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라이언스 멤버 신뢰도 중요, HMM 탈락할수도
“하림과 인수협상 중단, 처음부터 다시 추진해야”

HMM 인수자금의 약 70% 이상을 타인자본에 의존할 정도로 자기자본 능력이 부족한 하림그룹이 HMM을 인수할 경우 얼라이언스 재편기에 HMM이 선사와 화주들로 외면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사무금융노조 HMM지부 이기호 지부장은 1월 18일 개최된 ‘HMM 경영권 매각 국민검증 국회 토론회’에서 최근 하파그로이드의 디얼라이언스 탈퇴로 얼라이언스 재편이 불가피한데 하림이 HMM을 인수할 경우 HMM의 얼라이언스 참여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하파그로이드가 머스크와 새로운 얼라이언스인 Gemini Cooperation에 참여하기 위해 디얼라언스 탈퇴를 선언하면서 나머지 디얼라이언스 멤버인 HMM, ONE, 양밍은 내년 1월까지 하파그로이드를 대체할 다른 선사를 영입하거나 얼라이언스를 해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기호 지부장은 “얼라이언스 구성시 가장 고려되는 것이 파트너 선사의 신뢰도다. 자기자본능력이 떨어지는 하림그룹이 HMM을 인수하게 될 경우 해외선사들은 우리가 제기한 것보다 더 치열하게 HMM을 들여다 볼 것이고 결국은 외면받게 될 것이다. HMM의 얼라이언스 참여가 불발될 경우 세계 주요 화주들로부터도 외면받게 될 것이고 이것은 HMM에게 치명적이 될 것이다. 얼라이언스 재편 문제를 HMM 경영권 매각과정에서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배화여대 구교훈 교수도 “하파그로이드의 탈퇴로 디얼라이언스의 향방이 우려된다. 얼라이언스 구성의 전제조건은 참여선사의 신뢰도다. 하림의 HMM 인수로 재무구조가 악화된다면 파트너 선사는 물론 화주들도 HMM을 외면하게 될 것이다. 특히 HMM의 국적선 적취율이 크게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해운이 파산 당시 CKYHE 얼라이언스 소속 선사들이 큰 피해를 입으면서 파트너 선사들의 신뢰도가 얼라이언스 참여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다. 이 때문에 HMM은 2017년 얼라이언스 재편기에 2M, 오션얼라이언스, 디얼라이언스에 정식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간신히 2M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바 있다. HMM이 2M과 전략적 제휴를 맺을 수 있었던 것도 산업은행, 해양진흥공사 등 대한민국 정부가 HMM의 대주주였기 때문에 가능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기호 지부장은 HMM의 대주주가 대한민국 정부에서 자기자본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하림그룹으로 바뀔 경우 신뢰도 하락으로 얼라이언스 참여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토론 참여자들은 HMM 인수자금 조달 및 상환계획이 불투명한 하림그룹에 HMM을 매각하는 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잔여 영구채 문제가 해결되는 내년 이후 재매각 절차를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급과잉으로 장기 해운불황이 예상되고 탈탄소화 규제로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어 HMM을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자본 능력을 가진 인수자를 다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토론자 참여한 정일환 영원NCS컨설팅 대표는 “HMM 매각은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웠다. HMM을 머스크, CMA CGM과 같은 글로벌 해운물류기업으로 키울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을 갖춘 기업이 누구인지를 찾는 게 먼저다. 그런데 엔디믹이후 운임 하락이 시작되자 급하게 투자금 회수를 위해 HMM 매각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라도 매각절차를 중단하고 HMM을 세계적인 해운물류기업으로 키워 국민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능력과 자격을 갖춘 기업을 찾는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MM 해상노조 전정근 위원장도 “돈 될때 팔겠다는 것은 금융의 논리다. 지금 당장 HMM 매각을 보류한다고 하더라도 산업은행의 BIS 비율이 악화된다는 것 말고는 부작용이 없다. HMM 매각은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채웠으니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HMM이 가진 공공적인 성격이 크기 때문에 무조건 민영화할 것이 아니라 HMM의 공공적인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다시 추진돼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화여대 구교훈 교수는 “영구채 문제가 해소돼 HMM 지배구조가 명확해지면 건전한 기업들이 다시 HMM 인수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특정기업에 HMM을 넘기는게 민영화는 아니다. 하파그로이드처럼 공공과 민간이 서로 견재할 수 있도록 지분 구조를 바꿔주는 게 이상적”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