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본입찰 앞둔 HMM 매각 일정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다음달 23일 HMM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실시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HMM 매각의 주관사인 삼성증권이 인수 후보인 동원그룹, LX그룹, 하림그룹 등에 본입찰 일정과 주주간 계약서 초안 등을 통보하면서 알려졌다. 그동안 말도 꽤나 많던 HMM의 매각에 의한 ‘새 주인 찾기’가 첫 번째 관문 통과를 앞두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HMM 매각은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인수 후보로 나선 3개 그룹의 자산 규모가 HMM의 자산 규모에 크게 못 미쳐서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는 모양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HMM은 현금성 자산을 12조 3000억원(2분기 기준)이나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인수사가 배당 등을 통해 이것을 빼가지 않을까 염려가 되는 면도 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건을 계약서에 명시했는데, 이것도 인수자 선정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인지 아직 본입찰이 진행도 않됐는데 산업은행의 강석훈 회장은 유찰될 가능성을 언급하여 주목을 끌었다. 지난 10월 24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회장은 HMM 매각에 대해 답변하면서 “인수적격자가 없다고 판단되면 HMM 매각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고 말해 유찰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우리 해운업계에서도 이번에 무리하게, 서둘러 HMM을 매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자산 규모가 작은 그룹이나 회사에서 HMM을 인수했을 때 앞으로 닥쳐올 것이 분명한 해운 불황에 대처해 나갈 힘이 없는 까닭에 다시 부실화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HMM의 매각 계획은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그중에서도 특히 산업은행의 의사를 주로 반영하여 진행되어 왔다. 때문에 이번 매각도 산업은행의 채권 확보 차원에 바탕하여 은행 측에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해운업계의 바람은 이번을 계기로 HMM이 제대로 국제경쟁력을 갖춘 선사로 살아남아서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고 해운산업의 발전도 선도해 나가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HMM의 매각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면, 인수자가 갖추어야 할 자격 조건은 몇 가지가 있다고 본다. 우선 재정건전성이 확보된 회사나 그룹이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인수회사는 HMM 보다 자산 규모가 큰 것이 바람직하며 지나치게 재무적 투자자(FI)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또한 가능하면 해운전문성이나 물류산업에 대한 노하우를 이미 가지고 있는 회사나 그룹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해운업에 전념할 뜻이 있고, 향후 HMM을 세계적인 원양컨테이너선사로 성장 발전시킬 비전을 가지고 있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HMM 매각 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할 개연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 달 본입찰에서도 유찰되고, 뒤이어서 다른 대형 그룹들의 매수 의사도 새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면 우리는 할 수 없이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조금 섣부른 감이 없지 않지만, 요즈음 HMM ‘새주인 찾기’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현행 상태의 당분간 유지’와 ‘외국선사와의 제휴’다. ‘현행 상태의 당분간 유지’는 바람직한 대기업의 인수가 확정될 때까지는 현행 체제를 유지하다가 적정 인수자에게 넘겨주자는 것이다.

‘외국선사와의 제휴’는 업무적으로 혹은 재무적으로 자본력이 튼튼한 외국선사와 제휴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자는 것이다. 제휴 외국선사로는 지난번에 예비 입찰에 참여했다가 떨어진 하파그로이드가 지목되고 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얘기는 자본력 면에서 세계 톱클래스라고 평가받는 하파그로이드와의 제휴는 HMM에게도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무 제휴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재무적 측면에서의 제휴는 자칫 외국선사에 매각된 것으로 혼동돼 엄청난 국내 여론의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런 가운데 해운업계에서 다시 부상하는 것이 ‘HMM의 국민기업화’론이다. HMM을 포스코와 같이 대형 대주주가 없는, 국민 누구나가 투자하는, 그야말로 ‘국민 참여 주식회사’로 만들자는 것이다. 국영기업으로 창설되어 우리나라의 철강산업을 일으킨 포스코는 오늘날에는 철강산업 뿐만 아니라 기술혁신을 통해 친환경 소재산업에까지 사업범위를 넓혀감으로써 사랑 받는 최고의 국민기업으로 우뚝 솟아났다.

HMM의 국민기업화를 주창하는 것은 원양 컨테이너선 사업이 개별기업이 하기가 어려운 공공성을 띤 사업 영역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해운산업을 둘러싼 환경과 향후의 전망을 세세히 살펴보고 난후의 결론이라고도 할 수 있다. HMM이 지금 현재는 12조원이 넘는 유보 자금이 있다고 해도, 이것은 자산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자금이다. 현실적으로 해운불황은 코앞으로 다가와 있고, 해운불황이 전개되면 얼마 안 돼 수조원의 적자를 낼 수도 있는 문제다. 더더구나 200조원 이상의 현금 유동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강력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유럽선사들과의 향후 경쟁에서 HMM이 선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기에 더 걱정거리인 것이다.

HMM의 국민기업화는 포스코가 헤쳐 나갔던 길을 그대로 따라가면 될 것이라고 본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지분을 기업과 개인들에게 매각하기만 하면 된다고 본다. 이럴 때 해운업계는 적극적인 주식 매입으로 국민기업의 주주가 되는 방안도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등의 공기업, 대형 화주, 조선소, 항만공사 등 해운과 연관된 업단체들이 모두가 주주로 참여하여 진정한 국민기업 HMM을 만들었으면 하는 것이 업계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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