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정동국제 서동희 대표변호사

서동희 변호사
서동희 변호사

우리나라 항만 터미널 회사 Y는 항만 구역 중 일부에 자동화 야드크레인을 이용해 항만 하역작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구역에서 자동화 야드크레인이 컨테이너를 이동하던 중 옆 열의 컨테이너를 건드렸고 이로 인해 그 컨테이너가 크게 손상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그 옆 열에 높이가 3.1미터인 컨테이너가 2개(문제의 컨테이너)가 적치되어 있어서 하이 큐빅 컨테이너(HC Container)와 비교해도 0.4미터 높게 적치되었던 것이고, 자동화 야드크레인은 이러한 특별한 컨테이너가 거기에 적치되어 있는 줄 예상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물론 Y는 이 자동화 블록(구역)에 일반적인 컨테이너만 배치되게 하고 있었는데, 문제의 컨테이너가 해당 터미널에 반입되기 전에 그 육상운송을 담당한 회사가 COPINO(Container Pre Information Notice)1)를 통해 문제의 컨테이너를 HC Container라고 잘못 알려 주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Y는 문제의 컨테이너를 이미 자동화 블록에 배정하기로 하는 내부적인 결정을 내렸고 문제의 컨테이너를 적재한 트레일러가 터미널 게이트에 도착했을 때 Y는 컨테이너 규격에 대한 확인없이 통과시켜 주었다. 그에 따라 문제의 컨테이너는 자동화 블록에 배치되게 되었던 것이다.

한편 문제의 컨테이너를 자신이 운영하는 선박에 선적해 선박을 해당 항만에서 출항하게 해야 할 해상운송선사 Z는 Y에게 Container Loading List(CLL)를 제공했는데 해상운송선사는 우리나라의 forwarder가 알려 준 내용, 즉 HC Container라고 되어 있는 내용 그대로를 CLL에 포함시켜 전달해 주었다. 그런데 CLL이 전달된 시점은 이미 문제의 컨테이너가 자동화 블록에 배치된 후였다. 손상된 컨테이너의 소유자인 X는 Y와 Z를 피고로 한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법원은 무려 2년 6개월 동안의 심리를 진행한 끝에 Y는 손해배상책임이 있는 것으로, Z는 책임이 없는 것으로 판결했다.

필자는 법원의 판단 내용을 소개하려는 목적보다 최근 늘어 나는 각종 자동화 설비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에 어떻게 재판하는 것이 좋으며 어떻게 손해배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을 지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엄청나게 큰 금액의 손해 건도 아니면서 법원은 물론 당사자들 및 소송대리인들이 2년 6개월 동안 심혈을 기울여 그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최선의 시스템인가하는 회의가 들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율주행차, 자율운항선박이나 AI에 의한 설비 등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데, 그러한 첨단 설비가 운영되던 중 사고가 발생하고 피해가 생기는 경우 운전자의 보험회사, 해당 설비의 보험회사, 해당 설비를 제작한 제작자의 보험회사들(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여진 경우) 간에 사전 합의에 의해 피해가 신속히 전보되고, 해당 보험회사들간에 사전에 정해 놓은 사고유형별 또는 사고내용별 분담비율에 따라 분담하는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근한 예로 자동차의 경우 추돌 차량이 100% 책임을 진다는 것과 같이 사고의 유형이나 내용을 간략하게 사전에 만들어 해당 사건을 처리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고 원인의 규명은 해당 분야를 연구하는 연구소나 학계의 몫으로 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 틀이 만들어지려면 무엇보다 보험 cover가 안되는 사각지대를 없애야 할 것이며, 관련 업계 혹은 자율운행차량을 사용하는 운전자들은 모두 이러한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것으로 되어야 할 것이다.


1) KL Net가 운영하는 전산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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