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원 경영학 박사(한국물류포럼 대표, 전 KMI 기획조정실장)

박태원 박사
박태원 박사

지난 2월에 출간된 챗GPT 관련 책들이 화제다. 반병현의 「챗GPT」 와 이시한의 「GPT 제너레이션」 2권이다. 저자들은 제각기 챗GPT가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어떻게 활용하는지 그 방법을 제시한다, 아울러 챗GPT가 사회 구조와 개인의 삶, 인류 문화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다룬다. 챗GPT와 연동되는 프로그램·소프트웨어·프로세스·하드웨어들이 늘어난다면,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생산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말한다.

인공지능(AI)이 발전할수록 인간이 가진 고유한 기술과 능력을 잃게 될 것이라며 두려워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챗GPT는 확장형 플랫폼을 제공하기 때문에 중소형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개인들에게도 새로운 기회의 장이 열릴 것이다. 이전에는 실현될 수 없었던 신산업과 서비스가 탄생할 것이며, 인류의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저자들은 강조한다.

앞으로 학생들이 써내는 리포트, 직장인이 작성하는 제안서와 기획서, 크리에이터가 만들어 내는 콘텐츠, 기획자가 개발하는 광고나 상품의 아이디어, 디자이너의 상상을 시각적인 형태로 구현한 포트폴리오, 기자가 작성하는 세계 곳곳의 뉴스 기사 등 인간이 만들어 내는 모든 종류의 콘텐츠는 AI 챗봇이 대체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반 사무직에 종사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전문직에 종사하는 화이트칼라나 창의성이 필요한 예술계 종사자들까지 직업적, 경제적 위협을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신기술에 대한 적대적 불안감은 내려놓고, 현실을 똑바로 직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인간을 뛰어넘어 진화할 가능성을 가진 AI를 어떻게 잘 활용하여 인간의 생활을 한 차원 더 높일 도구로 쓸 것인가를 고민하는 냉정함이 필요하다. 전방위적으로 활약하는 AI를 보며 공포에 떨 것인가, AI를 유능한 동료로 맞아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나갈 것인가는 각자의 몫이다. 「챗GPT」와 「GPT 제너레이션」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챗GPT는 미국의 스타트업 오픈AI가 개발한 대화 전문 인공지능이다. 챗GPT는 온라인상의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질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챗봇이다. 특정 사안에 대해 질문을 하면, 답변의 완성도가 기존의 인공지능 서비스보다 한층 발전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빌 게이츠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우리의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한다. 그는 인간 대신 글을 읽고 써주는 능력이 모든 분야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내다봤다. 2년 안에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도 했다.

챗GPT는 ‘인터넷 발명’에 버금가는 대혁신으로 꼽힌다. 세상을 바꾸어놓을 만큼 파괴력이 엄청나다. 인터넷은 구글과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을 탄생시켰다. 우리의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플랫폼 공룡도 출현시켰다. 인터넷이 창출한 부가가치는 실로 엄청나다. 혁신적인 신기술은 게임 체인저가 된다. 시장은 요동친다. 최강자가 몰락하고 스타트업과 언더독의 반란이 일어난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노키아가 무너지고 애플이 떠올랐다. 비슷한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

챗GPT가 돌풍을 일으키자 구글이 비상사태에 들어갔다. 챗GPT가 구글의 핵심 서비스인 검색 엔진을 위협한다는 우려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에 100억 달러를 투자했기 때문이다. 구글은 지금 챗GPT에 대항할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급기야 인공지능 스타트업 앤스로픽에 4억 달러를 투자했다. 앤스로픽은 오픈AI 창립자 일부가 2021년에 회사를 나온 뒤 설립한 인공지능 챗봇 클로드를 제작한 기업이다.

필자가 챗GPT와 마주했다. 글로벌 해운시장의 전망을 물었다. 코로나 팬데믹의 공포에서 벗어나면서, 세계 무역량의 증가로 인해 해운시장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디지털화와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 등 기술적인 발전이 해운회사들의 경영 효율성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해운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고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발생하기 쉬우며, 기술적인 발전과 환경 규제 등에 대한 요구도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글로벌 해운시장을 예측하기는 매우 힘들다면서, 해운산업은 앞으로도 글로벌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원론적인 답변에 실망했다.

해운 공룡 머스크는 90여 년간 축적된 글로벌 무역·해운시장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여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2016년부터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IBM과는 블록체인 기반의 합작회사를 설립하여, 해운 생태계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국제 무역 디지털 플랫폼을 개발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Azure) 클라우드 플랫폼과의 파트너십을 통하여 글로벌 물류 디지털화도 실현했다.

필자는 머스크가 이미 챗GPT보다 성능이 훨씬 뛰어난 첨단의 글로벌 무역·해운시장 AI를 개발하여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경영 전략에 활용하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일찌감치 글로벌 해운시장의 수급을 고려한 적정한 선박량을 유지하면서, 세계적인 물류 공급망의 확충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믿는다.

얼마 전에 매경이코노미스트 칼럼, 유원식 맥킨지 시니어 파트너의 ‘격변기에 추월하는 기업’의 한 대목이 떠오른다. “데이터를 모아 경영 전략으로 변환시키는 거버넌스를 갖췄는가? 애플은 모든 조직이 소비자의 피드백을 취합하고 상품 기획에 반영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그렇다. 챗GPT가 공개되지 않고 숨겨진 특정 기업의 데이터까지 샅샅이 알 수는 없다. 데이터를 축적하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온전히 인간의 몫이다. 결코 챗GPT가 대신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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