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원 경영학 박사(한국물류포럼 대표, 전 KMI 기획조정실장)

박태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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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버핏은 애플의 최대 고객이다. 그가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3,600억 달러 주식 포트폴리오 중에서 애플의 비중이 40%에 이른다. 애플 전체 지분의 6%를 보유하고 있다. 워렌 버핏이 애플에 투자하는 이유는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인 팀 쿡이 있기 때문이다. 워렌 버핏은 팀 쿡의 뛰어난 경영철학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팀 쿡의 애플에는 고객들의 절대적인 신뢰와 사랑을 받는 걸출한 제품들이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역사는 1976년에 캘리포니아주의 작은 창고에서 ‘애플 I’이라는 개인용 컴퓨터를 조립하면서 시작되었다. 애플은 초창기에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경영 실패와 판매 부진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해임되고, 12년 만에 복귀하기도 했다. 스티브 잡스는 휴대용 MP3인 아이팟과 맥북, 아이맥 시리즈 등을 개발하여 애플을 되살렸다. 애플의 이러한 부활에는 스티브 잡스의 걸출한 경영철학이 있었다. 단순함에서 우러나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 디자인 경영이 바로 그것이다.

2011년 10월 5일에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나자, 전 세계 언론과 IT 전문가들은 일제히 애플 제국의 종말을 예견했다. 팀 쿡이 스티브 잡스를 대신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1998년 3월에 스티브 잡스의 부름을 받고 애플에 합류했던 팀 쿡은 세상의 우려를 비웃듯 탁월한 경영실적을 쌓았다. 애플의 매출액과 순이익은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났다.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면서도, 조직 전체를 아우르는 팀 쿡의 통합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

팀 쿡은 성격과 스타일, 가치관 등에서 스티브 잡스와 딴판이다. 카리스마와 추진력, 천재적인 상상력을 과시하던 스티브 잡스와는 달리 팀 쿡은 침착하고 차분한 성격의 조직 운영 전문가이다. 팀 쿡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애플 제국을 꾸려나갔다. 팀 쿡은 애플은 물론이고 IBM, 인텔리전스 일렉트로닉스, 컴팩 등에서 인정받는 생산·운영 전문가였다. 협력 업체를 관리하고, 부품이 제때 공급되도록 하며, 재고를 줄이고, 품질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그의 주된 업무였다.

팀 쿡의 애플은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내놨던 아이폰처럼 세상을 바꿀 혁신제품을 내놓지는 못했다. 그러나 팀 쿡은 아이폰을 지렛대 삼아서 회사 성장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애플워치, 에어팟 등 웨어러블 기기들이 대표적인 제품들이다. 애플은 신사업 분야에서도 두드러진 성장을 기록했다. 애플은 2014년에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 2015년에 음악 서비스 애플뮤직을 각각 출시했다. 2019년에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TV 플러스와 게임 구독 서비스 애플 아케이드 등 음악과 앱 판매, 그리고 디지털 구독에 기반을 둔 서비스 사업을 확장해 왔다.

애플은 수년 전부터 최대 생산기지인 중국에서 인도로 핵심 공급업체들을 이전시켜왔다. 애플은 인도의 생산 비중을 현재의 5%에서 2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한 일부 생산 거점의 베트남 이전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애플은 인도와 베트남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에 뭄바이와 뉴델리에 애플스토어를 열었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5%에 불과하지만, 높은 성장잠재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애플을 이끄는 팀 쿡의 차별화된 경영철학이 주목받고 있다. 챗GPT로 상징되는 인공지능(AI)의 획기적인 진화에 발맞추어 IT 기업들이 앞다투어 AI 기술 도입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애플은 서두르지 않는다.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정리해고 돌풍이 불고 있지만 애플은 인력 감축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 이는 팀 쿡 특유의 ‘느림의 경영철학’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올해 1분기 실적발표회는 실적 발표 내용보다 팀 쿡이 진행한 질의응답 내용에 더 큰 관심이 쏠렸다. 팀 쿡에 쏟아진 질문 가운데 가장 이목을 끈 것은 최근 글로벌경제의 최대 화두인 AI 기술에 대한 애플의 대응이었다. 팀 쿡은 AI 문제는 결코 서둘러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애플은 다른 기업들이 AI 기술 도입에 나선다고 해서 덩달아 춤을 출 생각은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팀 쿡의 ‘느림의 경영철학’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인력 감축 문제와 관련해서도 돋보인다. 최근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으나 애플만은 다르다. 팀 쿡은 “그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매우 신중하게 인력을 늘려온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라면서 “종전처럼 큰 폭은 아니지만 소폭으로라도 채용을 이어가는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팀 쿡은 위험을 회피하는 실용주의적 경영 방식을 추구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경영 방식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일론 머스크는 야심 차고 높은 수준의 목표를 설정한 다음에 강력하게 밀어붙인다. 비용 절감을 위한 인력 감축과 사무실 폐쇄도 서슴지 않는다. 경영 전문가들은 기업 CEO들이 일론 머스크보다는 팀 쿡의 방식을 따를 것을 권유하고 있다. 조용하지만 신중한 경영 방식은 유행을 타지 않고 꾸준히 이어지기 때문이다.

팀 쿡은 애플의 판매 실적과 시장 지배력의 강화는 물론이고, 환경 보호와 사회적 책임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었다. “애플은 항상 만족하지 않고 내일을 위해서 일한다. 애플 직원들은 불가능에 도전 의식을 느낀다.” 더 나은 지속 가능성을 위한 변화와 혁신, 애플의 비전이 담긴 팀 쿡의 말이다. 글로벌 1위 기업 애플에는 뛰어난 CEO 팀 쿡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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