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ONE 성대한 5주년 기념 파티

일본 3대선사의 컨테이너사업부문 합병회사 ONE가 창립 5주년을 맞이하여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창립기념식을 가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6월 7일 싱가포르 ‘그린오피스’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하객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ONE의 제레미 닉슨 CEO와 싱가포르 해사항만청장, 주싱가포르 일본 대사 등이 대표로 축하 세리모니를 했다는 보도이다.

제레미 닉슨 CEO는 이보다 앞서 내놓은 5주년 기념 메시지에서 “지난 5년간 120개국 이상을 커버하는 170개 이상의 서비스 루트를 통해 상품들을 전세계로 수송해 왔으며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출범하고 그린 이니셔티브 확립하는 데도 노력해 왔다”고 자평하고 “고객들에게 고품질의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재 컨테이너 정기선 시황은 다시 어려운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어서 불안한 일면이 있지만, ONE로서는 창립된 지 5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에 그야말로 비약적인 성장을 하여 세계 7위의 컨테이너선사로 자리 잡게 됐으니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신설된 회사가 2021년과 2022년 연속으로 2조엔이 넘는 이익을 올림으로써 일본기업들 중에 도요타자동차 다음으로 돈을 많이 버는 회사로 이름을 올렸으니 그야말로 경이로운 일이라고 할 만하다. 이제 겨우 창립 5년이 된 회사가 130개 이상의 정기선항로를 가지고 있고 고객회사가 2만개사가 넘으며 전세계에서 일하는 종업원 수는 1만 1000인이나 된다고 하니 그야말로 놀랄 만한 일이다. 싱가포르 본사에는 19개국에서 온 직원들이 근무한다고 하니 이거야말로 ‘메가 글로벌 컴퍼니’가 아닌가 말이다.

ONE 창립 5주년을 기념하듯 마침 지난 2월에는 ‘ONE는 왜 성공을 했는가?“라는 제목의 책까지 나와 시중에서 절찬리에 팔리고 있다. 이래저래 지금 일본에서는 새로운 성공 모델 기업 ’ONE’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ONE가 정식 영업에 들어간 때(2018년 4월) 보다 1년전에 파산을 하고만 한진해운에 대해 아직도 정신적인 청산을 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해운업계 입장에서는 그저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ONE가 이처럼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말 무엇 때문일까? 앞에서 거론한 책자에서는 “우선 일본 3대선사의 본사와 인허가 관청이 있는 동경을 과감하게 벗어나 싱가포르에 벤처회사 같은 다국적의 글로벌한 본사를 세웠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감시 감독하에서 벗어나 비즈니스에만 집중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체계를 갖춘 것이 제일 큰 성공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두 번째 성공요인으로는 역시 때마침 코로나19 사태와 전세계 물류공급망의 혼란으로 인해 정기선 해운시황이 급등한 것을 꼽았다. 이같은 컨테이너선 운임의 고공행진에다가 지속적인 엔저 현상에 따른 외화환산 이익의 증가까지 겹치면서 ONE의 이익은 여타 원양 컨테이너 선사들 보다도 항층 강화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해운업계에서는 이같은 ONE의 성공사례를 귀감 삼아야 할 것이다. 특히 중요한 영업거점의 과감한 이동이나 유연한 글로벌 인재 채용 방식 등은 본받을 만하다고 본다. 물론 여기에는 한진해운의 패망과 같은 정기선해운 정책에서의 대실패를 반성하는 자세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 논의가 아예 일어나지 않았던 점도 반성해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명확한 정기선해운 정책의 수립이 시급함은 여러 번 지적한 사항이다.

ONE의 창립 5주년은 축하할만한 일이지만, 국내 업계를 한정해서 놓고 보면 우리들이 ONE에 대해서 서운한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최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같은 한일간의 갈등 문제도 아니요, “한진해운이 망하자 ONE가 흥했다”는 식의 막연한 시기심의 발로도 더더구나 아니다. 아마도 한전과 포스코의 대량화물 수송권을 둘러싸고 한일 선사들간에 갈등이 일어났던 것처럼 우리가 뭔가 손해를 보고 있다는 감정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마디로 ONE가 우리 사회에, 혹은 우리 해운업계에 어떤 기여를 했는가 하는 점을 캐묻고 싶은 것이다. 과거 NYK와 MOL이 대리점을 운영했던 때에는 대리점 체제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내업체들과의 관계는 무난했었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대리점 체제가 한국해운의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고 해도 크게 지나친 말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현재의 체제에서는 그러한 국내해운기업들과의 유기적인 관계는 기대하기 어렵다. ESG 경영을 내세우는 현 세태를 받아들인다는 측면에서라도 사회적인 공헌이나 공익적인 일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

한국해운과 일본해운은 역사적으로 상당히 밀접한 관계였다. 일본 식민 시대를 거쳐 해방된 이후에도 한일간에는 해운회담이 열리는 등 꾸준한 협력관계가 지속되어 왔었다. 그러나 최근자에 와서는 이러한 정부간의 협력 활동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운회담은 물론이고 과거에 종종 개최되었던 한중일 3국간의 물류장관 회의 같은 것도 코로나 사태 때문인지 퇴색화된 느낌이다.

최근 정부는 한일 관계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때에 한일 정부간, 혹은 민간간의 협력체제 구축과 실질적인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서로간의 경험을 공유하고 기술을 교류하여 상호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안전보장이라는 측면 뿐만 아니라 공생을 통한 산업발전이라는 측면에서도 필요하기만 하다.

ONE의 성공은 물론 글로벌 컨테이너선 시황의 상승곡선에 의한 ‘예상 밖의 대승’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일본의 3대선사들이 제때에 자신들의 가장 중요한 심장부를 떼어내는 결단을 함으로써 이 영광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우리는 보고 배워야 할 점이 많다. ONE도 자신들의 성취에만 도취해 있을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성공스토리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친한파’가 되어주기를 소원해 본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