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선주상호보험 성재모 전무

KP&I 성재모 전무
KP&I 성재모 전무

클레임 감소로 2023년 흑자 전환 성공
뮤츄얼 전환 서두르지 않고 점진적으로

2019년 솔로몬 트레이더호 사고 이후 침체에 빠졌던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KP&I)이 미래 성장을 위한 밑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4년여간 혹독한 체질 개선을 통해 어느 정도 클럽이 안정화됐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부터 사업 다각화를 위한 조합법 개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나가기로 했다.

KP&I 성재모 전무는 최근 기자와 만나 올해안으로 조합법 개정 논리 개발을 위한 연구를 시작하고 손해보험사 설득 전략을 마련하는 등 본격적으로 조합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클럽 성장은 멈추고 재보험 구조 악화로 적자가 나는 위기 상황에 취임했던 성재모 전무는 지난 3년간 클럽 체질을 개선하는데 모든 힘을 쏟았다. 수익이 나지 않는 선원보험(Crew Cover Only)과 해외 선단을 과감히 정리하고, 재보험구조를 개선하고, IG 제휴 프로그램을 개선하는 등 과감한 체질 개선을 진행했다. 그 결과, KP&I는 다시 흑자구조로 전환했고 성재모 전무의 연임이 결정됐다.

수익도 내고 성장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먼저 탄탄하게 내실을 다지고 이를 토대로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한다는 게 성전무의 생각이다. 앞으로 3년간 더 KP&I을 이끌어 가게 된 성전무는 조금 더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향후 성장할 수 있는 기반 마련도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클럽의 미래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성전무는 고정보험료 체제인 픽스드 체제임에도 클럽 운영은 뮤츄얼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KP&I의 기형적인 체제를 바꾸기 위해 지난해부터 뮤츄얼 전환을 위한 논의를 수면으로 끌어올렸다. 올해는 사업 다각화를 통한 클럽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조합법 개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성전무는 “조합법 때문에 우리는 손발이 모두 묶여 있다. 해외클럽, 손보사, 해운조합 등은 P&I는 물론 선체보험, 전쟁보험 등 다양한 상품을 취급할 수 있고 관련된 재보험도 취급할 수 있는데 반해 우리는 오직 P&I만 가능하다. 조합법을 개정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지 못한다면 KP&I의 미래는 없다”며 조합법 개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성재모 전무와 나눈 일문일답.


-지난해 경영성과는 어떤가?

=2021년, 2022년 연속 적자를 냈지만 2023년은 클레임이 줄어들면서 10억원 조금 상회하는 정도의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2019년 솔로몬 트레이더호 사고 이후 대형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지난해 손해율이 높았던 선원보험과 해외 선단을 정리한 것이 주효했다. 지난해 위험관리팀을 신설해 사고 예방 활동을 전개하는 한편 등록선대 리스크 서베이 강화를 통해 사고 위험이 큰 선박들을 정리해 클레임이 줄어들었다. 확실히 클레임이 줄면서 흑자를 내기는 했는데 이게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선대 체질 개선의 효과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선원보험·해외선단 정리로 수익은 개선됐지만 볼륨이 줄어든 것은 문제 아닌가?

=손해율이 높은 선원보험, 해외 선단을 정리하면서 15% 정도 보험료 수입이 줄어들었지만 새로 유치한 선박도 있고 요율도 인상해 볼륨이 그렇게 많이 줄지는 않았다. KP&I의 볼륨 감소의 근본적인 원인은 국내 스몰핸디 벌크선 시장의 몰락에 있다. 그동안 KP&I를 성장시켜왔던 가장 큰 동력은 5천~1만 5천gt급 스몰핸디 벌크선들이었다. 그런데 2011년 전후로 국내 스몰핸디 벌크선 시장이 해외로 넘어가면서 KP&I의 성장도 정체되기 시작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IG클럽 제휴 프로그램을 도입해 중대형선 시장에 진출했는데 수익성이 좋지 못한 게 아쉬운 지점이다. 앞으로 2~3년은 규모가 조금 작아지더라도 탄탄하게 이익을 낼 수 있는 클럽으로 안정화시키는 게 먼저다. 현재 상황에서 수익도 내고, 성장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클럽이 안정화된 이후 점프업해야 한다.

-IG클럽 제휴 프로그램은 계속 적자인가?

=초기에는 적자가 났지만 제휴 클럽들과 보험료 배분 협상을 지속해 지금은 많이 개선됐다. 지난해 우리 포션을 45%까지 확대했고 일부 계약의 자기부담금(Deductible)을 인상하면서 손해율이 많이 개선돼 2023년에 적자는 나지 않았다. 우리 포션을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지난해 많이 늘렸기 때문에 추가로 늘리는 것은 실적을 보아가면서 결정해야 한다. 제휴 클럽도 재보험료를 비롯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우리 입장만 고수할 수는 없다. 우리와 유사한 IG 제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일본 도쿄마린도 대략 40~45% 수준인데 프로그램이 안정돼 양쪽 다 이익이 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전·포스코 전용선 유치 확대 성과는 있나?

=현재 P&I 갱신이 추진 중인데 크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전이나 포스코가 전용선을 KP&I에 주고 싶어도 수출 화주의 동의가 필요해 쉽지 않다. 원료구매계약에 P&I 조항이 들어가는데 발레나 BHP와 같은 메이저 화주들은 IG클럽이 아닌 클럽에 대해 비협조적이다. 우선은 IG 제휴 프로그램을 활용해 전용선 유치를 확대해 나가는 방법밖에 없다. 우리가 메이저 화주들에게 요구한다고 해서 당장 해결될 문제는 아니어서 장기적인 과제로 추진해 나갈 생각이다.

-홍해 사태로 전쟁보험이 오르고 있다. 전쟁보험도 취급하나?

=KP&I는 조합법에 따라 오직 P&I만 취급할 수 있다. 전쟁보험은 손해보험사들이 취급하는데 기본 요율이 워낙 낮아서 손보사들 수입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홍해 예멘 후티 반군 사태 등이 터지면서 전쟁 위험지역의 추가보험료가 10배 이상 급등하자 수입이 증가되면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NorthStandard 클럽과 같은 일부 P&I클럽도 전쟁보험을 취급하는데 주로 오거나이저 혹은 오퍼레이터 역할, 즉 손보사, 재보험사들로 전쟁보험 풀을 구성하는 역할을 한다. 국내 손보사들이 전쟁보험을 취급하는데 이들은 대부분 재보험자로부터 요율을 받고 대부분을 재보험자에게 출재하는 구조다. 특히 대형선단의 경우 해외 재보험자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 우리도 그리스, 노르웨이, 일본, 싱가포르, 영국 등과 같이 국내에서 전쟁보험 풀을 구성에서 해외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KP&I가 오거나이저로 나서고 국내 손보사, 재보험사들이 함께 참여하면 전쟁보험을 만들 수 있고 수익적인 측면은 물론 우리나라 해상보험 전체 발전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KP&I가 전쟁보험을 취급하려면 조합법 개정이라는 허들을 먼저 넘어야 한다. 조합법 개정으로 KP&I 사업 범위가 풀리게 되면 전쟁보험을 비롯한 해상보험 분야에서 손보사들과 협조할 게 많이 있다. 손보사들의 특성상 해상보험 앞단에 나서는 게 쉽지 않지만 우리가 상품을 오거나이즈하고 손보사들이 뒷단으로 참여하면 상호 윈윈할 수 있다.

-조합법 개정에 손보사 반대가 큰 것 아닌가?

=2017~2018년 조합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의견수렴 단계에서 손보사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따라서 조합법 개정을 위해서는 손보사를 설득하는 게 우선이다. 손보사에서 근무했었고 보험 브로커로 14년간 일한 제 경험을 토대로 해운협회와 협력해 손보사 설득 전략을 마련할 생각이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조합법 개정을 추진하려고 한다. 윤석열 정부가 독점 카르텔 파괴를 국정과제로 삼고 있어 조합법 개정을 추진할 기회라고 생각한다. 해외P&I, 손보사, 해운조합 등은 P&I는 물론 선체보험, 전쟁보험, 재보험까지 취급할 수 있는데 KP&I는 오직 P&I만 해야 한다는 것은 명백한 역차별이다. 조합법 개정을 위해 지난해부터 해양수산부와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올해 조합법 개정을 어떤 방향으로, 어떤 논리로 접근하는 것이 좋은지 변호사 등의 조력을 받아 개정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조합법이 개정되면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법률비용도 지원할 수 있나?

=중처법이 적용될 정도의 사고는 대부분의 비용을 P&I가 담보하게 된다. 다만 P&I는 민사는 100% 담보하지만 형사는 지원할 수 없다. 그러나 형사 결과가 좋아야 민사도 유리하기 때문에 기술적인 부문에서 P&I가 지원한다. 해양안전심판도 민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P&I에서 기술적인 지원을 하게 된다. 조합법이 만약 해운조합법처럼 개정된다면 우리도 형사까지 담보가 가능할 수 있다. 해운조합법 공제사업 범위에 조합원사에 필요한 것을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해운조합은 유죄인 경우까지 법률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국내 손해보험사 상품은 유죄인 경우 법률비용 담보가 제외되고 있다.

-올해 P&I 갱신 시장은 어떤가?

=2021, 2022, 2023년에 대형사고들이 별로 발생하지 않아서 전반적으로 P&I 클럽들이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올해 P&I 요율 인상률(General Increase ; GI)을 보면 IG클럽 12개사 중 5개사는 5%, 나머지 7개사는 7.5% 인상했다. 2023년 평균 GI가 10%를 넘었었는데 올해는 평균 6.8% 정도이니 상당히 안정됐다. KP&I도 지난해 10% 인상했는데 올해는 5%로 확정했다. 몇 년 적자를 냈으니 7.5%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올해 시황이 좋지 못해 국적선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돼 최종 5% 인상으로 결정했다.

-뮤츄얼 클럽 전환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아직 진행중이다. 올해 정관 개정, 해수부 신고 등 페이퍼 작업을 진행하려고 한다. 지난해 12월 이사회에서 뮤츄얼 클럽 전환에 대해 논의했는데 뮤츄얼 전환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했지만 전환 시점에 대해서는 숙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멤버 설득작업이 더 필요하고 적자가 난 상황에서 뮤츄얼 전환은 부정적인 시각을 키울 수 있으니 클럽이 안정화된 이후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게 좋겠다는 지적이다. 당장 1~2년내 뮤츄얼로 급하게 전환해야 할 이유는 없다. 다만 우리도 먼 미래에 IG클럽 가입을 목표로 한다면 뮤츄얼이 필수요소이고 실제 클럽이 뮤추얼 방식으로 운용이 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점진적으로 준비할 필요는 있다.

-뮤츄얼로 전환할 수 있는 선대는 얼마나 되나?

=가입선대중 IG 제휴 프로그램 선박과 관공선을 제외한 선박들은 뮤츄얼 전환이 가능하다. 이들 선박들의 10년간 손해율을 시뮬레이션해보면 손해율이 50% 초반대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뮤츄얼로 전환해도 추가 보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가 고민하는 것은 관공선이다. 관공선은 손해율이 좋아서 픽스드에 남아 있으면 오히려 손해다. 그런데 관공선은 예산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보험료를 환급해주거나 추가로 걷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선택권을 주겠지만 관공선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르겠다.

-인도P&I클럽 설립이 추진 중인데 어떤 영향이 있나?

=인도가 자국 P&I클럽 설립을 추진하는 이유는 자국 선대의 증가와 러시아 제재,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인도는 최근 석탄, 철광석, 원유 등 원자재 수입이 늘어나면서 자국 선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제2 수입국인데 P&I 클럽들이 러시아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 운송 선박에 대한 담보를 거절한 게 인도P&I클럽 설립을 추진하는 트리거로 작용한 것 같다.

인도P&I클럽 설립에 참여하고 있는 손해보험사인 New India Assurance는 이미 내륙이나 내항을 운항하는 소형선박들에 대해 자체적으로 P&I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 인도P&I클럽을 설립해 외항을 운항하는 중대형선박까지 P&I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인도 국영 손보사와 재보험사의 참여로 인도P&I클럽이 설립되면 인도 전체 선대가 가입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국 P&I클럽 설립에 대한 인도 정부의 의지가 확고한 것 같고 인도 선박이 해외 P&I에 가입하려면 인도 보험감독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도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해외 보험시장에 직접 나가지 못하도록 막아놨다. 우리나라도 일반 재물보험이나 기술보험 등은 막아놨지만 해상보험과 항공보험은 직접 해외에 나갈 수 있다. 일본 Japan P&I가 비교적 쉽게 IG클럽에 가입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해외 P&I 클럽들의 일본 시장 진입이 어려워 Japan P&I와 협력해 서로 재보험을 서주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IG클럽에 진입하게 된 것이다. Japan P&I가 설립된지 40년도 안돼 IG클럽에 가입했는데 보통 다른 클럽들은 70~80년씩 걸렸다.

반면 KP&I는 IG 제휴 프로그램을 활용해도 여전히 IG클럽과 경쟁해야 하고 사업 범위도 P&I로만 한정돼 있어 손발이 묶인 상태다. KP&I가 사라지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중소 국적선사들이다. KP&I가 설립되기 전 중소선사들은 IG클럽 가입이 어려워 1980년대만 하더라도 P&I 보험이 없는 소위 유령선들이 많았다. KP&I 설립 후 그런 서러움이 사라졌다. 그래도 시장에서 조금씩 KP&I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P&I 브로커들이 KP&I가 있어서 IG클럽들과 이야기하기는 게 훨씬 편해졌다고 이야기한다. KP&I가 성장해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 되니 IG클럽들이 달라졌다는 지적이다. 그런 것을 보면 KP&I에 대한 인식과 평가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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