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해상법연구센터 소장)

김인현 교수
김인현 교수

I. 들어가며

지난 주 미국 의회에서 정기선운항에서 경쟁법적용을 제외하던 면제를 더 이상 허용하지않는 법안이 발의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미 작년에도 이런 법안이 발의된 적이 있기 때문에 놀랄 일은 아니다. 이런 움직임이 가지는 법적 의미는 무언지 살펴보아야한다. 정기선운항에 대하여 경쟁법의 적용은 개별국가의 법률에 의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은 미국 국내법의 움직임에 지나지 않지만,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주의해야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HMM과 SM라인이 미국에 취항하고 있다. 미국의 해운경쟁법의 입장은 다른 국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예의주시해야한다.

II. 정기선사의 경우

1. 경쟁법에서 규제대상인 행위

경쟁법은 사업자와 소비자간의 자유로운 경쟁이 유익하다고 본다. 그래서 (i) 사업자끼리 카르텔을 형성하여 공동으로 가격을 정하거나 공급을 조절하는 것을 못하게 한다. 이른바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제한이다. (ii) 기업결합을 하여 독점적 지위를 향유하는 것도 못하게 한다. 기업결합심사의 문제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이 무산된 EU의 기업결합심사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iii) 1개 혹은 수개의 사업자가 시장에 점유율을 높여서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독과점이라서 이를 방지한다.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방지라는 이름으로 나타난다. (iv) 하나의 사업자이지만 소비자에 대하여 불공정한 행위를 하면 처벌대상이 된다. 이중에서 해운산업중 정기선운항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는 것이 (i) 부당한 공동행위이다. 정기선운항은 공동으로 운항을 해야만 하는 산업이 존속할 수 있는 특수한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각국의 경제사정에 따라 이것이 적극적으로 허용되기도 하고 상당히 제한받기도한다.

2. 정기선운항에서 선박공동사용제도

정기선운항은 선박을 이용해 정기적으로 수출입상품을 실어나른다. 우리나라에서 미국서부로 가는 정기선노선을 유지하기 위하여는 최소한 8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유럽의 경우는 12척이 필요하다. HMM이 8척 및 12척을 셋트로 발주한 이유이기도 하다.

컨테이너 터미널과 박스도 필요하다. 일주일에 두 번씩 시간에 맞추어 기항해야하는 정시성(定時性)을 유지해야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터미널이 있어야 신속하게 화물을 양륙할 수 있게 된다. 정기선사는 화주(송하인)에게 컨테이너 박스를 제공해야한다. 이를 보유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본이 필요하고 그래서 컨테이너 정기선운항의 경우에 신규 선사의 진입도 어렵다.

컨테이너 운송은 정기선운항이라고 한다. 정기선은 운송인이 자신의 운항스케줄을 미리 밝히고 이에 따를 의무를 부담한다. 미국에서는 그를 코먼캐리어(common carrier)하고 한다. 항공사, 컨테이너 정기선사, 고속버스 정기노선 등이다. 이들은 높은 책임을 부담하고 또 국가에서 보호한다. 정시성을 유지하려면 공표한 출항시간에 따라 전체 공간의 10%만 화물이 채워졌어도 선박은 출항해야한다. 동일한 미주노선에 50%를 실은 두 회사의 선박이 각각 1척씩 운항하는 것보다 1척의 선박에 100%를 싣는 것이 비용이 싸게 들어가고 운임도 낮아진다. 그리고 남는 선박 한척으로 다른 노선을 개설하면 소비자들에게 운송서비스를 더 잘 제공하게 되어 효용이 높아진다. 이런 목적으로 두 회사가 선박을 공유하도록 협정을 체결한다. 이를 VSA(Vessel Sharing Agreement, 선박공동사용)라고 한다.

그런데, 소비자의 관점에서는 두가지 선택이 하나로 준 것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미국의 해운법에 의하면 이것은 화주에게도 유리하기 때문에 공동행위를 허용한다. 즉 미국의 경쟁법의 적용을 하지 않는다.

3. 운임공동행위와 운항공동행위의 차이

복수의 정기선사들이 모여서 운임을 공동으로 정하면 운임공동행위가 된다. 이는 과거 conference에서 행해지던 것이고 현재 미주 혹은 유럽에서 운임공동행위를 하는 것은 없다. 다만 동남아 선사들과 한일항로에서 유사한 형태가 남아 있다. 한국과 일본의 해운경쟁법은 이를 허용하고 있다.

복수의 정기선사들이 모여서 운항에 대한 공동을 정하고 실행하는 것이 운항공동행위이다. 이에는 선박공동사용제도(VSA)와 노선조종, 컨테이너 터미널 공동사용제도 등이 있을 수 있다. 운임에 대한 공동행위를 허용하지 않는 유럽에서도 이들에 대한 공동행위는 허용된다. 얼라이언스가 행하는 영업의 방식이다. 유럽에는 콘소시아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는 운임공동행위보다 경쟁제한성이 약하기 때문에 운임에 대한 공동행위를 허용하는 경우에는 이런 운항공동행위는 당연히 포함된다. 한국과 일본의 해운경쟁법에서도 이를 허용한다.

III. 최근 미국정부의 경쟁법 강화경향

1. 미국의 해운경쟁법

미국은 해운법(Shipping Act)를 통하여 외국정기선사들이 협정을 체결하고 그 협정을 사전에 FMC에 보고하도록 한다. 이런 절차하에서 정기선사의 공동행위를 허용해왔다. 운임에 대한 공동행위도 허용하다가 1984년 및 1998년 개정을 통하여 서비스계약(대량화주 우대 장기운송계약)을 비밀스럽게 각 정기선사가 화주와 맺을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정기선사들이 운임을 공동으로 정할 수 없게 되었다. 미국은 APL과 시랜드와 같은 굴지의 정기선사들이 운항되고 있었지만 모두 사라지고 화주국이 되어버렸다. 머스크, NYK(현재의 THE ONE)등이 미국의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을 전적으로 실어나르게 되었다.

2. 코로나 시기에 미국에서 일어난 물류대란과 의회의 대책

2021년과 2022년 미국에는 물류가 막혀 운임은 5배-10배 인상되고 선복은 제공되지 않는 일이 발생하였다. 특히 정기선사들이 미국서부의 농민들의 농산물 수출물량을 싣지않고 바로 중국으로 가서 비싼 운임의 화물을 싣고오는 경향이 심화되었다. 코로나로 인한 하역인부의 부족으로 인하여 항만과 육상에서 물류가 흐르지 못하여 지체가 되었다. 미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하여 유동성을 많이 푼 결과 상품수입수요가 많아져서 이를 실어나를 컨테이너 선박은 더 필요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선복이 부족하여 운임이 인상되고 화주는 선복을 확보하지 못한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미국정부는 3대 얼라이언스의 높은 시장 점유율을 문제삼았다. 셔먼법을 적용하여 정기선사를 형사처벌대상으로 조사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미국의회에서는 미국 해운법을 개정하는 작업을 했다. 2022년 해운개혁법은 2022. 6. 16.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되었다. 정기선사들에게 적재공간이 있음에도 화주의 운송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운송의무를 직접 부과했다. 또한 컨테이너 박스 지체료를 합리적으로 부과하도록 하는 등의 제도가 새롭게 실시되고 있다.

미국의 해운법 46 USCA §40307에 의하면 해상 수출입 무역에서 본 법의 요건에 따라 신고되거나 면제되는 운송서비스와 관련된 협정, 적절히 공표된 요율, 요금이나 비용, 규칙 또는 규정에 대한 독점금지법 적용 면제를 규정하였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해운법 46 USCA §40301(a)에 나와있다. 독점금지법 적용면제 사항으로 선사와 선사 또는 선사 사이에 단일운임, 선적량, 기타 서비스 조건을 포함하는 운송운임에 관한 논의, 확정이나 규정(제1호)), 선박 운항, 매출, 수입이나 손해의 합치나 배분(제2호), 항구의 배당 또는 항구와 항구 사이의 항해의 성격 및 횟수의 제한(제3호), 운송된 화물의 성질 또는 수량의 규제(제4호), 선사들이나 해상터미널운영자 사이의 배타적, 우선적, 협력적 업무 협의(제5호), 국제해상운송에서의 경쟁에 대한 통제, 규제나 금지(제6호), 서비스 계약에 관한 문제 논의 및 합의(제7호)를 규정하고 있다.

3. 폐지법안의 내용

2022년 캘리포니아 출신의 짐 코스타 하원의원은 Ocean Shipping Antitrust Enforcement Act(HR 6864, OSAE)라고 불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외국 정기선사들이 누리는 해운법상의 경쟁법 면제조항(해운법 제40307조)을 삭제하는 것을 주내용으로 한다.

이번에 다시 동일한 이름의 법안(HR1696)이 하원에 제출되었다. 캘리포니아 주의 코스타, 게르만디 등 민주당 및 공화당 의원들이 주도했다. 구체적인 법안의 조문내용은 홈페이지에 올라오지 않았다. 설명을 보면 위 두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될 것이다. 경쟁법 적용을 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삭제하면 공동행위가 되면 셔먼법을 포함한 연방경쟁법을 적용하여 이를 어기는 정기선사는 과징금 부과 및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게 된다.

IV. 예상되는 변화

외신에 의하면 이러한 조치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2022년 양하원합동 연두연설에서 3개 얼라이언스를 맹비난하면서 FMC와 미법무부로 하여금 이들을 형사처벌하라고 한 조치의 일환이라고 한다. 미국이 아닌 외국의 10개 정기선사로 구성된 3대 얼라이언스가 세계컨테이너 운송의 80%를 차지하고 미주 동서항로의 95%를 점유하면서 지배력을 통하여 운임을 인상하고 예정스케줄을 지키지않는 등 공급망 단절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정기선사협의회(WSC)가 이러한 기류에 대하여 반대성명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이 법안의 발의자들이 의회의 소 위원회 상임위원장등이라는 이유로 통과를 전망하는 외신도 있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큰 변화가 예상된다. 선박공동사용과 노선조정과 같은 정기선사의 경영전략이 더 이상 허용되지 않게된다. 선박공동사용은 얼라이언스 내부의 슬로트 차터 계약을 통하여 하나의 선박에는 여러 운송인의 컨테이너 화물이 실리게 되는 결과가 된다. HMM과 양밍이 선박공동사용 약정을 체결하면, HMM은 부산항에서 자신이 운송인인 컨테이너화물 1000개를 싣고 까오슝에 가서 양밍이 운송인인 컨테이너 화물 500개를 실어서 미국LA로 간다. 양밍도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싣던 HMM화물을 500개 싣게 된다. 앞으로는 HMM은 대만에서 싣던 500개를 더 이상 싣지 못해서 추가영업이 되지 않으면 빈배로 다녀야한다. 어느 경우에나 동일한 선박이 운항되므로 선박연료유는 동일하게 소요된다. 이제는 컨테이너 박스 1개에 나누어지는 비용이 올라가서 운임이 대폭인상되게 된다. 이는 화주에게도 불리하다.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노선의 조정이다. 불경기가 와서 화물이 없다면 두 개의 정기선사가 다니던 항로를 철수하고 하나만 남기고 다른 대륙으로 이동을 한다고 가정하자. 어떤 항구의 수출자는 정기선 노선이 없어지기 때문에 육지를 통해 노선이 있는 항구로 이동시켜야하는 등의 비용이 발생한다. 공동으로 사업자들이 공급량을 줄이는 행위로 경쟁법위반이 된다. 그런데 이런 노선조정은 정기선사도 영업상 손해를 줄이기 위하여 선택이 가능한 경영전략이다. 그래서 현재의 미국 해운법도 이를 허용한다. 이제는 이를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게 된다. 선박공동사용과 같이 화주들에게 직접적으로 유용하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유익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위 두가지 조치는 화주에게도 경제적인 효용을 가져오는 것이라서 미국의회가 이를 없애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참고로 정기선사의 운임에 대한 공동행위는 미국에서는 사실상 허용되지않고 있다. 장기운송계약(service contract)를 맺을 수 있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정기선사들의 운임은 각양각색이다.

V. 우리나라의 대책

1. 우리나라 제도

우리나라도 미국과 같이 공동행위, 기업결합,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 불공정한 행위등 4가지 사안에 대하여는 경쟁법(공정거래법)을 적용한다. 정기선사의 영업에 대하여는 해운법 제29조에서 운임, 노선, 선박공동사용 등에 대한 선사들끼리의 공동행위를 일정한 조건하에서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기선사는 미주, 유럽, 동남아, 한중, 한일 등 다양한 항로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이번에 문제되는 것은 미국에 취항하는 선박에 대한 것이다. 우리나라 부산에서 화물을 실었는데, 미국인 수입자가 피해를 보았다고 하여 미국 FMC에 제소를 하면 미국 경쟁법이 적용되어 처벌의 대상이 된다. 유럽에서는 운임에 대한 공동행위는 허용되지않는다.

2. 미국해운법이 공동행위를 더 이상 허용하지 않는 경우

미국에서 노선조정과 선박공동사용제도를 더 이상 허용하지않고 경쟁법위반으로 규제하기 시작한다면 우리 정기선사로서는 큰 부담을 안게 된다. 우리 정기선사들은 얼라이언스체제에서도 외국의 정기선사에 비하여 더 많은 선박(머스크등은 30%, HMM은 70%)을 얼라이언스의 공동운항에 제공하고 있다. 스스로 화주와 경쟁력있는 운송계약을 체결할 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이다. 자체적으로 더 많은 화주와 운송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배가된 노력을 취해야한다. 미국은 노선조정만 못하게 하고 선박공동사용은 허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에는 현재 맺고있는 선박공동사용을 위한 슬로트차트 계약을 많이 맺도록 노력해야한다. 어떻게 하던지 소석률을 높여서 공선부분이 적도록 해야한다. 얼라이언스 체제가 해체된 다음 두 정기선사사이에 스페이스 차터를 맺어서 공간을 공유하는 것까지는 금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 학계나 해운협회가 해야할 일

선박의 공동사용제도는 소석률을 높여서 빈배가 다니는 것을 줄이는 것이다. 운송인에게 비용발생을 줄여서 운임을 낮추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인데, 이것을 못하게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운항공동행위는 결합의 강도면에서 세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본다. (i) 정기선사끼리의 단순한 스페이스 차터 운항 (ii) 얼라이언스 체제하에서 스페이스 차터 등을 통한 선박공동사용제도(VSA) (iii) 노선조정 등에 대하여 순차적으로 어느 정도의 경쟁제한성을 가지는지 연구를 해야한다.

현재 우리나라 해운법에는 위 세가지가 모두 허용되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이를 유효한 것으로 인정한다. 다만, 해운법에서 정한 신고 등의 절차를 지키라고 하는 것이다. 한국의 해운법의 입장, 해법학회등 객관적인 학술단체에서 의견서를 미국의회에 제출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4. 우리나라의 정기선정책의 나가야할 방향

우리나라 경쟁법과 해운법은 최대한 운송인에게 유리한 법제도이다. 동남아에만 기항하는 경우에는 운임에 대한 공동행위가 허용되므로 우리 선사들은 해운법에 의하여 공동행위를 해도 되지만, 미국으로 향하는 경우는 우리 해운법보다 강화된 미국 경쟁법과 해운법이 적용된다고 보고 처리를 해야한다. 동남아, 일본, 중국이 지리적으로 포함된 정기선영업을 하는 경우 얼라이언스 체제가 아니고 다수의 정기선사들이 경쟁하는 구도이다. 선박공동사용, 노선조정 그리고 운임에 대한 공동행위는 현재와 같이 허용되어야한다고 본다. 다만, 화주보호를 위하여 화주와 협의하거나 신고를 해양수산부에 하는 제도는 존치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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