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국적선사 매각 소식 그 대책은?>

요즈음 해운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은 국적 외항선사들의 연이은 매각 이슈이다. 우리나라 거의 유일의 원양 컨테이너선사인 HMM에서부터 현대LNG해운, SK해운, 폴라리스쉬핑 등이 연이어 매각 뉴스로 신문의 앞자리를 장식한 바 있다. 특히 현대LNG해운의 해외 매각 입찰 뉴스가 나오면서 해운업계는 ‘올 것이 왔다“는 자조적인 말과 함께 국부의 국외유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한층 높아진 요즈음이다. 해운호황에 기뻐할 사이도 없이 다시 불황으로 빠져들기 시작한 작금의 현실에서, 굵직굵직한 국적선사들의 자사 매각 경쟁은 우리들에게 무거운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

이처럼 꽤 많은 수의 중대형 국적선사들이 매물로 나오게 된 것은 2008년 9월 이후 장기해운불황으로 인한 해운업계의 구조개편 과정에서 전통의 해운회사들이 넘어진 자리에 새로운 세력들이 들어오면서부터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13여년의 혹독한 해운불황 속에서 근해항로의 컨테이너선사들 같은 경우는 생존할 수 있었으나, 원양 컨테이너선사나 부정기선사들은 제대로 살아남은 회사가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이때 대형 국적선사들의 사업부문을 인수하여 새롭게 해운업계에 진출한 것이 바로 사모펀드(PEF)나 M&A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이었다. 이들 기업이 시간이 지나 최근들어 회사를 매각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기업의 형태상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사실 해운업계에 새로운 세력으로 진출한 사모펀드나 M&A전문 기업의 문제점은 일찍부터 예견이 돼 왔다. 이들은 해운전문기업으로 회사를 성장 시키는 것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팔아서 매각 차익을 극대화하는데 더 관심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들은 우리 외항 국적선사들이 위기에 빠졌을 때 그나마 사업을 지켜내게 했다는 공로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해운산업 발전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던 것이 사실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어느 기업이든 자신들의 판단에 의해 그 회사의 거취를 결정하는 것을 외부에서 압력 행사하거나 방해해서는 안된다. 설사 그것이 다른 기업이나 집단의 이익에 반할지라도 그 기업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면 존중해 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전체주의 사회가 아닌 이상 국가에서도 함부로 사익을 침해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개별기업의 행동이 국부 유출로 이어져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면 이것은 재고해봐야 할 문제이다. 이번에 해양수산부가 현대LNG해운의 해외 매각 움직임에 대해 시나리오 별로 여러 가지 대응책을 마련한 것도 이런 차원에서 이해가 가는 조치이다. 소위 전략화물 혹은 지정화물이라고 부르는 전략적 필수 물자의 운송권을 남의 나라에 넘겨주어서는 경제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상에서도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적선사가 사정상 회사를 매각하더라도 인수에 있어 국내 선사들을 제1순위로 올려놔 달라는 해운업계의 요구는 결코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

이들 가운데 특히 HMM의 제 3자 매각 방안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20여척의 신조선 발주 등에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많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의 해운호황으로 14조원이 넘는 현금 유보금이 있고, 대신에 2조 7천억원 정도 영구채를 가지고 있는 점도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사실 우리는 해양수산부에게 HMM의 매각 방안 마련에 앞서 정기선 해운정책 방향을 좀 더 명확히 할 것을 요구했으면 한다.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설립과 HMM의 신조선 건조 성공 등을 뒷받침했던 해운재건 5개년 계획도 사실상 마무리 된 마당에 이제는 정말 신해양강국으로 나가기 위한 원대한 계획을 세워야 할 때라고 본다. 그런 연후에 HMM의 향방을 결정한다면 보다 뚜렷한 방향을 찾을 수가 있을 것이다.

정부당국의 해운정책은 우선 정기선과 부정기선으로 나누어 부문별로 수립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제와서 해운업계의 재편을 다시 논할 수는 없는 입장이지만, 이번에 이슈가 된 것처럼 사모펀드나 M&A전문기업의 해운업 매각에 대한 대책 등도 큰 틀에서 마련돼야만 한다. 정기선의 경우는 특히 항로별로 어떤 정책을 가져갈 것인지가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인트라아시아항로에서 국적선사를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 원양선사와 근해선사의 조화를 어떻게 이뤄나가야 할지도 청사진에 담아야 한다.

우리 해운업계는 예로부터 ‘한솥밥 정신’이라는 것이 있어왔다. 한솥에 밥을 하여 서로 나누어 먹는, 상호 협력하고 상부상조하는 상생정신이 곧 ‘한솥밥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해운업계의 집단 이기주의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업계가 단결하여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오늘날에도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5월 31일 바다의 날을 국정기념일로 정하여 여러 가지 행사를 하고, 해운업계가 최근 한국해운협회를 중심으로 공익재단 ‘바다의 품’을 설립한 것도 이러한 상부상조 정신의 발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는 우리 해운업계의 전통세력이든 신흥세력이든 막론하고 공익적인 일에는 적극 동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일부 선사가 ‘바다의 품’ 설립에도 아직까지 합류를 못하고 있는데, 조만간 함께 뜻을 같이 할 것이란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국적선사의 해외 매각 논란으로 ‘정통 해운회사 육성’의 필요성이 한층 부각이 되고 있다. 한진해운을 살려내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면 해양수산부는 향후 제2의 한진해운 사태를 막고, 한국해운산업을 진정 육성·진흥시키기 위한 새로운 종합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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