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재 목포해양대학교 교수(경영학박사)

김명재 교수
김명재 교수

한국 해기사(Maritime Technicians)의 수요와 공급과 관련한 안정적인 수급정책 문제가 업계의 중요한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각 유관 기관이나 단체들이 포럼 등을 통해 문제를 진단하고 적절한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논의와 토론으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기인력의 공급처는 교육기관이고 주된 수요처는 승선 근무가 필요한 국적 내·외항 기업 및 일정한 해상경험이 요구되는 해양관련 기관이나 단체들이다. 그러나 이들 각 이해당사자들(Stakeholders)이 직면한 대내외적인 여건이나 환경 및 이해득실이 대립되어 있어 원활한 합의를 도출하기 어렵고, 적합한 정책수립 방안에 이르기가 어려워 보이므로 우선 이들 당사자들에 대한 입장과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해기인력 수급문제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이해당사자들은 크게 해기교육기관, 해운기업, 정부, 그리고 법과 제도개선을 위한 정치권이다. 이들 개별주체가 직면하고 있는 환경과 이해관계를 대개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교육기관이다. 날로 현대화, 거대화, 첨단화되고 있는 거대상선에 필요한 고급해기사를 양성하고 있는 대학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입학자원과 인구감소에 따른 정부의 지역 소멸 대책 등에 연계된 통합화(Glocalization)와 구조조정 등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교육부의 지방대 통합화 정책은 지자체에 취업률 등 대학기여도에 따라 50%의 대학예산지원 권한 이양과 연계되어 있으나 해기사를 위한 졸업생들은 주로 외항 승선이 주된 취업로로서 상기와 같은 정부 정책에 부합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이러한 특성을 감안한 예외적인 교육정책 즉, 독자적인 경쟁력 유지를 위한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이른바 입학자원 감소와 정부의 통합화 구조조정 압력에서 자유롭고 안정적인 교육정책이 마련되어야만 수요에 대응한 고급해기인력이 공급될 수 있다.

둘째, 해운기업이다. 여론에 따르면 해기사의 장기승선 및 안정적인 공급방안으로 처우개선문제가 거론된다. 임금인상과 휴가제도 개선 등 기업에 획기적인 선원복지를 요구하고 있으나 이와 같은 경영 방안이 즉각적이며 만족스럽게 도입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고급해기사의 주된 수요처인 외항선사들은 무국경화 자유주의 경쟁에 노출되어 있고, 글로벌 경기변동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경영환경에 직면하고 있어 호황과 불황의 시장 사이클에 대비해야만 한다. 선박은 거대화·첨단화되고 있어 선박 유지비용 중 선비인 자본비와 선원비, 그리고 운항비의 연료비가 매출 수익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으므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이익을 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70∼80년대에 나타난 국적제도의 변질 과정에서 급격히 국적을 이탈한 편의치적선들은 바로 이와 같은 제반 선비와 운항비를 커버하기 위해 취한 기업 경영 전략임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오늘날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친환경 및 사회적 공헌 가치 제고 등을 내세운 ESG경영 패러다임이 널리 보급되고 있으나 이윤 극대화에 의한 기업 장기생존 이념은 변화될 수 없다. 결국 일정한 출혈을 감안한 기업의 과감한 복지제도개선 및 정부의 법과 제도 등의 보완과 합리적인 지원정책 즉, 부원의 제3국 선원 도입완화를 토대로 한 노동법의 개선, 해기사의 장기승선에 따른 보상정책인 3년, 5년, 10년 이상 승선자에 대한 정부의 각종 혜택수혜 권한부여 및 사회적 지위제고 등의 종합적인 방안이 도입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정부와 정치권이다. 국가 선원정책을 전담하고 있는 해양수산부와 입법기관인 정치권은 선원 문제에 관해 급변한 대내외적 환경을 감안한 신선하고 획기적인 정책마련이 요구되는 시대의 중심에 서 있다. 특히 해운에 비전문가들일 수 있는 정치권에는 제4군인 해기인력의 수급문제에 보다 폭넓은 이해와 핵심적인 역할이 지원되어야 하는 상황임을 잘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남북이 대치되어 있고 해양을 둘러싼 미·중·일 등 강대국들의 전략적 다툼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상을 통한 안정적인 원자재 조달과 수출입 화물의 국제운송은 날로 그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음은 모두가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해기사의 장기승선 유인을 저해하는 동인으로서 고립감과 자아실현 욕구불만이 가장 많은 것으로 이해된다. 심리학자 메슬로의 5단계 욕구 이론에 따르면 1단계 생존욕구를 지나 점진적으로 최상위 5단계 인간의 최고수준의 욕구는 자아실현 즉, 남에게 존경받는 사회적 지위를 갖고자 하는 것이다. 해기사로서 오랫동안 해상생활을 영위하고 얻는 부와 명예 등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자아실현의 욕구가 이루어질 때 보다 안정적인 해기인력 수급문제가 해결되리라 본다,

정책은 그 시대의 산물이므로 끊임없이 변화되는 사회적 환경에서 모순 발생이 불가피하다고 이해할 때 현실에 도출된 그 모순들에 대해 정책 수혜자들과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에서 시의적절한 수정과 보완이 불가피하고 그렇게 시대적 환경에 맞게 정비된 정책은 해당산업과 국가의 안정에 중요한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으로 믿어진다.

전술한 바와 같은 제반 문제의 합리적인 해결과 방안마련을 위해서는 교육기관, 해운기업, 정부, 정치권 및 기타 유관기관들의 대표로 구성되는 안정적인 해기사수급을 위한 ‘종합특별대책추진위원회’가 결성되어, 일관되고 속도감 있는 정책이 만들어질 때 그에 따른 법과 제도가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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