르 협약 Article 2. 3에 조정의 정의를 “3. “Mediation” means a process, irrespective of the expression used or the basis upon which the process is carried out, whereby parties attempt to reach an amicable settlement of their dispute with the assistance of a third person or persons (“the mediator”) lacking the authority to impose a solution upon the parties to the dispute.”라고 하고 있는 데에서 보는 것처럼 조정인은 당사자들에 대하여 합의안 혹은 조정안을 부과할 권능이 없음을 명백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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