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국제해사기구 임기택 사무총장

임기택 IMO 사무총장이 28일 WMU 동문 송년회에 앞서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임기택 IMO 사무총장이 28일 WMU 동문 송년회에 앞서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선박 기후변화 정책 추진 가장 의미있어
해운 탈탄소화, 업계-정부 통합전략 중요

국제해사기구(IMO) 임기택 사무총장이 지난 8년간의 사무총장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최근 귀국해 해운전문지 기자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임기택 총장은 특유의 포용력으로 전세계 해운계가 모두 어려울 것이라고 봤던 2050 넷제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면서 IMO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사무총장으로 기록됐다.

임기택 총장은 한국인으로서 IMO 사무총장의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었던 한국해운업계의 저력과 해양수산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기택 총장은 향후 계획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지만 지난 8년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아아우르면서 글로벌 해사 이슈를 풀어냈던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국 해운의 선진기술을 개도국에 전수하고 한국의 젊은이들이 국제기구에서 활동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기자단과 임기택 총장이 나눈 일문일답

-8년간 IMO 수장으로서 활동했는데 간단한 소회를 밝혀달라.

=지난 8년간 여러 가지 글로벌 주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175개 회원국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특히 대한민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한국인으로서 국제기구에서 활동하면서 한국해운의 발전 과정을 토대로 나름의 기여를 할 수 있었고 한국해운의 발전 모델을 많은 나라에 알릴 수 있어서 보람됐다고 생각한다.

-재임 기간중 가장 기억에 남고 보람된 정책은?

=선박 기후변화 정책이 가장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선박 기후변화 정책은 해운뿐만 아니라 항만, 조선까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 2023년 7월 MEPC 80차에서 175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2050 넷제로를 채택한 것은 큰 보람이었다.

최근 선박 자동화를 포함한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선박 디지털화에 대한 중장기 전략을 수립한 것도 중요한 성과다. 항만의 효율성, 선원의 지위 개선 등과 관련된 정책을 수립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2050 넷제로는 반대가 심했는데 어떻게 합의를 도출했나?

=2050 넷제로에 대해 사실 EU, 개도국, 선진국, 미주대륙 등 각자 입장이 모두 달랐다. 개도국과 산유국의 입장이 또 다르고 특히 개도국의 경우 선진국에 대한 피해의식도 있어서 합의가 쉽지 않았다. 각자의 입장을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지 않으면 2050 넷제로는 합의에 이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진국에 개도국 입장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면서 양측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노력했다. 다행히 여러 가지로 나뉘었던 국가들이 서로 공감하면서 따뜻한 마음이 모아져 2050 넷제로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다.

-2050 넷제로가 합의됐지만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해운업계는 IMO가 구체적으로 대체연료 몇가지를 정해 주면 좋겠다는 입장이지만 IMO는 그렇게 접근하지는 않는다. MEPC 80차 결정으로 여러 가지 대안이 나올 수 있다. 선박 연료유 표준을 정해서 그 기준에 적합하다면 무엇이든 대체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현재 거론되는 바이오연료,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은 연료유 표준에 따라 CO2 레벨이 정해지고 여기에 경제적인 조치, 즉 카본 프라이싱이 취해질 것입니다.

이런 조치들이 2025년에 채택돼 2027년부터 집행되고 2030년과 2040년에 중간 체크포인트를 거쳐 2050년 넷제로로 가게 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선사들이 혼선이 있을 수 있지만 에너지 업체들이 IMO 결정에 따라 선박 수요를 예측하고 그에 맞는 연료 생산을 준비해나가고 있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가지 변수는 아직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지 않았는데 선상 CO2 포집(CCS) 문제가 남아있다. 선상 CCS는 관련 기술 개발이 완료되고 규정까지 수립되면 해운업계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다만 선상 CCS 규정 관련 논의는 아직 조금밖에 진행이 않됐다.

-탈탄소화에 해운업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사실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해운국에게 탈탄소화는 상당히 크리티컬한 이슈다.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해운업이 성장하느냐 아니면 침체하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에 해운업계와 정부의 통합적인 전략이 굉장히 중요하다. 탈탄소화 대응에는 파이낸싱, 선박 투자 시점, 선대 관리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데 한국 해운업계는 상당히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율운항 기술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사고 책임, 보험 등 제도가 뒤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IMO가 자율운항 선박과 관련해 작업중인 가이드라인은 기술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다. 자율운항 선박을 건조할 때 어떤 원칙으로 만들어야 하는지를 규정한 가이드라인이 향후 2~3년내 만들어지고 계속해서 보완될 것이다.

지적하신 자율운항 선박 사고 발생시 보험 문제, 즉 법률적인 책임 문제는 기술 가이드라인이 마련된 이후 별도로 논의가 필요하다. 저는 자율운항선박에 대한 기술 가이드라인, 법률적인 책임 등을 결정하는데 한국이 역량을 갖춘 몇 안되는 국가라고 생각한다.

-홍해에서 무차별적인 선박 공격이 자행되고 있는 데 IMO에서 대응해야 되는 것 아닌가?

=2014~2015년 소말리아 해적은 IMO와 주변 국가들의 강도 높은 대응으로 해결할 수 있었지만 지금 홍해 문제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예멘 후티 반군은 스스로 공식 정부라고 밝히고 있고 유엔조차 직접 대화하지 못하는 상대다.

12월초에 일단 IMO도 성명서를 냈고 18일에는 지부티 행동강령(Djibouti Code of Conduct)에 참여하는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인근 국가 대표들을 소집해 긴급대응반을 만들어 유엔본부, UNCTAD 등과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또한 최근 함정을 투입한 국가들과 소통하면서 2차로 굉장히 강한 성명서도 발표했다. 회원국들의 공감대를 엮어내는 작업도 추진 중인데 중동지역은 정치 외에 종교도 함께 걸려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IMO는 일단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있고 재후임자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지금 몇 개 국가들이 직접적인 작전을 통해 조금 진전된 기미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도 그 작전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선원 문제가 심각하다. IMO에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저도 해기사 출신이지만 선원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특히 이번 코로나 사태를 지나면서 현재의 시스템이 코로나와 같은 어려운 사태가 벌어졌을 때 과연 선원의 사회적 지위를 지켜 수 있느냐에 대해 굉장한 의구심이 생겼다.

IMO는 선원 안전과 관련된 규제 시스템을, ILO는 선원 근로조건과 관련된 시스템을 관장하고 있는데 코로나 사태때 교대 문제, 백신 문제 등 현재 IMO와 ILO의 시스템으로는 풀기 어려운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했다.

또 과거에는 선사가 선원과 직접 계약했지만 지금은 선박관리회사가 선사를 대신해 선원과 계약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그래서 선원과 선사의 심리적 연결고리가 희미해진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IMO와 ILO의 시스템이 과연 선원들이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수 있느냐에 대한 큰 의문이 생긴 거다.

IMO내에서 선원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 제가 2019년에 총회 결의를 얻어 Human Element Industry 그룹을 만들었다. 이 그룹에서 IMO, ILO, ITF 등과 협력해 코로나와 같은 위기상황에서 선원들을 지켜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말들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지난해 11월 13일 IMO와 ILO가 공동으로 선원 문제를 다루는 컨퍼런스를 처음으로 개최했다. 이 컨퍼런스에서 선원 관련 문제를 여러 가지 분야로 나눠서 검토했고 개선해야 될 점을 체크했다. 앞으로 그 결과들을 하나씩 가동시킬 것이다.

IMO는 매년 캐치프레이즈를 만드는데 2019년 캐치프레이즈가 ‘Empowering Women in the Maritime Community’다. 해운업계에서 여성들의 권리를 권장시키자는 캐치프레이즈인데 이후 전세계 해운계에서 여성들의 참여와 관심이 증폭됐다. 또한 영국 런던 외교가에서 여성진흥운동으로 확대되는 등 많은 영향을 줬다.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에 대해 말씀해 달라.

=지난 8년을 해외에서 일하다 오랜만에 귀국했는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잡지는 않았다. 다만 제가 그동안 IMO에서 다뤘던 글로벌 주제들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국 해운의 발전 노하우를 개발도상국에 전달해 주는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대다수의 개도국들에게 한국은 기적의 모델이어서 한국과 같이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하는 개도국들이 상당히 많다. 해운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선박 디지털화, 항만 디지털화 등 우리가 늘 해왔던 일들을 개도국들은 상당히 어려워해서 한국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한다.

우리나라는 개도국에게 이러한 기술을 전수해 줄 수 있는 최적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 해양과 수산을 연결하는 인프라, 생태계가 잘 형성돼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 행정 체계도 해양수산부로 일원화돼 있다.

개도국들은 선박, 해운과 관련된 단순한 기술 전수뿐만 아니라 항만 개발 등 광범위한 분야의 투자를 원하고 있다. 이러한 개도국의 수요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국의 ODA 투자, EBRD(유럽부흥개발은행), ADB(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금융기관의 지원을 연결할 필요가 있는데 이 과정에서 역할을 하고 싶다.

또 하나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한국의 저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우리 선원들의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임기택 총장과 WMU 한국 졸업생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임기택 총장과 WMU 한국 졸업생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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