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유조선사협회 박성진 회장

한국유조선사협회 박성진 회장
한국유조선사협회 박성진 회장

예선문제 근본적 해결위해 관련법 개정 추진
친환경선박 대체 위한 표준선 개발‧공동 발주

한국 중소형 케미컬 탱커에 승선중인 한국 선원들의 평균 연령이 70~80세에 이를 정도로 고령화돼 있고 이마저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아 외국인 선원을 대체 고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유조선사협회 박성진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중소 유조선사들의 선원 부족 문제가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며 노조와 협의를 통해 외국인 선원 대체 고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진 회장은 또 한국해운협회와 한국해운조합, 한국해양대학교가 공동으로 해외에 선원학교를 설립해 우수한 외국인 선원을 양성하자고 제안했다.

박 회장은 자국 선원을 구하지 못해 해외로 나가버린 일본 케미컬 탱커 선사들의 예를 들면서 정부가 지금처럼 중소유조선사들의 선원 문제를 방치할 경우 일본과 같은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박 회장은 선원문제 뿐만 아니라 중소유조선사들은 최근 한중일간 액체 화물운송량은 감소하는데 반해 예선료를 비롯한 항비는 급격하게 오르고 있어 선사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유조선사협회는 4년째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대산항 예선 문제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예선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관련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친환경 선박 건조를 위해 표준선형 개발 및 공동발주도 추진할 계획이다.

다음은 박성진 회장과 나눈 일문일답.

-대형 화주들과 거래하면서 불합리한 점은 없나?

=중소형 유조선사들은 정유회사 같은 국내 대형화주나 오일메이저들과 거래를 하기 때문에 불합리한 점이 여럿 있다. COA 계약시 유가 변동이 운임에 반영되는데 통상 6개월 평균 유가가 일정 비율이상으로 움직여야 운임에 반영시켜 주고 있다. 문제는 유가가 급등해도 일단 선사가 오롯이 부담하고 서비스해야만 한다는 데 있다. 만약 6개월 동안 유가가 급등했다가 떨어져 결과적으로 평균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으면 선사들은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게 된다.

이처럼 COA 계약이 선사들에게 불리하게 돼 있지만 거래 고객들이 대형 메이저이다 보니 개선을 요구하지 못하고 있다. 유가 변동이 즉각적으로 운임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SIRE 수검 문제는 해결됐나?

=여전히 자기부두내 SIRE 수검을 금지하고 있다. SIRE(Ship Inspection Report)는 케미컬 탱커에 특화된 검사로 화주가 요구하는 데 선급 검사보다 훨씬 까다로운 안전 검사다. SIRE는 선체 검사뿐만 아니라 운항, 화물 하역 등 오퍼레이팅 안전까지 검사하기 때문에 부두나 터미널에 접안시 진행돼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화주들은 SIRE를 요구하면서 부두 규정을 근거로 외부 검사원 방선이나 외부 수검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울산항 1개 부두에서 SIRE 검사를 허용해주고 있는데 많은 케미컬 탱커들이 SIRE 검사를 받으려 하다 보니 일정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급한 경우 해외에서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어 비용이 증가하는 문제도 있다.

-대산항 예선 문제는 해결됐나?

=대산항예선조합이 2019년 공동순번제로 전환한 이후 예선료가 최대 150%나 인상되면서 협상을 시작해 벌써 4년이 지났지만 번번이 합의에 실패했다. 해운협회 중재로 마지막 협상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 중앙예선운영협의회에서 예선사용료를 8.4% 인상하기로 합의했는데 대산항은 우리와의 협상 때문에 인상요율 적용이 유예되고 있어서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를 짖게 될 것이다.

현재 진행중인 협의안은 당초 해운협회가 제안했던 중재안보다 후퇴했지만 이 문제를 더 이상 끌고 가기에는 우리도 너무 지쳤다. 회원사들과 논의해 가능한 빨리 마무리 짓고 후속 조치를 진행할 계획이다. 대산항외에도 울산항과 여수항 예선료가 과도하게 인상돼 선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데 보다 근본적으로 예선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려고 한다.

정부는 선박입출항법을 개정해 사실상 예선업을 보호해 왔고 그 결과, 전국항만 예선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25%에 달할 정도로 과도한 이익이 창출되고 있다. 선박입출항법이 개정된지 올해말로 5년이 되기 때문에 법개정을 통해 예선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

-예선료가 많이 올랐다고 하는데 다른 항비들은 어떤가?

=각 지방 예선들이 공동순번제 전환으로 예선료 인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서 강취방, 통선, 대리점, 심지어 청수까지 요율이 지속적으로 인상되고 있다. 특히 올해 울산항 대리점료가 30%나 인상됐고 여수광양항도 15% 인상됐다.

원양항해 비중이 높은 대형선사들은 매출에서 항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2% 수준이지만 한중일을 운항해 입출항이 빈번한 중소형 케미컬 탱커 선사들은 항비 비중이 10%에 육박한다. 한중일 액체화물 물동량 감소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항비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어 선사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외국 항비와 비교해도 국내 항비가 더 높은 상황이어서 가격 안정화가 시급하다.

-선원 부족 문제가 심각한데…

=소형 케미컬 탱커 선사들이 직면한 가장 어려운 문제중 하나가 바로 선원 문제다. 소형 케미컬 탱커에 승선중인 한국 선원의 평균 연령이 70~80대일 정도로 대단히 심각하다. 젊은 해기사들이 대형선사를 선호하고 정년이 지나서야 중소선사들을 찾다 보니 평균 연령이 높을 수밖에 없다. 협회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지정선박 척수와 부족한 한국인 선원수를 조사해보니 40척에 약 150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케미컬 탱커는 메이저 검사, SIRE 검사 등을 받아야 하는데 선원들이 점점 노령화되면서 자질이 부족해져 수검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고 선박 안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한국인 선원을 구하지 못하는 중소유조선사들에 대해서는 의무 승선 한국인 선원수를 줄여주고 외국인 선원으로 대체해 채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이러한 규제 완화는 물론 노조가 먼저 도와줘야만 가능한 일이다.

유능한 외국인 선원을 확보하려면 하루 빨리 해외에 외국인 선원학교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 해운협회와 해운조합, 한국해양대학교가 협력해 캄보디아, 라오스 등 비영어권 국가에 외국인 선원학교를 설립하고 한국어 교육과 실무교육을 통해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면 좋겠다. 이들을 의무적으로 내항상선에 승선시킨후 몇 년후 외항상선으로 이직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면 선원 부족 문제 해결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정선박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국가필수선박은 한국인과 외국인의 급여차액을 보전해 주고 있지만 지정선박은 의무만 있고 혜택은 전혀 없다.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과 해운협회, 해양수산부가 공동으로 시행 중인 국적해기사 일자리 지원사업도 정규직에 한해서만 지원을 해주고 있어 사실상 대형선사들만 혜택을 받고 있다. 정규직 고용이 어려운 중조선사들도 사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

사실 대형선사보다 중소선사들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대형선박들은 국내에 자주 기항하지 않지만 중소선박들은 국내에 자주 기항하고 선박 수리도 거의 국내에서 진행한다. 대형선사들은 월드와이드로 운항하기 때문에 선원을 수급하는데 중소선사들보다 훨씬 유리하다. 따라서 선원 수급이 어렵고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큰 중소선사들을 중심으로 선원정책이 개편돼야 한다.

중소 케미컬 탱커는 증서도 많고 선원 교육, 위험물 교육 등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선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원칙만 강조하다보면 결국 일본과 같은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일본은 선원 비용과 수급 문제 때문에 케미컬 선사들이 대부분 해외로 나가버린 상태다. 중소선사들의 선원 문제를 정부가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 주었으면 좋겠다.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는데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환경규제가 강화되면 결국 LNG, 메탄올, 암모니아 등 대체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으로 신조 대체할 수밖에 없다. 대형선들은 이미 LNG나 메탄올 등 대체 연료 이중연료 선박들을 발주하기 시작했지만 소형 선박은 쉽지가 않다.

특히 우리와 같은 1만톤 이하 소형 케미컬 탱커는 LNG 연료탱크를 장착할 공간이 없어서 이중연료 선박을 건조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LNG 이중연료 선박 중 1만톤 이하 케미컬 탱커는 아예 없고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도 없다. 결국은 완벽한 대체 연료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중 연료 선박은 고사하고 기존 노후선을 대체할 조선소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 협회 회원사들이 많이 보유하고 있는 8천~1만dwt 규모의 소형 케미컬 탱커나 LPG 운반선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가 국내에 거의 없다. 일본이나 중국에서 건조해야 하는데 슬롯을 확보하기 어렵고 건조 품질에도 문제가 있다. 특히 해외에서 건조할 경우 선박 금융을 조달하기 어렵다.

신조선 대체 발주를 위해서는 결국 표준선형을 만들어서 공동 발주하고 해양진흥공사에서 금융을 지원받을 수밖에 없다. 우선 대산항 예선 문제 등 급한 문제부터 해결하고 나서 수요 조사와 표준선형 개발을 시작할 계획이다. 중소형 케미컬 탱커의 경우 각자 거래하는 정유사들이 다르다 보니 범용성을 가진 표준선형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 그러나 협회 설립후 회원사간 협의가 잘 진행되고 있어 표준선형을 만들고 공동 발주하는 일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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