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원 경영학 박사(한국물류포럼 대표, 전 KMI 기획조정실장)

박태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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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글로벌 빅테크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아마존은 무인점포 ‘아마존고’ 사업부를 없애고 직원 1만 8천 명을 해고했다. 구글은 전체 직원의 6%에 해당하는 1만 2천 명을, 마이크로소프트는 5%인 1만 1천 명을 감원했다. 메타도 지난해 11월에 1만 1천 명을 해고한 데 이어 올해 3월에 1만 명을 내보냈다. 올해 들어 글로벌 IT업계 인력 24만 명이 잘렸다.

포브스는 “올해는 닷컴 버블이 있었던 2001년 이후 가장 많은 테크 기업 해고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에 재택근무가 보편화되었다. 온라인 기반 사업의 테크 기업들은 급성장했다. 저마다 인력을 늘리며 덩치를 키웠다. 그러나 경기 침체와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테크 기업에 취업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렵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 등 빅테크들은 지난 3분기에 높은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IT 업계가 팬데믹 성장 이후 인력을 감축하고 제반 비용을 절감하면서 경기둔화와 씨름한 끝에 다시 도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기업의 3분기 평균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13% 가량 증가했다.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다. 아마존의 경우, 인력 감축 효과로 지난 3분기 역대 두 번째로 높은 7.8%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빅테크들이 투자를 아끼지 않는 사업 영역이 있다. 바로 생성형 인공지능(AI) 분야다. 오픈AI가 챗GPT로 세계 시장을 선점하면서 다른 빅테크들도 시장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고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MS가 오픈AI로 단연 앞서가면서, 구글이 자체 개발한 AI 바드로 뒤쫓고 있다. 아마존도 메타도 생성형 AI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이달 들어 덴마크 선사, 머스크가 최소 1만 명의 인력 감축을 발표했다. 세계 경제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계속되고 있는 운임 하락과 함께 해운 물동량의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해운 선단을 보유한 머스크가 비용 절감을 위해 대규모 감원에 나서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빈센트 클럭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앞으로 2년간 해운 운임이 하강 압력을 받을 것이라면서, 대대적인 감원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올해 들어 해상운임은 폭락했다. 여기에 규제 강화, 기후 위기에 따른 선박의 탄소중립, 대규모 투자 등 비용 압박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글로벌 선사들이 팬데믹 기간의 특수로 선박을 대규모로 발주한 것도 부메랑으로 다가왔다. 올해 3분기 머스크의 해상운송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56%나 급락했다. 수익은 전년 같은 기간 88억 8천만 달러에서 5억 2천만 달러로 크게 떨어졌다. 머스크는 11만 명인 인력을 10만 명 미만으로 줄여 6억 달러를 절감할 계획이다.

이러한 인력 감축을 통한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머스크의 글로벌 물류 공급망 확충은 멈추지 않고 있다. 마치 빅테크 기업들이 AI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과 같이, 머스크는 물류사업 영역에 오히려 투자를 늘리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7월에 실시간 재고관리 데이터를 활용해 물류창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덱소리에 투자했다. 2015년에 설립된 덱소리는 AI 소프트웨어와 자율 이동 로봇을 활용하여 물류창고 관리 서비스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업체이다.

최근 특히 주목되는 것은 머스크가 콜드체인의 역량 강화로 물류 지배력을 더욱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머스크는 전용 트럭으로 물류창고와 주요 항만을 연결하면서 생선·과일·야채 등 신선식품의 내륙 운송 네트워크를 넓혀나가고 있다. 미국의 뉴저지 같은 대도시 지역의 저온 유지 신선식품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머스크는 자사 고유의 물류 솔루션을 통하여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머스크는 현재 미국·인도·폴란드·칠레 등에 7개의 콜드체인 물류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2050년까지 50개로 늘릴 계획이다.

매각을 눈앞에 둔 우리나라의 거대 선사, HMM은 올해 3분기 경영실적이 큰 폭으로 나빠졌다. 해운 운임의 하락과 운송 수요의 침체가 발목을 잡았다. HMM은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58%와 97% 떨어졌다. 글로벌 해운시장의 침체는 HMM에게는 큰 위기다. 기존 선박을 대체할 친환경 선대 확보는 물론이고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 구축 등 생존을 위한 과제가 쌓여있다. 이런 가운데 HMM 매각의 본입찰이 이달 23일로 다가왔다. 동원그룹·하림그룹·LX그룹 등 3곳이 HMM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HMM을 감당하기에는 자본력과 경영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필 글로벌 해운시장이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시점에, HMM의 매각을 서두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적합한 인수기업이 없어서 유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시기가 문제다. 적어도 향후 2∼3년간 HMM의 경영 실적 악화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러한 시점에 매각은 잘못된 선택이다. HMM 매각이 몰고 올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어느 기업이 인수하던 HMM의 국제 경쟁력은 더욱 나빠지고 입지도 그만큼 좁아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한국해운의 미래와 국익을 위해 매각 방침을 철회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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