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터치웰 부사장

피터 터치웰 부사장
피터 터치웰 부사장

컨테이너 운송 시장은 현 상황이 익숙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 몇 년 동안의 공백기를 깨고 선복 과잉 및 운임 인상(GRI)이 다시 나타나면서 마치 팬데믹 이전으로, 어쩌면 더 단순한 상황으로 돌아간 듯 보인다.

하지만 수요 감소와 에너지 전환의 실질적 영향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선사가 이에 대응하여 선복량을 상당히 줄일 가능성 등 여러 새로운 요소를 고려할 때, 과거와의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이 업계에 오래 있었던 사람들은 최근 쇄도하는 운임 인상 시도를 보고 2010년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당시 선사들은 취약한 펀더멘털을 극복하기 위해 인위적인 해당 조치를 주로 시도했지만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다.

과거 업계 상황을 고려하면, 기존 전 세계 컨테이너선의 약 30%에 해당하는 현재 발주량은 앞으로 몇 년간 선복 과잉과 구매자 위주 시장으로 이어져 발주량이 줄어들고 수요 증가가 초과 톤수를 흡수할 때까지 선사의 수익이 부진할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2010년대와 다르다. 시장이 코로나19의 충격에서 여전히 회복하는 중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선박 발주량이 수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수요는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지만, 시장은 새롭고도 낯선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탈탄소화는 수년간 업계의 레이더에 포착됐지만, 컨테이너 선박의 수요 및 공급에 영향을 크게 미치지는 못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이중연료 선박이 점차 대체 톤수를 차지하는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 규제 강화에 따라 폐선이 크게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월 현재, 올해 발주한 신규 선복 중 기존 벙커 연료와 친환경 메탄올을 같이 사용할 수 있는 선박 톤수는 2020년 상반기 0%에서 62%로 급증했다.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점차 강화되고 있어 노후 선박 상당수가 이전보다 더 빨리 재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닐스 라스무센(Niels Rasmussen) BIMCO 애널리스트가 지난 5월 시장 업데이트에서 말한 바 있다. BIMCO는 향후 10년간 1만 5천여 척이 폐선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는 지난 10년간의 수치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양이다. 이에 따라 선복량 계산법이 바뀔 것이라고 일부 선사는 분석한다.

ONE(Ocean Network Express)의 제레미 닉슨(Jeremy Nixon) 대표는 저널 오브 커머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발주량은 주로 미래 지속가능성으로 인한 선박 현대화 및 기술 향상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에너지효율설계지수(EEDI)와 탄소집약도지수(CII) 의무 규정이 2023년 후반과 2024년에 발효되기 때문에 폐선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저속 항해에 기반한 운송 일정 신뢰성이 더 강조되는 것일 뿐,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폐선 가속화가 선박 발주량 증가의 영향을 완화할 수는 있지만, 그 자체로 문제 해결은 아니다. 2022년 중반 이후 나타난 현물 운임(spot rates)의 붕괴는 시장이 선사의 효과적인 선복 관리 능력을 뛰어넘어 얼마나 빨리 한 수 앞서 움직이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결국 선사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해 시장이 얼마나 빨리 붕괴하는지 깨달으면서 시장을 따라잡는 데 급급했다.

선사는 하반기 물량 반등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코로나19 이전의 계절적 변동과 유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승세가 선복량을 상당히 줄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머스크(Maersk)의 빈센트 클레르크(Vincent Clerc) 대표는 지난 5월 6일 실적발표에서 “물량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업계의 발주량을 볼 때 지난번에도 제시했던 공급상의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저속 운항을 현재 운항로 전반에서 구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운동맹을 통한 선복 관리는 코로나 대유행보다 불과 몇 년 앞서 나타난 비교적 새로운 현상으로, 과거 상황과 비교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클레르크 대표에 따르면 3대 해운동맹의 공격적인 선복 관리로 주요 선사들은 2022년 하반기에 나타난 운임 급락에 제동을 걸 수 있었다.

클레르크 대표는 “1분기에 발생한 운임 안정화는 단지 머스크만 합리적 조치를 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일이다. 모든 해운동맹에서 상당한 결항 조치를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올해와 2024년, 해운시장을 헤쳐 나가는 데 핵심은 폐선 증가와 선복 관리 둘 다 일 것이다.

클레르크 대표는 “폐선이 점차 증가할 것이며 이는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렇지만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여전히 상당한 관리 및 지속적인 합리성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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