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터치웰 부사장

피터 터치웰 부사장
피터 터치웰 부사장

해운사의 극도로 높은 수익성 시대가 저물고 있는 지금 가장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선사들의 다음 행보는 과연 무엇인가’이다.

이 질문의 이면에는 컨테이너 해운업에서 종종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운임 책정과 서비스 품질의 변화는 해운업계가 통제하기 어려운 경기 불황이나 소비자 지출 등의 외부 요인 때문이 아니라, 전적으로 선사들의 손에 달려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결정이 2024년처럼 업황 전망이 좋지 않은 해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즉, 외부 여건이란 그저 외부 요인에 지나지 않는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미국의 컨테이너 수입량은 2019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소비자 신용 경색, 인플레이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학자금 대출 만기 도래 등 예측하기 어려운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내년에 다시 반등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운임 책정과 운송업 서비스 품질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는 선사들이 시장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수요가 2021~2022년 수준으로 결코 지속될 수 없고 또한 한 해 더 침체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신규 친환경 선박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주문량을 기존 선대의 거의 30%까지 끌어올린 것은 현금이 넘쳐났던 선사들이었다. 그리고 선박을 채우기 위해 경쟁업체보다 낮은 운임을 공격적으로 제시하는 등 과잉 선복의 영향을 어떻게 그리고 어느 정도까지 완화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될 주체 역시 선사들이다.

회복세에 대한 기대감이 빠르게 퇴색하는 2024년을 내다보며 향후 선사가 어떻게 대응할지 해운업계 전반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가능성은 여러 가지다. 예를 들어, 대형 선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축적한 엄청난 자금을 활용해 소형 선사들을 시장에서 몰아내기 위해 파멸적인 운임 전쟁을 벌일 수 있다. 컨테이너 해운업의 역사를 보면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신생 선사가 빠른 속도로 세계적 규모를 달성한 일이 사실상 전무한 해운업계에서, 경쟁업체를 몰아낸다면 추가적인 합병을 통해 살아남은 선사들의 입장을 강화하는 등 나쁘지 않아 보이는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하지만 최근 만난 일부 아시아 기반 컨테이너 운송업체들은 이러한 시도가 적어도 조만간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긴 시간 동안 합병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선사가 선두권(top tier)에서 밀려나고, 시장 점유율 역시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쟁업체 퇴출이 실제로 이루어진다 해도 이를 실행할 때 드는 비용을 고려하면 사실 얻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올해 초 언론에서 운임전쟁이라는 헤드라인을 쏟아냈지만, 전통적 의미에서 운임전쟁은 아니었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S&P 글로벌 커머디티 인사이트(S&P Global Commodity Insights)에 따르면, 북미 서안행 스폿운임은 2022년 초 이후 80% 이상, 8월 이후 약 25% 급락했다.

사실, 이는 항만 정체현상 완화와 물동량의 급감에 시장이 대응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미국의 컨테이너 수입량은 2022년 대비 18.7% 감소한 반면, 선복을 유휴 상태로 유지하던 선박 백업은 대부분 사라졌다. 선사들이 경쟁업체를 희생시키면서까지 어떤 운임 조건에도 무조건 선박을 채우고 고객과 시장 점유율을 얻기 위해 약탈적 운임 책정에 관여한 징후는 거의 없었다.
이러한 요인들은 선사의 수익을 일거에 쓸어버리고 팬데믹 이전처럼 해운업의 수익 달성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앤드류 리(Andrew Lee) 글로벌 투자은행 제프리스(Jefferies) 애널리스트는 지난 10월 9일 “분기별 실적이 연말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계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선사들의 팬데믹 호황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불가피하긴 하지만, 진정한 약탈적 운임 전쟁이 초래할 손실에 자금을 투자하는 데 관심을 가질 선사는 아무도 없다는 것이 아시아 기반 업체들의 중론이다. 선사들은 여전히 수익을 창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으며, 아무리 어려워도 수익을 추구하고, 공격적인 비용 통제라는 이미 효능이 입증된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2024년 해운시장은 결항, 감속 운항, 화물 인도 지연(가능한 경우) 및 폐선 증가 등 똑같은 상황을 더 많이 목격하게 될 것이다. 노르웨이 피오르 해안 정박, 수에즈 운하 통항료 절약 및 선복량 흡수를 위한 유럽-아시아 선박의 희망봉 우회 등 더 공격적인 조치도 가능할 것이다.

내년 2월 중국의 춘절까지 미국 수입량이 잠잠한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아시아 출발 북미행 선사들은 올해 실행한 선복량 감축이 적어도 향후 5개월 동안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비용에 집중한다면 특정 선사들이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작아진다. 왜냐하면 이는 결항 감소와 선복 증가를 의미하고 이는 다시 공격적 운임 조치로 선박이 채워져야 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선사들 간의 전면적인 운임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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