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인현 교수
김인현 교수

I. 의의

2020년 2월 COVID-19가 발발하였다. 2021년, 2022년 정기선 시장은 예상밖의 호황을 누렸다. 수축될 것으로 보았던 상품수출입 수요는 각국 정부의 재정확대정책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그러나 수송을 담당하던 육상근로자들의 코로나로 인한 입원 등이 늘어났다. 육상에서 적체가 생기자 선박의 화물이 내려질 공간이 없었다. 이로 인하여 선박은 항구에 묶이게 되었다. 그 결과 선박공급은 줄어들어 운임이 폭등했다. 

정기선 시장이 부정기선 시장과 다른 특징의 하나는 정기선은 상품을 실어 나를 컨테이너 박스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규격화된 컨테이너 박스에 상품이 실려서 운송된다. 이렇게 수출입 상품은 이 박스에 넣어져서 수출되고 수입자의 수중에까지 이른다. 

그런데, 운송인에 의하여 제공된 박스는 신속하게 운송인에게 다시 반납되어야한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제때에 반납되지 못하면 운송인은 또 다른 박스를 추가로 준비해야하고 비용이 발생한다. 이를 막기 위해 운송인은 일정한 기간이 지난 다음부터는 체화료 및 지체료를 받고 있다. 이의 법적효력이 최근 많이 다투어진다. 과연 수하인이 운송물 수령의무가 있는지, 박스를 반납할 의무가 자신에게 있는지, 제척기간은 언제부터 기산되는지가 문제되어왔다. 최근 이와 관련한 분쟁이 많아지고 있어서 예측가능한 법제도의 확립이 시급해지고 있다.   

II. 수하인의 운송물 수령의무

운송계약의 당사자는 운송인과 송하인(shipper)이다. 송하인은 운송계약에 의거하여 운송물에 대한 인도청구권을 갖는다. 운임을 지급할 의무 및 운송물을 수령할 의무도 부담한다. 그런데, 멀리 떨어진 국내이거나 외국으로 운송물을 보내는 운송의 경우에는 수하인이 그 운송물을 수령해야 편리하다. 이러한 경우 운송인과 송하인은 제3자를 위한 계약을 통하여 수하인에게 운송물 수령권을 부여하게 된다. 송하인과 운송인은 자신들의 계약의 효과를 제3자가 누리도록 허용한다(민법 제539조). 보험계약이 대표적인 예이다. 보험자와 보험계약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금은 제3자가 수령하도록 하는 것이다. 나용선자가 보험자와 선박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사고시 보험금은 선박소유자가 수령하도록 하는 것이다(타인을 위한 보험계약, 상법 제639조). 보험자는 보험계약관계가 없다고 하여 선박소유자의 보험금 청구를 부정할 수 없다. 제3자를 위한 계약이 우리 민법과 상법으로 허용되기 때문이다. 

운송법에서 제3자를 위한 계약이 법률로 규정화된 것이 상법 제140조이다. 운송계약의 당사자는 송하인과 운송인이다. 수하인은 원칙적으로 운송물 청구권이 없다. 그러나, 제3자를 위한 계약을 이론적 바탕으로 하여 운송물이 양륙항에 도착하면 수하인도 송하인과 동일한 권리를 가진다고 법률이 규정되었기 때문에 법률상 힘으로 수하인은 송하인에게 운송물 인도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수하인이 운송물을 수령할 의무를 부담하는지가 많이 문제된다. 정상적인 상거래에서는 수하인은 수입화물을 찾아서 매각하여 수익을 현실화한다. 그런데, 바나나 가격의 폭락과 같이 수입화물의 가격이 폭락한 경우 수하인은 운송물을 포기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그래서 수하인은 자신은 수령의무가 없다고 주장하고 운송인은 수령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제3자를 위한 계약은 권리에만 적용되고 의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법리상 수하인에게 운송물 수령의무를 부과하기가 어렵다. 운송인은 송하인에게 운송물 수령을 요구해야한다. 이렇게 해서는 여러 가지로 불편하다. 운송인들, 특히 정기선사는 한시바삐 화물을 양륙하고 출항해야한다. 항해용선계약의 경우 수하인의 수령의무에 대한 규정은 없다. 다만, 개품운송의 경우 우리 상법은 “운송물의 도착통지를 받은 수하인은 당사자 사이의 합의 또는 양륙항의 관습에 의한 때와 곳에서 지체없이 운송물을 수령해야한다”고 정한다(상법 제802조). 1991년 상법 개정시 수정하여 추가한 내용이다. 이러한 입법적인 결단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판례는 부정적이다(서울고등법원 2015.12.4.선고  2015나9860 체화료).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은 통지를 받은 것 만으로는 안되고 수령에 대한 사전합의가 있을 것을 요구한다. 은행과 같은 경우 담보로서 선하증권을 소지함에도 불구하고 수령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 미국의 매도인과 우리나라 매수인이 매매계약을 체결했고 매수인이 통지처로 된 경우에 도착통지를 받은 매수인은 위 규정에 의하여 수령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되어야 한다. 수령에 대한 사전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통지처의 기능만하는 자에게 수령의무를 부과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법원의 판단에 의하면 수령의무가 없는 것이 된다. 결국 운송인은 송하인에게 수령할 것을 요구해야한다. 

항해용선계약에서 운송물에 대한 수령의무는 송하인(용선자)에게 있고 개품운송의 경우는 (i) 도착통지를 받아야하고 (ii) 수령의 의사가 나타난 경우에만 수하인에게 부과할 수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 은행이 선하증권을 소지한 경우에는 (ii)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기 때문에 수령의무가 없는 것이 된다. 운송물 수령의무에 대한 명확한 규정화가 필요하다.      

III. 수하인의 컨테이너 박스 반납의무

정기선사가 행하는 컨테이너 운송에서 운송인은 컨테이너 박스를 관행적으로 송하인에게 제공한다. 수하인이 스스로 박스를 제공할 수도 있지만, 운송인이 제공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운송계약이나 운송계약관련 법과 헤이그 비스비 조약에도 박스를 제공할 의무에 대하여 규정하지 않는다. 운송인이 박스를 송하인의 창고에까지 제공해주는 것이 상관습법이라고 볼 수 있다. 상법은 상법전에 나와 있지 않으면 그 다음으로 상관습법이 적용된다고 한다(상법 제1조). 만약, 송하인에게 운송인이 박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면 송하인은 상법 제1조를 근거로 그 제공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송하인이 수출상품을 박스에 넣어서 운송인에게 인도하면 운송인은 이것을 안전하게 수하인에게 보내준다. 컨테이너 박스 안에 담긴 운송물을 수중에 넣은 운송인은 신속하게 자신의 상품을 빼어낸 다음 빈 박스를 운송인에게 넘겨주어야한다. 이런 의무를 수하인이 부담하는가? 운송인이 송하인에게 박스를 넘길 때 송하인이 이를 사용한 다음 박스를 신속하게 반납할 의무를 박스사용 계약상 부담한다고 보아야한다. 

운송인과 수하인 사이에도 이런 의무가 있는가? 계약상 이런 의무가 없다. 선하증권에 송하인은 박스를 신속하게 반납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기재하고, 그 선하증권을 수중에 넣게 되면 그 채권적 효력에 따라 수하인도 이를 부담하게 된다고 해석함이 합리적일 것이다. 선하증권을 소지한 은행과 같은 담보권자도 반납의무를 부담하는가? 부담하지 않는다고 보아야한다. 이런 혼란을 없애기 위하여 “달리 약정하지 않으면 수하인은 운송물을 수령한 후 신속하게 박스를 수하인에게 반납해야한다”고 규정하자.

IV. 지체료의 법적 성질 

운송인은 선하증권상 10일 정도의 프리타임을 주고 그 기간이 지나면 지체료를 지급하도록 정한다(부두에서 수하인이 컨테이너 박스를 찾아가지 않는 경우는 체화료라고 한다.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 선하증권에 이런 내용을 넣기도 하고, 정기선사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기재하기도 한다. 상법이나 국제조약에는 이에 대한 규정이 없다. 그러므로 약정으로 지체료가 실행된다고 할 수 있다. 일당 얼마씩의 지체료를 수하인이 운송인에게 지급한다고 되어있다. 지체료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할증되는 것이 통상이다. 금액의 법적 성질이 문제된다. 

항해용선과 관련하여 선박이 항구에 약정된 허용기간보다 길어지면 용선자는 선박소유자에게 체선료를 지급해야한다. 하루 얼마씩의 금액을 지급하는 것으로 미리 정해둔다. 이의 법적 성질에 대해 우리 법원은 법정의 특별보수라고 본다(대법원 1994.6.14.선고 93다 58547판결; 2005.7.28.선고 2003다12083판결). 과실상계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 학설과 영국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고 한다. 전자의 경우라면 법원은 감액을 할 수 없지만, 후자의 경우는 감액이 가능하다. 

항해용선계약에서의 체선료와 개품운송에서의 지체료는 다르다고 본다. 항해용선계약은 당사자의 대등한 협상력에 의한 계약의 결과라면 개품운송계약은 협상력이 높은 운송인과 낮은 개별 화주와의 계약이다. 또한 후자는 부동문자로 기재되어 화주들이 그 내용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부합계약의 성질을 가진다. 선하증권 이면의 깨알같은 글씨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내용의 수정도 불가하다. 그러므로 법적 성질을 달리 볼 여지가 많다. 하급심에서는 지체료를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고 보아 감액을 허용한다(부산고등법원 2016.1.13.선고 2015나 52893). 지나치게 높은 지체료는 법원이 직권으로 감액이 가능하다. 본 사건에서 약20억원의 체화료를 청구했지만 6억원대로 감해졌다.  

그간 컨테이너 정기선운항에서 대량 화주와 운송인 사이에서는 이와 같은 지체료는 협상을 통하여 서로 주고받는 형식으로 처리되어왔지만, 최근 박스가 귀하게 된 반면 반납은 늦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높은 지체료를 운송인은 포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최근 해사중재나 법원의 소송사건에서 이와 같은 지체료가 쟁점이 된 사건이 여럿있다. 지나치게 높게 부과된 지체료가 당사자의 진정한 약정에 의한 것이 아닌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 박스를 사용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잃은 금액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높게 책정되었다면 소송에서 법원의 직권에 의하여 감액되어버리기 때문에 처음부터 운송인과 송하인측이 금액을 합의로 정할 필요가 있다. 

V. 제척기간의 기산점

권리를 가지는 자가 오랜 기간동안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법은 그가 권리를 더 이상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다. 소멸시효 또는 제척기간 제도이다. 통상 해상법에서 제척기간이 문제가 된 것은 송하인이나 수하인이 운송인에게 운송물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경우이다. 운송물을 인도한 다음 1년 내에 재판상 청구를 해야한다(상법 제814조). 운송인이 화주측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가 바로 지체료이다. 

지체료는 언제 제척기간에 걸리는 것일까? 일반 운송물의 손해배상청구라면 운송물이 인도된 날이 기산점이 된다. 그런데, 지체료는 하루 하루 발생되게 된다. 2021.1.1. 발생한 경우 그로부터 1년이 지나면 제척기간에 걸린다. 그러나, 2021.2.1.에 발생한 지체료는 그로부터 1년이 지나면 제척기간에 걸린다. 그러므로 단일하여 운송물을 인도한 날이라고 하면 안된다는 판결이 최근 대법원에서 나왔다(대법원 2022.12.1. 선고 2020다280685 판결).  

VI. 운송물의 인도와 강제집행 등

운송인은 컨테이너 운송의 대가인 운임을 받지 못하면 운송물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 화주는 운임을 납부하지 않으면 운송물을 찾아갈 수 없다. 컨테이너 박스의 반환이 지체되어 지체료가 미납된 경우에 운송물만 수하인이 찾아갈 수 있는가? 수하인이 컨테이너 박스 반납의무를 부담하여 채무자인 경우에는 역시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와 같이 반납의무가 수하인에게 있는지 애매하므로, 먼저 박스와 분리하여 운송물은 반출이 가능하게 해야 할 것이다. 

운송인은 체화가 된 경우에 운송물을 반출하여 공탁하고 박스를 찾아가서 사용할 의무와 권리가 있는지 문제된다. 선하증권 및 상법 제803조에도 운송인은 운송물을 반출하여 공탁할 권리가 부여되어있다.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무한정 수하인이 운송물을 찾아가지 않아도 운송인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불어난 지체료를 100%로 받을 수 있는가이다. 손해를 줄여주기 위한 노력을 운송인이 하지 않았다면 감액사유가 된다.    

V. 결론

정기선 운항에서 컨테이너 박스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스는 상법상 물적 설비로 규정되어있지 않고 그 사용상 권리의무관계에 대하여도 마찬가지이다. 하루속히 박스의 제공의무와 반납의무에 대한 규정을 상법에 두어야한다. 상법 802조의 수령의무를 부담하는 수하인 규정이 더 정치하게 규정되어야한다.

체화료와 지체료가 합리적으로 부과되어야한다. 지나치게 높은 지체료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되어 법원에서 직권 감액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정기선사와 화주사이에 합리적으로 액수를 정하면 법원도 직권감액을 하지 못한다. 이렇게 되면 당사자 사이에 분쟁의 소지를 없애고 해상운송에 관련된 자들 사이에 예측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특히 최근 미국의 연방해사위원회(FMC)가 미국 개정 해운법에 근거하여 체선료와 지체료의 근거를 명확하게 밝힐 의무를 운송인(정기선사)에게 부과하고 있고 이에 따라 화주와 정기선사 사이에 많은 법적 분쟁이 발생하고 있음도 유의해야한다. (202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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