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터치웰 부사장

피터 터치웰 부사장
피터 터치웰 부사장

안 그래도 팬데믹, 가뭄, 화물선 공격 등으로 컨테이너 공급망이 몸살을 앓고 있는데 마치 뭐가 더 필요하기라도 한 듯, 화주들이 맞닥뜨린 리스크에 한 가지가 더 추가됐다. 바로 리튬 이온 배터리로 인한 선박 화재이다.

사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화물이든 선원의 개인 기기이든, 아니면 선박 장비로든 간에 우리 사회 그리고 선박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해운업계는 배터리가 선상에 늘 있을 것이고, 금지 화물이 될 수 없다는 점도 알고 있지만, 그 위험성에 대한 이해도는 낮은 편이다.

이로 인해 선원, 화물 및 선박은 배터리 내부의 화학 반응에 의해 느닷없이 발생하는 매우 뜨거운 화재인 “열 폭주”의 가능성에 노출되고 있다. 이러한 화재가 컨테이너 내부에서 발생하는 경우, 기존의 화재 진압 방법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접근 및 진화가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위험은 커지고 있다. 화물 관련 사고 자료를 공유하기 위해 2011년 설립된 14개 컨테이너 라인 그룹인 CINS(Cargo Incident Notification System)에 따르면, 보고된 컨테이너 선박 화재 수는 2022년 65건으로 급증했는데, 이는 2021년과 2020년 보고된 수치(31건)에서 많이 증가한 것이다. 이에 덧붙여 리튬 이온 배터리가 컨테이너 선박 화재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CINS는 밝혔다.

선주상호보험조합(P&I)인 노스스탠다드(North Standard Limited)의 손실 예방 글로벌 책임자인 콜린 길레스피(Colin Gillespie)는 “배터리 자체의 과학은 잘 알려지지 않았으며, 배터리가 열폭주를 일으킬 때 선박에서 어떤 상황이 일어나는지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리튬 이온 배터리로 인한 화재를 선상 장비를 사용해 어떻게 진압할 수 있는지도 잘 모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알려진 사항이 많이 없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불안해하고 있으며 운송업 안전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 역시 불안을 느낀다"고 그는 이어 덧붙였다.

2022년 미국 루이지애나주 배턴 루지(Baton Rouge)에 정박 중인 유조선의 브릿지에서 휴대용 라디오의 리튬 이온 배터리 열폭주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선박에 3백만 달러 규모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2023년 11월에 발표한 바 있다. 지난 12월 말에는 리튬 이온 배터리를 실은 한 선박이 선상 화재로 알래스카 앞바다에 정박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해운업이 컨테이너선에 리튬 이온 배터리를 대량 선적하는 것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와 같은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은 지난 12월 “물류 공급망과 리튬이온 배터리”라는 주제로 싱가포르에서 열린 세미나(CINS, TT클럽, 및 국제 P&I 클럽 주관)에서 명확하게 드러났다.

이러한 위험을 해결하는 방법은 부분적으로 컨테이너 선박의 통제에 달려있다. 일단 화재 진압 능력을 향상하는 동시에, 방법과 훈련 및 장비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열폭주를 일으키는 결함이 배터리 안에 숨어 있기 때문에 리튬 이온 배터리가 언제 발화할지 예상할 수 없어 완전히 통제하기도 어렵다.

좀 더 기본적인 수준에서 보자면, 선사들이 선상이나 특정 컨테이너 내에 배터리가 있는지 항상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위험 화물과 마찬가지로 배터리 선적이 항상 제대로 신고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포럼의 연사들은 안전 개선은 고객을 포함한 공급망의 모든 당사자가 공유하는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화물이 제대로 신고되었을 때도, 컨테이너 선박들은 정기적으로 다양한 위험 화물을 싣게 된다. 대형 선사의 위험관리 임원은 80FEU 이상의 폭죽, 30FEU 이상의 숯 그리고 200FEU 이상의 전기차를 어떻게 23,000TEU급 선박에 실을 수 있는지에 대해 조언해 달라고 연락받은 적이 있다며 이와 같은 난제를 설명했다.

“모든 선사가 컨테이너선으로 운송해야 하는 전기차의 엄청난 수요에 직면해 있다”고 그는 말했다. 열폭주는 배터리 손상, 과충전, 열, 오염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촉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재를 통제하는 방법은 알고 있지만, 열폭주를 막는 방법은 알지 못한다. 이는 화재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으며, 증기운이 계속 생성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노스스탠다드의 길레스피 책임자는 말했다. 즉, “불을 진압했는데도 실제로는 제대로 꺼지지 않았다면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리튬 이온 배터리 화재는 화재의 화학적 특성과 지속력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진화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해운업계가 진행 중인 적극적인 노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선사 및 운송업체는 리튬 이온 배터리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재를 진화하기 위해 기존의 제어 조치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며 “이외에도 모든 종류의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열폭주를 더 빨리 파악하고 화재를 더 잘 통제하는 데 유용한 여러 기술을 연구 중이다.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꽤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리튬 배터리로 인한 화재 및 폭발 빈도는 낮은 것으로 판단”되며 “선적된 배터리 수 대비 화재 발생 건수는 매우 적지만 실제로 발생했을 때 문제가 된다”며, “리스크 프로파일이 바뀌고 있으며 아직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파악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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