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KP&I 박영안 회장·성재모 전무

KP&I 박영안 회장(왼쪽)와 성재모 전무
KP&I 박영안 회장(왼쪽)와 성재모 전무

23년 갱신시 선원보험·해외선단 과감히 정리
9.7억 흑자전망, 위험관리팀 신설해 사고예방

지난 2000년 창립후 줄곧 고정보험료(Fixed Premium) 체제를 유지해왔던 한국선주상호보험(KP&I)이 빠르면 내년 2월 뮤츄얼(Mutual) 클럽으로 전환한다. 

KP&I 박영안 회장과 성재모 전무는 지난 4월 14일 해운전문지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내년 2월, 늦어도 내후년에는 뮤츄얼 클럽으로 전환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P&I는 고정보험료 체제인 픽스드 구조임에도 클럽 운영은 뮤츄얼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세계에서 찾기 힘든 기형적인 구조의 P&I클럽이었다. KP&I는 지난해부터 뮤츄얼 전환을 위해 다각적으로 검토해 왔고 올해 회원사들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설득 작업을 진행해 내년 2월 뮤츄얼 클럽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성재모 전무는 "뮤츄얼로 전환할 경우 요율 손해, 추가보험료 징수 가능성 때문에 일부에서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뮤츄얼 전환은 손해율이 우수한 국적선박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추가보험료나 요율 손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KP&I는 또한 올해 국적선대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사고 예방 대책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흑자 전환하겠다는 목표도 발표했다. 

다음은 KP&I와 기자단이 나눈 일문일답.


-지난해 영업실적은 어땠나?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22.3% 증가한 373억원을 기록했지만 당기순이익은 28억원 적자를 냈다. 2021년 47억원 적자를 낸데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내면서 75억원의 누적 적자를 냈다. 최근 5개년중 3개년 적자를 냈는데 수익성 개선이 중요한 과제다. 전년대비 적자폭이 줄어든 것은 다행히 사고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2021년 총사고액이 2060만 달러였는데 지난해 1780만 달러로 280만 달러 줄어들면서 적자 폭이 줄어들었다.

KP&I 영업실적 변화 추이(단위 : 억원)
KP&I 영업실적 변화 추이(단위 : 억원)

-최근 단행한 조직 개편의 특징은?

=사업1팀, 사업2팀, 경영지원팀 등 기존 3개팀을 세분화시켰다. 사업1팀, 사업2팀은 계약1팀, 계약2팀으로 이름을 바꿨고 경영지원팀은 그대로 유지했다. 대신 보상팀과 위험관리팀을 신설했다.

기존 사업1팀, 사업2팀이 각자 하던 보상업무를 하나로 합쳐서 보상팀을 만들었다. 보상팀을 이원화시켜 운영하다 보니 팀의 인력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고 비효율적인 부분도 있어서 팀을 합치는 것으로 결정했다. 보상팀 신설로 대형사고에 신속 대응할 수 있게 됐고 보상범위의 일관성 유지, 신규 입사자 교육 등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보상팀과 함께 전원 해기사로 구성된 위험관리팀(RM)도 신설했다. 위험관리팀은 앞으로 사고 예방활동을 통해 사고를 절감함으로써 수익성 개선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KP&I 조직도
KP&I 조직도

-4년만에 흑자예산을 편성했다고 들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연속 적자 예산을 편성했는데 올해 처음으로 9억 7천만원 규모의 흑자 예산을 편성했다. 2019년 솔로몬 트레이더호 사고 이후 재보험료가 상승하면서 수익을 낼 수 없는 사업 구조가 되버려 적자 예산을 편성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지난해 12월 이사회 승인을 받았다. 이 계획을 2023년 갱신에 적극 반영해 수익성을 개선시켰다.

KP&I가 계속해서 적자를 내는 이유는 선원보험, 해외선단, IG 제휴상품 등 3가지 상품이 매년 예외없이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갱신에서 적자를 내는 3가지 상품을 과감하게 정리했다.

-2023년 갱신 결과를 설명해 달라.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조합원수는 24개사 줄어든 203개사, 가입척수는 221척 줄어든 753척, 연간 보험료는 203만 달러 감소한 3359만 달러다. IG 제휴 보험료를 제외한 KP&I 순보험료도 242만 달러 감소한 2742만 달러다.

갱신하면서 보험료를 11% 인상했는데도 보험료가 줄어든 것은 앞서 말씀드린 적자요인 3가지 상품을 과감히 정리했기 때문이다. 먼저 해외선단은 2021년 123척이었지만 지난해 97척, 이번에 40척으로 대폭 정리했고 남아 있는 선박들의 보험료를 14% 인상했다. 선원보험도 지난해 165척에 보험료 207만 달러였는데 이사회 승인을 거쳐 올해 모두 갱신을 거절했다. 해외선단 감소로 233만 달러, 선원보험 갱신 거절로 207만 달러 등 전년대비 440만 달러 정도 순보험료 감소가 있었다.

KP&I 2023년 갱신결과
KP&I 2023년 갱신결과

IG 제휴 프로그램은 올해 전년대비 3척 늘어난 130척, 보험료는 22.7% 증가한 1093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적자다. 그럼에도 IG 제휴 프로그램을 접을 수 없는 것은 대형선 유치를 위해서다. 다만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제휴 클럽들과 협상해 우리 수입 포션을 지난해 35%에서 44%로 확대했다. 우리 포션을 늘리면서 순보험료도 전년대비 53.4% 증가한 479만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IG클럽과 갱신하면서 인상되는 보험료 전체를 모두 우리 포션으로 받았고 IG클럽 인상분까지 우리 포션으로 가져와서 수익성이 많이 개선됐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는 아마도 IG 제휴 프로그램도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G 제휴 프로그램 갱신 현황

-올해 주요 사업계획은 무엇인가?

=올해 흑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고 예방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직개편을 통해 위험관리팀을 신설한 것도 이를 위한 조치다.

사고 예방을 위해 선사들과 협업하는 부분도 있고 클럽 자체적으로 실행하는 부분도 있다. 올해 FD&D 신용 위험 관리 지원, 어망 및 양식장 손상 클레임 가이드 제작, Master’s Handbook 제작, 가입선사 비해기사 대상 교육 프로그램 진행, 사고 예방을 위한 선원용 Pocket Guide 제작, Condition Survey 강화, 강화된 선원건강검진 지원사업 등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러시아, 이란, 북한 등 주요 국제 제제, 작년에 발효된 중대재해처벌법 등에 대한 최신 정보를 업데이트해서 안내할 계획이다. 또한 현재 클럽의 경영성과 지표를 이사회에서만 공개하고 있는데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경영성과 공시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가능하면 올해, 늦어도 내년까지 구축해서 투명하게 회계자료, 경영성과 등을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차세대 전산시스템 개발을 마무리하고 지난해 9월에 오픈했는데 아직 개선해야 될 부분이 있다.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개선해 나가는 한편 백서도 올해안으로 작성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국적선 가입 확대도 추진할 계획이다.

-국적선 가입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말해달라.

=보험료 기준으로 국내 P&I 시장은 1억 8천만 달러 규모인데 우리 클럽 점유율은 15%(27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세부적으로 보면 가스공사, 한전 등 공기업 관련된 선박이 115척 정도인데 이중 12%인 14척만이 KP&I에 가입돼 있고 포스코 원료 운송선은 27척 중 7%인 2척만 가입돼 있어 가입률이 매우 저조하다. 올해는 공기업 및 포스코 전용선 유치를 위해 역량을 모아 나가려고 한다.

해양수산부도 공기업 및 포스코 전용선 유치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어서 기대를 하고 있다. KP&I의 대형선 유치를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요인중 하나가 원자재 구매계약서나 화주와 선사가 체결하는 화물운송계약서, 용선계약서 등에 IG클럽 소속 클럽에 가입된 선박을 사용해야 한다는 자격요건 조항이다.

그동안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대형화주들과 협의를 진행해 한전으로부터 IG클럽과 동등한 자격을 부여받았고 포스코와도 계속해서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 있다. 이렇게 화주들과 만나면서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고 있지만 어떤 클럽을 선택할지는 최종적으로 선사에 달렸다. 결국은 국적선사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면서 가입을 유도할 수밖에 없다. 국적선사가 적극적으로 지지해준다면 현재 15%에 머물고 있는 인 KP&I 시장점유율을 30%까지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뮤츄얼 클럽 전환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전세계 P&I 클럽중 픽스드임에도 뮤츄얼로 움직이는 클럽은 KP&I 말고 찾기 어렵다. 운영은 뮤츄얼로 하면서 보험료는 픽스드인 기형적인 형태인데 반드시 개선돼야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뮤츄얼 전환을 추진하고 있고 현재 이사회내 소위원회를 구성해 검토작업을 진행중이다. 현재까지 소위원회 논의로는 뮤츄얼로 전환한다는데 긍정적인 반응이다.

아직까지는 뮤츄얼 전환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단계인데 선사 실무자들은 본능적으로 반대하는 기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선사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뮤츄얼로 가면 추가 보험료를 낼 수 있기 때문에 부담감, 혹은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선사들의 이러한 부담감이나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한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뮤츄얼 전환은 우선 손해율이 좋은 국적선사를 대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해외 선단과 IG 제휴 프로그램 가입 선박을 제외한 나머지 국적선박의 손해율을 보면 7~8년 평균이 50% 초반대를 기록할 정도로 대단히 안정적이다. 이정도 손해율이라면 뮤츄얼로 전환해도 추가 보험료를 징수할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뮤츄얼 시스템으로 가면 요율에서 손해를 보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뮤츄얼에 따른 요율 손해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선사들이 우려하는 것 중 하나가 다른 클럽으로 이동할 때 기존 클럽의 요율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IG클럽의 경우는 다른 클럽으로 이동하면 같은 요율을 적용받아야 하는 핸디캡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IG클럽 회원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핸디캡은 없다.

또한 뮤츄얼은 모든 회원사가 아니라 원하는 회원사만 대상으로 하는데 뮤츄얼로 전환하는 회원사에 대해 어떠한 이점을 줄 것인지를 검토하고 있다. 가령 IG클럽처럼 클럽에 수익이 발생할 경우 보험료를 환급하는 시스템을 검토중이다.

이런 부분들을 올해 1년 동안 회원사들에게 잘 설명드리고 준비를 해서 내년 2월 뮤츄얼로 전환한다는 목표다. 혹시 늦어져도 2025년에는 반드시 뮤츄얼로 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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