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나체인 하성엽 대표

하성엽 대표
하성엽 대표

글로벌 기후변화가 코앞으로 다가 온 지금 우리는 탈탄소화 시대를 맞고 있다. 앞으로 명백히 다가오는 글로벌 탄소규제로 인해 정부와 기업의 부담금은 늘어날 것이며 그에 따른 시장경쟁도 심화될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국내 해운·물류업계의 이해도나 준비 상태는 너무나 미비한 실정이다.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은 이미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으로 고려해야만 하는 사항이 돼버렸다. 개인적인 불편함이나 위기감으로 간단히 치부될 게 아니라는 얘기다.

탄소 관련 규제의 근간이 되는 UN의 넷제로(Net Zero) 협약은 2050년까지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고 흡수량을 늘려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 중립 목적을 가지고 있다. 약 140개에 달하는 국가들이 이에 동참할 것을 약속했고 각 국가의 실정에 맞는 온실가스 감축목표(National Determined Contribution ; NDC)를 책정해 발표했다. 각 나라는 각자의 감축목표를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국내 규제를 할 수밖에 없다. 결국 국내에서만 운영되는 기업들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한국이 제출한 NDC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인위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때 배출되는 양 대비 37%를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타국가에 비해 매우 낮은 목표치이며 2050년 넷제로 달성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호주, 뉴질랜드 등 많은 국가들이 넷제로 달성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남은 감축 의무를 다하기 위해 급격히 규제를 강화할 수도 있어 기업과 개인들의 부담 역시 커질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큰 운영 리스크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상장사는 국내 규제에 앞서 선제적으로 넷제로 목표를 책정하거나 온실가스 저감 활동으로 투자자에게 기업의 미래 안정성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기업의 온실가스 계산과 ESG 보고서는 기업의 운영 리스크를 확인하고 개선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기업의 온실가스 계산은 기업의 생산활동에서 나오는 직접배출(Scope 1), 전기구매나 에너지원 구입을 통한 간접배출(Scope 2), 그리고 기업활동 전반에 걸쳐 배출되는 간접배출(Scope 3)을 포함한다. Scope 3는 기업의 배출 외에 협력업체나 유통라인 전반에 걸친 배출량 보고를 요구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 계산은 비단 대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기업들은 지속적으로 기업활동 전반의 배출량을 확인하고 줄여나가고 있으며 협력업체에도 배출량 보고나 저감을 요청하게 될 것이다. 이미 배출량을 제대로 산출하지 못해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끊겼다는 국내 업체들의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선박 운송 중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Scope 3에 포함된다. 해운업의 경우 국제해사기구(IMO)가 올해부터 국제 항해하는 5천톤 이상 선박에 대해 탄소배출량을 계산해 보고하도록 의무화시켰다. 3년간 IMO의 최소 요구조건을 맞추지 못하면 선박 운항이 제한될 수 있다.

유럽연합(EU) 또한 2024년부터 유럽으로 운항하거나 정박하는 선박의 탄소배출에 대해 EU 탄소배출권인 EUA(European Allowances)를 구매하도록 강제화했다. 이 부과금은 2026년까지 2.5배로 증가할 예정이어서 빠르게 준비하지 않으면 수억원에 달하는 큰 부담을 안게 된다.

매년 강화되는 글로벌 기후변화 규제를 각 나라와 기업들은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선제적인 준비와 저감 활동은 필수적이다. 그러한 압박은 대기업에서 협력업체들까지 미칠 것이다. 앞으로는 가장 친환경적인 선택이 가장 경제적인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는 단순한 현상이 아닌 시대의 아젠다이며 빠르게 적응하지 않는다면 경쟁에서 뒤쳐지게 된다. 국내 해운업계도 이러한 트렌드를 이해하고 준비해야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편집자 주 : 필자는 싱가포르, 한국을 기반으로 선사의 탄소배출량, 온실가스 배출량 계산 및 컨설팅, EU ETS 등 해운, 물류의 친환경 부분을 돕는 마리나체인의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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