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창립 70주년 남성해운 김영치 회장

남성해운 김영치 회장
남성해운 김영치 회장

남성해운 정신은 바로 ‘고객중심 경영’
동업자간 신뢰바탕 ‘상생협력정신’ 필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남성해운이 회사 창립 70주년을 맞이하여 9월 1일과 2일 이틀간 강원도 강릉 경포대 라카이 리조트에서 창립 7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고마워요! 70년, 함께해요 100년”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번 행사에 앞서서 지난 8월 29일, 한국해운신문은 남성해운의 지난 70년을 이끌어온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김영치 회장을 만나 창립 70주년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향후 나갈 방향을 조명해 보는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는 남성해운 회장실에서 진행됐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기자는 70주년 축하 인사를 짧게 건넨 다음,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회장님의 경영 방침은 무엇인지, 그리고 임직원들에게 항상 강조하시는 내용은 어떤 것인지 부터 물어봤다.

“열심히 하자, 성실하게 하자는 거지 별게 있겠습니까? 해운업이라는 것이 좀 재미도 있고, 한편으론 어렵기도 하고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진짜로 좋아서 해야 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냥 생계수단으로 생각해서 할 일이 아니고, 정말로 바다를 사랑하고 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면 되게 재미가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제 경우에는 이 해운업이 정말 재미가 있었습니다.”

김회장은 ‘해운업은 좋아서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바다와 배를 좋아하게 된 것은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께서 운영하시던 연안여객선을 실제로 타 보는 등 바다와 친숙한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연안여객선을 타고 여기저기 여행도 다녔고, 배를 좋아해서 길가의 나무토막을 발견하면 칼로 깎아서 배를 만들어 보기도 하는 등 바다와 친숙한 환경에서 자랐다고 했다.

“그렇게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택하게 되고, 가업으로 이어져온 회사를 오늘날까지 잘 경영하고 있으니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김회장은 털어놓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지금까지도 하고 있으니 참으로 행복하다는 것이다.

김회장은 또한 직원들에게도 “기왕에 직장생활하는 것 해운회사에 다니니까 배와 해운에 관심을 가지고, 그래서 공부도 하고, 재미를 느끼며 즐겁게 일하자는 말을 한다”고 했다. 관심을 가지고 재미를 느끼며 일하는 것이 회사의 발전뿐만 아니라 개인의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기자는 이어서 동종업계의 관계자들이나 후배 경영인들에게 들려줄 말이 없는가를 물었다. “다들 잘 하시는데 제가 뭘...”이라고 말하던 김회장은 다음과 같은 말을 이어갔다.

“상호 협동정신, 상생 협력정신 같은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모두 모여서 회의를 할 때는 이렇게 합시다 해놓고 돌아서면 그것이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동업자간에 신뢰관계가 바탕이 되어 일을 하는 풍토가 조성됐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상대방을 원망할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부터 잘 지키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업계의 협력을 위해 한국해운협회 같은 곳에서 행정적으로 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동업자간에 실질적인 협력이 되도록 친목을 도모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김회장은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은 아직도 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하고, “수출입 화물의 99.7%가 해운을 통해 운송되는 만큼 해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해운을 통해 부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자는 이후에 남성해운 창립 70주년의 의미를 살피기 위해 그동안 남성해운을 경영해 온 소감과 남성해운의 향후 방향성 등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다. 이 인터뷰에서 김회장은 “남성해운의 정신은 결국 고객중심 경영”이라고 말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성능의 선박을 합리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후의 인터뷰 내용을 문답식으로 요약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남성해운이 70주년을 맞이하는 기분이 어떠하신지 먼저 말씀해 주시지요.

=남성해운과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우리의 서비스를 이용해 주신 모든 화주(고객)분들 덕분이며, 이러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해 준 우리 회사 육상·해상 선배와 현 동료 임직원들, 국내외를 막론하고 너무도 많은 파트너사분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한 분 한 분 찾아뵙고 감사함을 표현해야 옳으나 이 자리를 빌어서라도 진심어린 감사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전달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남성해운을 경영하시면서 가장 어려운 때는 언제였으며, 어떻게 그것을 극복하셨는지요?

=1980년대 중반 해운산업 합리화 상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당시 남성해운은 주로 세미컨테이너, 다목적선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으나 해당 정책으로 인해 컨테이너선 중심으로 재편됨에 따라 회사의 사업모델과 운영체계에 급작스런 변화가 불가피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시대상황이 강제적으로 정부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었기에, 우리사도 전임직원이 힘을 모아 어렵게 극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당시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결국 해운회사란 자사선 도입의 건전성을 확보해 대선수익보다는 운송수익에 집중해야 한다는 경영교훈을 가지게 되었던 중요한 계기가 되었던 듯합니다.

-남성해운에 흐르는 고유한 ‘남성해운 정신’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시는지, 남성해운이 여타 선사들과 비교해 장점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해상운송업의 기본은 양질의 대고객 서비스이며, 결국 남성해운 정신이란 단연코 ‘고객중심경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하여 그러한 양질의 서비스를 고객에 제공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양질의 자산, 즉 우수한 성능의 선박을 합리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뒤따른다고 보고 있습니다.

남성해운은 지난 70년간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용선선보다는, 국내 유수의 조선소들을 비롯한 우수한 파트너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건조한 우수한 성능의 자사선을 중심으로 고객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오고 있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왔습니다. 동시에 고객의 물류 니즈와 물류 트렌드를 읽어 이에 맞는 전사적인 운영체계와 IT시스템을 고객의 편의성을 높여줄 수 있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화주들로부터 가장 신뢰를 받는 선사, 고객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선사라는 평가를 얻고 있는 남성해운은 고객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어떤 일을 해오셨습니까?

=컨테이너 정기선사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핵심은 역시 ‘스케줄 정시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우리 회사는 선사의 스케줄 불안정으로 겪게 될 고객의 불편이 바로 우리의 불편이라 여기고, 이를 해소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지금까지 경주해 오고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자사선 위주 서비스 제공 등도 이러한 내용을 실행하기 위한 일환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네트워크 다변화 차원에서도 현장에서 고객을 직접 대면하는 영업사원들을 통해 고객의 수요를 파악, 일본 지방항에 대한 선제적 기항 뿐만 아니라 동남아 신규 국가까지 지속적인 해상물류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이를 위한 신규 선박 확보에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러한 노력이 고객의 신뢰라는 답으로 돌아오고 있지 않나라고 생각입니다.

-남성해운의 2022년 경영성과와 2023년도 실적 전망치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2019년 코로나 사태 발생후 경기침체 등에 대비해 회사 내실을 먼저 다지려고 전사적인 고민을 절실하게 진행하면서 맹목적인 비용절감을 위한 항로 철수, 선복 축소 등은 지양하고,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자 전력을 다하고 있는 과정에 글로벌 공급망의 비정상적 운영으로 인한 마켓의 움직임에 따라 2021년, 2022년은 같은 업을 하는 기업들과 비슷한 수준의 경영성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해 2023년은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화, 대체 연료 기반의 친환경 선박 중심의 신조발주 및 인도 러시와 글로벌 수요회복 지연으로 인한 수요공급의 불균형 및 지난 2년간 급격하게 치솟은 운임에 대한 화주들의 반대심리 등으로 인해 코로나 이전 상황보다 더 악화되는 분위기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우리회사도 비정상적인 경영성과로 인해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었던 대고객 영업 마인드 제고, 내부 운영체계의 미세한 파악 및 개선 등을 강조하는 동시에, 코로나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진행해 오고 있는 디지털 전환 가속화, 전사적인 비용절감 과제 실행 및 회사의 신성장전략의 실행력 강화를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향후 남성해운이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이나 선대확충 계획 등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컨테이너 정기선 사업은 서비스 확장의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공식화’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초 한일 정기선 서비스로 시작한 남성해운의 서비스는 단계적으로 한중 서비스, 중한일을 아우르는 펜듈럼 서비스 등으로 확장되었습니다.

또한 2007년 홍콩 서비스를 시작으로 동남아 지역으로 확대, 하이퐁 서비스, 호치민, 태국 서비스, 필리핀 서비스까지 확장되어 왔습니다. 기 발주한 2500teu급 선박 4척을 2023년, 2024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인도받을 예정이며 이 선박들을 기반으로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서비스를 확충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여기에다가 인도, 중동 등 지역으로 확장을 위한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으나 올해에는 최근 개설된 신규 확장지역에 대한 서비스를 견고히 하는 것에 집중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근간인 컨테이너 정기선 사업(해상운송)에 육상운송을 연계하여 화주에게 보다 양질의 확장된 서비스 및 비용경쟁력을 제공하기 위해 주요 국가의 육상운송, 데포 및 CFS 등을 확보하는 일들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성해운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 가려고 하시는지요?

=최근의 시황과 환경은 분명 과거 70년을 운영해 오던 방식과는 그 변화의 속도가 사뭇 다르다는 것은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대부분 비슷하게 생각하실 듯합니다. 이에 우리회사도 단기, 중기, 장기관점, ‘기존/신규사업관점, ‘2D(Digitalization/De-Carbonization) 관점’에서 현재와 미래를 끌고 갈 전략적인 방향과 과제들을 심도 깊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먼저 기존 해운사업 관점에서는 비용구조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내부 운영효율성 강화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핵심과제들을 지속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체계를 가동하고 있는 것과 더불어 대화주의 니즈/원츠(Needs/Wants)를 가격/서비스 축으로 구분한 핵심과제들을 선정하고, 이의 실현을 통해 우리의 화주분들에게 실질적인 효과를 경험할 수 있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회사의 해상운송 네트워크 강점을 기반으로 연결되는 육상서비스(육상운송, 보관, CFS 등)를 복합한 해상/육상 복합물류서비스를 화주에 적합한 상품으로 제공할 수 있기 위해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가의 항만배후부지 및 적정규모의 운송 인프라 확보에도 전략적인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기존 해상운송의 강점 강화, 해상/육상 복합물류서비스 확대를 실행함에 있어, 화주 및 파트너사와의 보다 긴밀하고 차별화된 서비스 경험을 창출하기 위한 Digitalization도 선제적으로 접목시키고자 ‘다양한 플랫폼과의 Tight한 비즈니스 연계’, ‘IoT 서비스 기반 차별적인 운송 가시성 및 품질제공’, ‘Cloud 기반 모바일/웹 e-Service 제공’ 등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나가고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업강화를 위한 전략적 노력에 빼놓을 수 없는 친환경/친사회/투명한 지배구조의 영역이라는 생각입니다. 이에 친환경 측면에서는 IMO의 규제 및 가이드 준수 등을 통한 우리회사 자체의 Scope1 탄소배출량 관리 및 친환경 선박으로의 점진적인 전환 뿐만 아니라, 대화주의 Scope2/3 탄소배출량(물류서비스 전체구간)도 관리될 수 있는 솔루션사와의 파트너십 수행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친사회 측면에서는 임직원/지역사회/파트너사 등으로 구분한 사회공헌 및 협업강화 등의 사회적 기여활동들을 기획, 실행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남성해운 김영치 회장 약력>

△1960년 3월 경남고등학교 졸업 △1963년 9월 남성해운 이사 △1964년 2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졸업 △1968년 4월 남성해운 대표이사 △1969년 4월 동주항업 대표이사 △1983년 3월 대통령상 수상 △1998년 3월 한국근해수송협의회 회장 △남성해운 회장(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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