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터치웰 부사장

피터 터치웰 부사장
피터 터치웰 부사장

포워딩 업체 경영진들은 최근 실적발표에서 2023년 성수기로 느낄 수 있는 시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상시 같으면 성수기였을 시기에 성수기로 느낄 만한 조짐이 전혀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올해는 결국 대실패인 걸까?

속단은 이르다. 올해 내내 이어졌던 이런 이야기의 문제는 해운업의 급변하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말 성수기의 전제는 물량, 즉 얼마나 많은 상품이 7~10월에 아시아에서 북미, 유럽 등 대형 소비시장으로 운송될 것인지를 말한다. 그러나 특정 연도의 성수기 규모가 소비자 지출 및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알려주는 거시 경제적 의미를 가질 수는 있지만, 이는 상품의 물리적 이동에 영향을 미치는 시장 상황 중 한 가지 요인일 뿐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성수기가 생길 수도 혹은 전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봄 이후의 시장은 정작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재고 재입고로 인한 잠재적 물량 회복이 선복량 감소의 정점과 맞물리면서 최근 몇 달 동안 스폿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이에 따라 운임이 코로나19 최저치에서 벗어나 증가했다. 이는 성수기 부재와 2024년 운임 시장 현실이 상호 영향을 끼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역학의 변화는 봄부터 작동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선사들이 4월 15일, 6월 1일, 7월 1일, 8월 1일에 일반운임인상(GRI)을 시행할 수 있었다. 일반운임인상에서 중간이란 없다. 성공하거나 실패할 뿐이다. 그리고 기본 무역 경제학에 비춰볼 때 과거 많은 경우 실패했다.

아시아에서 미국 서안까지의 평균 스폿 운임이 가장 최근인 6월 최저점(FEU당 약 1,000달러)에서 FEU당 약 1,700달러로 급증한 것은 분명 선복 부족이 심화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아시아에서 화물 롤링(cargo rolling)이 진행되고 있다는 최근 여러 보고서도 이러한 사실을 보여준다.

컨테이너선 분석업체 라이너리티카(Linerlytica)는 7월 31일 “화물 운임이 8월 1일 운임 인상에 힘입어 급격히 반등했다. 특히 미국 서안으로 가는 환태평양 지역의 높은 선복 활용은 북미행 운임 인상을 지속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 복합운송업체 M+R 스페대그 그룹(M+R Spedag Group)은 8월 1일 시장 업데이트에서 “7월에 캐나다 서안 우회 예약 물량과 블랭크 세일링 증가에 힘입어 지난 몇 주 동안 환태평양 지역 선박 이용률이 많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전환점을 초래한 요인으로 미국 경제의 기본적인 회복력이 꼽힌다. 급격한 금리 인상에도 실업률은 50년 만에 최저치를 맴돌고 있고, 물가 상승률은 하락하고 있으며, 소비자 신뢰도는 개선되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가 지금쯤 경기 침체가 도래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러한 징조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저널 오브 커머스(JoC)가 속해있는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는 7월 18일 미국의 올해 GDP 성장률을 1.8%로 전망했는데, 이는 1.5%에서 상향 조정한 수치로 “2023년 첫 5개월 동안 새롭게 보고된 (그리고 예상치 못한) 강세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또한, 산업부동산 시장의 약세 조짐도 뚜렷하다. 이는 팬데믹으로 공급망이 차질을 빚는 동안 쌓인 과잉 재고가 줄어들고 있음을 반영하는데 이 재고는 곧 신규 재고로 교체되어야 한다.

옌스 비에른 안데르센(Jens Bjørn Andersen) DSV 최고경영자(CEO)는 7월 25일 실적 보고에서 “정상적인 상식에 따라보면 사람들이 계속 소비를 이어가고 재고가 다시 채워지지 않으면, 재고는 떨어진다. 따라서 이는 향후 해운업의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모달 운송업체인 허브 그룹(Hub Group) 최고재무책임자 제프 드마티노(Geoff DeMartino)는 7월 27일 투자자들에게 “6~7월에 물량이 순차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년간 선박 발주량이 많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역대 최고치 경신) 선사들은 선복량 축소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0년 봄, 팬데믹이 북미를 처음 강타했을 때 해운동맹을 통해 선복량을 관리하는 선사들의 조치는 지난 1년 동안 사라진 듯 보였다. 팬데믹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선사들은 연간 물동량 감소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선사들은 이제 선복량 감소에 나섰고 이는 해운업 시장에 나타나고 있다.

해운전문분석업체 씨인텔리전스(Sea-Intelligence)는 7월 30일 환태평양에서 블랭크 세일링의 ‘명확한 상승세’를 거론하며 “6월 말 환태평양 지역 블랭크 세일링의 급증과 뒤이어 나타난 스폿 운임 개선 간의 상관관계는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이번 가을에, 연말 성수기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더라도, 적어도 어느 정도의 물량 회복이 될 것으로 많은 이들이 예상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장은 더 견고한 상태로 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맷 콕스(Matt Cox) 맷슨 내비게이션(Matson Navigation) CEO는 2023년은 “조용한 성수기”에 그칠 것이지만 “환태평양 시장에서 소비자 수요와 소매 재고 수준이 정상화되면서 올해 남은 기간 무역 역동성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