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팬오션을 거느린 하림그룹이 HMM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이 됐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 12월 18일 하림그룹과 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본입찰에서 동원그룹과 치열한 경쟁을 한 하림그룹이 약 6조 4000억원의 인수 희망가격을 써냄으로써 마침내 인수협상자 자격을 확보한 것이다.

사실 이번의 HMM 매각 입찰은 유찰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었으며, 실제로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하는데도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려 상장사인 초대형 선사의 매각이 결코 쉽지 않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산업은행의 매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사정 등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일단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이 낙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 봐야 할 것은 하림 그룹의 인수 협상자격 획득 문제가 아니라 ‘HMM이 향후 어떻게 변모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인수를 하고 어떤 절차로 매각이 이뤄지는가 하는 것보다도, 보다 근원적인 문제, 즉 HMM이 앞으로 어떻게 국제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변모해 갈 수 있는가 하는데 더 방점을 둬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HMM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독보적인 원양 컨테이너선사이고 국민들의 혈세인 공적자금이 많이 투입된 선사이기 때문이다. 사기업이지만 이미 공공성을 가지게 된 대표적인 해운회사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HMM의 성격을 이렇게 규정할 때, 향후 인수자측에서는 많은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우선 HMM의 현재 상태를 냉정하게 진단하고 향후 세계의 유수 컨테이너 정기선사들과의 본격적인 경쟁을 해 나갈 수 있는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온힘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HMM은 코로나시기의 해운대호황으로 인해 현재 12조원 이상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고, 자산규모도 우선협상대상자 보다 훨씬 더 큰 상태이다. 현재의 재정적인 구조는 나쁘지 않다는 얘기인데, 이것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이다. 더구나 세계 톱4 원양 컨테이너선사들의 현금유동성과 자산 규모는 HMM의 그것에 비해 수배 내지는 십여배에 달하기 때문에 HMM이 비교 열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해운전문가들은 향후 중장기적으로는 원양 컨테이너선사들이 4-5개사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HMM이 재편 명단에 들어갈 수 있을지는 상당히 의문인 상황이다. 우리가 재정 형편이 좋지 않는 선사나 그룹에서 HMM을 인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인수자측은 이런 점을 감안하여 필요시 HMM의 재정을 보강할 수 있는 만반의 대책을 마련해야만 할 것이다. 물론 HMM 자체적으로 적자를 내지 않고 수입을 늘려가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HMM이 현재 유보금으로 쌓아놓은 현금은 그 쓰임새가 아주 많다. 그러니 이 유보금을 HMM의 발전 용도 외에 딴 곳에 쓴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우선은 시장환경에 과감히 대응을 해나가는데서 먼저 용처를 찾아야 한다. 다행히 HMM은 20척의 대형 컨테이너선을 신조하여 선대만 놓고 보면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지나치게 대형선 위주라는 단점은 있지만, 스크러버를 장착하는 등 환경규제에도 대비하고 있어서 현재의 상황에서는 선대의 경쟁력은 비교 우위에 있다.

하지만 IMO의 새로운 환경규제에 맞춘 차세대 연료선 신조라는 측면에서는 선두주자들에게 한참이나 뒤떨어져 있어서 이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 따라서 현재의 현금 유동성은 탈탄소화를 포함한 환경 문제 대응에 집중적으로 투자가 돼야만 한다.

HMM이 또한 뒤떨어지고 있는 분야가 복합일관운송이 가능한 종합물류분야이다. 현재의 원양 컨테이너선사 경쟁력은 극히 일부 선사를 제외하고 대부분 오션 부문이 아니라 인터모덜 트랜스포트 부문에서 결정이 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레드 오션이 되고 있는 오션 부문의 경쟁력을 키우기 보다는 화주들의 니즈를 받아들여 복합일관운송을 통한 종합물류회사로 변모해 가는 것이 요즈음 원양 컨테이너선사들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머스크로 대표되는 이러한 종합물류 회사로의 변신이 HMM이 가야할 길이라고 우리는 본다. 복합일관운송을 위한 항만터미널, 창고, 내륙운송 수단 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HMM의 종합물류 부문 투자가 아주 시급한 실정이다.

인적자원 노하우의 국제경쟁력 제고도 시급하다. 물론 현재 HMM 임직원들은 장기해운 불황과 코로나 위기 상황 속에서도 회사를 잘 운영하여 오늘날 기적같이 살아남는데 성공했다는 공로가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러나 글로벌 톱 4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맨파워를 대폭 보강해야 될 필요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해운전문가들은 HMM이 경영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수자측에서 글로벌한 인물들 가운데서 CEO를 선임하고 선임한 후에는 모든 권한을 줘서 책임경영을 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한 그런 좋은 본보기로 일본의 정기선 통합선사 ONE가 머스크 출신을 CEO로 영입하고 책임경영제도를 시행함으로써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점을 들고 있다. HMM의 경우도 인수자측에서 원양컨테이너선 사업 경영에 정통한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고 좋은 대우를 해주며 경영을 일임하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컨테이너 정기선 분야에 전문성 있는 인재 확보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매각 문제를 얘기하면서 하림그룹의 HMM 인수에 초점을 두지 않고, HMM이 향후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한 얘기만 연거푸 한 것은 그만큼 HMM의 향방이 중차대한 일이기 때문이다. HMM의 생사는 우리 한국해운의 생사와 직결된 문제요, 국민경제와도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 사안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인수자측에서도 HMM의 공공성 확립과 국제경쟁력 확보에 진력해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HMM이 롱런하는 세계 유수의 원양 컨테이너선사로 올라서는 것이 우리 해운업계의 소망이자 해운정책 당국의 목표가 돼야 한다고 우리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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