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해수부에 외국선원 고용 개선 권고
선원노련 “노조에 대한 악의적 시각 우려”
“한국선원 일자리 우선, 산업측면 고려해야”

정부 부처간 외국인 선원 고용 문제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각 때문에 오랫동안 노사정 합의를 통해 원만하게 추진돼 왔던 한국 선원정책이 파행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선원 정책을 총괄하는 해양수산부는 산업적 측면에서 노사간 합의를 토대로 부족한 선원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초부터 국민권익위원회가 외국인 선원 고용 제도에 문제가 있다며 전방위적인 조사를 진행하면서 한국 선원정책이 근간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민권익위는 지난 4월초 수협중앙회를 비롯한 연근해 선주단체들과 간담회를 갖고 외국인 선원 고용 인력 규모를 노조와 협의해야 하는 관련 규정, 노조가 외국인 선원 고용을 이유로 복지기금을 걷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후 권익위는 해수부와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등을 대상으로 외국인 선원 고용 제도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고 7월에는 외국인 선원 고용관리 합리화 방안을 도출하겠다며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2일에는 한 일간지를 통해 ‘선원노조와 일부 선주단체, 해수부간 외국인 선원 고용을 둘러싼 담합이 있었고 해수부에 제도 개선을 권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익위는 다른 산업의 경우 외국인 고용 여부를 정부가 결정하고 있는데 해양산업은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외국인 선원 관리지침’을 근거로 사실상 노조가 외국인 선원 고용을 좌지우지하며 선주들로부터 돈을 뜯어왔다고 지적했다. 권익위는 노조가 외국인 선원 고용을 빌미로 선주로부터 받은 기금이 16년간 1500억원에 달하는데 그 기금을 외국인 선원을 위해 쓰지도 않았다며 해수부에 제도 개선을 권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권익위의 시각에 대해 선원노련은 즉각 성명을 내고 “권익위가 온갖 저급한 표현을 동원해 노조에 대한 악의적이고 왜곡된 시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며 “한국인 선원 일자리가 우선이다. 일부 선주들에 휘둘린 외국인 선원 고용관리 합리화 방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선원노련은 권익위가 요구하는 외국인 선원 고용 합리화는 한국인 선원을 실업자로 만들고 임금이 낮은 외국인 선원들로 대체하겠다는 기업 편의 정책이라고 지적하고 한국인 선원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던 노조의 노력들을 ‘선주의 돈이나 뜯어내’는 행위로 치부해버린 언론과 권익위에 강력히 항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선원노련은 지난 7월 12일 해수부의 선원 일자리 혁신방안 수립을 계기로 15년만에 성사될 예정이었던 노사정 대타협 공동선언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선원노련은 한국해운협회와 한국인 선원 양성, 외국인 선원 고용 확대 등을 위한 협의를 진행해왔으며 조만간 해수부 등과 함께 노사정 대타협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권익위와 선원노련이 정면 충돌 양상으로 가고 있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해수부는 한발 뒤로 빼는 모양새다. 해수부는 8월 2일 보도와 관련해 해명자료를 내면서 “선원노조와 일부 선주단체, 해수부간 외국인 선원 고용을 둘러싼 담합이 있었다”라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또한 해수부는 외국인 선원 관리지침의 법적 근거가 명확치 않고 노사합의를 통한 도입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권익위와 함께 검토중이며 권익위 권고 내용을 바탕으로 관련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노조가 징수하는 복지기금의 경우 지출의 적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있어 개선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인 선원 관리지침은 외국인 선원 허용을 결정한 2008년 노사정 합의에 따라 규정된 것으로 선원법과 국제선박등록법에 그 근거 조항을 두고 있기 때문에 법적인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서 “노사가 단체협약을 통해 외국인 선원 도입 규모를 결정하고 외국인 선원 도입으로 한국인 선원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복지기금을 조성키로 합의한 바 있다. 복지기금도 지출의 적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이미 노사가 공동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해운산업 측면에서 부족한 선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사정이 15년만에 외국인 선원 고용 확대를 비롯한 선원 일자리 정책을 개선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일부 선주단체들의 의견만을 반영한 권익위의 개입은 당혹스럽다. 산업적인 측면을 고려하는 해수부와 노조에 악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권익위간 입장 차이 때문에 한국 선원 정책의 근간이 흔들려서는 안된다. 권익위 시각대로 외국인 선원 고용이 전면 해제돼 한국인 선원이 사라지고 난 후에 국가 비상사태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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