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민현 박사(Penb46@naver.com)

윤민현 박사
윤민현 박사

1. 들어가며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위치하며 강력한 공격력을 가진 포식자 호랑이 띠(2022년)에서 가장 나약한 방어능력을 가진 최하위의 피식자인 토끼 띠로 바뀌었다. 해운계는 어떤가? 사상 최대의 기록적인 호황이 2022년 상반기까지 2년반 정도 지속되더니 불과 6개월 사이에 일부 항로에서는 운항비(OPEX)를 밑도는 수준까지 운임이 하락했다. 그런 가운데 그동안 화주와 경쟁당국의 따가운 시선 속에도 선사들의 굳건한 결속력을 선도해왔던 세계 제1~2위 선사가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으로 복귀하는 시장, 급변하는 수급 관계, 기후환경 대책, 지정학적 리스크가 뒤엉켜 진행되고 있는 2023년에 대해 문자 그대로 무엇이 핵심 관심사가 될지 멀리서 살펴본다.

2. 해운의 탈탄소화

탈탄소화 어젠다가 부상한 것은 분명히 팬데믹 기간 중이었음으로 최근 3년 동안에는 조금이라도 탈탄소화가 진전됐어야 마땅한데 해운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1년이 최악으로 2020년 대비 감소는 커녕 오히려 4.9%가 증가했다. 더 악화된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컨테이너해운이나 드라이 벌크 시장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선사들은 한시라도 더 빨리 목적항에 도착하기 위해 가속을 일상으로 삼았고 전체 업계가 매출 증대에 올인하다보니 기후 환경문제를 고려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기후재앙을 방지하기 위한 온실가스(GHG) 감축, 해운의 탈탄소화 과정에는 선주들을 망설이게 할만한 다양한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지만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해운계도 지구를 구하기 위한 글로벌 대책의 현황과 향후의 흐름에 대해 실시간 단위로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 보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해운의 탈탄소화를 어떻게(how), 누가 이끌어 가는지(who), 탈탄소화가 초래하는 충격은 무엇인지(what) 그리고 우리는 현재 어디쯤 와 있는지(where)를 파악하는 것이다. 관련하여 몇가지 핵심 사항들에 대해 현황과 전망을 요약해 본다.

(1) Perfect Solution 나올 것인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해운계의 최우선 과제는 탈탄소화를 위한 대체 에너지로의 전환이다. 그런데 현재까지 시장에는 Multi Fuel Future, Multi Fuel Infrastructure 등 다양한 옵션이 논의 중이지만 당장 어떤 옵션을 택해야 할지 어려운 상황인데다가 금방 해결된다는 보장도 없다. 그런데 해운계는 당장 탈탄소화를 위한 행동에 나서라는 전방위 압력에 놓여있다.

선주들은 다소 규제와 압박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확실한 대안이 나올 때까지 더 관망할 것인지, First Mover들의 선행적 조치에 동참할 것인지 아니면 절충형으로 전환의 과정을 택해서 이중연료형을 택할 것인지 택일을 해야 할 상황이다.

해외에서는 혁신, 탈탄소화, ESG 경영, 파트너십 구축에 바쁘고, 공동으로 검증작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아직도 누군가가 Perfect solution을 제시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문자 그대로 ‘All Stand-by' 부저가 울리기를 기다리는 것은 아닌지? 그러나 그런 상황은 올 것 같지 않다. Perfect solution은 못되더라도 오는 7월 IMO 회의를 거쳐 11월 두바이에서 개최될 COP28 전후해서 조금 더 선택의 폭이 좁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7월 회의와 규제의 동향이다.

(2) Chicken and Egg 딜레마를 해소할 주체는?

Chicken and Egg 딜레마는 수요가 있어야 생산할 수 있다는 에너지 생산자와 에너지가 있어야 수요를 정할 수 있다는 이용자 즉 선주와의 이해관계의 대립과 갈등을 놓고 누가 먼저 해답을 제시해야 하는가에 관한 문제다. 결국 해답은 예상되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이해당사자들 간 공동협력뿐이다. 당사자는 선주+에너지 생산자, 선주와 조선소 그리고 기술영역간의 파트너 십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공조의 파트너는 제공자와 이용자간의 공조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부나 규제당국이 파트너로 참여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나 규제당국의 역할이라면 그러한 공조를 촉진하고 지원하는 역할이다.

(3) 딜레마가 관망자세를 정당화할 수 있을지?

전방위적으로 가중되고 있는 탈탄소화 압박에 대하여 선주들의 대다수는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다. 해운계는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는데 해운밖 세상의 분위기는 시간이 없다며 이중 삼중으로 해운계를 압박하고 있다. First Mover들이 감당하고 있는 탈탄소화 과정에 수반되는 리스크는 결과적으로 관망자세를 취하고 있는 모든 선주들이 함께 분담할 것이며 First Mover들의 도전이 성공할 경우 그 성과에 대한 보상은 한동안 그들이 경쟁력 우위를 점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준비가 안 됐다고 관망자세를 계속 유지하다보면 어느 날 경쟁에서 한참 뒤져있는 자신을 발견할지 모른다.

(4) IMO가 의욕적인 결의를 도출할 지?

UN, 정부와 규제당국, 지역사회와 민간섹터들은 한 목소리로 IMO의 GHG 감축 목표(-50% by 2050)를 비판하며 보다 현실적인 목표(Zero Emission by 2050)를 채택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IMO가 더 이상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자발적으로 업그레이드에 나서고, 선행적으로 탄소 가격제, R&D 기금조성 등 이른바 시장 기반조치(Market Based Measure ; MBM)에 나서야 하며 그 변환점은 7월로 예정되어 있는 IMO 회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규제의 전체 윤곽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것 역시 불원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걸림돌이라 할 수 있는 기후보상(Loss and Damage)기금 문제가 조만간 타결될 전망은 크지 않아 보이지만 그렇다고 개도국‧도서국들이 무작정 IMO의 발목을 잡고 있을 상황은 아닌 것 같다. 7월 IMO 회의의 결과를 봐야 하겠지만 대세에 비춰볼 때 Zero Emission by 2050을 기준으로 탈탄소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5) 탈탄소화 규제의 향배는?

해운계는 대체 에너지와 관련된 기술 투자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확실하고 구체적인 규제가 팔요하다. 해운의 국제성에 비춰볼 때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GHG 감축을 위한 규제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의한 글로벌 규제가 바람직하며 해운계에서도 이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규제가 채택되기 위해서는 MBM 등 IMO가 선행적으로 매듭지어야 할 여러 가지 과제들이 있지만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IMO의 그간 행보에 비춰볼 때 주요 규제당국들이 더 이상 기다려 줄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규제를 주도하고 있는 EU는 이미 규제의 시간표에 따라 관련 절차를 추진 중에 있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에 비춰볼 때 EC 주도하의 역내 규제가 선시행되면서 단계적으로 미주, 아시아 등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EC는 공개적으로 IMO의 자발적 결의를 기다릴 것이나 불연이면 무시(disregard)하고 갈 길을 가겠다는 입장이어서 IMO가 획기적인 결의를 하지 않는 한 EC형 규제의 윤곽이 금년중에 확정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흐름에 비춰볼 때 해운의 탈탄소화는 EU와 유럽 주요선사들이 탈탄소화 방향과 일정을 주도할 것이 분명하다. 2023년은 해운의 탈탄소화와 관련된 규제의 향방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6) 추가 발주는 언제쯤 가능해질까?

다양한 변수들에도 불구하고 규제의 흐름과 해운계의 탈탄소화 추진 현황에 비춰볼 때 향우 규제의 동향은 2050년에 이르기까지 매 5년 혹은 10년 단위로 탈탄소화 계도기간→DF 도입 의무화→화석연료 only 금지→화석연료 취항 금지→GHG Zero 연료 사용을 의무화하는 단계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과정에서 항로 상황에 따라 탈탄소화의 정도에 따라 접안 우선제도에서 항비 차별부과 등의 인센티브가 도입될 가능성도 크다.

최근의 동향은 LNG, 암모니아, 메탄올을 대상으로 한 생산과 조달 그리고 상용화 가능성과 시장에 미치는 충격 등을 확인하는 단계이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승자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2022년 한해에 LNG 추진선박 109척, 메탄올 추진선 32척이 발주됐다는 사실은 향후 대체 에너지의 향배를 예측하는 큰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암모니아 추진선도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만 대세는 전환기 연료로 LNG, 미래 연료는 1차 메탄올, 2차는 암모니아로 좁혀지는 양상이다.

대세는 Net Zero by 2050이다. 현재 해운계가 기준으로 하고 있는 IMO의 목표(-50% by 2050)는 접어두고 대세를 기정사실로 하고 필요시 곧바로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기본 로드맵을 작성하되 향후 동향을 주시하며 기본계획을 수정 보완해 나가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흐름에 비춰볼 때 금년말이면 불확실성들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3. 경쟁법의 동향

팬데믹 발표 이후 최고조에 달했던 미국 물류공급망의 혼잡과 혼란으로 인해 미국 화주단체로부터 강한 불만이 제기되면서 FMC에 대한 비판론이 크게 부상됐다. 때맞춰 채택된 해운개혁법(Ocean Shipping Reform Act 2022 ; OSRA 2022)에 의거, 미약하지만 컨테이너선사들을 규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근거는 부여됐지만 선사들의 운항동맹에 대한 규제 등 화주들이 기대했던 제재 조치에 대해서는 아직 소식이 없다. 해운과 관련된 여러 가지 규제들 가운데 정기선 해운계의 최대 관심사인 얼라이언스와 컨소시아에 관해 살펴본다.

(1) 미국은 해운개혁법으로 만족한가?

미 정치권은 해외선사로 구성된 3대 얼라이언스 소속 9개 선사들이 유착하여 운임을 천정부지로 올렸고 공급망의 혼잡과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을 초래했으며 미국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털어 2021년에만 1900억 달러 상당의 이익을 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매체는 이를 ‘본능적인 화(Viscerally Angry)’라고까지 표현할 정도로 강하게 해운계를 비판하고 있다. 이처럼 과도한 비판은 작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인플레이션, 고물가로 인한 유권자와 소비자들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그 화살을 외국선사들에게 돌리려는 정치적 고려라고 이해하는 시각도 있다.

OSRA의 기본 취지는 FMC로 하여금 글로벌 항로에서 운송선사들의 관행을 조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여 미국 화주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공정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Level the Playing Field)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OSRA 2022가 발효하게 되면 미국 가정과 농부 그리고 비즈니스업계를 상대로 한 외국선사들의 착취행위가 근절되고 물가도 잡힐 것처럼 과장하는 것은 사실과 다른 왜곡이라며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Big Lie’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다. 해운계에서도 이는 외견상 명분일 뿐 OSRA 2022의 발의의 최우선 목표는 선사들의 얼라이언스 체제 와해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FMC가 미국 공급망의 혼란 등 화주의 불만과 관련하여 그 원인 파악을 위해 2년에 걸쳐 관련 조사를 하고 내놓은 보고서에 의하면 운임이 급등한 것은 팬데믹의 결과로 나타난 미국 소비자들의 급격한 소비 수요 증가와 이를 따라가지 못한 공급망의 취약성이 그 원인이며 이는 시장의 수급 논리가 초래한 결과라고 판단했다. 사실상 선사들의 유착에 의한 부당이득 행위라는 화주들의 주장을 부인한 셈이다. 그러나 미국의 정치권과 화주들의 정서에 비춰볼 때 해운법으로 한계가 있다면 다음 카드는 경쟁법의 개정이 아닐까 싶다. 가능성은 살아있다고 본다.

(2) 유럽의 CBER은 유지될 것인가?

컨소시아에 대한 경쟁법 적용 일괄면제(Consortia Block Exemption Regulation ; CBER)는 선사들로 하여금 일정 조건하에 컨소시아를 결성, 선복의 공동사용을 허용하는 제도로 유럽의 제정법중 다소 예외적인 것으로 전반적으로 경쟁법의 예외를 최소화하고 있는 국제적인 추세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해운 특유의 경쟁법 적용 일괄 면제제도다. 컨소시아는 선박의 공동사용(Vessel Sharing Agreement ; VSA)을 위한 협의체로 VSA를 통한 비용절감의 효과를 화주들과 공유할 것, 가격담합을 하지 않을 것, 컨소시엄당 Market Share가 30%를 초과하지 않을 것 등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

1995년 도입이후 매 5년 간격으로 재검토하고 연장 여부를 결정해온 현 CBER은 2024년 4월에 종료될 예정이어서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 ; EC)가 CBER의 유지, 보완, 폐지를 두고 CBER이 정기선 해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련 당사자들로부터 의견을 모으는 중이다.

선사측은 시종일관 최근의 물류대란과는 무관하다며 컨소시아의 장점을 강조하는 가운데 이번에는 과거의 논리에 더해 VSA의 효과로 공동운항과 배선의 합리화를 통한 연료소모량의 절약과 GHG 감축효과를 내세우고 있다.

화주은 팬데믹시 나타난 고운임과 선복확보난이 선사들의 의도적인 선복 감축의 결과라고 주장하며 폐기를 주장하는 논리중 하나는 현재의 컨소시아중에는 다수가 서로 다른 컨소시아간 선복 교환(Cross Alliance Consortia) 협정을 통해 사실상 30%를 초과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경쟁법상 과도한 집중현상이자 CBER의 전제 조건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팬데믹 기간의 혼란과 관련해서 해운회사측의 반경쟁적 행위가 개입됐다는 증거가 제시되지 않은 한 근거없이 컨소시아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팬데믹 과정에서 해운계가 어떻게 대응해왔는지도 중요하겠지만 기록적인 실적 그 자체가 CBER의 향배를 결정하는데 주요 결정요소는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경쟁법 관련분야에 정통한 Lawyer들도 CBER의 유지쪽에 더 비중을 두고 있으면서도 Cross Alliance 선복 교환에 의한 30% 초과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만일 CBER이 폐지쪽으로 정리될 경우 초대형, 특히 수직적 통합을 거쳐 종합물류 오퍼레이터로 전환하고 있는 선사들보다는 Top10 중 중하위권 선사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며 시장의 침체속도와 그 정도에 따라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때로는 정치논리가 시장논리보다 더 영향력이 클 수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동서 간선항로에 취항하는 글로벌 대형 컨테이너 선사들은 최근 2년 동안 약 5천억 달러(약 600조원)에 달하는 사상 초유의 대규모 이익을 실현했고 결과적으로 그 돈은 미국을 비롯한 소비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소비자들은 고인플레이션과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생활비 걱정을 하는 상황에서 정치권으로 하여금 개입할 명분을 제공한 것은 사실이다.

미국이 얼라이언스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시장 논리와는 별개로 어떤 형태로든 선사들에 의한 시장 지배력을 약화시키려는 움직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Market Share 30%를 초과한 항로가 있다고 판명될 경우 2024년 4월로 만료되는 EU의 CBER의 향배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1년 남짓 남았지만 당국이 이미 검토에 들어간 만큼 금년 하반기에는 어떤 방향이든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4. 해운시장의 재편

(1) 물류 혼잡은 언제 해소될 것인가?

공급망을 마비시키고 운임상승에 크게 기여해온 혼잡이 빠른 속도로 해소되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정점을 지나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던 혼잡도가 2022년말 기준 60% 정도 해소됐고 현재의 흐름에 비춰 금년 상반기에 완전 정상화로 복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혼잡으로 인한 불용화 비율을 10% 정도로 추정할 때 60% 해소는 6%의 공급증가 효과를 갖는다. 예측대로 라면 상반기까지 수급측면에서 10%에 상당하는 공급증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2) 공급망의 재편과 그 영향?

2023년은 위축되는 소비 수요, 선복 과잉, 에너지 위기, 심화되는 인플레이션 등 다양한 도전의 한해가 될 것이다. 글로벌 물류공급망은 무역갈등, 글로벌화에 대한 저항, 국지전쟁 등 지정학적‧경제적 이유를 포함한 해운외적 요인으로 생산과 조달의 기본 공급망이 Re-Shoring, Near-Shoring, Friendly Shoring으로 전환되고 있다. 공급망의 재편은 항로의 재편과 선사별 네트워크의 재편을 초래하기 때문에 얼라이언스의 재편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상품의 조달루트 변경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생산과 소비지를 연결하는 루트가 달라질 경우 이는 톤마일 개념으로 표시되는 해운 수요의 증감과도 직결된다. 생산공장의 탈중국화 현상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컨테이너 선사들도 서둘러 베트남, 캄보디아등 동남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개편할 것 같지는 않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란 제제 등의 향배에 따라 Tanker 시장의 수급 동향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3) 얼라이언스 체제 개편될 것인가?

얼라이언스 재편의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는 이유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대형선사들이 지배하는 선복량도 그 일인이지만 재편으로 이어질 가장 큰 변수는 EU와 미국의 경쟁법 동향이다. 경쟁법의 취지에 비춰볼 때 2M, Ocean Alliance, THE Alliance 등 3대 얼라이언스에 참여하고 있는 선복량과 얼라이언스에 참여한 Top9 선사가 운항하고 있는 총 선복량에 대해서는 구분해서 살펴봐야 한다. Top9의 총 선복량은 글로벌 선복량의 80%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통계 기관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다) 핵심은 3대 얼라이언스가 커버하고 있는 항로별 컨소시아의 시장 지배율이다. 일부 발표에 의하면 글로벌 총 무역량중 3대 얼라이언스가 지배하는 비율은 54%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쟁법에 근거한 얼라이언스 재편의 가능성은 앞에서 언급했고 또 다른 변수라면 2025년 1월로 해산되는 2M의 향후 전략이다. 포스트 2M에 대해 여러 가지 추측이 있지만 가능성이 가장 큰 방향은 MSC는 독자 해운전문선사로 갈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Maersk는 독자 물류 수송그룹사로 남는 방안, 3대 얼라이언스중 보유 선복량이 가장 적고 전문경영(HapagLloyd, ONE) 체제와 국영(Yang Ming) 그리고 채권단 관리하에 있는 선사 등 이질적 요소가 많은 THE Alliance에 5번째 참여사로 합류하는 방안, 그리고 마지막으로 Top5중 물류통합 시스템을 지향하는 어느 선사와 또 다른 얼라이언스를 결성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 같다.

(4) 포스트 2M 구도는 언제쯤 가시화 될것인가?

Maersk의 향후 행보에 영향을 미칠 가장 큰 변수는 해운의 탈탄소화와 관련된 유력한 대체 연료의 등장 시기와 경쟁법의 향배다. 후자는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EU의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전자는 연말 내지는 2024년 상반기에 유력후보군이 1~2가지로 좁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와 시장의 수요 동향에 따라 Maersk가 현재의 선복을 유지하거나 확장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추정된다.

2M 해산발표 이후 지금까지 알려진 Maersk의 대응을 보면 단독으로 물류종합그룹 전략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어떤 형태든 Maersk에 의한 재편의 모멘텀이 나타나지 않는 한 Ocean과 THE Alliance는 당분간 현상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Maersk가 금년 중에 전략을 수정하겠다는 공식적인 발표가 없는 한 전기한 가능성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변경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진다고 생각된다,

해운의 탈탄소화 진행, 그 결과에 따른 선박의 추가발주규모와 시기, 시장에서의 수급사정의 변화, 경쟁법의 동향, 얼라이언스의 재편 등은 상호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연동되어 있다. 현재 탈탄소화를 주도하는 First Mover, 물류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선사, 얼라이언스 재편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는 선사 공히 유럽의 선두주자들이다. 그런가 하면 경쟁법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지역도 유럽이다. 이들의 행보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설사 현 3대 동맹체제가 어떤 이유로 해체, 재편되더라도 유럽 3사들은 재편을 주도하거나 경우에 따라 독자 운항이 가능할 정도의 규모와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독자 운항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선복량을 확보하고 있다면 어떤 면에서는 현 경쟁법하에서의 Market Share 30% 선을 준수하면서 10대 선사체제가 5~6대 선사 체제로 재통합되는 것이 침체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이 될지도 모른다.

5. 인트라 아시아 항로에 미칠 영향

(1) 간선항로 재편과 인트라 아시아 항로

동서 간선항로의 호황에 힘입어 최근 2년여 감소세를 보였던 인트라 아시아 선복량이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초 300만teu에서 2022년 중반 260만teu로 감소하더니 2023년 초 현재 280만teu로 다시 증가했다. Pasha, CU Lines, Transfar, BAL, Tailwind, Kalypso등 한때 과열 경기에 편승하여 용선 선박을 동원, 동서항로에 뛰어들었던 이른바 Micro-Carrier들이 항로에서 철수, 다시 원대복귀(backflow) 혹은 다운사이징(downsizing)하고 있다. 역내에서도 공급이 빠르게 증가하다 보니 운임의 하락 폭도 가파르다. 상해운임지수에 의하면 1월 초 현재 상해-싱가포르 운임은 간선항로 하락폭 이상으로 크게 떨어졌고 일부항로에서는 이미 손익분기점(BEP) 이하로 하락했다(Linerlytica 2022. 12. 26 & 2023. 1. 16).

(2) 인트라 아시아 항로도 3대 얼라이언스가 주도

아시아 역내항로에 투입되고 있는 선복량은 COSCO그룹(OOCL, Pan-Asia, New-Golden Sea Shipping)이 27만 5609teu로 1위이며 그 다음 Maersk그룹(Sea-Land Asia)의 26만 9174teu를 합하면 양대 선사의 비율이 30%에 육박한다. 한국의 K해운(8위)과 J상선(10위)을 포함해 역내항로 전체의 약 81.5%를 점하고 있는 인트라 아시아 Top10중 3대 얼라이언스 소속 6개 선사들의 선복량만 인트라 아시아 전체의 56%를 차지하고 있다(2022년 중반 전체 260만teu 기준). 여기에 미포함된 Yang Ming(건조중 포함), HMM 등의 선복량을 합하면 원양선사들의 인트라 아시아 항로 지배율은 전체의 2/3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Alphaliner, 일본해사신문 2021. 1. 6, 표 생략).

인트라 아시아 Top10 중 아시아권 선사들이 절반 이상을 점하고 있지만 유럽 3사의 비중도 27%에 달한다. 역내항로에는 3대 얼라이언스 소속선사 산하의 Dedicated Carrier와 독자운항선사(Common Carrier)가 함께 취항하는 가운데 역내 물량은 원양항로의 환적물량(T/S)과 순수 역내간 이동하는 Gate Port 물량이 대략 반반 정도로 구성되어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2M의 인트라 아시아 선복이 전체의 19.2%(14.4% Maersk, 4.8% MSC)중 현재 세계 1위의 MSC 선복량이 Maersk의 1/3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해체를 앞둔 MSC가 협력관계를 포함해서 역내에서의 선복 확충에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동서 원양항로에서 90% 이상의 Market Share를 보유하고 있는 3대 얼라이언스 대비 과도하게 분산되어 있는 인트라 아시아 항로 상황을 고려할 때 재편 가능성은 있다. 걸림돌이라면 원양과 달리 대부분 가족 경영 중심체제이기 때문에 지배구도상 재편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역내 항로의 특성상 원양선사들은 시장을 과점하는 것보다는 Common Carrier와 협업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더 실용적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의 흐름은 양자간 건전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방향이 될 것이다. 현재 진행중인 얼라이언스 선사와 Common Feeder간의 협력과 제휴형태에 따라 역내선사의 향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재편의 시동은 역시 글로벌 시장의 재편과 궤를 같이 할 것으로 예상되며 금년 하반기에 접어들면 그 징후가 감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6. 시장의 전망

(1) 최근의 실적으로 본 흐름

일본 3사의 J/V인 ONE의 금년 1~3월(일본 회계년도 4분기)의 예상 세후이익(after tax) 규모는 9억 4천만 달러로 아직은 그런대로 나쁘지 않은 실적이지만 흐름을 보면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2021년 4분기(2022년 1~3월) 기준 세전이익 51억 달러가 2022년 3분기(10~12월)에 28억 달러로 감소하더니 2023년 1~3월 실적은 9억 4천만 달러로 급격한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의 침체에 대한 원인은 타선사들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다만 Maersk 등 일부 선사가 2023년 하반기 반등을 예상하는 반면 HapagLloyd나 ONE은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어서 미묘한 시각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과거처럼 선사들의 선복 감축 노력이 어느 정도 효과적으로, 적기에 시행될 수 있느냐가 반등의 모멘텀을 좌우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년에도 중국 춘절을 전후해서 선사들이 대규모 Blanking을 시행했지만 운임 하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왜 역부족이었을까? 선사들의 결속력이 약화된 것인지? 그동안 비축해둔 풍부한 유동성 때문에 여유가 생긴 것인가? 혹시 화주들의 압박에 굴했거나 아니면 이미 운임경쟁의 문턱을 넘어선 것인지? 만일 후자의 경우라면 예상보다 빨리 전선이 앞당겨진 것이다.

유럽항로의 경우 수익원의 원천인 head-haul(west bound)의 선복이 1/4 이상 감축했음에도 운임 하락 현상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 상황이라면 선사들의 선택은 소석율 위주로 운임경쟁을 하거나 아니면 한 단계 더 강화된 선복 감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문제는 그 실현 가능성이다. 운임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2) 선화주 관계, 달라진 것인가?

스폿 운임의 하락세가 급커브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도처에서 스폿 운임이 계약운임(Service Contract ; SC) 이하로 크게 하락한 가운데 선화주간 협상 분위기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화주들(포워더 포함)은 서두르지 않고 선박을 고르는가 하면 기존 SC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자세다. 우선 화주들은 현 시장의 스폿 운임보다 더 부담해가며 기존 SC를 존중할 생각이 별로 없다. 물론 SC에 물량과 운임이 약정되어 있는 만큼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화주나 운항선사 역시 스폿과 SC 운임의 과다에 따라 Roll Over와 No Show를 관행처럼 해왔던 만큼 법적인 구속력 여하가 크게 문제될 것 같지는 않다.

하락세를 반기는 화주들과 선복량 관리를 통해 운임 붕괴를 막으려는 선사간에 힘 겨루기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선사들이 그렇게 낙관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수요의 증발도 문제이지만 금년과 내년에 집중적으로 인도될 대규모 선복량도 또 다른 부담이 아닐수 없다. 당분간 운임 하락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SC를 서두르기 보다는 시간을 갖고 관망하려는 경향이지만 현재의 시장이 오래갈 것으로 믿고 느긋하게 생각한다면 그것도 그렇게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화주들이 유의하여야 할 사항은 지난 수년동안 선사들의 인위적 선복 관리가 다소 시차는 있었지만 효과적으로 작동했다는 사실이다.

화주의 입장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중장기 물류전략이다. 현재 간선항로는 사실상 9개 대형 선사들이 주도하고 있으나 대형 화주의 경우 5개 전후의 선사들과 거래 유지를 희망하고 있다. 환언하면 불확실한 전망과 함께 선사들의 지속가능성 리스크를 우선 고려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소규모 화주들은 시장의 속성과 협상력의 한계로 스폿 운임 의존도가 클 수밖에 없다.

7. 마무리

2023년은 선사와 화주에게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싼 운임보다 안정적인 물류를 택하는 대형 화주군과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기대하며 운임 사냥에 올인하려는 중소 화주들과 협상해야하는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시장이다. 선사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상반기에 마무리될 대화주 협상의 결과, 즉 SC와 스폿의 비율 그리고 SC 운임 수준이다. 화주는 지난 3년의 지출을 만회하려 할 것이고 선사는 어차피 협상의 위치가 바뀐 상황에서 손실을 최소화하며 장기적 안목에서 대화주 관계를 개선하려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사들의 서비스 차별화 전략을 통한 대화주 신뢰구축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어 보인다. 대형, 소형화주 구분 없이 안정적인 물류수송망의 확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고객관계의 유지다. 결국 시장논리, 정치논리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 다양한 불확실성에 비춰볼 때 아카데믹한 이상론이 아니라 시장을 장기적 안목에서 접근하는 선주와 그렇지 못한 선주간의 차이가 지속가능성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더십과 기업의 지배구도가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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