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기선사 탈탄소 대응비용 보전해줘야
화물운송 변화, 정부·화주·금융 협력 필요

한국해운협회 김세현 이사가 중소해운사 탄소중립 대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한국해운협회 김세현 이사가 중소해운사 탄소중립 대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탈탄소화 규제로 해상운송시장 자체가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선사 혼자서는 이러한 변화를 감당할 수 없어 화주와 금융권, 정부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2일 한국해운협회와 산업은행이 공동 개최한 ‘중소해운사 탄소중립 실현 세미나’에서 한국해운협회 김세현 이사는 ‘중소 해운사의 탈탄소 환경 규제 대응 현황 및 전망’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선사들도 탈탄소화에 대응해야겠지만 화주들의 탈탄소화 대응으로 해상운송 시장 자체가 큰 변화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세현 이사는 “온실가스 배출 규제 강화로 선사들은 친환경 선박을 신조 또는 개조하거나 바이오 중유를 사용해야 돼 비용상승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 비용이 선사들의 마진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는 데 있다. 규제 대응에 따른 비용을 보전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이사는 특히 화주와의 운송계약으로 화물을 운송하는 부정기선사, 특히 중소선사들이 탈탄소화 비용을 보전받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부정기선은 화주의 운항지시권에 따라 운항하기 때문에 선사의 탄소배출관리가 불가능한 구조인데 중소선사들이 환경규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설명이다.

김이사는 탈탄소 규제로 주요 화주들의 수입에너지가 변화돼 해상운송시장 자체가 변화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령 발전사의 연료탄은 LNG나 재생에너지로, 제철사의 철광석+원료탄은 환원철(HBI)이나 직접 환원철(DIR)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돼 기존 케이프 및 파나막스 벌크선이 LNG운반선이나 암모니아 운반선으로, HBI·DIR 운송을 위한 6만dwt급 울트라막스 벌크선으로 대체되는 등 부정기 화물운송시장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향후 해상운송시장 변화로 선사들은 새로운 친환경 선박을 신조해야 하지만 CVC나 COA 등 장기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신조에 따른 선박금융 부담 증가로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

김이사는 “정부, 화주, 금융기관이 탈탄소화에 따른 화물운송시장의 변화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국적선사가 사라졌을 때 화주들이 부담하는 물류비용이 급증한다는 사실을 되새기고 과거 LNG전용선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LNG전용선 도입을 위해 정부, 화주, 금융, 선사, 조선소가 협력한 결과, 운송비 절감은 물론 선박금융 성장, 국적선사 LNG 운송시장 진출, 세계 1위 LNG선 건조능력 보유라는 성과를 이뤄낸 바 있는데 이번 탈탄소화 위기도 협력을 통해 기회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이사는 탈탄소화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먼저 금융업계는 기존 5년 만기 선박금융을 10년 이상 저리 상품을 지원하고 국내 건조가 어려운 선박의 해외건조시 정책금융 지원, 선사 신용과 영업능력·현금흐름을 반영한 선박금융 설계, 친환경 선박 개조와 운항비용(OPEX) 증가를 대응할 수 있는 상품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화주에 대해서도 김이사는 “친환경 규제 대응으로 선사들의 운송원가가 상승하는 것이지, 마진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므로 화주들의 적극적인 비용 보전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화주들도 규제 대응을 위해 친환경 해상운송시장을 선점해야 향후 운임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국적선사들과 상생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김이사는 정부 당국이 환경규제 대응을 위해 선언적이 아닌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해줄 것과 친환경 연료 확보 및 벙커링을 위해 해수부, 관세청, 산업부 등 관계부처와 유관기관들이 참여하는 공동 대책반을 마련하고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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