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현실화·초고속 인터넷 구축 필요
처우개선에 따른 비용·효율 고려해야

청년 해기사들의 높은 이직률로 고급해기사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대책으로 승선기간 단축, 유급휴가 확대, 선내 초고속 인터넷 구축 등 처우개선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처우개선이 실행될 가능성에 대해 현장에서는 상당히 냉소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해기사협회 손정현 상무는 15일 한국해사포럼이 개최한 ‘해기인력 문제 공개토론회’에서 최근 정부의 선원 일자리 혁신방안 발표이후 노사가 선원 처우개선을 논의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는 상당히 냉소적이라고 밝혔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처우개선 방안들이 실행될 수 있겠는가, 선주들이 과연 처우개선 방안을 실행할 의지를 갖고 있기는 한가라는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젊은 해기사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손정현 상무는 “그동안 선주들은 큰 노력없이 국가가 양성하는 양질의 해기사를 공급 받아왔지만 앞으로 더이상 적시에 공급되지 않을 수도 있다. 정부는 선원 일자리 혁신방안을 통해 선원들의 처우를 개선시키겠다는 의지를 이미 밝혔다. 이제는 선주들도 전향적인 방향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상무는 또 “해운업계는 승선기간을 줄이고 휴가일수를 늘리면 대외경쟁력이 낮아져 다 망한다며 외국 해기사를 쓰면 된다고 하는데 이제 고급해기사 임금은 내외국인간 별 차이가 없다.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우수한 해기인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지적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황진회 부연구위원도 “실행력을 높이려면 법제화가 가장 확실하지만 노사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진다. 대형선사들을 중심으로 처우개선을 시작해야 한국 해기사의 이직을 막을 수 있다. 더 이상 선원비를 비용의 시각으로 봐서는 안된다. 양질의 저임금 선원은 이제 없다”고 밝혔다.

황진회 부연구위원은 젊은 해기사들의 이직을 막기 위해 결국은 임금을 현실화시키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소수이기는 하지만 국적선사를 징검다리로 삼아 임금과 처우가 좋은 외국선사에 취업하려는 해양대생들과 젊은 해기사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선원 이직률 저감을 위한 처우개선 방안으로 초과근무 시간의 정확한 측정과 수당 현실화, 선내 초고속 인터넷 구축, 선내 거주환경 개선, 장기승선시 공무원 시험 가점 부여, 선원연금제도 도입 등이 제시됐다.

황진회 부연구위원은 선내 인터넷과 관련해 “그동안 상선에서 인터넷은 통신의 수단이었지만 지금은 육상처럼 영상을 보는 것으로 용도가 달라졌다. 초고속 인터넷 도입을 적극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양수산부 안준영 서기관도 “젊은 해기사들은 인터넷을 일종의 공기이자 생존권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선내에서 육상과 비슷한 수준의 인터넷 서비스를 구현하는 상품은 스타링크밖에 없다. 국내 진출을 위해 법인 설립이 추진 중인데 전파인증도 받아야 해 국내 출시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 차원에서 스타링크가 국적선에 도입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기승선시 공무원 시험 가점을 부여하는 문제에 대해 안준영 서기관은 “인사혁신처는 가점에 대해 경력 유무만 따질 뿐 경력의 길고 짧음으로 차별하는 것을 지양하고 있어 어려운 측면이 있다. 다만 해수부 소관 공공기관들의 경력직 채용시 장기승선에 가점을 더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선박관리산업협회 안정호 부회장은 처우개선에 따른 비용과 효율을 면밀히 검토하고 경쟁력을 최고조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정호 부회장은 “지금 논의되는 선원직 매력화 방안들은 사실 과거에 거의 다 시행해 봤던 것들로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사 입장에서 처우개선에 따른 비용과 그에 따른 효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소득세 전액 감면, 재해보상제도 개선, 선원 연금제도 도입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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