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부두운영사 요구 반영없이 건설 강행
기존 부두보다 좁고 운영 효율성도 떨어져

평택항 新국제여객터미널 조감도
평택항 新국제여객터미널 조감도

올해 6월 준공을 앞두고 있는 평택항 新국제여객부두가 정작 부두 이용자인 한중카페리선사와 부두운영사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건설되고 있어 국가 재정만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카페리선사와 하역사들은 수천억원의 국가 재정이 투입돼 건설되고 있는 평택항 新국제여객부두가 오히려 기존 시설보다 캐퍼는 줄어들고 운영 효율성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양수산부에 강력하게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는 선사와 하역사들의 요구대로 계획을 변경해 건설하는 것은 비용과 공기 문제 때문에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입장만 고수하면서 공사를 지속하고 있어 도대체 누구를 위해 新국제여객부두를 건설하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평택항 新국제여객부두를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은 지난해 평택지방해양수산청이 진행한 평택항 新국제여객부두 운영사 공모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평택청은 공모를 통해 단독 응찰한 현 여객부두 운영사인 동방‧대아 컨소시엄을 지난해 12월 30일 운영사로 선정했다. 그러나 양측이 부두개발과 운영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3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동방‧대아 컨소시엄은 “운영사 선정계획 공고에 제안된 13만 8771㎡의 야적장(CY)으로는 현재 5개 선사의 연간 물동량인 30만~35만teu를 도저히 처리할 수 없어 공모시 변경 사업 계획안을 제시해 운영사로 선정됐다. 그러나 평택청은 기존 계획안을 고수하면서 사업자 취소 예정을 통보한 상황이다.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부두공사에 예상되는 문제가 있음에도 설계 수정없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국가 재정 낭비다.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한 新국제여객부두가 건설될 수 있도록 시급히 재검토 및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돌제부두 LO-LO선박 2척 동시처리 불가”

평택항 新국제여객부두가 어쩌다가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됐을까? 동방‧대아 컨소시엄측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사태의 발단은 실제 부두를 이용하고 운영할 선사와 운영사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부두 및 CY 개발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14년 재정사업으로 3만톤급 4선석과 호안 567m, 부지 21만 6천㎡(6만 5340평) 규모의 평택항 新국제여객부두를 건설하기로 최종 결정하고 설계를 거쳐 2018년 5월말 착공했다.

선사들과 운영사들은 설계 당시부터 新국제여객부두의 야적장이 부족하고 선석 처리능력이 떨어진다며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해왔으나 이용자들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채 설계가 확정됐고 그 설계대로 공사가 진행되면서 현재와 같은 상황에 이르렀다.

이용자들이 지적한 新국제여객부두의 가장 큰 문제는 선석이다. 新국제여객부두는 RO-RO 선박용 잔교 2선석과 LO-LO 선박용 돌제부두 2선석 등 총 4선석으로 개발되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돌제부두에서 LO-LO 선박 2척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현재 평택항에는 LO-LO 선박 2척과 LO-LO‧RO-RO 겸용 선박 1척이 기항중인데 월요일과 금요일 이들 3척의 선박이 입출항하고 수요일에는 2척의 선박이 입출항하게 된다.

그러나 폭이 50m에 불과한 돌제부두에서 LO-LO 선박 2척을 동시에 하역 작업은 불가능하다고 운영사들은 지적하고 있다. LO-LO 선박 2척이 접안할 경우 최소 모바일 크레인 3기를 운용해야 하고 해치 커버, 여객 승하선용 셔틀 버스, 트레일러 회전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돌제부두 중앙에 조명탑 3기까지 설치될 예정이어서 2척 동시 작업은 아예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부족한 CY도 문제다. 현재 평택항 국제여객부두 CY는 대룡해운과 교동훼리가 이용하고 있는 7만 7996㎡ 규모의 7부두와 일조국제훼리, 연태훼리, 연운항훼리가 이용하고 있는 PNCT의 8부두 13만 7315㎡ 등 총 20만 9645㎡다. 5개 선사는 약 21만㎡ 규모의 CY에서 연간 약 30만~35만teu의 물동량을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新국제여객부두 CY는 13만 8771㎡로 연간 23만 8천teu를 처리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새로 건설되는 부두임에도 현재 처리하고 있는 물동량도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시설이 부족한 것이다.

동방‧대아 컨소시엄 관계자는 “현재 CY 레이아웃 대로 건설된다면 계획물량인 23만 8천teu 조차 처리하는 게 불가능하다. CY내 운영동, 근로자 대기실, CFS 창고, 컨테이너 검사·수리·세척장 등이 위치하기 때문에 운영 효율성이 떨어져 연간 처리물량이 10만teu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평택청은 부족한 CY는 ODCY를 이용하면 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운영사들은 ODCY를 이용할 경우 셔틀 비용이 추가돼 임대료가 증가하게 되고 결국 선화주들의 비용증가로 이어져 평택항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동방·대아컨소시엄이 제안한 新국제여객부두 배치도
동방·대아컨소시엄이 제안한 新국제여객부두 배치도

“PNCT 지속 활용·게이트 이전해야”

동방·대아컨소시엄은 현재 건설중인 新국제여객부두의 이와 같은 문제점을 고려해 운영사 공모에 새로운 부두운영계획서를 제출했고 이 계획서를 토대로 운영사로 선정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방·대아컨소시엄이 제시한 새로운 부두운영계획서의 핵심은 LO-LO 선박 하역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인근 부두인 PNCT를 활용하고 부족한 CY를 해소하기 위해 게이트 이전 및 트랜스퍼 크레인 설치, 게이트 상부에 운영동·근로자 대기실 설치 등이다.

현재 LO-LO 선박을 처리하고 있는 PNCT를 계속해서 활용하는 방안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新국제여객부두의 선석과 CY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PNCT 16번 선석에서 LO-LO 선박 2척을 처리하고 돌제부두에서 LO-LO·RO-RO 겸용선을 처리하면 선석 문제는 해결되고 PNCT의 CFS 창고와 CY까지 활용할 수 있게 돼 부족한 CY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동방·대아컨소시엄은 PNCT를 활용하는 것만으로는 연간 30만teu 이상의 물량을 新국제여객부두에서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게이트 이전과 트랜스퍼 크레인 설치를 제안했다. 현재 설계상 게이트는 서측에 위치하는데 안전상 문제가 있기 때문에 북측으로 이전시키고 스측에 트랜스퍼 크레인을 설치해 컨테이너 적재능력을 제고하고 운영 효율성도 높이자는 제안이다. 그러나 트랜스퍼 크레인을 설치하려면 야적정보다 더 큰 하중이 필요해 기존 지반공사를 철거후 재공사를 진행해야 돼 평택청은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평택항 新국제여객부두 운영사 선정이 이처럼 난항을 겪으면서 그 피해는 한중카페리선사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선사들은 운영사들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채로 新국제여객부두가 개장할 경우 비용 상승과 하역시간 증가로 심각 경영위기를 겪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평택항 한 관계자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新국제여객부두 사태에 대해 “임대차 계약 체결을 앞두고 정부와 운영사간 마치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새로 만드는 부두가 기존부두보다 캐퍼가 좁고 운영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럴 거면 시설을 새로 만들 이유가 없다. 정부가 비용만 앞세워서는 안된다. 新국제여객부두 개장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부두를 이용할 선사와 운영사들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해 건설하는 것이 국가 재정의 낭비를 막고 평택항 발전을 위한 최선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CY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게이트 상부에 운영동과 근로자 대기실을 
동방·대아컨소시엄은 CY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게이트 상부에 운영동과 근로자 대기실 설치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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