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원 경영학 박사(한국물류포럼 대표, 전 KMI 기획조정실장)

박태원 박사
박태원 박사

“요즘 젊은이들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2,200여 년 전에 이집트의 로제타 스톤에 새겨진 문구다.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세대 간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문제임이 분명하다 기성세대는 MZ세대를 호모 사피엔스와는 다른 종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만큼 사고방식, 행동이 기성세대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에 출간된 김가현의 「MZ를 경영하라」가 화제다. 이 책은 최근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른 MZ세대를 겨냥한 경영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MZ세대가 중심축이 된 조직에서 최상의 직무 효율성을 달성하는 방법과 그들을 통해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조직관리의 해법이 담겼다. MZ세대의 다양한 특성 분석과 성과 극대화 방법, 기업의 사례 연구, MZ세대 리더의 특성 등을 다루고 있다.

MZ세대는 개인주의 성향이 무척 강하다. 무엇보다도 개인의 행복을 가장 우선시한다. 국가에 대한 헌신, 조직에 대한 희생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기만의 자유로운 시간을 많이 가지기 위해서 근무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는 일터를 선호한다. 음식점에서 더치페이는 기본이다. 심지어 개인의 행복을 위해 가정을 꾸리는 것을 주저하고, 결혼하더라도 출산을 포기하기도 한다.

이제 MZ세대와의 소통이 경영자에겐 중요한 과제다. 인재 관리에 대한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기대하면서 인재가 언제까지나 우리 회사에 남아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MZ세대는 경제적인 부분 외에 근무 여건과 후생 복지, 상하 관계 등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일터로 이직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연공서열식 보수체계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MZ세대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 성장기업을 선호한다.

MZ세대들이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에 빠져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서점가에는 강용수가 펴낸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가 MZ세대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사상을 다룬 철학 서적의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4개월 넘게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만큼 우리 MZ세대들에게 쇼펜하우어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왜 대한민국의 MZ세대들은 쇼펜하우어에게 이토록 열광하는가? 그것은 쇼펜하우어의 말이 우리에게 막연한 위로와 추상적인 조언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현실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지혜를 주기 때문이다. 작가는 “쇼펜하우어 철학은 가짜 위로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기존의 책들은 노력이나 희망을 강조했다. 그러나 쇼펜하우어 철학엔 그런 방식의 ‘헛된 위로’가 없다.

쇼펜하우어는 일단 ‘모든 인생은 고통’이라는 명제를 깔고 그 위에서 고통을 직시하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현대인은 고통의 본질로부터 끊임없이 벗어나려 쾌락에 몰두하는데, 대개 자본과 명성으로 귀결된다. 돈이 많길 바라고 자기 명예를 드높이는 길을 평생 추구한다. 쇼펜하우어는 이런 행복은 '남들도 좋아하는 행복'이라고 일갈했다. 우리 인간의 삶은 끊임없는 욕구로 고통이 계속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욕구가 없는 해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변화와 불확실성에 빠르게 적응하고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 기업의 미래를 이끌 인재는 문제를 푸는 것뿐만 아니라 문제를 제기하고 발굴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과거에는 문제 해결 능력이 중요했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기존의 문제들은 대부분 예측이 가능하거나 이미 경험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미래 인재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문제를 발굴하고 새롭게 도전하는 것이다.

MZ세대 인재들의 창의성은 혁신을 촉진한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문제 해결 능력은 기업이 경쟁 우위를 유지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은 서로 다른 세대가 공존하기 때문에 세대 간의 차이와 갈등이 상존한다. 이를 극복하는 협업 전략이 필요하다. MZ세대와 기성세대가 가진 독특한 시각과 노하우를 어떻게 잘 결합하는지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 그래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MZ세대를 아우르는 혁신적인 조직문화가 기업경영의 핵심 과제다.

MZ세대의 참신한 시각은 기업의 새로운 에너지다. 그러나 MZ세대의 참신한 아이디어만으로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어렵다. 그래서 시니어들이 그들의 경험과 전문 지식을 활용해 문제 해결을 이끌어줘야 한다. 메타는 창업 당시 마크 저커버그와 그의 동료들이 주로 20대 초반의 학생으로 구성된 팀이었다. 이들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페이스북을 탄생시켰다.

세대 간 협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3M이다. 3M은 주니어들에게는 창의적인 자유를 마음껏 펼치도록 한다. 시니어들에게는 그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 문화는 주니어들이 끊임없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시니어들이 그 아이디어를 현실적으로 구현하는 효과적인 협업 체계를 만들어 냈다. 3M은 일방적으로 업무를 지시하는 데만 익숙한 ‘꼰대’ 기업이 아니다.

MZ세대도 전기 밀레니얼과 후기 밀레니얼, Z세대 등 각기 다른 세 개의 세대가 공존하는 요즘이다. 주니어든 시니어든, 각 세대의 특성을 존중하고 결합해야 기업도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요즘 MZ세대는 가급적 사람과의 관계를 줄이고 홀로 고독을 즐기며 나름의 행복을 추구하라는 쇼펜하우어에게 푹 빠져 있다. MZ세대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조직문화 혁신은 이 시대 기업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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