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여영구채 1.68조원 출자전환 이슈
시황 침체, HMM 수익성 악화 우려

HMM 최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20일 HMM 보유지분 매각 공고를 발표한 가운데 국내 최대 벌크선사인 팬오션을 보유한 하림그룹과 대한해운·SM상선 등을 보유한 SM그룹이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해 주목된다.

그동안 계열사를 동원, HMM 지분 6.56%를 인수해 산업은행, 해양진흥공사에 이어 3대 주주로 올라선 SM그룹은 HMM 지분 매각 공고가 나기 하루전인 19일 우오현 회장이 일간지와 인터뷰를 통해 HMM 인수전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오현 회장은 계열사 보유 현금과 은행 대출 등을 통해 최대 4조 5천억원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으며 적정인수가는 4조원, 최대 4조 5천억원까지 써낼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올해 10월이후 6년차에 들어가 금리가 3%에서 6%로 오르는 영구채 1조원(192회차 전환사채 4천억원, 193회차 신주인수권부사채 6천억원)이 출자전환될 경우 입찰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런데 산업은행과 해진공은 20일 매각 공고를 통해 현재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지분 1억 9879만 156주, 오는 10월 영구채 1조원을 출자전환해 발행될 예정인 2억주 등 총 3억 9879만 156주(38.9%)를 매각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HMM 매각건에 영구채 1조원이 출자전환돼 발행될 예정인 2억주가 포함됐기 때문에 인터뷰대로 SM그룹이 본입찰 참여를 포기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우회장은 영구채 1조원이 출자전환될 경우 현재 주가 기준으로 매입가격이 4조원 이상 추가 필요하기 때문에 입찰참여를 포기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영구채 1조원이 출자전환될 경우 HMM 주가가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우회장의 예상처럼 HMM 인수가가 8조원 이상까지 오를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여하튼 우회장은 HMM을 인수하지 못할 경우 SM상선을 비롯한 해운 계열사를 매각하고 해운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는 뜻도 밝혔다.

하림그룹도 HMM 인수전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2015년 팬오션을 인수하면서 해운업에 진출한 바 있는 하림그룹은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HMM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다. 팬오션은 국내 최대 벌크선사일 뿐만 아니라 근해 컨테이너선 부문도 보유하고 있는 데 원양 컨테이너선이 주력인 HMM을 인수함으로써 종합해운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 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외에도 해운업은 아니지만 물류업과 하역업을 영위하고 있는 LX그룹과 동원그룹도 투자설명서와 예비입찰안내서 등을 수령하면서 HMM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계열사로 대형포워딩 회사인 LX판토스를 보유하고 있는 LX그룹은 국내외 물류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어 원양 컨테이너선사인 HMM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원양어선 사업이 모태인 동원그룹은 지난 2017년에 항만물류회사인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해 동원로엑스를 출범시켰고 특히 부산신항 2-5단계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로 선정되는 등 컨테이너 하역부분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어 HMM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 해운업계에서는 SM그룹과 하림그룹 모두 대형해운회사들을 계열사로 두고 해운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LX그룹과 동원그룹 역시 물류업과 하역업 등 해운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에서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과연 이번에 HMM 매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시각이다.

우선 HMM이 보유한 약 12조원 규모의 현금성자산에 대해 매각 후에도 다른 용도로 전횡하지 못하도록 산은과 해진공이 일종의 안전장치를 만들어 놓았다는 점, 산은과 해진공이 10월에 출자전환을 하고도 1조 6800억원 규모의 영구채가 남아 있다는 점은 HMM의 매각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산은과 해진공이 들고 있는 잔여 영구채 1조 6800억원은 내년 5월에 1천억원, 6월에 2천억원, 10월에 6600억원, 내년 4월에 7200억원 규모인데 6년차에 도래해 금리가 6%로 두배 뛰기 때문에 매각후 추가 출자전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산은과 해진공은 잔여 영구채를 조기상환할 경우 배임이슈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어 출자전환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문제는 잔여영구채가 예상대로 출자전환되면 산은과 해진공이 3조 3600만주를 확보하게 돼 다시 HMM 2대 주주가 되고 매입자의 지분은 희석이 된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매입자가 HMM 경영권을 온전히 손에 놓으려면 추가로 출자전환되는 주식을 모두 매입하든, 일정부분 추가로 매입할 수밖에 없다.

즉 매입자 입장에서는 HMM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을 건드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잔여 영구채까지 어떤 식으로든 인수해야하는 돼 그만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향후 컨테이너 정기선 시황이 장기간 침체될 것으로 우려돼 HMM의 수익성이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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