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육해상노조, HMM 매각 토론회 개최
인수자금 원리금·영구채 문제, 동반부실 우려
매각절차 즉시 중단하고 신중하게 재검토해야

하림그룹이 HMM 인수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국내 유일의 원양 컨테이너선사인 HMM과 국내 최대 벌크선사인 팬오션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장밋빛 전망은 전혀 근거가 없으며 하림그룹이 HMM을 인수할 경우 HMM과 팬오션 둘 다 망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HMM 육해상 노동조합이 1월 11일 개최한 HMM 매각 관련 긴급토론회에서 하림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6조 4천억원 규모의 매각 대금 조달 계획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하림그룹이 팬오션을 앞세워 무리한 매각 자금을 조달해 팬오션의 부실은 물론 결국 HMM까지 부실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국사무금융노조 HMM지부 이기호 지부장은 “하림그룹이 인수자금 조달계획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으나 팬오션이 보유한 현금과 자산유동화, 영구채 발행, 유상증자 등을 통해 인수자금의 60%를 조달하고 나머지는 인수금융, 사모펀드 등에서 차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이 자기자본으로 마치 인수자금의 60%를 조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30%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기호 지부장은 인수자금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팬오션의 유상증자 3조원의 성공 가능성에 의문을 표했다. 시총 1조 9880억원 규모의 팬오션이 3조원을 유상증자하는 것이 쉽지 않고 팬오션 지분 55%를 보유한 하림그룹에 배당되는 1조 6천억원 규모의 주식을 인수할 현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기호 지부장은 “하림이 NH투자증권과 실권주 인수 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렇게 될 경우 NH가 제2, 제3의 사모펀드에 실권주를 넘길 것으로 예상돼 유증에 성공해도 문제”라고 밝혔다.

HMM 해상노조 전정근 위원장(왼쪽)과 HMM 육상노조 이기호 지부장
HMM 해상노조 전정근 위원장(왼쪽)과 HMM 육상노조 이기호 지부장

HMM 해상노조 전정근 위원장은 팬오션이 자산유동화, 영구채, 인수금융으로 조달하는 자금에 대한 원리금 상환 부담이 팬오션을 부실화시킬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고 지적했다. 자산유동화 즉 팬오션이 보유한 선박을 세일앤리스백하거나 장기계약 등을 담보로 유동화할 경우 용선료, 이자 부담이 크게 늘고 영구채와 인수금융 이자 등을 고려하면 팬오션이 연간 부담해야 할 이자만 2천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측됐다.

전정근 위원장은 “하림이 팬오션을 앞세워 HMM 인수에 나서고 있는데 팬오션의 금융부담이 너무 커지고 선박 원가경쟁력도 떨어지게 될 것이다. 더구나 향후 벌크시황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팬오션의 경영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HMM 또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벌크선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데 팬오션과 사업이 중복되기 때문에 하림에 매각될 경우 벌크선 사업 확대를 최소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양사간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기호 지부장이 정리한 하림의 HMM 인수자금 조달 계획
이기호 지부장이 정리한 하림의 HMM 인수자금 조달 계획

자기자본이 부족해 타인 자본을 70% 이상 끌어들여 무리하게 HMM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하림그룹이 결국은 HMM의 유보금으로 인수자금의 일부를 상환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전정근 위원장은 하림이 HMM 경영권을 손에 넣은 후 HMM과 팬오션을 합병시킨 후 HMM 유보금으로 인수자금을 상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양사를 합병하지 않더라도 팬오션의 부채를 떠안은 SPC를 설립해 HMM과 합병시키거나 팬오션 자회사를 HMM에 매각하는 방법, HMM이 팬오션 선박을 매입하거나 선박을 유동화하는 방법, HMM의 주식을 담보 대출받는 방법 등 HMM의 자금을 활용해 인수자금 상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 위원장은 예측했다.

이렇게 될 경우 결국 HMM의 기업가치가 훼손되고 변화하는 해운산업 패러다임에서 HMM의 경쟁력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해양금융연구소 이재민 소장은 “HMM의 현금 유동성으로 인수자금 비용을 상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렇게 되면 HMM의 경쟁력이 떨어져 결국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탈탄소화로 해운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점이다. 즉 미래를 위한 투자에 HMM의 유보금이 쓰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인수비용으로 흘러간다면 HMM은 물론 한국해운업계에도 큰 불행”이라고 지적했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 잔여 영구채 문제도 핵심이슈로 지적됐다. 산은과 해진공은 영구채 조기상환은 배임이라는 입장이어서 내년 4월 잔여 영구채를 모두 주식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되면 하림이 보유하게 되는 HMM 지분이 58%에서 39%로 낮아진다. 반대로 산은과 해진공은  HMM 지분 33%를 다시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이기호 지부장은 “내년 4월이후 39% 대 33% 구조가 만들어지는데 신용보증기금, 국민연금 등 우호지분을 끌어들이면 산은과 해진공이 다시 대주주가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는 게 과연 민영화라고 할 수 있는지 정부는 답을 해야 할 것이다. 산은이 경영권 매각후 하림에게 1조 5천억원의 배당을 약속했다는 소문이 있는 데 이게 바로 배임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HMM 매각을 서두를 것이 아니라 매각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하림그룹이 과연 적절한 HMM 인수자인지 검토해 유찰시킨 후 다시 신중하게 매각을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예정낙찰가격, 하림의 인수자금 조달 계획, 잔여 영구채 주식전환후 우선인수권 여부 등 HMM 매각 관련 정보들이 전혀 공개되지 않고 밀실에서 논의되고 있다며 투명한 공개를 요구했다.

전정근 위원장은 “HMM 경영권 매각을 유찰시키고 생각할 시간을 갖는다고 피해볼 사람이나 기관은 없다. HMM은 탈탄소화라는 패러다임 변화속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해야하는 시점인데 매각 관련 우려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 팬데믹과 홍해 사태를 겪으면서 HMM이 수행하는 공공적인 역할을 많은 국민들이 이해하게 됐다. 사기업 측면에서 HMM 매각을 서두를 게 아니라 신중하게 공공재로서 역할을 수행하면서 영속시킬 수 있는 국민적 공감대를 먼저 마련하고 매각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호 지부장은 “HMM은 과거 10년 동안 적자를 냈던 때와는 원가구조가 완전히 다른 선사가 됐다. 10년 불황을 견딜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진 선사가 된 것이다. 따라서 영구채 문제가 완전히 해결돼 지배구조가 명확해진 이후 매각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배화여대 구교훈 교수는 “공급과잉으로 향후 장기 불황이 예상되고 유럽의 CBER 폐지로 얼라이언스가 해체될 가능성이 커져 HMM의 경영환경이 상당히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재무구조가 탄탄한 회사가 HMM을 인수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게 어렵다면 독일의 하파그로이드나 포스코처럼 공공과 민간이 지분을 골고루 나눠 갖는 형태의 국민기업화도 차선책”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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