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원 경영학 박사(한국물류포럼 대표, 전 KMI 기획조정실장)

박태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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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시대,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구글·애플·아마존·인텔 등 혁신에 성공한 기업들은 지금 무엇에 집중하고 있을까? 그것은 바로 DEI 경영이다. 다양성(Diversity)과 형평성(Equity) 그리고 포용성(Inclusion)을 말한다. 조직이나 개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하는 문화를 의미한다. 우리에겐 아직 낯설지만, 세계적으로는 이미 뜨거운 키워드가 되었다.

DEI 경영은 혁신의 가능성을 6배 높이고 위험을 30%나 낮춘다. 다양성을 넘어 형평과 포용이 혁신을 위한 조직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조지타운 대학 교수인 엘라 워싱턴은 DEI를 ‘가야 할 여정(Necessary Journey)’이라고 했다.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조직심리학자인 그는 다양한 집단을 공평하게 포용하는 문화가 기업의 성공과 직결된다고 강조한다.

직원들이 일터에서 더욱 자기답고, 가치를 존중받으며, 성공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경영자는 사람 냄새가 나는 조직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요즈음 기업이 처한 진짜 위기는 매출 감소가 아니라 ‘조용한 퇴직자’ 증가와 같은 내부 위기일 수 있다. 회사에 다니긴 하지만 회사의 목표를 내 일로 여기지 않고, 최소한의 일만 하며 내 삶에 집중하는 ‘조용한 퇴사’가 늘면서 기업의 성장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DEI는 이제 조직관리의 선택이 아닌 필수다. 다양성은 인종·성별·종교·성적 취향·장애 유무 등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조직원들이 공존하는 것이다. 형평성은 개인 간의 격차를 인정하고 비주류 구성원도 성장할 수 있도록 장벽을 없앤다. 예컨대, 담장 너머의 경기를 다 함께 보기 위해, 키가 담장보다 작은 사람에게는 받침대를 놓아주는 것이다. 포용성은 다양한 개인이 조직에서 소속감을 느끼며 몰입해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먼저 다양성은 혁신의 원천이다. 조직 내에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다. 다양성을 가진 팀원들은 각각 다른 시각과 관점을 가진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관점이 만나면 새로운 문제의 해결 방법과 창의적인 제품과 서비스가 생겨나기 마련이다. 다양성 혁신의 원천은 다양한 관점과 아이디어가 만나 통합되는 과정에서 실현되며, 조직은 기존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시도와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

형평성은 직원의 만족도와 창의성을 높인다. 조직 내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을 때, 직원들은 자신의 역량과 노력에 적정한 보상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조직 내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는 직원들은 더 높은 만족도와 동기부여를 갖게 된다. 이는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퇴사율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또한 조직 내부의 긍정적인 에너지와 창의성을 부추긴다.

포용성은 조직문화를 더욱 단단하게 한다. 다양성을 포용하는 조직은 직원들에게 안전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한다. 조직 내에서 다양성만 존재한다고 해서 바로 경쟁력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다양성은 포용성과 함께 있을 때만 조직 내에서 경쟁력으로 발전할 수 있다. 포용적인 문화는 차별을 거부하고 각자의 고유한 개성을 존중하는 기반이 된다. 포용적 환경은 자연스럽게 직원들의 협력과 협업을 이끈다.

이제 DEI는 글로벌 기업 경영의 핵심적인 가치가 되었다. 그것은 지속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점점 복잡해지고 불확실한 기업 환경에서, 다양한 시각과 정보가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다양한 인재들이 몰입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더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은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의 창출로 이어지게 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500대 기업의 ESG 실무자를 대상으로 ‘2023 ESG 트렌드’​를 조사했다. 환경(E)이 중요하다고 응답한 기업이 82%인 것에 비하여, 사회(S)와 지배구조(G)는 각각 9%를 나타냈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ESG 경영을 위해서는 사회와 지배구조에 더욱 힘을 실어야 한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사회 부문에 대한 중요성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DEI가 있다.

DEI 열풍은 2020년 미국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총격에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들불처럼 번졌다. 세계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은 2021년부터 DEI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DEI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DEI 경영은 ESG의 사회와 지배구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기업의 사회공헌과 사회적 책임 이행은 물론이고 기업문화와 지배구조에도 DEI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DEI 경영의 대표적인 기업이 구글이다. 구글의 성장에는 자유로움을 통한 창의성과 협력의 조직문화가 있다. 구글은 자유롭고 열린 문화를 강조한다. 이는 직원들에게 아이디어 제시와 실험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구글은 ‘20% 규칙’이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일주일 중에 20%의 시간 동안, 개인 프로젝트나 관심사에 대해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한다. 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 발굴과 실현 가능성 검증에 기회를 주고 있다.

또한 구글은 다양한 부서 간의 협력과 지식 공유를 위해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도구와 공간을 제공한다. 회사 내부에서 사용되는 '구글 드라이브'나 '구글 메모' 등을 통하여 팀 간의 소통과 협업을 원활하게 하고 있다. 회사 건물에는 다양한 회의실과 공동 작업 공간이 있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구글은 이러한 문화와 조직적 특징을 통해 창의성과 협력을 촉진한다. 우리 기업들이 본받아야 할 DEI 경영의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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