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정동국제 서동희 대표변호사

서동희 변호사
서동희 변호사

해운업 분야는 어느 산업분야보다 중재를 잘 알고 있으며 실제로 수많은 분쟁들이 중재에 의하여 해결되고 있다. 중재는 해운과 같이 전문적인 분야에 잘 맞기 때문에 법원에서의 소송에 비하여 상대적 우위를 유지하여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점차 중재가 그 비용이 증가하면서 보험자나 당사자가 상당한 부담을 느끼게 되고, 중재에 소요되는 시간도 지나치게 지연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또 다른 대체적 분쟁해결제도(Alternative Disputes Resolution ; ADR)인 조정(mediation)이다. 조정의 기본개념에 대하여는 해사법률 226 ‘조정과 중재’ 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해운분야는 예를 들면 용선계약을 체결할 때에 용선중개인을 통하여 선주와 용선자가 협상(negotiation)을 하는 것이 통상적이어서 해사분쟁 역시 당사자들의 협상에 의하여 해결하는 원만한 합의(amicable settlement) 또는 조정인을 개입시켜 해결하는 조정이 잘 맞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세계선주협회와 같은 성격인 BIMCO도 'Mediation/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Clause 2021'를 만들어 회원사들에게 계약서에 삽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 조항은 기존의 중재조항, 즉 'Law and Arbitration Clause 2020 London'과 같이 사용되게 되는데, 중재절차가 시작되기 전에도 조정절차를 이용하는 것을 시도하여 볼 수 있고, 중재절차가 진행되는 도중 어느 때에도 조정절차를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런데 현실은 선주나 용선자들이 이 조항을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그 이유는 해운회사들이 아직 조정의 유용성에 대하여 충분히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필자는 해사법률 225 ‘조정의 활용가능성’에서 소위 싱가포르 협약에 대하여 우리나라의 긴급한 대처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일본이나 영국의 최근 동향을 보면 필자의 이러한 말은 잘못된 것이 되었다.

일본의 경우 2023년 4월 28일 경 전격적으로 몇 개의 법을 제정하고 개정함으로써 2024년 4월 28일 싱가포르 협약, 즉 2019 국제조정에 관한 싱가포르 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International Settlement Agreements Resulting from Mediation)에 가입하게 되고, 곧바로 일본에서 발효되며, 싱가포르 협약이 적용되는 소위 국제 조정은 물론 재판외 분쟁해결수속의 이용의 촉진에 관한 법률의 일부를 개정하는 법률에 의거하여 2024년 4월 28일부터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조정에 대하여 판결에 부여하는 것과 같은 집행력을 부여하기로 하였다. 실로 놀라운 발전이 아닌가 생각한다.

일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동안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였던 영국 역시 2023년 5월 3일 싱가포르 협약에 서명하고 비준하였고, 6개월 후인 2023년 11월 3일 발효되게 되었다. 이러한 국가들의 조치는 틀림없이 조정을 활성화시키고, 조정을 이용하고자 하는 기업들에게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해사분쟁을 그 동안 중재와 소송으로 해결하여 왔으나 앞으로 조정이 분쟁해결에 있어서 가장 중심의 위치에 설 날이 올 것으로 보는데, 이왕이면 우리나라 해운계가 조정의 유용성을 빨리 인식하고 앞서서 활용하였으면 한다. 그러기 위하여 조그만 첫걸음은 BIMCO 제정의 'Mediation/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Clause 2021'을 용선계약에 포함시키는 일이다. 필자가 간간이 조우하게 되는 분쟁의 대상이 된 용선계약서의 어디에도 이러한 조항이 삽입되어 있었던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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