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선사 HMM 이달말 매각 공고

HMM의 매각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HMM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이달 말 HMM에 대한 매각공고를 낼 계획이라고 한다. 관련업계에서는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지분 매각대금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HMM 인수예상가격이 5조원 정도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해운업계 입장에서는 HMM의 향방이 해운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에 M&A의 귀추를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 HMM의 ‘새 주인 찾아주기’는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다. 2021년과 2022년의 기록적인 운임상승으로 14조원이 넘는 유보금을 챙겨놓았다는 HMM이 지난해쯤 매각 절차를 진행했더라면 협상이 수월했을 개연성이 크다. 그런데 현재는 다시 운임이 급락하여 낮은 수준에서 머물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 시기와 같은 큰 이익을 챙기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아니, 어쩌면 적자 상태가 되어 쌓아 놓았던 유보금들을 소진해야 될지도 모를 일이다.

현재의 시장 상황이 불투명한 것은 HMM의 매각에 상당한 장애가 될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또한 과거 현대상선에서 넘어오면서 부득이 발행해야 했던 2조 6800억원 규모 영구채의 존재도 HMM의 새 주인 찾기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에서는 이번에 영구채 1조원 상당을 주식으로 전환하여 종래의 주식과 함께 매각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역시 이것이 매각 작업을 더 어렵게 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우리는 HMM의 ‘새 주인 찾아주기’가 왜 필요한가를 한번쯤 생각해 봐야 된다고 본다. 지금까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고, 또한 마침 해운시황의 이상급등으로 엄청난 수익을 챙겨서 잘 나가고 있는 HMM을 왜 매각해야 하느냐는 근본적인 물음에 답을 내놓아야만 한다. 종래의 기업 매각은 대우조선해양의 예처럼 대부분 피매각 회사가 경영난에 봉착했을 때 이루어졌다. 잘 나가는 기업을 매각하겠다고 내놓은 경우는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흔하지가 않다.

아마도 HMM을 꼭 새로운 주인이 인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주인이 없는 회사’는 책임경영이 안되기 때문에 결국은 망한다는 통념에 근거한 것이 아닌가 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오너십이 제대로 확보 안 된 회사들이 도산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에 꼭 주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그렇게 틀린 생각만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원조 컨테이너선사인 ‘대한해운공사’가 대한선주에 매각되고 다시 대한선주가 한진해운에 매각되었지만 대재벌그룹의 주인이 버젓이 있었음에도 결국은 패망하고 말았다. 재벌그룹의 해운대기업들이 지난 2018년 금융위기 이후 해운 대불황시기에 모두 사멸하고만 것도 아무리 강한 오너십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해운의 국제경쟁력을 살려나가지 못하면 결국 자멸하고 만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안겨주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HMM의 제3자 매각을 반대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한다. 매각을 할 경우에는 인수 회사의 선정을 엄격히 하여 향후 HMM을 성장시켜 나갈 수 있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 해운산업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는 회사를 골라야 한다는 점을 우선 주문하고 싶은 것이다. 인수 후보 기업 가운데는 우리나라 굴지의 재벌회사와 해운업에 진출한 신흥재벌 등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그 심사는 엄격해야 하고 해운산업 발전이라는 장기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운업계 입장에서 볼 때 HMM 인수 후보로 적절치 않은 결격 사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절대로 기간산업인 컨테이너 정기선해운을 외국기업에 팔아 넘겨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는 대전제라고 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해운업을 실제로 경영하기 보다는 해운기업을 인수하여 최종적으로 이윤을 많이 남기려는 사모펀드나 M&A 전문기업이 HMM을 인수하는 일도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이와 함께 우리 해운업계와 함께 호흡하고 또한 해운업계를 이끌고 나갈 수 있는 그런 비전을 가지고 있는 회사라야만 한다.

고려대학교의 김인현 교수는 지난 16일 한 세미나에서 “HMM이 매각되어도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2대 주주로 남아 정부가 후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HMM이 매각되어 오너십이 바뀌더라도 정부 투자기관들이 그대로 주주로 남아서 지원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했을 때 과연 인수를 하겠다고 나설 회사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긴 하지만, 해운의 장래를 걱정한다는 측면에서는 매우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라고 우리는 본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기업이 그 기업의 진로를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가하고 압력을 넣는 것은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HMM의 향후 나아갈 길에 대해 이런 저런 주의주장을 펼치지 않았던 주요한 이유이다. 언론의 입장에서 한 회사의 향방을 놓고 ‘감 놔라 배 놔라’ 구체적인 간섭을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HMM의 경우는 이미 정부에서 투자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보통의 기업들과는 사뭇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HMM의 매각은 공적인 해운기업의 민영화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공기업의 매각은 자칫 특혜 시비에 휘말리기 십상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HMM이 다른 기업들과 크게 다른 점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펼쳐야 하는 대한민국의 거의 유일무이한 원양항로 컨테이너 선사라는 점이다. HMM은 결국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컨테이선사가 됐으며, 세계로 나가 선진 해운강국의 대형선사들과 경쟁해 승리를 거둘 수가 있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는 HMM의 국민기업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여기의 모델 케이스가 바로 국민기업 ‘포스코’ 그룹이 아닌가 한다. 우리나라의 철강산업을 일으킨 국영기업 포스코가 국민기업이 되어 오늘날 혁신기술을 장착한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진화해 나가고 있는 것은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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