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사포럼 ‘COP28’ 관련 토론회 개최
차세대 연료 선택 ‘wait and see’ 의견 많아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는 지난 11월 30일부터 12월 13일까지 약 2주간 두바이에서 열려 기후위기의 주범인 화석연료를 줄여나가자는 명시된 합의문을 도출하고 선진국들이 기후위기를 겪는 개발도상국을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을 공식 출범시키는 등 일부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COP28은 당초 기대를 모았던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 out)이라는 문구가 빠지고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transitioning away)이라는 표현이 합의문에 들어감으로써 탈탄소화를 향한 국제적인 공조 노력이 진전되지 못했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COP28에서 대표들이 합의한 8개 항목의 내용은 지난 7월 IMO MEPC(해양환경보호위원회) 80차 회의에서 채택한 ‘2050 넷제로 전략’에도 한참 못 미치는 미온적인 것이었다는 점이다. 당장에 우리 해운회사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추고, 또한 어떤 대체 연료를 선택하여 어떤 시기에 신조선을 건조해야 할 것인지 고민이 아닐 수가  없다.

이러한 고민에 휩싸여 있는 해운업계 경영자들을 위해서 한국해사포럼(회장 정병석)은 지난 12월 22일 서울 시내 명동의 로얄호텔에서 ‘COP28 해운탈탄소화 일정과 신조발주 시기’라는 제목으로 조찬 간담회를 가졌다. COP28 회의에 직접 참가했던 KMI 박한선 실장이 주제 발표를 한 이날 조찬포럼의 종합토론에서는 “LNG를 연료로 쓰는 LNG추진선은 2040년까지는 유효할 것이다”라는 해운전문가들의 의견이 소개되어 주목을 받았다.

이런 의견을 소개한 사람은 토론에 참가한 고려종합국제운송의 권오인 사장이었다. 그는 토론에서 “일본의 한 선사 고위층이 2040년까지 LNG 추진 선박이 유효할 것이다. 그 때까지 LNG를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라고 하는 말을 들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발표자들에게 던진 것이다. 이같은 의견에 대해 이날 발표자들은 모두 동의를 함으로써 LNG가 차세대 연료로 다시 부각될 수 있음을 상기시켰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사람은 KMI 박한선 실장과 HD한국조선해양 성영재 상무였다. 박한선 실장은 COP28 회의에 참가하면서 느꼈던 점을 위주로, 성영재 상무는 조선소들의 탈탄소화 대응 전략을 위주로 발표를 했다.

박한선 실장은 주제발표에서 “두바이 컨센서스를 ‘beginning of the end’라고 표현했는데 이것은 할 말이 없으니 하는 말장난”이라고 평가하고 “당초에는 Phase out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었는데 이것을 뻬 버리고 단계적으로 간다고 한 것이니 우리 해운산업, 조선산업 입장에서는 시간을 좀 번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화석연료인 LNG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늘어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는 또한 주제 발표 후의 종합토론 시간에 나온 ‘LNG 추진선이 2040년까지는 유효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IMO의 중간 체크 포인트가 2040년에 GHG(온실가스)를 70~80%를 감축하자는 것인데 탄소세 등 패널티를 내면서까지 간다면 LNG 추진선 사용시간을 생각보다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발표자인 성영재 상무도 토론에서 LNG 추진선을 2040년까지 쓸 수 있다는데 동의했다. 그는 “LNG 추진선은 2040년까지 유효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제하고 “EU의 ETS(탄소배출권 거래제도)나 퓨얼 마라타임을 고려할 때 2035년까지는 우리 조선소들이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기술들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조선소 입장에서는 LNG를 계속 끌고 가는 것이 우리의 경쟁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메탄올은 중국이 갱쟁력을 갖고 있고, 암모니아는 독성에 강하다는 고민이 있기 때문에 일단 우리는 LNG에 주력하고 있고 이것을 35년, 40년까지 끌고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종합토론에서는 COP28이 MEPC의 2050 넷제로 전략 보다도 느슨한 합의를 한 상황에서 어떤 연료를 선택하여 어느 시기에 신조선 발주를 해야 좋을지에 대한 토론도 이뤄졌다.

이 문제에 대해 조선소 입장을 대변하는 성영재 상무는 “연료 선택과 차세대 연료선 신조 시기에 대해 조선소의 중역분들에게 물어보니 대부분 ‘Wait and See’라고 말씀 하셨다”고 전제하고 “2030년, 2040년까지는 LNG로 갈 생각을 하고, 그 다음엔 어떻게 될지, 암모니아로 갈 수 있을지 생각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조선소 입장에서는 곤란한 얘기라며 “가능한 시간을 끌다가 2035년쯤에 신조선 발주를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속에 담고 있는 얘기를 털어놓았다.

종합토론에서도 차세대 연료를 시급하게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해사포럼 회원인 권성원 변호사는 “우리가 두려워 하는 것이 규제인데, 온실가스 배출량 중에 해운이 차지하는 부분은 미미하다고 할 정도여서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복지안동’ 바짝 엎드려 눈만 왔다갔다 하다가 규제가 현실화 됐을 때 그 때 대응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규제가 현실화 됐을 때 대응하는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기후 문제는 인류가 당면한 현실적인 문제로 서둘러 대응태세를 갖춰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종합 토론의 좌장으로서 토론을 이끌어 나가고 나름대로의 견해도 밝힌 윤민현 박사(해사포럼 명예회장)는 “전세계 매장량의 80%를 가진 OPEC 회원국들이 화석연료 퇴출에는 기를 쓰고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COP28도 낙제점이라고 블름버그통신은 평가를 했다. 이 얘기는 탈탄소화 문제가 굉장히 어려워진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지금의 기후 위기를 그대로 둘 것인가? 그대로 두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이 먼저 칼을 뽑을 것으로 생각한다. 중국판 ETS가 도입되면 아시아권 선사들에게는 치명타가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재생에너지 사용 등으로 탈탄소화를 이루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남이 내 집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용납을 못한다. 지금 EU가 그렇고, 미국의 그린쉬핑액트가 그렇고, 중국판 ETS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국의 배들이 와서 배출하는 것은 용납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환경친화 정책을 펴는 5대 선사가 충분한 선복을 공급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것도 기후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웨이트 앤 씨’를 고수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해 탈탄소화에 보다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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