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병 경영학 박사(한국관세학회 이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팀장)

이기병 박사
이기병 박사

심플스틱(Simple Stick), 메뉴의 간소화, 간편 송금...

애플(Apple)의 경영전략과 백종원의 일관된 주장, 토스(toss)의 금융 서비스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많은 선택지에서 무작정 추가하는 것보다 “집중”과 “빼기”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은 단순함에서 나온다는 것을 몸소 실천했다.

그 결과 애플은 시가총액 세계 1, 2위를 다투는 세상을 바꾼 브랜드가 되었고 백종원은 소비자 행동 심리학을 간파해 요식업의 대가로 인정받고 있다. 토스 역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 중 하나로 핀테크 기업 최초로 1조 클럽의 유니콘(Unicorn) 기업이 됐다.

말이 쉽지 단순함이란 결과를 얻기 위해선 복잡함이란 상반된 가치와 싸워야 한다. 조직, 마케팅, 광고, 디자인, 물류가 고객이 포장을 개봉하는 그 순간까지 단순함의 가치를 담아야 한다. 복잡한 세상에 단순화를 위한 노력을 해도 그 노력만큼 결과는 사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단순함이 어렵다.

사람은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다. 최대한 간단하게, 머리를 적게 쓰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좋아한다. 집에 오면 늘 소파를 찾아 눕게 되고 물건을 사도 제품 설명서는 안 읽어본다. 그래서 제한된 경험과 지식에 빠져 고정관념과 편견의 늪에서 허우적거린다. 복잡한 세상에 단순한 것을 더 편하게 느끼고 그런 상품과 서비스에 손이 저절로 더 가게 된다.

파렛트(Pallet)도 그랬다. 이 단순하고 소박한 구조물은 화물의 운반(이동, 적재, 보관 등)에 사용되는 규격화된 수평 받침대다. 이제는 유닛로드시스템(Unit Load System)의 표준이자 현대 물류 기능의 기본이 되는 대표적인 순환 물류 용기(RTI, Returnable Transport Item)가 됐다.

온택트(Ontact) 시대가 시작되면서 다품종 소량 생산의 일반화, 물동량의 변동성 증가, 생산자와 소비지간 유통채널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물동량 증대로 물류를 보관․유통할 수 있는 물류센터 시장 또한 덩달아 성장하게 되었다.

제조·유통 기업들도 앞다퉈 물류센터를 구축하며 경쟁하기 시작했고증가하는 물동량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물류 산업의 과제가 됐다. 갈수록 물류 기능과 흐름의 연결 매개체인 파렛트의 역할은 물류효율화를 위해 더욱 중요해지게 되었다.

특히 온라인 시장은 신선식품, 위생용품, 생필품, 일용소비재의 구매 비중이 크고, 이런 제품들은 파렛트 사용률이 높은 산업 분야라 파렛트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오늘날의 파렛트는 많은 무게를 감당하도록 설계됐고 비행기, 선박, 트럭에서 지게차와 함께 사용되고 있으며 세계를 하나로 묶는 주역이 됐다. 그래서“물류를 산업의 혈액”이라 한다면 파렛트는 혈액 속 산소를 공급하는“적혈구”라 말한다.

그러나 기업들이 물류의 보관, 유통에서 파렛트를 직접 구매하고 사용하게 되면 많은 불편함과 비효율이 발생하게 된다. 파렛트의 구매비용뿐만 아니라 제품 배송 후 회수, 유지, 관리비용과 잦은 분실과 파손으로 인한 재구매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기업은 파렛트 렌탈을 통해 구매-적재-출하의 과정만을 거치게 되므로 물류 운영비용을 절감시켜 준다.

기업으로선 파렛트 렌탈이 물류비용 절감과 효율화를 위해서 더 경제적이고 효과적이다. 이러한 효율성에 빠져 어쩌다 보니 우리나라에는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는 파렛트 풀 시스템(Pallet Pool System)이 정착됐다. 그러다 보니 사출처 확보와 물류 공급을 제때 할 수 없었고 손해배상과 책임을 분명히 해두고 싶은 미국, 유럽의 글로벌 파렛트 회사들이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게 되었다. 현재는 한국파렛트풀과 AJ네트웍스 2개 회사가 과점체제로 시장을 양분하게 되었고 지금은 납품 계약과 보증금 납부 또는 보증보험 관련 서류 등을 반드시 징구하고 있다.

소유보다 “이용”과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트렌드가 확산하여 렌탈 산업은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을 빌려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만큼 “어떤 서비스를 차별화하여 제공할 것인가”라는 고객 관점의 케어(care) 서비스가 더중요해 지고 있다. 본디 렌탈산업은 타 기업의 상품을 중간 유통하기에 회사 인지도가 낮고 자체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저조하거나 없는 기업들이 많다.

국내 파렛트 렌탈사들도 마찬가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네이밍(Naming) 제고’를 통해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콘셉트(concept)를 내포한 브랜드 이미지를 형상화해 고객에게 어필해야 한다.

한국의 물류 산업은 저단가 중심의 경쟁이 치열하여 브랜드화를 추구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단순히 파렛트만 빌려주고 렌탈료만 받는 방식은 그 한계가 있어 브랜드 이미지 제고는 기업의 미래 성장을 위해서 중요하다.

소비자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외부적 위기를 타개하며 경쟁사의 공세에 대처하기 위한 렌탈 브랜드를 구축하여 매출 증대를 통한 추가적인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코웨이, 바디프렌드가 그 대표적인 업체로서 이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소비자 트렌드를 분석하고 고객들에게 자사 렌탈과 관련한 유익한 콘텐츠를 제공하여 불황을 이기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파렛트 렌탈사들도 기존 파렛트 외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물류 서비스를 브랜드화하여 시장에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데이터를 활용한 다채로운 마케팅 등 고차원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물류 브랜드의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 통합적인 시너지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품질과 만족도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제공하는‘서비스 브랜딩(service branding)’이 돼야 한다. 파렛트 렌탈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매출 증가와 만족도가 늘어나는 좋은 경험과 편익을 제공해서 한번 이용했던 고객들이 다시 찾는 사랑받는 렌탈사가 돼야 한다. 그 결과 사랑은 돈을 움직일 것이다.

우리나라 파렛트 현황은 목재 파렛트의 자사 보유 방식에서 플라스틱 렌탈로 전환되고 있다. 목재를 취급하면 산림을 훼손하고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과 이산화탄소 문제 및 병충해 위험이 존재한다. 반면 플라스틱 파렛트 사용은 목재보다 온실가스 발생을 약 73% 줄일 수 있고 수명이 약 15년으로 3년인 목재에 비해 훨씬 길다. 플라스틱 파렛트를 사용하는 것이 조달, 회수, 세척의 과정을 거쳐 재활용이 쉽고 목재 파렛트에 비해 환경오염 정도가 낮은 친환경 소재라는 인식을 시장과 고객에게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2차 세계대전 때 신속히 무기와 보급품을 수송하기 위해 파렛트는 발명됐다. 오늘날 파렛트가 없다면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이는 현재의 물류 산업을 상상할 수 없다. 그러나 플라스틱 파렛트는 표준화된 관리가 부족하여 비표준 크기와 규격이 너무 많아 복합 작업의 효율성을 감소시키고 운송의 개발을 방해하여 물류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

플라스틱 파렛트의 사회적 응용을 실현하기 위해선 사양을 특정 영역 또는 일정 범위 내에서 단순화하고 표준화해야 한다. 표준화는 파렛트 사회화를 실현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그러나 파렛트 표준화는 사이즈(size)와 컨테이너의 내치수 규격이 맞지 않아 안타깝지만, 현재 세계 각국의 이해 충돌로 단일 규격 제정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다만 파렛트 포장재 재활용은 전 세계의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여 이를 줄이도록 권고하고 있다. 우리도 친환경적인 플라스틱 소재 개발을 모색하고 파손된 파렛트를 업사이클링(Up-Cycling)하여 택배 용기를 개발하는 등 재활용, 재사용이 가능한 자원 순환 체계의 시스템을 구축하여 그린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 단순함이 복잡함을 이겨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한국 물류 산업의 복잡화는 자기 분야만 고집해 자신의 아집과 자아도취에 빠져 오로지 한 분야에서만 먹고 살려고 했다. 자신에 대한 진정한 도전이 아닌 자기 밥그릇에 손대는 것을 싫어하고 가격 후려치기 등‘자기 잠식의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물류 거래 구조의 투명성 부족, 리베이트 양산, 기업 규모의 영세함, 정부 지원체계 미흡, 해외 진출 부진이란 문제점을 낳았다.

물류의 핵심은 연계와 융합이다! 수산업, 농업의 1차 산업조차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기술과 융합하여 가치폭발을 이뤄내는 시대다. 여러 개를 하나로 묶으면 단순해질 수 있고 그런 단순함은 혁신을 끌어낼 수 있다. 단순한 것이 강하다. 파렛트도 그랬다. 나머지는 시장과 고객이 알아서 판단할 것이다. 한때 문제아였고 허구한 날 청바지와 검정 터틀넥(turtleneck)만 입었던 누군가가 말했다.

“단순화는 편의성과 유용성, 예술성을 증대할 만큼 과감하고 근원적인 것이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단순화해 탁월한 상품이나 애용품을 제공해야 한다”.

“판매가 보다 높은 만족도를 제공하고 사용자를 위한 단순화에 집중해야 한다”.

그의 말에 격하게 공감하며 오늘따라 apple이 먹고 싶은 날이다.

lgb14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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