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기장 노령화·부족 심각, 개방 불가피
전면개방시 해기전승·선박관리업 붕괴 우려

국적 외항선대는 증가하고 한국인 선기장은 지속적으로 감소·노령화되고 있어 외국인 선기장 개방이 불가피하지만 부작용이 많아 점진적으로 개방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해사포럼이 9월 15일 개최한 ‘해기인력 문제 공개토론회’에 참석한 패널 토론자들은 외국인 선기장 개방은 필요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시범운영을 먼저 해보고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국제선박등록법과 노사협약에 따라 필수선박과 지정선박을 제외한 일반선박은 선기장을 제외한 선원을 모두 외국인으로 승선시킬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고급 해기인력 부족사태가 심각해지면서 해운업계는 일반선박에 대해 외국인 선기장을 허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외국인 선기장 개방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패널 토론자들이 동의했다. 한국선박관리산업협회 안정호 상근부회장은 “일반선박에는 외국인 선기장이 승선하지 못하니 기껏 양성해 놓은 우수한 외국인 1항기사들이 해외선박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반면 한국 선기장은 고령화되고 그 수도 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적선대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결국 외국인 선기장을 개방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지적했다.

한국해운협회 원민호 이사도 “향후 10년내 국적외항선대가 1500척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인데 이에 필요한 한국 해기인력이 약 1만 4천명이다. 그러나 공급 가능 인력은 약 6천명으로 8천여명을 외부에서 수혈해야만 한다. 유능한 외국인 해기사를 확보하려면 (선기장 진급을 막는)유리천장을 없앨 필요가 있다”며 외국인 선기장 개방 필요성을 설명했다.

토론자들은 외국인 선기장 개방 필요성은 인정하나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고 시범 운영을 통한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황진회 부연구위원은 “한국 해기인력이 이만큼이나마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외국인에 선기장을 개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기장이 전면 개방될 경우 해기전승이 중단되고 해양대 해기사 양성 규모도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육상 해기인력 부족 문제도 야기할 수 있다"며 외국인 선기장 개방 문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진회 부연구위원은 일반선박에서 외국인 선기장을 개방하려면 개방 비율만큼 한국인 초급해기사를 의무 고용을 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해기전승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선박관리산업협회 안정호 부회장도 “선기장이 외국인으로 바뀌게 되면 육상의 한국인 공무감독도 필요없게 된다. 외국인 선기장과의 의사소통 문제 때문에 외국인 감독들로 대체되고 결국에는 한국선박관리산업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해기사협회 손정현 상무는 무작정 외국인 선기장을 개방하면 선박관리업을 비롯한 한국 해사산업 자체가 무너질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고 한국해양대 김진권 교수도 중장기적으로 한국인 해기인력 양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신정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운협회 원민호 이사는 한국인 해기사가 부족해 외국인 해기사로 대체해야 하는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현행 외국인 부원 승선 제한을 한국인 해기사 의무승선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으며 현재 선종 구분없이 운영되고 있는 필수·지정선박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해운협회와 전국해상선원노련은 외국인 해기사 개방 시험운영을 비롯해 승선 기간·유급휴가 등 선원 근로조건 개선 등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