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까지 장기불황, 지정학적 리스크 대비해야”

왼쪽부터 금창원 사장, 조병호 사장, 안중호 사장, 윤민현 박사, 김성익 사장, 이승우 회장, 이철원 국장
왼쪽부터 금창원 사장, 조병호 사장, 안중호 사장, 윤민현 박사, 김성익 사장, 이승우 회장, 이철원 국장

해운업계 운임하락·원가상승 이중고, 대응책 필요
국제경쟁력 위한 톤세제 연장·조세리스 도입해야
선원 부족 심각, 외국인 선원양성기관 설립하자

2023년은 예상하기는 했지만 훨씬 어려운 한해였다. 2022년까지 코로나 팬데믹으로 초호황을 누리다가 엔데믹으로 단기간내 운임이 급락하면서 해운업계는 큰 혼란을 겪어야 했다. 운임이 팬데믹 이전으로 회귀한 것은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달러로 선박금융을 조달하는 선사들의 금융비용이 크게 늘어난 것은 2023년 한해를 더욱 힘들게 한 요인이었다.

다행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2023년 하반기부터 중남미지역의 가뭄으로 파나마운하가 통항제한 조치에 들어가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여파로 홍해지역에서 예멘 후티반군의 일반상선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이 진행되면서 선박들이 우회항로를 선택하기 시작하면서 운임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2023년은 해운시황이 수급으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며 기후 리스크, 지정학적 리스크 등 외생 변수에 따라 공급망 왜곡이 발생하면 언제든지 급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한해로 기록되게 됐다.

그렇다면 2024년 해운시황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한국해운신문이 2024년 甲辰年 새해를 맞아 한국 해운을 대표하는 전문가들을 모시고 진행한 ‘2024년 신년특집 좌담회’에서 패널들은 수급상황만 놓고 보면 2023년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지만 예상치 못했던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공급망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져 실제 시황은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신조 발주량이 워낙 많아 공급과잉이 2028년까지 이어져 장기 불황에 빠질 것으로 우려되나 미연준이 2024년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어 세계 경기 회복으로 수요가 회복되면 시황이 다소 개선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벌크선은 신조 발주량이 크지 않아 수요가 어떻게 되살아나느냐가 관건인데 중국이 지속적으로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어 2024년 하반기부터 상승해 전체적으로 2023년보다는 조금 회복될 것으로 예측됐다. 탱커 부문은 신조 발주량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지정학적 리스크 영향으로 톤마일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어서 2024년에도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패널들은 지정학적 리스크 등 외생변수 영향으로 해운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이에 대비한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중요하며 앞으로 해운업계가 직면하게 될 탈탄소화 문제에 잘 대응해 나가야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외에도 패널들은 2024년 일몰되는 톤세제도 연장과 심각한 선원 공급 부족 문제 해결방안, 중소선사 금융지원 방안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운업계를 대표하는 최고 전문가들이 풀어놓은 ‘해운산업 회고와 전망’과 ‘외항해운업계의 과제와 대응방안‘에 대해 가감 없이 발언 순서대로 정리해 봤다.


<한국해운신문 2024년 신년특집 좌담회 개요>

1. 일   시 : 2023년 12월 15일 오후 4시 30분
2. 장   소 : 한국프레스센터
3. 참석자 : (성명 가나다순)
                금창원 장금상선 사장                     
                김성익 SK해운 사장                        
                안중호 팬오션 사장  
                윤민현 박사 (한국해사포럼 명예회장) 
                이승우 KSS해운 회장                                 
                조병호 화이브오션 사장                                 
4. 사회자 : 한국해운신문 이철원 편집국장
5. 주   제 : 해운산업 회고와 전망/외항해운업계의 과제와 대응방안


◆사회 : 오늘 비가 오면서도 추워지기 시작하는 궂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한국해운신문 독자들과 해운업계 종사자들에게 좋은 말씀을 들려주기 위해 이렇게 신년특집 좌담회에 참석해 주신 패널 여러분께 먼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이신 참석자 여섯 분은 우리나라 외항해운업계 뿐만 아니라 전체 해운업계를 대표할만한 전문경영인 혹은 전문가들이시기 때문에, 오늘 좌담회에서 토론을 통해 우리 한국해운이 처해져 있는 상황을 진단하고 당면한 과제들을 도출하여 다가올 미래에 대해 우리가 어떤 준비를 하고 어떠한 대처를 해나가는 것이 좋을지, 그 방안을 잘 제시해 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오늘 신년특집 좌담회는 예년에 해왔던 대로 해운산업에 대한 회고와 전망, 그리고 해운업계의 과제와 그 해결방안에 대해 토론, 마지막으로는 정부에 바란다, 업계에 바란다는 순서로 진행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2023년 癸卯年 한해를 회고해 보고, 뒤이어 2024년 甲辰年 새해에 해운업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과 향후의 해운시황을 전망해 보는 것으로 좌담회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한 해 동안의 회고와 향후 전망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해운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과제는 무엇인지, 그 해결 방안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한번 심도 있는 토론을 해 봤으면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정부당국에 바라는 사항, 또는 해운업계에 바라는 사항은 무엇인지를 각자 정리하여 말씀해 주시는 것으로써 오늘 좌담회의 대미를 장식했으면 합니다.

그럼 우선 2022년 한해에 일어난 일들 중심으로 해운업계 전반에 대한 회고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침 저희 한국해운신문이 며칠 전에 ‘2023년 해운항만 10대 뉴스’를 선정하여 먼저 인터넷 신문에 게재한 바 있으므로 이것을 참고하여 얘기를 풀어나갔으면 합니다.

한국해운신문이 선정한 2023년 10대 뉴스는 IMO MEPC회의에서 2050년까지 탄소배출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설정한 것이 첫 번째고 MSC-머스크의 2M 얼라이언스가 2025년 1월부로 해체하기로 한 것, 그리고 파나마운하가 가뭄으로 인해 선박 통항을 제한한 것이 그 뒤를 이어 10대 뉴스에 선정되었습니다. HMM의 새주인 찾기·본입찰 실시, 선원 승선기간 유급휴가 획기적인 개편, 공익재단 ‘공익재단 바다의 품’ 공식 출범 등도 10대 뉴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2023년도 10대 뉴스 가운데는 원양항로 컨테이너선과 관련한 뉴스들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반면에 부정기선과 관련한 뉴스는 IMO 2050 넷제로 전략 채택 말고는 별 것이 없습니다. 오늘 토론 참석자 여러분께서 이 부분을 좀 보완하여 부정기선 분야에서도 주목해 봐야할 뉴스를 도출하고 한번 회고도 해 주셨으면 합니다.

자 그러면 우선 원향항로 컨테이너 정기선 부문부터 2023년도를 회고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이 분야에 대해서 말씀해 주실 분은 HMM의 사회이사를 지내신 윤민현 박사님이십니다. 윤 박사님께서는 현재 한국해사포럼 명예회장직을 맡아서 특히 정기선 해운분야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 오고 계시기 때문에 특별히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윤박사님께서 먼저 원향항로의 컨테이너 정기선 부문을 중심으로 2023년도를 회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섯 분이 돌아가면서 얘기를 해야 하므로 각자 짤막짤막하게 정리해서 말씀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023년 해운산업에 대한 회고>

컨테이너 시황 급락, 대부분 선사 적자

윤민현 박사
윤민현 박사

◆윤민현 박사 : 해운신문이 선정한 2023년 10대 뉴스에 중요한 내용들이 거의 다 들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2023년중 가장 의미있었다고 생각하는 게 외항이나 근해, 컨테이너선이나 부정기할 것 없이 상황이 급변했다는 것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이었던 지난 2년 반동안 컨테이너 해운이 벌어들인 수익이 컨테이너 해운 70년 역사중 벌어들인 총수익보다 더 많았을 정도로 굉장히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졌었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시장이 급락하기 시작했습니다. 2023년 3분기부터 일부 선사는 적자로 돌아섰고 4분기에는 톱10 선사중 절반 이상은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봅니다.

해운업계가 팬데믹에 따른 호황이 오래가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선박을 대량 발주했던 것이 급변하는 상황을 초래한 주 요인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수요측면에서도 2023년 물동량이 과거 5년 평균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떨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컨테이너 해운의 공급과잉이 심각한 수준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한 것인가가 2023년에 나온 화두중 하나입니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해운업계도 그렇지만 화주들의 생각이 많이 달라진 점도 주목할만 합니다.화주들의 생각이 달라지면서 나타난 현상이 소싱 패턴의 변화 또는 차이나+1 전략입니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의 중국 의존도가 커져 왔는데 팬데믹때 중국이 이동금지와 격리조치 등 과도하게 대응하자 미국과 유럽이 그 영향을 크게 받게 됐습니다. 이렇게 되자 중국의 의존도를 낮추자는 공감대가 생겨났는데 이게 바로 차이나+1 전략입니다. 차이나+1 전략으로 생산시설의 탈중국화가 진행되면서 서남아, 인도 대륙으로 생산공장의 이전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해운업계에 공급망의 변화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또 화주들이 과거에는 싼 운임, 말 잘 듣는 선사를 찾아다녔다면 팬데믹을 겪으면서 이제는 운임 10~20% 싸고 비싸고가 아니라 원하는 곳에, 원하는 시각에, 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화주들이 팬데믹을 전후로 1천 달러에서 8천 달러까지의 운임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앞으로 운임 1천~2천 달러 오르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화주들의 생각이 운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사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파트너십이라고 바뀌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제 현실적으로 해운업계가 감당해야 할 것은 해운업에 대한 비호감입니다. 선사들이 팬데믹때 엄청난 수익을 올리기는 했지만 해운업에 대한 비호감이 역사이래 이렇게 강했던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최근 이슈중 하나인 유럽의 컨테이너 해운에 대한 경쟁법 일괄 제외 규정(CBER)이 연초만 하더라도 유지해야 된다는 쪽이 강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컨테이너 해운은 그동안 운임동맹, 운항동맹이라는 울타리가 있었지만 이제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컨테이너 해운이라고 해서 더 이상 예외는 아니며 이제 일반산업에 적용되는 경쟁법이 똑같이 적용해야 된다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럽의 입장에 가장 빨리 동조하고 있는 곳이 미국입니다. 유럽과 미국은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컨테이너 선사들에게는 최대 고객입니다. 컨테이너 해운의 CBER 폐지는 결국 해운업에 대한 비호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해운업에 대한 비호감이 2023년에 두드러졌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소할 것이냐가 큰 과제입니다.

또 하나는 해운업계가 아직까지 비중있게 다루지 않고 있는 탈탄소화입니다. 저는 해운업계가 앞으로 20년 동안 당면할 가장 큰 리스크가 탈탄소화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2일 끝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우리 대표단이 참여했다고 알려지는 내용은 우리 해운업계의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제안들이어서 과연 업계와 얼마나 조율했는지 의문이 듭니다. COP28에서 해운업계에 던져준 메시지를 앞으로 어떻게 감당해 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사회 : 해운신문이 선정한 10대 뉴스들은 대부분 컨테이너 해운과 관련된 것들이고 부정기 벌크선쪽은 거의 포함되지 못했습니다. 팬오션 안중호 사장님께서 벌크 부정기선의 2023년 한해를 회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하반기 벌크시황 개선

안중호 사장
안중호 사장

◆안중호 팬오션 사장(이하 안중호 사장) : 부정기선은 큰 틀에서는 윤민현 박사님께서 말씀하신 것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조금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2021~2022년 고시황은 물류의 정상적인 흐름이 왜곡되면서 발생했는데 팬데믹이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그런데 2023년 엔데믹으로 바뀌면서 시황이 정상으로 복귀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BDI로 보면 2021년 2900대였는데 2022년 1900대, 2023년 1300대로 떨어지면서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2023년 벌크선 시황은 연초에 급락했다가 중국이 3월부터 엔데믹으로 전환해 수요가 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개선됐습니다. 팬데믹때 컨테이너선 선복 부족 사태로 일부 화물이 벌크선으로 운송되면서 드라이 벌크 시장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엔데믹으로 컨테이너선이 안정화되면서 벌크선으로 넘어왔던 화물들이 다시 컨테이너선으로 되돌아가 특히 핸디사이즈 같은 작은 선형은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케이프사이즈와 파나막스 등 중대형선형은 그나마 어느 정도 유지됐습니다.

하반기 들어서는 파나마운하의 통항 제한 조치가 운임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가뭄 심화로 물이 부족해지자 통항 척수와 흘수를 제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파나마운하의 연간 통항 척수가 약 1만 4천척, 하루 평균 38척입니다. 그런데 7월부터 통항량을 줄이기 시작하면서 체선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11월 들어 더 심화돼 일일 통항척수가 20척으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으며 파나마항만당국에 의하면 2024년 1월과 2월 일일 통항척수는 각각 22척, 24척이라고 합니다.

◆사회 : 파나마운하 통항 제한으로 제일 많이 영향을 받는 선종은 무엇입니까?

◆안중호 사장 : 컨테이너선 자동차선, LPG선, LNG선 등 거의 모든 선종이 영향을 받습니다. 드라이 벌크선의 경우 케이프는 거의 영향이 없지만 파나막스, 수프라막스 등 중소형 선박들은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11월 전에는 일주일 정도 대기하다가 슬롯 경매로 통항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상황이 훨씬 심각해졌습니다. 이전에는 경매 낙찰가가 4만 달러 수준이었는데 최근 특정 선형의 경우 낙찰가격이 400만 달러까지 올라가기도 했고, 일반 벌크선들의 경우도 슬롯 경매 낙찰가가 180만 달러까지 육박하는 등 운하 통항료보다 경매 낙찰가격이 더 높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기 일수도 20일 이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경매 가격이 이렇게 급등하는 것은 화주의 니즈에 맞춰야 하는 긴급화물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다리다 못해 희망봉이나 케이프혼, 마젤란 해협, 수에즈운하로 우회하는 배들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되면서 톤마일이 늘어나 11월에 시황이 급등하는 현상을 보였습니다. 최근에는 수에즈운하까지 예멘 후티 반군의 무분별한 공격으로 혼돈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파나마운하, 수에즈운하에서 물류 흐름의 왜곡 현상이 생기면서 운임이 상당히 많이 올라갔고 특히 대서양 시장이 급등하는 등 변동성이 심화됐습니다.

2023년 벌크시황을 다시 정리해 보면 컨테이너선의 영향이 벌크에도 영향을 미쳐 상반기에 시황이 좋지 못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물류 흐름의 왜곡 현상이 더해지면서 하반기에 시황이 개선되기 시작했습니다.

공급측면에서 드라이벌크선은 컨테이너선처럼 발주가 폭증하지는 않았습니다. 컨테이너선은 공급증가율이 연 7% 정도 상승해 공급과잉이 심각하지만 벌크선 수요 증가율은 3~4%, 공급 증가율은 2.9%로 큰 차이가 나지 않고 있습니다. 벌크선 발주가 주춤한 것은 LNG운반선과 컨테이너선 등이 2027년까지 조선소 슬롯을 거의 차지하고 있어서 발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시황도 좋지 못하고 벌크선의 확실한 대체연료가 무엇인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성의 이유 등으로 발주 자체가 제한적이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사회 : 조병호 사장님께서도 2023년 드라이 벌크 부문에 추가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해주시기 바랍니다.

중국 경기부양책 지속, 하반기 반등

◆조병호 화이브오션 사장(이하 조병호 사장) : 2023년 드라이 벌크 시황을 되돌아보면 상저하고 상황이 벌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리오프닝으로 자신감을 내비쳤던 중국 경제는 오히려 그동안 고강도 방역으로 약해진 체질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리오프닝 효과는 초반에 일시적인 소비 증가 정도만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실질적으로 중국 경제를 이끌어왔던 제조업 지표는 4월에 반짝 좋아지는가 싶더니 계속 부진해서 3분기까지 드라이 벌크 시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미국에서는 3월에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을 시작으로 시그니처은행이 연이어 파산했습니다. 유럽에서는 스위스크레딧은행이 파산 직전까지 갔다가 UBS에 피인수됐고 5월에는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파산해 JP모건에 인수돼 2008년 금융위기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금융위기때 학습 효과를 본 게 있어서 중앙은행들이 그래도 신속한 조치를 취했고 추가적인 위기 전염없이 마무리됐습니다.

그나마 긍정적이었던 것은 미국이 7월에 마지막으로 금리를 0.25% 인상하고 동결했고 중국은 6월에 기준 금리를 소폭이나마 인하하면서 부양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입니다. 그전에는 대수만관(大水漫灌)식 유동성 공급은 없다고 말해왔는데 계속 안 좋으니 부양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생각됩니다. 7월에 중앙정치국 회의에서는 내수 진작을 위해서 예전에 시행했던 자동차, 전자제품, 가구 등 소비촉진을 위한 정책적 대응을 주문했지만 소매 판매 같은 경제지표는 계속해서 기대 이하의 수치만 나왔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인민은행은 8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9월에는 지준율 인하와 같은 통화정책으로 유동성 공급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11월에는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비구이위안과 같이 문제가 많았던 부동산 개발회사들 50개의 화이트 리스트를 발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유동성 공급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 있다 보니 철광석 가격이 8개월 만인 11월에 13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산업생산이나 소매 판매 지표도 예상치를 상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11월에는 중국 수출도 0.5%지만 7개월 만에 증가세로 반전되는 등 제조업에 대한 긍정적인 시그널도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단시간에 해결될 것 같지 않은 중국 지방정부 부채라든가 외국인 직접투자의 순감소 추세, 무디스의 중국 국가 신용등급 하향 조정, 회복되지 못하는 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PMI)는 아직 중국 경제가 디플레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서 앞으로 이런 경제지표를 주시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 조사장님께서 거시경제적인 측면에서 2023년를 정리해주셨는데 금리가 2024년부터 인하되는 게 거의 확실한 것 같은데 금리부분도 정리가 돼야 할 것 같습니다. KSS해운 이승우 회장님께서 금리문제를 비롯해 2023년 LPG운반선 부분을 정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美금리인상으로 선박금융비용 금증

◆이승우 KSS해운 회장(이하 이승우 회장) : 해운신문이 선정한 2023년 10대 뉴스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금리 인상도 해운·조선업계에 크게 영향을 미친 중요한 사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022년초 불과 0.25%였던 미국 기준금리가 1년 후인 2023년 7월에 5.5%까지 상승했습니다. 미기준금리가 갑자기 상승하면서 기존 선박금융을 활용해 선박을 확보했거나 신조를 많이 한 선사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졌습니다. 특히 선가의 10~20%는 자기자본으로 나머지 80~90%는 선박금융으로 조달하는 국적선사들은 기준금리 상승으로 경영 실적이 더 큰 폭으로 악화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또한 원자재값 인상으로 선박 신조 가격이 최소 25%에서 30%까지 오르면서 신조를 검토하는 선사들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상황이 전개됐습니다, 고금리 시대에 신조 가격까지 급등해 버리니 신조 발주는 특별한 사항이 아닌 한 엄두도 내지 못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운임 측면에서는 우호적인 양상이 전개되었습니다. 중남미지역의 가뭄에 따른 파나마운하 통항 차질과 같은 자연 현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수에즈운하 통항의 어려움 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에너지 가격 상승은 경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에너지 가격 인상이 LPG 등 대체 에너지 가격과 운송 루트에도 영향을 미쳐 물동량·톤마일 증가로 운임이 상승하는 긍정적인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2050 넷제로 선언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2023년 최고 이슈였다고 생각합니다. 넷제로 선언으로 어떤 대체연료를 선택할 것이냐가 해운업계의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대체연료로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LPG, LNG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사실 이러한 부분은 대부분이 신조 선박에 한해 해당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선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존 선박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심도있는 논의와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도 차세대 선박 연료 공급 구축 방안을 마련하고 대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존 선박들이 넷제로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현재로서는 바이오 연료입니다. 중소선사들은 금리, 신조선가 때문에 당장 대체연료 엔진을 장착한 선박 신조가 불가능해 바이오 연료를 확보해 기존 선박을 일정기간 활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해수부와 산자부가 주도해 선박 바이오 AWG(Allowance Working Group)가 2022년말 발족돼 선사들과 회의를 가지는 등 대책 수립에 고심하고 있습니다만 보다 더 박차를 가하여 바이오 연료의 확보 공급 방안을 조속히 만들어야겠습니다.

2023년 가스선 시황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VLGC의 1년 정기용선 운임은 2020~2022년 평균 월 100만 달러 수준이었으나 2023년 4분기 현재 월 200만 달러가 넘는 수준으로 급등했고 스폿 운임의 월 평균 TC 환산 운임은 300만 달러를 넘고 있습니다.

전세계 LPG 물동량은 약 3억 3천만톤 정도인데 이중 해상 물동량이 1억 3천만톤, 나머지 2억톤이 육상 파이프로 공급됩니다. LPG 물동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특히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로 LPG 물량이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셰일가스는 80~85%가 LNG, 15~20%는 LPG로 미국이 셰일가스 개발로 LPG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되면서 LPG운반선의 톤마일이 과거에 비해 증가하고 있어 당분간 시황은 나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파나마운하 통항 제한 조치가 VLGC 시황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VLGC의 파나마운하 편도 통항료가 40만~50만 달러 정도인데 가뭄으로 통항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심지어 일부는 슬롯 경매로 파나마 운하를 통항하기 위한 비용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LPG선의 경우 통항 우선 순위에서 하위로 밀리고 있어서 수에즈 운하와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선박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일일 통항척수가 더 축소되면 아마도 더 많은 LPG선들이 우회하기 시작할 겁니다. 이렇게 되면 톤마일이 늘어나는 효과 때문에 운임의 인상과 시황은 유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회 : 이승우 회장님께서 가스선 시황을 정리해주셨습니다. 이번에는 SK해운 김성익 사장님께서 2023년 탱커 시황은 어떠했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러우전쟁 지속, 탱커 시황에 긍정적

김성익 사장
김성익 사장

◆김성익 SK해운 사장(이하 김성익 사장) : 먼저 파나마운하와 관련해 첨언하면 VLGC의 경우 파나마운하를 이용해 LPG를 운송하는데 평균 25일에서 30일 정도 소요됩니다. 그런데 파나마운하를 이용하지 못하고 수에즈운하를 이용하게 되면 15~20일 정도 추가되고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면 40일 정도 추가됩니다.

이어서 2023년 탱커 시황을 말씀드리면 전체적으로 탱커 시장은 LNG·LPG 시장과 비슷했습니다. 저희는 2023년에 원유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것을 굉장히 걱정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중동 산유국들은 정부 재정에서 많은 부분을 원유 가격에 의존합니다. 중동국가들은 원유 가격이 떨어지는 순간 정부 재정이 적자가 나기 때문에 원유 가격을 최소 배럴당 80달러 이상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원유 가격이 80달러를 넘어가면 미국, 중국 등이 타격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미국을 중심으로 원유 가격을 낮추려는 노력을 많이 하는데 원유 가격이 떨어질 것 같으면 중동 산유국들이 감산하게 됩니다.

2023년초만 하더라도 감산으로 원유 운송 수요가 줄어들 것을 걱정했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탱커 시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습니다. 유럽은 러시아산 원유, 석유 제품을 육상 파이프라인으로 공급받는 양이 일일 100만 배럴 정도로 상당히 많습니다. 보통 VLCC 1척이 200만 배럴 정도 싣는데 일일 100만 배럴이 공급되는 러시아 파이프라인이 끊겨버렸습니다. 흑해에서도 아프라막스급 정도의 작은 배로 원유가 수출되는데 이것도 막혀버렸습니다.

유럽이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 제품 수입이 중단되면서 대체 수입지로 아프리카와 미국을 선택하면서 아프라막스, 수에즈막스 운임이 급등해 버렸습니다. 파이프라인으로 수입되던 같은 양의 원유를 해상으로 운송하게 되면서 톤마일이 증가했지만 선복 공급은 변화가 별로 없었었기 때문에 운임이 급등한 것입니다. 또한 사우디가 감산하면서 중동산 원유를 운송하던 극동지역 선박들이 미국으로 이동해 원유를 운송하게 돼 톤마일이 더 늘어나게 됐습니다. 중동보다 미국의 거리가 1.8배 정도 늘어나기 때문에 과거 중동에서 원유 200만 배럴을 운송해오는데 VLCC 1척이면 됐지만 미국산 원유 200만 배럴을 가져오려면 VLCC 2척이 필요하게 된 겁니다. 그러니 운임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시황을 예측할 때 공급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지만 수요는 예상이 어렵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하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수에즈운하 통항까지 어렵게 됐습니다. 원유 같은 화물은 긴급성이 낮아 통항로에 리스크가 있으면 우회로를 선택하기 때문에 톤마일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원유선 운임 강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운임강세가 지속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 폐선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원유선은 선령 20년이 넘으면 항만에서 잘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 폐선되는 게 보통인데 2022년과 2023년에 VLCC 2척씩만 폐선됐습니다. 그런데 현재 선령 20년 넘은 VLCC가 거의 100척 정도 됩니다.

과거라면 폐선됐어야 할 VLCC 100척이 어디선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중동 앞바다에 띄워놓고 러시아산 원유를 저장해 놨다가 다른 선박으로 십투십으로 이적하는 스토리지용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 AIS를 꺼놓고 러시아산 원유를 인도나 중국으로 운송하는 Shadow Fleet(그림자 선대)으로도 활용되고 합니다. 유럽이 러시아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를 배럴당 60달러 이상으로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오일 프라이스 캡을 도입했습니다. 러시아에 들어가는 자금을 줄이려고 원유값을 제한시켜버린 겁니다. 이러다 보니 실제로 70달러에 거래했는데 60달러에 거래한 것처럼 꾸며서 장사하는 이들이 나타나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이런 상황들이 벌어지다 보니 노후 VLCC들이 해체되지 않는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도 2022년과 2023년에 노후 VLCC를 몇척 매각했는데 선령 20년 넘었으니 해체가격에 가까운 값을 받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마켓에서는 돈을 더 줄테니 빨리 배를 넘기라는 요구들이 많았습니다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시장들이 생겨나면서 VLCC 마켓이 유지됐는데 최근에는 미국이 그런 마켓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 시작했다는 뉴스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자 선령 20년 넘은 VLCC 선가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해체될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원유선 시장은 조금 더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향후 원유선 시장이 긍정적인 것은 발주량이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신조선 가격이 너무 비싸고, 향후 원유시장이 어디로 갈지 모르고, 대체연료로 무엇을 선택할지 모르니 선주도, 화주도 장기로 선박을 신조하는 것에 대해 머뭇거리고 있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현재 원유선 발주량이 기존선대의 2.1%밖에 안됩니다.

◆안중호 사장 : 2023년 인도된 신조 VLCC가 22척 있었지만 2024년과 2025년에 인도 예정인 신조선은 불과 3~4척씩 이므로 23년보다 24~25년이 공급 부족현상이 예상됩니다. 2023년 제품선 MR 선형의 경우도 연초에는 수요 감소를 걱정했지만, 러우 전쟁 효과로 인한 톤마일 증가 수요가 실제 7~11% 증가한 반면, 공급 증가는 약 1.5%에 그쳐 좋은 시황이 유지됐습니다. 그런데 향후 2024~2025년 공급될 신조선 증가 또한 연간 2.2~2.4% 수준으로 전망되어 탱커 시황은 전반적으로 양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김성익 사장 : 해운업은 컨트롤 할 수 없는 것을 컨트롤 하려는 사업인 것 같습니다. 공급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지만 수요는 생각지도 못한 이슈 때문에 자꾸 변하게 됩니다. 우리는 탈탄소화가 시작되면 원유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선박도 줄어들면서 시장의 트레이딩 자체가 서서히 줄어들게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탈탄소화가 조금 지체되는 것 같고 석탄을 다시 쓰겠다는 국가들도 나오는 것처럼 예상을 벗어나는 일이 너무 많습니다.

◆사회 : 2023년에 대한 회고를 하고 있는데 마지막으로 장금상선 금창원 사장님께서 아시아역내 컨테이너 해운에 대해 정리해주시기 바랍니다.

근해항로 운임 50~60% 빠져 채산성 악화

금창원 사장
금창원 사장

◆금창원 장금상선 사장(이하 금창원 사장) : 앞서 윤민현 박사님께서 지적해주셨지만 대부분의 연근해 컨테이너선사들이 2023년 3분기부터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근해선사들이 적자로 돌어선 원인은 간단합니다. 상반기까지 2023년 물동량 변화는 거의 없었지만 운임이 급락했습니다. 동남아항로의 경우 2022년 350만teu였는데 2023년 357만teu로 물량 변화는 거의 없었지만 운임은 1300달러에서 500달러로 60% 하락하면서 채산성이 크게 악화됐습니다.

서남아항로도 물동량은 100만teu로 거의 변화가 없었지만 운임은 3400달러에서 860달러로 74%나 급락했습니다. 한중항로 역시 물동량은 동일하고 운임만 30% 정도 하락했고 한일항로 도 운임이 많이 감소했습니다.

현재 아시아역내 컨테이너 선사들의 제일 큰 문제는 운임 하락이지만 앞으로 더 큰 문제는 원가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탈탄소화에 대응하기 위해 연료비용이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존선 온실가스 배출 규제인 CII 등급을 맞추려면 바이오 연료를 섞어 쓸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연료비용이 20~30% 이상 급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암모니아나 메탄올 등 대체연료 선박으로 신조하려고 해도 조선소 건조 슬롯이 꽉 차 있어서 신조도 쉽지 않습니다. 결국 일정 기간 중고선을 운항할 수밖에 없는데 중고선으로 CII를 충족하려면 선속을 낮추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선속을 낮추게 되면 추가 선복을 투입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가령 주1항차 부산-태국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지금은 4척을 투입하면 되지만 선속을 더 낮추면 5척이 필요합니다. 4척으로 1항차 할 때 teu당 원가는 450달러인데 1척을 추가 투입하면 teu당 원가가 600달러로 높아지게 됩니다. 그런데 1척을 추가 투입한다고 물동량이 그만큼 증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원가가 급등할 수밖에 없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2023년 아시아역내 컨테이너 정기선 시장을 정리하면 물동량 변화는 크게 없지만 운임이 50~60% 이상 빠지면서 채산성이 크게 악화됐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 향후 나아질 가능성이 있느냐 하면 굉장히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근해선사들은 여건상 신조선 대체 투입이 어려워 감속으로 추가로 선박을 투입해야 돼 그만큼 원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탄소 배출 절감을 위해 바이오 연료를 섞어 써도 그만큼 원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부분은 향후 정부의 해운지원 대책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하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앞서 미국 금리 인상 문제가 지적됐지만 신조를 많이 한 선사들의 경우 달러 금리 인상으로 비용 부담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과거 자담 비율이 10%였지만 지금은 30~40%로 높였는데도 금리 인상으로 선사들의 부담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그만큼 해운업계도 금융의 변화에 굉장히 민감해졌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아시아역내 컨선사 M&A 빨라질 수도

◆윤민현 박사 : 2023년 회고와 관련해 몇 가지 보완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가뭄으로 파나마운하의 통항 제한 문제가 선박 운항에 직접적인 차질을 주다 보니 해운업계가 기후변화 문제를 최초로 체감케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파나마는 보통 5월부터 우기가 시작돼기 때문에 2024년 5월 이후부터는 파나마운하 통항 제한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2025년 5월에도 비가 내릴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파나마 정부가 파나마운하에 물을 공급하는 가튼호수를 대체할 새로운 호수를 개발을 검토 중이라지만 이것 역시 쉽지 않아 보입니다.

3대 얼라이언스중 디얼라이언스는 이미 주간 3개 루프서비스를 우회하기로 결정했는데 오션얼라이언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파나마운하 대신 수에즈운하로 우회하는 선박들이 늘어나자 그동안 통항료 할인제도(15~75%)를 운영해왔던 수에즈 운하가 이를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수에즈운하 남쪽 해역인 홍해에서 예멘 후티 반군이 2023년에만 벌써 7번째 민간선박에 공격을 하다 보니 수에즈운하도 이제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게 됐습니다. 이렇다 보니 최근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선사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미국 동안의 노퍽항에서 중국 상해까지 약 13~14노트로 운항한다고 했을 때 우회항로를 이용할 경우 항해기간이 10~15일 정도 늘어납니다. 그만큼 선복 흡수 효과도 있지만 화주측에서는 행해기간이 늘어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분위기여서 이 또한 문제입니다. 화주는 감속에 따른 추가 운임은 부담할 수 있지만 트랜짓 타임을 줄이라고 요구하고 있어서 향후 변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지난 12월초 발표된 2023 글로벌 해운업계 설문자료를 보충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글로벌 해운업계 대표들에게 향후 2년내 가장 큰 리스크가 뭐냐고 물었더니 공통적으로 답한 것이 지정학적 리스크와 규제 리스크입니다. 2022년까지만 해도 지정학적 리스크와 규제 리스크가 상위권에 올라오지 않았으나 2023년에는 상위권으로 올라왔습니다.

둘째 향후 5년내 해운업계가 직면하게 될 가장 큰 도전 과제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대체연료가 제때 조달되겠느냐가 1번이고 언제 배를 발주해야 되느냐가 2번이었습니다. 이 두가지가 선사들이 밤잠을 못 자는 이유라고 표현했는데 대체 에너지 가격이 얼마나 될 것이냐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셋째 만일 2년내 발주해야 된다면 어떻게 할거냐고 물었더니 메탄올 DF 선박이 1번이었고 LNG DF 선박이 2번이었습니다. 2022년까지만해도 LNG DF가 1번이었는데 메탄올 DF로 순위가 바뀌었습니다. LNG는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치명적인 온실가스인 메탄을 배출한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LNG에 대한 메탄 대책을 일본, 유럽 등에서 만들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EU의 친환경 대체 에너지 범주를 정하는 택소노미(Taxonomy)에 LNG를 포함하는 방안이 논의중이라 점은 주목할만 합니다. 3번이 암모니아 DF 선박인데 전문가들은 전체적인 대체 에너지 흐름이 메탄올을 거쳐 암모니아로 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다음 앞서 지적하신 오일 프라이스 캡으로 러시아산 원유가 배럴당 60달러로 묶여 있는데 러시아가 편법으로 중국에 원유를 수출하고 중국이 이를 정제해서 유럽에 훨씬 비싼 가격으로 팔고 있습니다. 러시아 오일 프라이스 캡으로 결과 중국이 덕을 보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시아역내 정기선은 전체적인 수급 관계가 원양항로 보다 더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습니다. 운임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이미 떨어졌는데 원가는 최소 25% 이상 올라갔습니다. 향후 아시아역내 정기선의 가장 큰 문제는 원양항로에 투입됐던 대형선들의 캐스케이딩 영향을 가장 많이 받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선복량을 기준으로 지역항로 비중을 보면 아시아역내가 약 80%, 유럽과 미주가 각각 10% 정도여서 원양항로의 대형선 캐스케이딩 영향을 아시아역내항로가 가장 많이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시아역내 선사들의 M&A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BIPC(부산항국제항만컨퍼런스)에 참석한 세계적인 애널리스트들이 매번 지적하는 게 한국의 아시아역내 항로가 가장 과열돼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10여년에 걸친 M&A 과정에서 세계 상위권 정기선사들의 수가 절반 정도 줄어들 동안 한국 근해선사는 12개에서 11개로 사실상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는 지적입니다. 2023년 BIPC에서 아시아 역내 항로가 지속 가능하려면 하루 빨리 통폐합하는 게 좋다는 지적이 나왔다는 것도 참고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2024년 해운시황·업계변화 전망>

◆사회 : 지금까지 2023년에 대한 회고를 해봤고 이제부터는 2024년 전망을 해보겠습니다. 2024년 전망이라면 우선 선종별 해운 시황을 예측해 볼 수 있고 해운업계 전반에서 벌어질 어떤 사건을 이야기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두 가지를 모두 이야기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부정기 벌크쪽 부문에 대해 안중호 사장님께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벌크 수급악화, 실제시황 나쁘지 않을 것

◆안중호 사장 : 2023년을 회고하면서 나왔던 기후 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그로 인한 톤마일의 증가, 공급망의 왜곡 등은 결국 트레이딩 패턴을 바꾸는 요인들입니다. 가령 중남미로 가는 석유 제품들이 걸프에서 공급되다가 지금은 오히려 한국이나 중동으로 트레이딩 패턴이 변화하고 있듯이, 드라이벌크의 곡물 수입도 일부 걸프쪽에서 미서안이나 다른 대안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화주나 바이어 입장에서는 경제성 위주로 트레이딩 패턴을 바꿀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향후에도 자유로울 수 없겠다고 생각합니다.

드라이 벌크부문에서 아직까지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곳이 중국입니다. 2023년 11월 데이터를 보면 중국 물동량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의외로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석탄 수입량이 크게 늘었고 철광석도 증가하였습니다. 왜 이런가 봤더니 중국 건설이나 부동산 등 내수 경기는 좋지 않지만 수출은 크게 늘어났습니다. 중국의 철강재 수출은 2023년 1~11월까지 수출량이 전년 동기 대비 35%나 증가했습니다.

앞서 조병호 사장님께서 지적하셨지만 상반기까지는 물동량이 별로였는데 하반기로 오면서 우리가 예측했던 데이터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이런 일들이 종종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24년 드라이 벌크 수급을 보면 전망기관들은 2024년 물동량이 전년대비 1.2% 증가한 55억 7천만 톤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공급은 2.3% 증가할 전망입니다. 공급증가율이 수요증가율보다 조금 높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왜곡 등을 감안하면 그렇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2023년 평균 BDI가 1378 이었고, 전망기관들은 2024년에도 2023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1300대를 전망하는 기관들이 많으나, 저는 전망기관들이 예측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좋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선박들이 우회하면서 톤마일이 증가 등으로시황은 조금 더 좋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수에즈운하 통항 리스크로 인해 선종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겠으나 복잡한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화주 입장에서는 우회하는 게 곤란한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파나마운하 체선으로 수에즈운하로 돌아오려고 하는데 수에즈운하까지 우회하게 되면 재고가 부족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합니다. 이런 것을 보면 지정학적 리스크, 기후 리스크가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심각한 것입니다. 실제로 케이프사이즈 마켓을 보면 중국 날씨가 안 좋아서 입출항이 중단 소식이 나오면 운임이 톤당 1달러씩 상승하는 경우를 목격하고 있듯이 기후 또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운임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합니다.

전체적으로 2024년은 수급 상황만 보면 중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가 조금 침체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에 그렇게 좋지는 못합니다만, 그럼에도 변동성이 상당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실제 시황은 그렇게 나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EU ETS가 2024년 1월 1일부터 적용되는데 이미 철제품을 선적한 유럽행 선박들은 EU ETS를 반영하여 운임이 그만큼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유럽항로에는 가급적 ECO 선박들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에코선박은 과거 선박들에 비해 연료 소모량이 절반 수준입니다. 기존 선박의 경우 일일 연료소모량이 30~35톤에서 에코선박은 15~20톤에 불과합니다. 에코선박들이 비록 메탄올이나 암모니아 같은 이중연료 선박은 아니지만 연료효율성이 좋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선박들의 용선료가 상당히 올라갈 것이며, 결국 기존 노후선과 에코선박간 이원화, 차별화된 시장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사회 : 조병호 사장님은 2024년 드라이 벌크 시황을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2024년 평균 BDI 1300~1500p 전망

조병호 사장
조병호 사장

◆조병호 사장 : 제가 2022년 좌담회에서 2023년 평균 BDI를 1200~1400p로 예측했었는데 어제까지 평균을 내보니 1358p였습니다. 전망기관들은 2023년은 경제적인 상황이 비관적이라고 예측을 많이 했습니만 저는 금리 인상 기조가 상반기에 마무리되면 하반기부터는 시황이 살아날 것으로 예측했었습니다. 그런데 3분기가 지나도 살아날 기미가 없어서 예측이 빗나갔구나 했는데 4분기 들어 급등해 얼마전 BDI 3천p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그 효과로 2023년 평균 BDI가 1358까지 올라왔습니다.

제가 계속해서 매크로 이슈에 대해 집중적으로 말씀드리는 이유는 케이프사이즈 마켓은 매크로 이슈에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매크로 이슈가 발생하면 선물부터 먼저 움직이고 현물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매크로 상황을 굉장히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12월 14일, 어제 끝난 미국 연방준비제도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됐습니다. 3회 연속 동결인데 결국 할 만큼 했고 더 이상 금리 인상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금리 인상이 끝났음을 명시하다 보니 모든 자산 시장이 굉장히 환호했습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급격하게 이루어졌는데 사실 20년 만에 이렇게 금리 인상이 큰 폭으로 급격하게 이루어진 적이 없고 아직 누적 효과도 전반적으로 나타나지 않은 상태로 보입니다.

미국 연준의 이중 책무가 고용과 물가 안정인데 물가는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연준이 중요하게 여기는 코어 CPI, 즉 근원 물가는 아직도 굉장히 높습니다. 연준 목표는 2%인데 코어CPI는 아직 4%여서 안심할 상황은 아니고 누적된 금리 인상 효과가 서서히 나타난다면 2024년 1분기나 2분기 사이에 경기 침체 또는 경기 둔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현재 경기 침체의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얘기는 합니다. 재무장관으로서 그렇게 말 할 수 밖에 없지만 침체는 한순간에 나타난다고 봅니다.

제가 보기에 2년물과 10년물 금리가 역전되어 스프레드가 음수가 된지 1년이 훨씬 넘었는데 이게 축소되면서 경기 침체가 발생할텐데 그 시점이 2024년 1분기 말이나 2분기 초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중앙은행들은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에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2023년초 발생했던 은행들 파산 사태때 중앙은행들의 대응이 굉장히 빨랐습니다. 사실 그 여파가 굉장히 오래갈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굉장히 빨리 수습돼서 놀라는 분위기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중국만 하더라도 지난 11월 한 달에만 크고 작은 부양책을 28개나 발표했습니다. 중국이 발표한 부양책중 특히 주목할만한 게 10월 발표된 중국의 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을 3%에서 3.8%로 상향 조정한 것입니다. 중국의 GDP 규모가 18조 달러 가까이 되기 때문에 0.8%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시장에 유동성을 굉장히 많이 확대하겠다는 것입니다.

현재 중국 사람들도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심리 때문에 부동산을 안 사고 있는데 지속해서 부양책을 쓰다 보면 언젠가는 바닥이라고 생각해서 누군가 구매를 시작할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지금까지 썼던 부양책들이 한꺼번에 부메랑이 돼서 여기저기 효과가 더해져 긍정적인 경제적 파급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됩니다.

‘샤워실의 바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샤워실의 바보가 되어 가는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양책을 계속 쓰는데 효과가 안 나타나니 계속해서 부양책을 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또한 지금 연준에서 피벗을 보여줬고 중국도 디플레이션 압력이 굉장히 심하기 때문에 지준율 인하나 금리 인하 등 여유가 많이 있다고 보는데 그런 것을 계속해서 쓰다 보면 어느 순간 심리가 개선되면서 2024년 하반기에는 드라이 벌크 마켓도 굉장히 좋은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만 23년 4분기에 집중적으로 선적된 철광석 물량이 24년 1분기에 중국의 항만에 축적되고 나면 한동안 약세장을 지나야 할 것으로 예상하며 그럼에도 2024년 BDI는 올해보다 상하단 100포인트 올려서 1300에서 1500p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회 : 이번에는 원양 컨테이너선에 대한 2024년 전망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023년 원양 컨테이너선은 여러 가지 위기 상황으로 어려운 한 해를 보냈습니다. 특히 팬데믹 기간 동안 엄청난 흑자를 냈던 선사들이 2023년에 큰 적자를 기록했는데 2024년에는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컨테이너 수급불균형, 2028년까지 침체우려

◆윤민현 박사 : 완하이를 비롯해 원양 컨테이너선사들의 1/3 정도가 2023년 3분기부터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선사들의 실적 하락 속도입니다. HMM은 3분기에 흑자를 유지했지만 2분기 대비 65%나 급락했습니다. 거의 모든 원양선사들의 실적이 급락했는데 이를 고려하면 2024년 실적이 어떠할지 누구나 다 예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장기적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이 같은 침체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입니다. 현재 대체적인 시각은 침체가 오래 갈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우선 수급이 앞으로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좋아질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IMF나 UNCTAD와 같은 국제기관이나 개인 애널리스트들은 공통적으로 수요는 3% 전후, 공급은 선사들이 할 수 있는 조치를 다해도 7%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수급 불균형이 오래 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길게는 2028년까지 갈 수도 있다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즉, 2025년까지는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 확실시 되는 가운데 2028년까지 지속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러한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침체가 2028년까지 지속된 이후 어떤 문제들이 나타날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 가지 변수가 있겠습니다만 먼저 현재 조선소가 확보하고 있는 오더북은 2028년까지 풀로 차 있습니다. 2025년부터는 재래연료와 대체연료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이중연료 선박들이 본격적으로 인도되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중연료 선박들은 선복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후대책 차원에서 탈 탄소화로의 전환을 위해 나오는 선박들이기 때문에 공급 상황은 더 악화될 것입니다.

두 번째 선사들이 현금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도 부정적인 요인입니다. 과거 같았으면 위기감을 느낀 나머지 벌써 공동으로 선복 관리 조치를 시작했어야 하는데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서 인지 아직 그런 행위들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풍부한 유동성 때문에 선사들의 단합된 공급 조절 조치가 지연되고 있어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세 번째 향후 대형선사간 M&A는 없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유럽의 상위 4대 선사들은 이미 종합물류기업으로의 전환을 천명했고 나머지는 전환 시기를 놓쳐 해운에만 주력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과거 선사들이 M&A나 얼라이언스 재편 가능성을 고민하고 추진했던 이유는 시장을 주도하는 선사들끼리 규모의 경제를 추구해 상생하자는 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원양항로는 사실상 상위 5대 선사들이 거의 50%를 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제 단독운항이 가능할 만큼 충분한 선단을 갖췄기 때문에 각자도생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제2의 한진해운과 같은 사태가 생기더라도 대형선사간 M&A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해외의 시각인 것 같습니다.

네 번째 컨테이너선뿐만 아니라 모든 선종에서 우려되는 문제가 탈탄소화입니다. IMO가 2050년 넷-제로 선언으로 탈탄소화가 가속화되고 있고 COP28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가 물러나지 않을 수 없는 상황까지 전개되는 등 굉장히 압박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기후변화 규제에서 특정 산업의 예외를 논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해운산업도 여러 가지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탈탄소화는 계획대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IMO는 2030년, 2040년 중간 체크 포인트를 거쳐 2050년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계획인데 일부 전문가들은 중간지점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 2050년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지적을 합니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중간지점, 즉 전환점은 2035년께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2050년 넷-제로를 달성하려면 2035년쯤 화석연료가 사라져야 합니다.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 만약 2035년 화석연료가 사라지면 글로벌 해상 물동량의 40%가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과거 벌크선으로 운송되던 비료나 농산물 등이 점차 컨테이너로 운송되면서 벌크선의 수요가 감소된 적은 있지만 현대 벌크화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석탄과 석유가 사라진다는 것은 엄청난 충격이기 때문에 해운업계는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현실적으로 선사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과연 선단운영의 기본계획을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문제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선사들은 선박을 언제 발주해야 할지 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내 조선3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현재 도크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합니다. 그런데 앞으로 규제가 앞당겨지고 탈 탄소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경우에 따라 매년 1천척 이상의 친환경 선박을 건조(혹은 개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 할수도 있읍니다. 이것은 해운의 수요 공급과는 무관하게 탈탄소화 때문에 건조해야 하는 선박의 숫자입니다.

해운의 수요와 공급을 이유로 탈탄소화를 미루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 최근 G7, G20에서 합의된 사항입니다. 선사들 입장에서 시간을 끌 수 있을 때까지 끌었으면 좋겠지만 유럽의 5대 선사들은 이번 COP28에서 화석연료 선박의 건조 자체를 금지시키는 규제 도입을 제안하였으며 복수의 국가가 이를 지지하였읍니다. 일단 화석연료 선박의 발주를 금지시키고 어느 싯점부터는 화석연료로 추진되는 선박들의 운항도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가장 큰 변수는 화석연료가 퇴출됐을 때 기존 선박의 처리 문제입니다. 이런 것을 stranded asset, 불용화 자산 혹은 좌초자산이라고 하는데 선박은 아직 멀쩡한데 사실상 무용화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선사입장에서는 좌초자산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신조해야 되는데 그때까지 기다려주지 않겠다, 빨리 금지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유럽 쪽에서 흘러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향후 전망을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수급 불균형은 어쩔 수 없는 기정사실이고, 대형선사간M&A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하에서, 탈탄소화로 해상 물동량은 줄어들고, 화석연료 선박 건조 금지와 운항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규제의 등장이 예상되기 때문에 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이런 것들은 상당히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해운의 문제점과 과제>

◆사회 : 윤민현 박사님께서 전망을 말씀해 주시면서 과제 부분까지 언급해 주셨습니다. 금창원 사장님도 컨테이너선 부문의 2024년 전망과 과제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근해선사 서비스 유지 위한 금융지원 필요

◆금창원 사장 : 우리나라는 수출입 물동량 99.7%를 해운이 운송하고 있고 해운 외화 가득률이 반도체, 자동차에 이어 3위입니다. 세계적인 항만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부산항의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 중 절반 이상이 환적화물입니다. 이게 가능한 것은 관련 네트워크를 촘촘히 구성하고 있는 12개 국적 근해선사 덕분입니다.

한일항로와 한중항로는 주3항차에서 주5항차 서비스까지 있고 동남아시아는 거의 매일 서비스가 있습니다. 이렇게 오밀조밀하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습니다. 12개 선사가 있어 가장 혜택을 보는 이는 바로 우리 화주들입니다. 미국·유럽행 화물의 운임이 비싸지만 동남아나 중국, 일본행 화물의 30%도 되지 않습니다. 수출을 위주로 하는 국가에서 물동량으로 따지면 미국·유럽행보다 동남아시아행이 70% 이상 더 많습니다. 우리 화주들이 수출입을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그렇게 함으로써 부산항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근해선사들이 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카보타지를 해제할 경우 부산항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중 370만teu 정도의 환적화물이 감소할 것이라는 KMI 연구 결과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부산항 자체가 힘들어지게 됩니다. 즉, 그만큼 근해선사들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혜택을 가장 많이 보는 것이 우리나라 화주들이고 결과적으로는 국민들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서비스가 유지될 수 있도록 적절한 금융 지원책이 필요합니다.

특이한 케이스이지만 일본의 경우 선박금융을 하면 조선소와 선박 회사가 연결돼 정책적인 지원을 받아 금리 3% 이내로 조달이 됩니다. 반면 우리나라 지원 금리는 현재 7~8%로 차이가 많이 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많은 국민들이 종사하지 않지만 해운의 외화가득률이 3위이고 종사자 1인당 수익률도 굉장히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 수준이 너무 높습니다. 해양진흥공사가 정책 금리를 조달하든지, 어떤 식으로 든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같이 고민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팬데믹 때도 느꼈겠지만 해외 원양선사들이 부산항을 스킵하고 상해항을 기항하다보니 우리나라 화주들은 부산항에서 상해항으로 화물을 옮겨 실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게 되면 화주 입장에서 재고량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해상운임도 높아지고 공급하는 리드타임도 굉장히 길어져 그만큼 금융비용이 증가하게 됩니다.

아시아역내 운항선사들은 국적선사도 많지만 완하이, SITC, TS라인 등 외국 선사들도 많이 있고 모두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일본 화주들은 일본 선대의 약 60%를 사용해주고 있는데 과거에는 비중이 더 높았습니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국적선사를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화주들의 인식을 전환시킬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톤세제 유지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HMM이 2만 4천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을 발주하는 데 3조 5천억원을 지원했는데 사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그렇게 큰 지원도 아닙니다. 일본은 우리 돈으로 10조원을 ONE에 지원했고, 머스크도 10억 달러 이상의 금융 지원을 받았습니다. 우리도 그들 정도의 금융지원이 필요하지만 그와 더불어 톤세제도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각에서 이제 톤세제가 필요없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톤세제는 그리스가 1939년에 처음 도입해 이후 현재 전세계적으로 노르웨이, 독일, 영국, 덴마크, 프랑스, 네덜란드, 일본, 대만 등 약 20개국에서 영구적인 조세제도로서 톤세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만 유독 일몰제로 톤세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환경규제가 점점 강화되고 있어 정부 차원과 민간이 함께 고민해서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선원 공급 문제입니다. 한국인 선장의 평균 연령이 65~70세에 이를 정도로 고령인데 그마저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선원 문제에 관해서는 유연성을 많이 발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싱가포르 조선소와 현대중공업이 바다에서 원유를 채굴하는 프로젝트 입찰에서 경쟁한 적이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우리나라 인력을 일정 비율을 고용해야 하는데 반해 싱가포르는 절반을 외국 인력을 쓸 수 있어 결국 원가 경쟁에서 밀려 수주를 놓친 적이 있습니다. 인력 문제 때문에 아예 비즈니스 자체에 참여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해운업에서도 마찬가지로 선원 공급 문제는 조금 더 유연성을 가져야 합니다. 특히 소형선은 한국인 선원들이 더 기피하다 보니 선원 부족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합니다. 소형선에 대해서는 정책적 유연성이 좀 더 발휘돼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사회 : 김성익 사장님께서 탱커 부문에 대한 전망과 과제 그리고 당국에 바라는 점까지 함께 말씀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선원부족 심각, 외국선원 관리역량 갖춰야

◆김성익 사장 : 탱커 시황은 과거에 비해 2022~2023년 모두 좋았습니다. 좋았던 이유가 무엇인지를 보면 향후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이 됩니다. 먼저 공급 측면을 보면 2028년까지 해체될 선박은 점점 많아 지지만 신조 인도될 선박은 거의 없기 때문에 선복이 늘어날 가능성은 제한적입니다.

수요 측면에서는 앞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유럽의 원유 수급 밸런스가 깨졌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유럽이 과연 전쟁이 끝나도 러시아를 믿고 파이프라인을 통한 원유 공급망을 이용할 거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들이 많습니다.

또 원유 수요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현재 원유 수요는 중국을 비롯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황입니다. 화학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중국이 정제시설을 많이 돌리지 않고 있고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산하면서 공급이 줄어든 것도 있지만 수요 자제도 줄었기 때문에 현재 원유 수요는 거의 바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기저효과에 따라 중국이 어느 정도 살아날 것으로 기대돼 탱커 시황은 최소 2026~2027년까지는 지금 수준보다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 전망됩니다.

원유시장에서 돈 냄새를 가장 잘 맡는 이들이 트레이더들입니다. 트레이더들은 얼만 전까지만 해도 3~4년에 일일 3만 달러 초반으로 용선했는데 최근에는 신형선이라면 3~5년에 일일 4만 5천 달러까지 주고 용선해 갑니다. 지금 그렇게 좋은 상황이 아닌데도 이렇게까지 주면서 용선한다는 것은 확실히 돈 냄새를 맡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배를 미리 확보해 놓지 않으면 나중에 용선할 배가 없어질 것 같으니 미리 확보해 놓는 겁니다. 이런 트레이더들의 용선활동을 보더라도 2026~2027년 탱커 시황은 최소한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하리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해운업계 당면한 과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탈탄소화 문제는 앞서 여러분들이 지적해주셨고 사실 글로벌 산업계의 전반적인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논외로 하겠습니다. 저는 한국 해운기업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가 선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노사정 합의를 통해 외국 선원의 고용 확대 여지를 조금 높였습니다. 한국 조선업도 마찬가지지만 이제는 한국 해운기업의 머저리티(majority ; 다수집단)가 외국인 선원으로 대체되는 과정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외국인 선원을 컨트롤하고 잘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나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과연 그런 준비가 잘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향후 외국인 선원을 지금보다 더 많이 태워야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경우 국적도, 종교도, 언어도 다른 외국인 선원들을 되도록이면 비슷한 부류끼리 승선시킬 수 있는 매트릭스를 짜는 게 생각보다 굉장히 어렵습니다. 이 같은 고차 방정식을 풀 수 있어야 외국인 선원을 쓸 수 있는 문제가 해결됩니다.

최근 한국 선원의 수가 감소하는데 반해 한국 선박 척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그 갭이 상당히 벌어졌는데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일본은 외국인 선원 관련 규제를 푼지 오래됐는데 우리나라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섬나라나 다름 습니다. 즉 우리나라도 해운업이 반드시 필요한 나라이기 때문에 과정이야 복잡하겠지만 궁극적으로 일본과 같은 방식으로 풀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해운-조선 상생 측면에서 일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하셨지만 해운업 자체도 일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사정 합의에서는 그러한 부분들이 더 논의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운영적인 측면에서 더 말씀드리면 글로벌하게 운항하는 선박들이 늘어나다 보니 타임존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원유선이 많은 SK해운의 경우 중동까지 운항하기 때문에 보통 4~ 5시간까지만 시차를 커버하면 됐습니다. 가령 6시에 퇴근하더라도 11시 정도까지만 전화를 받을 수 있으면 업무가 해결됐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선박들이 월드와이드로 운항하다 보니 4~5시간 시차 극복으로는 해결이 안되는 상황에 봉착하게 됐습니다.

일본 MOL이나 K라인 같은 경우 글로벌하게 해외지사를 두거나 24시간 운영체계로 대응하고 있고 있습니다. 우리도 과거에는 그렇게 했었지만 해운업이 어려워지면서 해외지사를 줄이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됐습니다. 요즘처럼 워라벨이 중요한 시대에 24시간 운영체계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과연 맞는지 요즘 고민하고 있습니다.

톤세제 영구화, 텍스리스 도입 서둘러야

금창원 사장님께서 지적하신 톤세제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해운업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가지고 경쟁하는 산업입니다. 그런데 톤세제를 도입한 나라가 많습니다. 톤세제 뿐만 아니라 프랑스, 미국, 영국에서는 텍스리스 제도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은 졸코라고 해서 가속상각제도를 도입해 이익이 많이 날 때 상각을 많이 해서 법인세를 줄이는 방식으로 텍스리스를 시행하는 등 굉장히 활성화돼 있습니다.

과거 우리나라가 선박을 주로 용선해서 썼던 시절에는 톤세제나 텍스리스와 같은 제도가 필요없었습니다. 그러다 우리나라도 자체적으로 선박을 보유하기 시작하면서 회계적으로 세금을 많이 내는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톤세제부터 도입이 된 것입니다. 우리가 장기 금융으로 선박을 소유하게 되면 공격적으로 운임을 받게 되는데 여기서 원가로 생각하는 것과 갭이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즉, 초기에 이익이 많이 나는 것과 같은 착시현상이 회계상 나타나게 되는데 이것이 국적선사들이 텍스 부분에서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많은 부담을 안게되는 문제가 생기게 된 것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고 우리도 톤세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이슈가 제기됐고 2005년에 일몰제로 시작됐습니다. 과거처럼 선박을 소유하지 않는 방식이면 영업적으로 이익이 별로 나지 않아 보이기 때문에 톤세제가 필요 없지만 선박을 소유하다 보니 톤세제나 가속상각에 의한 텍스리스가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즉, 국적선사가 해외선사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톤세제와 텍스리스가 굉장히 중요해졌습니다. 이런 부분을 정부, 특히 기재부를 상대로 설득력 있게 논의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한국 해운업계도 탈탄소에 대응할 수 있는 에코 선박으로 빨리 전환해야 합니다. 현재 국적선사들이 보유한 선박들중 D~E등급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한국해운의 특성상 노후 선박에 현금이 잠기기 때문에 에코십 전환이 쉽지 않은 문제가 있습니다. 국적선사들은 원리금을 보통 12년에서 13년에 걸쳐 빠르게 상환합니다. 결과적으로 12~13년된 자사선에 현금이 다 들어가 있는데 문제는 이 선박이 노후선이다보니 금융권에서 금융을 잘 안해주는 문제가 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노후선에 어떻게 금융을 해주냐 최소한 5~7년 정도의 TC계약은 가져와야 금융이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선사입장에서는 노후선에 잠긴 현금을 차입이든, 뭐든, 빨리 빼내서 에코십을 신조해야 하는데 그런 선순환 구조가 막혀버리게 된 겁니다.

그런데 주택 담보 대출을 보면 캐시인이 있기 때문에 대출해주는 게 아니라 자산의 가치를 보고 대출을 해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선박도 마찬가지로 최소 해체 가격 정도의 자산 가치가 남아 있다고 보고 여기서 시작해 운항이 가능하다면 플러스 알파의 자산가치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운항수익까지 플러스 담보 가치로 인정해주고 그 만큼의 대출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금리·선원 문제로 수익성 악화 우려

이승우 회장
이승우 회장

◆이승우 회장 : 우선 LPG, LNG 등 가스선의 물동량 측면에서 살펴보면 과거에는 중동 일변도였지만 지금은 미국이 셰일가스 개발로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모하면서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 기존에 물동량은 중동 대 미국을 위시한 북미 대륙이 7 대 3 정도의 구조였다면 지금은 4 대 6 수준으로 전통적인 중동 중심의 패러다임이 뒤바뀌고 있습니다.

미국의 생산량은 2023년 NGL(Natural Gas Liquid) 생산시설 증설로 전년 대비 11% 증가한 58.6MMt으로 예상되고 2024년에는 61MMt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동의 LPG 생산량은 원유 생산량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됨에 따라 2023년 기준 48.6 MMt으로 직전년도 대비 10% 증가했습니다.

이와 같이 LPG, LNG 물동량은 증가 추세에 있고 이를 취급하는 선사들도 선박을 많이 신조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2023년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2024년에도 이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가스선 시황 전망은 나쁘지 않아 2024년 매출과 영업이익을 최대화하는 것 까지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고금리, 선원 문제와 같은 외생적인 요인 때문에 순이익은 크게 감소하게 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경영환경 측면에서는 2024년 전망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지만 현재 정부 차원의 유관기관에서 추진하고 있는 선박 금융 펀드, 친환경 선박연료 인프라 펀드를 비롯한 각종 강구책이 진전을 보이고 조금 더 피부에 와닿을 수 있는 구체적 지원 방안으로써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앞서 김성익 사장님이 10여년에 걸쳐 원리금을 다 상환하고 난 이후 잔존 선가에 대한 담보가치 문제를 지적하셨는데 저도 여기에 첨언하고 싶습니다. 보통 해외에서는 단기 용선 계약이 끝나고 용선 계약을 재연장하는 경우 리파이낸싱(Refinancing)을 해주는데 우리나라 정책금융은 이 부분이 여의치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금리 시대에 직면하면서 사실 이러한 리파이낸싱 상품은 직접 피부에 와닿는 지원인데 국내에서는 쉽지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시대, 대체 에너지 시대, 친환경 선박 시대 등과 같은 ‘시대’의 홍수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다들 알고계시겠지만 이런 시대를 주도할 사람(구인난)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있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해상인력인 선원 구인 문제는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최우선적으로 실천 가능한 계획을 수립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지금 논의 중 이거나 일부 진행 중인 외국인 선원 시장 정비·발굴 사업, 외국인 선원 전담조직 설립, 외국인 해기사 기술 이민 제도 도입 검토, 비자제도 개선 및 선원법령 제도 개선 등의 문제에 지혜를 모으고 속도감 있게 진행시켜 가야 할 것입니다. ‘선원 없이 한국 없다’는 위기에 대한 대응 마련이 0순위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과거에는 카펙스(CAPEX)와 오펙스(OPEX)만 놓고 금리가 높으면 오펙스를 어떻게든 줄여서 대응하는 방식으로 어느 정도 맞출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카펙스는 카펙스대로, 오펙스는 오펙스대로 치솟고 있는 상황입니다.

원양 컨테이너선사들도 2023년 실적이 급락했다고는 하지만 팬데믹 기간동안 올린 막대한 수익으로 비축해 놓은 자본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전체 170여개 국적선사 중 컨테이너 선사를 제외한 나머지 150~160여개 선사들은 벌어놓은 것도 없는 상황에서 금리, 원자재 인상까지 경영 부담을 극복해 나가야 합니다.

이런 여러 가지 여건들을 고려했을 때 2024년 전망 역시 쉽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 연준 금리 인상이 최소 2025년까지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했습니다만 다행히 최근 연준이 2024년에 세 차례 금리 인하를 시사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현재 5.5%인 기준금리가 4.5%에서 4.75%까지 인하될 것으로 예상돼 그나마 희망적인 소식이긴 합니다.

정책과 제도 마련 측면에서 과거 1990년대 그리고 2000년대 초까지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의 주무부서인 해양수산부나 해양진흥공사는 친민간적 정책 개발과 친기업적 제도 개선 등으로 해양·조선산업에 많은 기여해 왔고 그 변화는 가히 상전벽해를 실감케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개선책과 지원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지원들은 상위 10~20%에 있는 특정 몇 개 선사들의 몫이고 나머지 선사들은 고금리에 선가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선에 대한 대체연료 발굴 등 효율 운항에 골몰하고 있고 신조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차세대 대체연료에 주목받고 있는 암모니아에 대해서 추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최근 국내 일부 국적선사에서 메탄올 추진 선박으로 신조 발주했지만 차세대 대체연료로서 메탄올보다 궁극적으로 암모니아가 떠오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암모니아는 발전소 혼소와 향후 수소 운송의 매개체로서 많은 연구와 프로젝트가 진행중입니다. 현재 전세계 암모니아 생산량은 연간 1.8억톤이고 그중 약 1800만톤이 해상운송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암모니아는 대부분 비료 원료, 일부 정밀화학원료로 그 사용이 제한적입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예측에 따르면 향후 2050년까지 암모니아 생산 규모가 최대 4배까지 증가하고 우리나라 역시 암모니아 수요가 현재 연간 120만 톤에서 2030년까지 최소 500만 톤으로 증가하게 될 전망입니다. 그런데 현재 운항중인 암모니아 운반선은 70여 척에 불과해 향후 늘어나는 암모니아 수요를 위해서는 암모니아 운반선의 발주가 필수적으로 따라야 할 것입니다.

암모니아 운반선이 여수나 인천, 울산항 등 국내 항만에 입항하기 위해서는 LNG나 원유 터미널과 같이 전용 인프라가 갖춰져야 하는데 항만법에 의해 기본설계부터 시작해서 부두를 건설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또한 화주들 역시 어느 정도의 양이 필요할지 구체적 수치로써 확정되지 아니한 듯하고 선사 또한 암모니아 운송선을 어느 선까지 확보해 나가야 할지 아직은 불확실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암모니아 운송사업은 2028년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맞춰 VLAC와 같은 대형암모니아 운반선과 터미널 인프라가 구축괴어 적기에 운영되어질 수 있도록 준비해 가야 할 것입니다. 한국의 해운이 이를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중장기 계획 수립, 투자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개발국에 선원양성기관 설립하자

◆조병호 사장 : 정부에 바라는 건의사항으로 선원 부족 문제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선원 관련하여 IMO, ILO, ITF와 같은 국제기구에서 규제는 많이 하고 있습니다만 선원양성에 대해서는 어느 기구에서도 관심있게 대책을 세우고 있지 않는 실정입니다. 우리 정부차원에서 국제기구를 통해 저개발 국가에 선원양성기관을 설치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가령 우리가 외국인 선원을 교육시켜 우리 선박에 승선시켰는데 1회 승선하고 나서 외국선사로 가버리면 결국 외국 선사를 위한 교육이 되어버리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보면 누구도 선원 양성에는 관심이 없어질 것이므로 국제적으로 해운산업 공통 관심사로 아프리카와 같은 저개발 국가에 선원양성기관을 설립하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소선사도 혜택받을 수 있는 정책 추진해야

◆안중호 사장 : 2024년부터 LNG선 인도량이 크게 늘어나는데 선원을 구하는 게 큰 걱정거리입니다. 벌크선이나 컨테이너선에 승선중인 선원은 LNG선으로 바로 승선시킬 수가 없습니다. 저희도 기존 LNG선 정원에 추가 인원 승선을 통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만, LNG 선원은 충분한 교육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단시일내에 공급하기는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오늘 좌담화에서 여러 가지 이슈가 논의됐던 탈탄소화에 대비하는 부분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중장기적으로 시간을 가지고 계속 준비해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 너무 빨라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뒤쳐져서는 더 더욱 안 될 것 같습니다. 전체적인 안목에서 단기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과 길게 가져가야 하는 것을 나누어서 잘 대비해야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2024년 여러가지 리스크 중의 하나로 트럼프 재선 리스크도 나오고 있는데, 과거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했던 전력 때문인 것으로 보이며, 대체 연료에 대해 여전히 불확성이 존재하고 무엇보다 경제적 부담도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관련 금융 지원 제도 가운데 국책은행의 도움을 받아서 이루어지고 있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비즈니스를 위한 지원 제도 같은 것들은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하며 그 외 다양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겠습니다. 특히 탈탄소화에 대비한 부분의 지원이나 톤세제도의 영구화는 빠른 시일내 완료돼야 할 것입니다.

또한 컨테이너선 시장은 2024년 이후 어려운 상황이 예상되는데 12개 근해국적선사들이 동남아항로에서 무리하게 점유율을 높이려 하기 보다 상생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또한 조선업계와의 협업, 선화주 상생과 같은 부분들도 함께 공유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겠습니다.

조병호 사장님께서 제안하셨던 외국인 선원 양성기관 같은 것도 사실 규모가 큰 선사들은 외국인 선원 양성에 대해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선사들은 거의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김성익 사장님께서 지적하셨던 육상 영업의 시차문제, 선박 관리사들의 선단 감독 문제, 구인난,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이 채택하고 있는 오퍼레이션 센터와 같은 글로벌 스탠다드 등도 함께 고민하고 따라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또한 KP&I를 외국의 IG클럽 수준으로 가기 위해 뮤츄얼 방식 도입을 논의되고 있는데

함께 노력을 기울여야 결국 나중에 작은 선사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것들보다 오랜 시간을 두고, 함께 고민하고, 맞춰가야할 것들이 많습니다. 그 과정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저는 그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철원 국장
이철원 국장

◆사회 : 어느덧 좌담회를 시작한 지 2시간이 지나고 있습니다. 이번 좌담회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더 말씀하실 분이 없으시다면 마지막으로 윤민현 박사님께서 전체적인 결론을 내려주시고, 업계나 정부에 요구하는 사항까지 정리해서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탈탄소화 문제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윤민현 박사 : 오늘 나온 이슈 가운데 먼저 톤세제도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현 톤세제도는 조세특례제한법에 의해 한시적으로 적용되고 있는데 이를 해운법에 규정해서 영구화해달라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선사들이 1년전에 톤세와 법인세 중 하나를 택할 수 있게 하는 등 융퉁성 있는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톤세제 근거를 조특법에 두지 말고 해운법에 두자는 이야기인데 그 이후로 어떻게 하기로 했는지 논의는 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다행인 것은 최근 해운업계가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국회와 교감이 비교적 잘 되는 것 같은데 가능하면 입법과 관련된 사항들은 빨리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탈탄소화와 관련해서 안중호 사장님께서 트럼프 재선 이슈를 말씀하셨지만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해서 향후 환경이슈가 어떻게 될 것이냐는 오히려 해운업계와는 거리가 있다고 봅니다. 트럼프는 자국의 에너지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차원이지 미국이 오염되는 것을 방치하겠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이미 해양환경 오염방지법(Clean Shipping Act)이라는 것을 만들어 놓은 것은 미국으로 들어오는 선박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철저히 규제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향후 미국 대통령의 향방이 트럼프이든, 바이든이든 변화는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가 탈탄소화와 관련해 한 가지 경계를 해야 할 부분은 EU-ETS가 사실상 약 2주 후에 발효되는데 문제는 유럽에서 중국을 향해 중국판 ETS를 도입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사실상 우리 한국 해운업계와 직결된 문제입니다. 중국이 공식적으로 탈탄소화에 대해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을 보면 국제적 스탠다드보다 10년 정도 늦게 잡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국제적인 스탠다드로 합의된 사항은 2050년 넷제로에 도달한다는 것이고 중국은 2060년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중국의 개별 선사들이나 개별 기업들이 하는 것을 보면 훨씬 앞서가고 있습니다.

중국의 속내는 쉽게 이야기하면 내가 내 앞마당을 오염시키는 것은 괜찮지만 다른 사람이 내 앞마당을 오염시키면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그것 때문에 중국판 ETS를 적용하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 문제가 COP28이 끝나면 상당히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그것이 우리 해운업계에 있어서는 또 다른 부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선원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각 나라별로 직면하고 있는 근본적인 선원의 공급 부족 문제와 별개로 탈탄소화에 적응할 수 있는 선원의 훈련 문제를 이제는 우리가 조금 구분해서 생각해야 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후자의 경우 이번 COP28에서 나온 방안에 따르면 적어도 앞으로 5년내 80만 명 정도의 엔지니어 중심의 교육훈련을 시키되 우선 이와 관련된 TF를 발족해 1차적으로 5만 명 정도를 범국가 차원에서 양성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다만 조병호 사장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우리의 경우 당장 가르칠 사람이 있어야 할텐데 그것부터 먼저 서둘러야 될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따라서 이제 선원 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은 일단 원천적인 수급의 문제는 개별 국가나 기업이 복지 향상 등 여러가지 제도를 통해 풀 수밖에 없고 탈탄소화와 관련된 선원의 훈련 문제는 단순히 선원이 없다는 이유로 더 이상 지연시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역시 이 두 가지 문제를 같이 해결해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메탄올도 마찬가지이지만 암모니아의 경우 사실상 가장 큰 문제가 제대로 조달이 될 것인지, 만약 조달이 안된다면 이를 기다려 줄 것인지 하는 것입니다. 머스크가 지금까지 메탄올 선박을 25척 정도 발주했는데 총력으로 경주하고 있는 것이 바로 자급자족을 위한 메탄올 확보입니다. 메탄올 확보가 안됐을 때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암모니아지만 메탄올이나 암모니아도 모두 마찬가지로 제대로 공급이 안되고 확보가 되지 않는다면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풍력이나 조력, 태양열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대안으로 나온 것이 소형모듈원자로(SMR)입니다. SMR에 대해서는 현재 중국이 유럽이나 미국을 앞섰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우리나라도 문재인 대통령 시절 발족한 문무대왕 연구소에서 10년내 SMR을 상용화하겠다고 최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메탄올, 암모니아 등 여러 가지 다른 대체 수단만으로는 부족하고 어차피 SMR이 상용화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은데 다만 최근 정부에서 SMR 개발 관련 예산 1800여억 원을 전액 삭감하는 등 앞뒤가 안맞고 혼선이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처럼 여러 가지 면에서 탈탄소화 문제는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하는 논리가 한동안 이어질 것입니다. 결국에는 논리를 규제가 누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메탄올이나 암모니아가 부족하고 선박도 없어서 글로벌 해운업계 전체가 규제를 전부 이행하지 못하게 된다면 규제가 논리를 누를 수 없겠지만 탄 탄소화로의 이행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여러 가지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이미 유럽의 Front-runner 선사들은 규제의 조기 도입을 제안하며 관망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선사들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그렇지 않아도 공급과잉의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하에서 Front-runner 선사들의 선단만으로도 글로벌 수요는 충족할 수 있으니 규제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으로 추정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탈탄소화 문제를 놓고도 일견 양분이 되는 상황에서 결국 큰 흐름은 글로벌 정치인들이 바라보는 시각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고 어느날 갑자기 ‘이제는 더 이상 기다려 줄 수 없다’고 하면서 규제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도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입니다.

해운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체의 3%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산업과 달리 해운은 그 특성상 복수의 국가를 왔다 갔다하며 쉴새 없이 움직이는 산업이라 가는 곳마다 감시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가 한국해운의 보호를 위해서 정책적으로 탈 탄소화 전환을 연기한다고 해서 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어느 한 지역에서 봐준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해운계는 전세계의 큰 흐름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 요즘 우리 해운업계에서 다소 우려스러운 점은 탈탄소화 문제를 너무 기술적으로만 접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탈탄소화는 비단 기술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정치, 경제, 정책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너무 기술 위주로만 논의하고 있습니다. 탈탄소화와 관련된 여러 세미나에 참석해보면 대부분 기술 의주의 논의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번 COP28에서도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결국은 이해관계의 차이 때문에 정치적, 정책적으로 충돌하였던 것 아니겠습니까? 기존의 화석 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phase out)하던가, 단계적으로 감축(phase down)하던가, 아니면 전환(transition)하던가 세 가지를 놓고 얘기를 하고 있고, 아예 하나도 언급하지 말라는 것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OPEC의 입장입니다. 이들은 공동 합의문에 화석연료라는 용어 자체도 넣지 말라고 했다가 코너에 몰리니까 전환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즉 어떤 면에서 보면 탈탄소화의 방향은 어느 쪽으로 가느냐는 우리가 어떻게 좌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또 거부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사회 : 오늘 장장 2시간이 넘게 진행된 해운신문 신년특집 좌담회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2024년도에 우리 해운업체 전체가 정말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이지만 오늘 언급된 여러 문제점들을 잘 헤쳐 나가서 좋은 성과를 내길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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