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민현 박사(Penb46@naver.com)

"대형 도전과제 직면한 해운업, 신중한 대응 필요"

1. 들어가며

윤민현 박사
윤민현 박사

블랙스완으로 불리는 지난 2년반에 걸친 팬데믹 광풍이 지나가고 예상보다 빠르게 시장이 팬데믹 이전상태로 돌아가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시작된 중국발 해운시장의 과열현상이 2008년 금융위기로 마감되었지만 60%에 달하는 과도한 발주량으로 해운계는 팬데믹 직전까지 혼란을 경험했다. 그 정도는 안되지만 이미 공급과잉상태에 더해 현 선복의 30%가 건조중이다. 단순 비율로는 금융위기 당시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지만 수요의 둔화에 이어 향후 시장에는 해운시장의 수급문제를 벗어난 대형 도전과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주요변수들에 대한 차분한 관찰과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2. 선복의 확장과 전략적 차별화

(1) 컨테이너선사 기록적인 흑자 달성 : 팬데믹 특수로 컨테이너선사들은 향후 수년 동안은 충분한 여유자금을 비축했다. 선사별로 금액과 무관하게 적·흑자로 양분해 13년(2010~2022년)의 실적을 보면 ; 연속 흑자를 시현한 A그룹 선사(CMA CGM, Wan Hai), 4년 이하 적자 B그룹(OOCL, 머스크, COSCO, 에버그린), 5년 이상 적자인 C그룹(Zim, YM) 그리고 13년중 9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8위 선사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2022년 4분기의 경우 모든 선사들이 흑자를 시현했지만 전년동기 대비 EBIT가 증가한 선사는 전무하다. 2023년 상반기 실적은 대다수의 선사가 흑자를 시현했지만 그 규모는 전년대비 70~95%까지 하락했고 Wan Hai의 경우는 지난해 4분기부터 3분기 연속 적자였다. 시장의 하락세가 통상적인 주기와는 다르게 가파르다.

(2) 재투자 방향 : 컨테이너 해운사들이 여유자금을 사용하는 형태도 다양하다. 톱5 컨테이너선사들은 다수가 친환경 선박 발주와 중고선 매입, 물류분야에 투자하고 있는 반면 일부는 악성부채 상환과 주식환매(buyback)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선사, 고객사·협력사들의 주식 매입을 통해 파트너십 구축을 강화하는 선사도 있다.

(3) MSC의 중단없는 확장전략 : 2022년 머스크를 제치고 1위로 부상한 MSC가 중고선 확보와 신조선 발주 공히 1위를 유지하며 확장을 계속하고 있다. 2020년 8월 이후 MSC가 매입한 중고선 318척(7월말 기준)과 발주량을 감안하면 내년 중반 600만teu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4위인 COSCO의 2배에 상당한다.

(4) 선복 감축에 앞장선 머스크 : 머스크는 현재 414만teu를 적정 선복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발주는 선복량 확장보다는 효율, 친환경 선대교체 목적이며 시장의 전망에 비춰볼 때 머스크의 선복관리정책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2026년에 3위로 밀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순위에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5) CMA CGM이 2위 선사로? : 현재 625척, 349만teu를 운항하고 있는 CMA CGM이 불원 머스크를 제치고 2위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CMA CGM이 운항선복 기준 100만teu를 넘은 것은 2009년 7월이었고 2026년 후반이면 420만teu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6) MSC와 머스크의 전략적 차이 : MSC는 Ocean 위주의 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보이지만 물류종합그룹을 지향하고 있는 머스크가 전략을 수정할 가능성은 낮으며 변수는 침체의 문턱을 넘고 있는 해운시장에서 타 선사들과 어떤 협업체제를 택할지 여부다. 2M 이후 머스크는 독자 물류 수송그룹사로 남는 방안, 다른 두 얼라이언스와 해상운송분야에서 협업체제를 구축하는 방안, 톱5중 물류통합 시스템을 지향하는 어느 선사와 또 다른 협력체제를 결성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으나 머스크의 장기전략에 비춰볼 때 독자노선으로 가거나 물류를 지향하는 선사와 제한된 범위에서 협업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7) 사업다각화 나서는 CMA CGM과 ONE : 다각화에 나선 선사중 눈에 띄는 부분은 Air France-KLM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항공화물 운송확대를 본격화하고 있는 CMA CGM의 항공물류 강화와 일본 3사의 통합체인 ONE가 세계 1위 NOO인 Seaspan의 최대 주주가 된 사실이다. 발주량을 합하면 Seaspan의 총 선복량은 190만teu로 5위 하파그로이드(181만teu)보다 약간 크다.

(8) 톱10 선사 전체 선복량 79% 지배 : 최근의 발주붐으로 올해 200만teu, 2024년에 250만teu, 2025년에 190만teu가 인도 예정으로 2025년 말이면 3천만teu에 이르게 된다. 글로벌 선복량이 2017년 2천만teu를 돌파한지 8년만에 50%가 증가한 것이다. 현재 톱10 컨테이너선사들의 발주와 용선 선복량을 합하면 전체의 79%에 이르게 돼 사실상 컨테이너 해운은 이들 톱10의 지배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 MSC, 머스크, CMA CGM, COSCO 등 톱4는 전체의 51%를 점하고 있다.

(9) 신조 발주 대형선에 집중 : 선형별로 보면 단연 대형선 위주 증가다. 1만 7천teu급 이상은 2020년 초 기준 약 80% 증가하고 1만 2천~1만 7천teu급 역시 2020년초 대비 2배 증가한다. 반면 중소형선은 발주부진, 해체 등으로 3천~6천teu급은 2020년 대비 2% 증가하는데 그치고 3천teu급 이하는 8%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목할 사항은 간선항로는 친환경 정책과 신조선 위주로 개편되지만 역내항로는 친환경보다 항로보강 위주로 개편되고 있다는 것이다.

(10) 역내항로 공급증가 확대 전망 : 현재의 흐름이 이어질 경우 대형선사들은 수직적 통합과 함께 3대 얼라이언스 체제가 도입되기 이전처럼 허브앤스포크형 네트워크를 택하는가 하면 소형사들은 규모에 부합하는 컨소시아를 통해 Main Hub가 아닌 non Hub port 혹은 Out port를 연결하는 직기항 서비스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 역내 항로 특히 역내항로의 80% 수준을 점하고 있는 Intra-Asia용 중고선은 곧바로 각사의 선단으로 합류된다는 점에서 역내항로의 공급증가와 함께 주력선사들의 역내항로 과점상태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11) 친환경 서비스 요구 화주 증가 : 출발지에서 최종 도착지까지의 운송이 청정연료, 청정선박에 의해 운송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화주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Green Credential(녹색자격증)이 M&A, 파트너십 혹은 공조의 조건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향후 2~3년 동안 Eco-Ship으로의 전환이 추진되면 컨테이너 해운시장의 구도에도 변화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3. 도전과제

현재 시장의 흐름과 향후 해운시장이 직면하게 될 주요 도전과제들을 살펴보자.

(1) 컨테이너 시장의 뉴노멀 복귀 : 해운시장의 역사를 보면 정상적인 때도 없었지만 안정적인 시기도 없었다. 팬데믹의 열기는 사라졌고 시장은 이미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뉴노멀이라함은 수급의 동향과 건전한 경쟁 속에 시장의 순기능에 의해 기업의 성패가 결정되는 시대를 의미한다.

(2) 선복의 이동배치 : 글로벌 선복량의 83%를 점하고 있는 3대 얼라이언스 선사들의 총 선복량 가운데 60%에 달하는 선복이 비얼라이언스용이고 3대 얼라이언스에 투입된 비율은 전체의 38~41% 수준으로 선복의 공동사용보다 단독운영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1분기 기준 비얼라이언스 배선 비율을 보면 머스크와 하파그로이드가 각각 61%, 57%를 배정하고 있는 반면 양밍, HMM, 에버그린 등은 각각 20%, 22%, 24%를 독자적으로 운항하며 상대적으로 얼라이언스 의존도가 높다. 그러나 최근 시장의 침체와 함께 비얼라이언스 선복을 우선적으로 감축하고 다시 얼라이언스로 복귀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3) 네트워크 관리 : 대형선사의 경우 선복량의 확장으로 scale economy 논리가 한계에 이름에 따라 공동운항보다는 단독운항을, common network 보다는 independent network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제는 얼라이언스와 무관하게 시장이 요구하는 서비스를 충족할 수 있는 선단과 독자적인 네트워크 구축이 가능하다는 자신감과 함께 변화에 신속 대응하기 위해서도 얼라이언스 선사 모두의 동의를 득해야 하는 불편함보다는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 시장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독자적인 네트워크를 지향하고 있다.

(4)  단기 도전과제 : 단기 도전과제로 공급과잉으로 시장은 이미 Sellers’ Market에서 Buyers’ Market으로 바뀌는 등 선화주 관계의 변화와 전체적으로 경제구도가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되는 소비성향의 변화를 들 수 있다.

(5)  장기 도전과제 : 첫째 기후변화와 해운의 수요의 하락이다. Net-zero by 2050이 실현되면 해상운송 화물의 40%를 점하고 있는 화석연료가 사라지는 만큼 수급 균형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둘째 지정학적 긴장이다. 강대국간 이해의 충돌과 갈등, 무역전쟁과 사이버 공격 등은 글로벌 무역과 공급망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고 있다.

세째 물류 공급망의 전환과 단축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EU의 Green Deal 등에서 보듯이 상품 조달면에서 과도한 아시아 의존도를 벗어나 생산공장의 re-shoring, near-shoring, friendly shoring으로 물류의 흐름이 달라지며 해운수요(톤-마일)의 감축 등을 고려할 수 있다.

(6) 중하위권 선사들도 진로 선택해야 : 현재 톱10 선사들을 물류 전략, 선복량 규모를 기준으로 분류해보면 크게 물류분야 진출을 진행 중이거나 준비 중인 선사로 4백만teu 전후의 선단을 보류하고 있는 MSC, 머스크, CMA CGM, COSCO 등 A그룹, 물류분야 진출 잠재력을 갖고 2백만teu 정도의 선복을 갖춘 하파그로이드, 에버그린, ONE 등 B그룹, 진로가 불투명하고 1백만teu에 미달하는 HMM, Zim, 양밍 등 C그룹의 3개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다.

A그룹 선사 중 MSC를 제외한 3사들은 최근 급격히 늘어난 MSC의 규모를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C그룹 하위권 선사들이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의 하나는 물류에 진출한 대형선사들의 물류서비스를 보완해주는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향후 머스크 전략의 성패에 따라 해운시장의 재편양상도 달라질 수 있다.

물론 머스크의 전략이 성공할 경우 A, B그룹 선사들은 머스크의 모델을 벤치마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부에서는 과거 머스크와 유사한 전략들이 실패했음을 강조하며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머스크는 지금의 시장 환경은 선복량의 규모와 네트워크, e-commerce, 디지털화 등으로 상황이 과거와 다를 뿐 아니라 화주들도 싼 운임보다는 안정적인 물류정책과 원스톱 서비스를 원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자신감을 표하고 있다.

4. 탈탄소화(Decarbonization)

(1) IMO GHG 감축목표 업그레이드 : 7월 3일부터 7일까지 런던에서 IMO MEPC80차 회의가 열렸지만 결과는 단서없는 100% by 2050를 원하는 기대와 달리 ‘By or around 2050'으로, 2030년과 2040년 중간목표 역시 ‘at least... striving for'라는 단서를 조건으로 전례도 구속력도 없는 목표에 그쳤고, 2030년까지 zero emission 연료 등의 사용비율을 5~10%로 한다는 세가지 사항에 합의했다. 일각에서는 파리협약수준에는 미흡하지만 일단 2050 net-zero에 합의했기 때문에 에너지업계와 해운계로 하여금 탈탄소화 투자 개시를 위한 규제가 명확해졌으며 미흡하지만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GHG strategy가 업그레이드되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탈탄소화를 향한 구체적 실행도구라 할 수 있는 Global fuel standard, GHG Pricing mechanism에 대해서는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고 이 두가지가 시장에 초래할 영향을 평가하는 Comprehensive impact assessment도 몇 년후로 미루어졌다. MEPC80의 분위기에 비춰볼 때 단시일내 기대를 충족할 정도의 수단을 도출해 낼지 의문이다. 금년 11월 개최예정인 COP28의 의장국은 대표적인 산유국의 하나인 두바이다. 그동안 지구온난화의 대책으로 화석연료의 조기 퇴출을 주장해온 COP의 의장국으로 중동의 산유국이 선출되었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다. 그동안 부진했던 글로벌 GHG 감축논의와 최근 가시화되고 있는 기후위기의 조짐들에 비춰볼 때 금년 COP28의 결과에 따라 규제의 향배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갈수록 강도가 강화되고 있는 지구온난화 대책이 선주들로 하여금 탈탄소화 전략수립에 고심하게 하고 있다. 적어도 최근까지의 진전사항을 보면 해운계는 multiple fuel을 두고 무엇이 Best fuel인지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일부 선두주자들이 탈탄소화에 앞장서고 있지만 그들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리스크를 감수해가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해운의 탈탄소화는 돈이나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모든 불확실성들이 완전히 해소되고 검증된 해법에 따라 선박을 발주하기만 하면 되는 그런 상황은 금방 오지 않거나 선주들에게 그런 시간적 여유를 허용해줄 것 같지 않다.

(2) 소형 선사들도 탈탄소화 참여해야 : 탈탄소화를 향한 해운계의 대응자세에 따라 크게 Front-runner, Followers, Conservatives(혹은 Laggard)로 3분하고 있다. 문제는 글로벌 선단의 약 60%를 점하고 있는 소형선사들로 이들의 참여 없이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 선두주자들은 자신들의 관련 데이터나 정보를 소형선사들과 공유하고 참여를 유도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3) 환경규제 압박에 대비해야 : 주목해야할 사실은 UN, 정부, 환경단체, 그리고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한 미국, 캐나다, 유럽 등은 모두가 IMO의 최근 결의에 대해 비판적일 뿐만 아니라 GHG 감축을 가속화하기 위해 조속한 규제의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이들 국가들은 IMO의 부진에 대비해 탈탄소화를 촉진할 수 있는 강력한 법안과 규제를 준비해두고 MEPC80의 결과를 주시하고 있었다. 외부의 비판적 시각이 크면 클수록 그만큼 해운에 대한 향후의 규제와 입법의 강도가 강해질 것이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이번 MEPC80의 결과가 향후 25년 해운계의 양극화 현상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4) ESG 평가 개시 : 금융권의 Poseidon Principles에 가입한 일본 개발은행(DBJ)이 탈탄소화 금융프로그램에 의거 지난 4월 일본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LNG DF 케미컬 탱커에 대해 ’탈탄소화, 친환경 성능, 혁신‘의 세가지 카테고리 평가를 시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ESG 금융을 시행했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세계 최초로 해운회사의 ESG 실적을 11개 부문으로 나누어져 평가하고 그 결과를 대외적으로 공개했으며 세계 최대 해운박람회인 2024년 Posidonia에서 ESG 평가를 국제해운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Webber Research가 64개 해운·물류기업을 상대로 ESG평가를 시행하고 1위부터 64위까지 선사를 공개했으며(개별선사 생략) 노르웨이 Ocean Yield가 브라질의 석유화학회사인 Braskem와 LR product tanker 4척에 대해 CII 등급과 연계된 용선료를 적용, 15년 장기 BBC T/C를 체결, CII를 용선에 원용한 첫 번째 사례가 되었다. 글로벌 환경단체인 Ship It Zero가 7월에 톱10 컨테이너선사와 글로벌 소매업체를 상대로 각사의 기업의 사회·지배구도 보고서에 대해 평가하고 최상위 B등급 머스크를 비롯해 최하위 등급까지 공개했다(선사, 기업명 생략).

해운기업을 상대로 한 ESG score 평가가 이루어지고 그 결과가 관련사의 이름과 함께 공개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SG 경영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지금까지의 과정에 비춰볼 때 금융권, 무역업계, 보험업계들이 ESG 평가를 자신들의 고유업무에 연계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만큼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시간이 걸리더라도 ESG 경영은 관련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5. 기후 소송(Climate Litigation Risk)

(1) ESG 관련 집단소송 증가 : 기업들에 대한 ESG 관련 정보 공개의무가 강화되면서 기업을 향한 소송이 증가하고 있다. UN Environment Programme과 Columbia University의 ‘Global Climate Litigation Report : 2023 Status Review’에 의하면 기후소송 건수가 2017년 대비 2022년에 배로 증가했다. 대부분 미국에서 이루어졌지만 개도국 사건도 17%에 달 했다. 특히 최근에 급증하는 폭염과 대형 산불, 혹한, 가뭄과 홍수 등 극심한 기후이변에 대비한 정부의 정책실패와 약속 불이행을 사유로 한 대정부·지자체를 상대로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법인상대가 급증하고 있다.

(2) 법인 소송 리스크 증가 : 기업에 대한 ESG 압박이 ESG 관련 책임소송의 원인이 될 것이며 ESG 경영의 핵심중 하나인 다양성, 평등과 포용(diversity, equity, inclusivity : DEI)과 관련된 투명성 결여와 이사의 신의성실의무(fiduciary duty) 위반이 청구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집단소송의 이슈는 국제법·국내법의 인권문제, 기후관련 법과 정책의 비강제(non-enforcement), 화석연료 유지 주장, 기후정보 비공개와 위장환경, 환경 파괴에 대한 법인의 책임 등이다.

(3) ESG 투명하고 사실대로 공개해야 : 기업들은 ESG 목표와 실적을 공개함에 있어 고객, 이해당사자 그리고 규제당국이 요구하는 것은 공개하되 투명하고 올바르게, 사실대로 해야 한다. 디지털화가 진전되면서 기업의 정보가 더 많이 공개되고 노출됨에 따라 공개가 허위이거나 오도하거나 충분치 못하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기업이 자사의 ESG 활동을 간결하게 표시하다보면 경우에 따라 그런 표현이 위장환경(green-washing)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대외 공개에 신중할 것으로 권하고 있다.

6. 지정학적 리스크(Geopolitical Risk)

Oxford Economics는 최근 보고서에서 대만해협, 한국, 러시아-나토와 관련된 지정학적 긴장을 1위로, 금융위기를 2위, 역글로벌화(deglobalization)를 3위로 꼽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점차 고조되고 있는 글로벌 차원의 정치적 갈등과 이로 인한 중국의 대만 봉쇄 가능성이 해운과 관련된 최대 리스크로 부상한 것이다(CNBC. Aug 3).

글로벌 양대 경제대국간 갈등이 단계적으로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의 전환 흐름에 촉매제 역할을 더하고 있는 것이 최근 긴장도를 높혀가고 있는 대만해협 사태다. 대만발착 화물에 대한 운임이 상승하는가 하면 중국과 대만간의 물량도 역풍에 노출돼 있다. 전문가들은 대만해협 문제를 최대 리스크로 보고 있다. 중국은 최근 3년 동안 지속적으로 대만을 향해 군사적 위협을 가해왔으며 필요시에는 대만침공을 포함한 군사적 행동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대만은 중국의 일부(province-省)라고 인식하고 있는 반면 대만에서는 대만의 장래는 대만사람들이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중국 해군에 의한 격리, 대만 외곽섬의 포위와 무력에 의한 점령 등이 있으며, 군사행동에는 남중국해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는 카오슝 등 주요항들의 봉쇄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8월초 바이든 행정부가 대만에 대해 3억 4500만 달러 상당의 무기지원을 발표하면서 중국과의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보험인수 거부 혹은 보험료 인상을 추진했던 Lloyds 보험업계가 대만사태에 대해서도 유사한 접근방식을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적으로 Political risk & violence를 제외위험(exclusion)으로 추진 중이며 미국 보험업계는 대만해역으로 항해하는 선박에 대한 인수 거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uters, Aug 10, 2023).

정치적 리스크로 공항과 항구에서의 선박과 항공기에 대한 피해와 함께 가장 우려되는 리스크는 대만 침공시 예상되는 중국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다. 대만 침공시 대만의 반도체 생산이 중단됨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타격(연간 1조달러로 추정)도 문제지만 해운계로서는 가장 큰 타격은 대중국상품에 대한 제제(운송금지)이고 그다음이 주변 해역 통항 금지조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Jun. 13, 2023).

7. 중국 리스크(China Risk)

(1) 미국의 해운법안, 중국 영향력 제동 : 현재 미 하원 법사위에 계류중인 해운법안에는 중국 정부의 영향력으로부터 미국의 항만, 화주, 제조업을 보호한다는 취지가 반영돼 있다. 법안 발의에는 현재 미중간의 갈등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얼마전 자국의 영공에서 발견돼 격추당한 중국산 스파이 풍선의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법안에는 ‘controlled carrier’와 ‘state-controlled enterprises in non-market economy’ 등의 표현으로 사실상 중국 선사와 기업을 지칭하고 있으며 이른바 ‘back-door chip'으로 부르는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software들이 미국 시장에 접근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취지다. 미국 항만에 중국산 크레인의 설치를 금지하려는 것도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software가 항만이나 해운 조직을 통해 미국 공급망에 축적돼 있는 각종 데이터나 정보가 유출될 경우 그 결과가 경제는 물론 국가의 안보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미국이 과도한 대중국 상품 의존도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 시작한 것은 2015년부터다. 그 이후 무역전쟁, 지정학적 갈등으로 탈중국화가 진행되면서 주변의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인도네시아 등으로 생산공장의 이동이 진행되고 있다. 무역갈등이 발생하기 이전, 중국이 대서방의 상품공장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던 2017년 수준과 비교하면 2022년 아시아발 미주향 물량은 여전히 26%로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 5년 동안 중국상품의 수출 증가율은 7% 수준인데 비해 베트남은 156%나 증가했으며 아시아발 미국 수입물량의 65%를 점하던 중국상품의 비중이 최근 2년 사이에 10% 이상 하락했다. 물론 아직까지 여전히 중국이 수출물량을 과점하고 있지만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무역갈등의 여파로 인해 주변국가로의 탈중국 현상이 멈추지 않고 있다. 공산품, 화학제품, 식품, 생필품 등 아시아발 소비재가 빠른 속도로 탈중국 현상을 보이는 가운데 지중해와 북유럽발 고가상품과 기계류들이 증가하고 있다.

다만 미중 양국 공히 경제와 첨단과학의 발전 차원에서 상호 상대방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지정학적 리스크의 최상위에 위치한 미중간의 갈등에 대해 양측 모두가 그 수위를 제한하고 있다. 한마디로 경제적 측면에서 양국의 관계를 잘 유지하되 안보차원에서는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것(Not decoupling, but de-risk)이 미국의 기본입장이며 중국측에서도 더이상 양국간의 갈등이 증폭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운의 입장에서 간과해서는 안되는 사실은 과도한 중국 의존도를 피하기 위해 물류 공급망의 전환은 꾸준히 진행될 것이라는 점이다.

(2) 불안한 중국 경제 : 중국이 2023년도 경제성장 목표를 5%로 발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중국이 상당히 목표 수립에 보수적이 되었다고 평가했지만 현재의 상황에 비춰볼 때 정부의 대대적인 부양정책이 없을 경우 GDP 5% 성장목표도 달성도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IMF에 의하면 지난 5월 기준 중국의 젊은층 실업률이 20.8%로 올라가면서 고용시장의 불안까지 겹치고 있다(Aug. 3, CNBC). 당장 부양정책이 필요하지만 중국 정부가 부채증가를 우려한 나머지 주저하고 있다는 평가다. 경제가 예상보다 더 침체되면 부양정책을 동원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문제는 언제, 얼마나 오랜기간 펼쳐질 것인지를 두고 경제계가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상반기의 실적에 비춰볼 때 과연 금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원자재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해운의 경우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중국의 S&P Broker는 해운시장과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매우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공통점은 Buyer보다 Seller가 더 많다는 것, 즉 부동산이나 선박이나 팔려는 사람은 많은데 살려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수요가 부진하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난제는 해외로부터의 상품 수요 부진, 작년도에 있었던 과도한 코로나 규제, 과거 정권에서 시행했던 부동산 시장과 인터넷 플랫폼 등 민간의 핵심분야에 대한 과도한 억제 그리고 해소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서방 세계와의 긴장관계 등 복합적 요인으로 부터 비롯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Jul.19, 2023).

중국판 리먼사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대형 부동산업체인 헝다그룹이 시장의 침체로 2022년말 기준 부채가 3400억 달러(약 43조원)로 증가하더니 8월 18일 뉴욕법원에 파산신청을 했고 중국 최대 자산관리 국유기업인 중릉(中融)신탁(Zhong Rong Truast)도 투자 실패로 64조원에 상당하는 지급중단 상태에 빠졌다고 홍콩명보가 보도하는가 하면 Moodys는 중국의 대형 부동산 업체들이 부채 상환불능 상태에 빠져있다고 국내 언론매체들도 보도하고 있다.

8. 정책과 규제

(1) 얼라이언스와 미해운법 : OSRA 2022에 이어 2차(antitrust), 3차(competition)로 연달아 외항해운을 겨냥한 규제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발의의 배경은 얼라이언스를 어떤 형태로든 규제를 하겠다는 취지다. 시장 논리와 정치 논리가 충돌하는 모양새다. 우리는 아카데믹한 논리가 시장 논리에 의해서 시장 논리는 정치 논리에 의해서 무력화되는 현상을 종종 보아왔다.

(2) 컨소시아, 정치적 걸림돌 직면할 듯 : 유럽에서도 집행위원회(EC) 주도로 2024년 4월 1일부로 만료되는 CBER(Consortia Block Exemption Regulation) 유지 여부를 두고 이해당사자들 간에 논쟁이 한창이다. EC는 CBER 유지와 관련해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을 수렴 중이다.

OECD와 화주단체들은 각자의 입장을 충분히 EC측에 제시했고 관련국가들의 경쟁당국에게도 의견제시를 요청한 바 있다. 최근까지의 평가는 화주측의 반대 논리 대비 선사그룹의 유지 논리의 강도가 약하다는 평가다. 폐지론의 선봉에 서있는 독일의 경우는 유럽의 경쟁법제하에서 유일하게 경쟁법 적용의 면제 대상으로 돼 있는 분야가 해운이라며 이제는 폐기하거나 대폭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유럽 화주, 포워더, 육상운송, 물류, 통관사 등으로 구성된 최대 단체인 Clecat도 폐지론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3) 얼라이언스 전망 : 해운산업 자체가 전체적으로 그렇게 과도하게 집중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규제 당국은 항로 단위의 집중도를 드려다보고 있다. 미국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항로는 미국과 아시아 규제당국이, 유럽항로는 EC가 지켜보고 있다. 이미 공급과잉상태인 컨테이너 해운시장에 신조선이 대량 유입할 것임은 기정 사실이어서 3대 얼라이언스의 재편을 논하기 이전에 선사들 스스로가 선복을 감축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HMM의 매각이 진행 중이고 대만해협의 갈등으로 Ocean Alliance의 COSCO와 Evergreen이 언제까지 한배를 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선사들은 소수 대형화로 Player의 수를 줄이려 할 것이고 규제 당국과 화주는 M&A를 통한 Player의 축소보다는 얼라이언스 해체를 통한 Player의 확대를 더 원할지도 모른다.

컨소시아 혹은 얼라이언스의 유지와 폐지의 주장이 막판까지 이어질 것 같다. 선복의 공동사용 협정을 근본적으로 금지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유지가 되더라도 여러 가지 조건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며 관건은 선사들의 공동 행위를 어떤 방식으로 약화시킬 것인지 여부다. 어떤 형태로든 선사들의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조금이라도 인위적인 담합행위로 비춰질 수 있는 행동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제를 가하겠다는 방향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독자적인 네트워크로도 scale merit를 창출할 수 있는 대형선사의 경우 굳이 규제당국의 감시를 의식해 노심초사하면서 컨소시아나 얼라이언스에 참여할 이유가 커 보이지 않지만 문제는 그렇지 못한 중소형 그룹에 속하는 선사들이다.

9. 결언

시장의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가운데 해운외적 요인까지 겹치면서 선사들의 장단기 전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공급과잉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해상수요는 화석연료의 퇴출, 조달처의 다변화와 거리단축, 탈중국화 흐름에 의해 장기적 감축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구온난화 위험으로부터 지구와 인류 그리고 생태계를 보호해야 한다는 대명제 앞에 해운의 특수성은 거의 무시될 가능성이 커보이는 가운데 강도와 속도면에서 규제의 압박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좌고우면의 시간이 길어지고 탈탄소화 행렬에 뒤처지다 보면 멀쩡한 선박이 좌초 자산(stranded asset)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와중에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해운계는 다양한 도전과제에 직면해 있다. 면밀한 상황분석과 함께 차분하고도 신중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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