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터치웰 부사장

피터 터치웰
피터 터치웰

1월 17일 발표된 머스크(Maersk)와 하파그로이드(Hapag-Lloyd)의 Gemini Cooperation은 컨테이너 운송업과 그 주변 업계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미묘하지만 여실히 보여준다. 이 두 선사는 2017년 형성된 3대 얼라이언스 체제 이후 처음으로 글로벌 선사간 선박공유협정(VSA) 개편에 박차를 가하며 2025년 2월 기준, 7개의 동서 무역 항로에 290척의 선박과 26개 서비스가 참여하게 될 VSA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두 가지 이유에서 통상적인 얼라이언스 발표와 달랐다. 첫째, 네트워크가 완전히 구축되면 정시율 90%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현재 수치보다 매우 높은 수준이다. 머스크와 하파그로이드는 이 목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다른 선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으며, 이것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보고 있다. 즉, 현재 시장에서 서비스 품질 관련 야심에 찬 계획을 달성할 수 있는 선사에 기회가 오리라는 것이다.

둘째, 이번 새로운 얼라이언스가 품질과 신뢰성이라는 메시지를 강화하는 ‘허브 앤 스포크(hub-and-spoke)’ 네트워크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이는 화주에게 “포트 조합(port-pair) 연결성과 포인트-투-포인트(point-to-point) 운송 시간이라는 기존의 방식으로 생각하지 마라. 그보다는 우리는 제시간에 운송할 수 있으니 화물이 필요한 시간과 장소를 결정하라”는 메시지를 준다.

이것은 대담한 규모의 야심 찬 포부다. 사실 이제까지 대규모 고품질 컨테이너 서비스를 수용하는 화주를 확보한 적이 없었다. 예를 들어 미국 해운선사 맷슨(Matson)은 작고 빠른 선박을 사용하여 높은 수준의 컨테이너 가용성 및 정시성을 갖추며 아시아발 북미행의 항만과 육로 운송 모두에서 틈새시장을 찾았다. UWL과 스와이어(Swire Shipping)가 최근 재개한 합작회사는 이 모델을 바탕으로 베트남과 미국 태평양 북서부를 잇는 항로에서 신속하고 예측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모델이 대규모로 성공한 적은 없다. 2011년 ‘예측 가능하고 정시에 도착하는’ 해운을 만들겠다는 포부 아래 아시아-유럽을 잇는 컨베이어 벨트로 도입된 데일리 머스크(Daily Maersk) 서비스는 2015년 중단된 바 있다. 당시 머스크의 한 임원은 쉬핑워치와의 인터뷰에서 “데일리 머스크를 이용하려는 고객이 충분치 않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례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APL의 ‘해양 53피트’ 컨테이너는 의류 산업을 위해 2007년 처음 배치되었지만, 선사가 기대했던 프리미엄 운임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환태평양 항로에서 오랜 기간 프리미엄 선사였던 APL은 더 높은 운영수익을 지속해서 창출하지 못했으며 브랜드로서도 살아남지 못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선사가 높은 수준의 정시성을 유지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이 되었다. 현대의 얼라이언스 시대는 여러 선사가 선복량 관리에 협력하는 것으로 정의되며 예전에는 할 수 없었던 수요‧공급을 현재 시장 상황에 맞게 조정할 수 있는 강력한 방편이 되었다. 이러한 역량은 선사들이 적극적으로 결항에 나서는 방식으로 팬데믹 이후의 과잉 선복량에 대응한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2023년에 이르러 운임, 항만 정체, 선사 수익 모두 정상화되었지만, 정시성만큼은 정상화되지 않았다. 씨인텔리전스(Sea-Intelligence Maritime Analysis)에 따르면, 선사의 적극적인 선복량 관리에도 2019년 평균 78%였던 글로벌 정시성은 2023년 62%까지 회복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팬데믹 기간 이외에도 정시성은 대부분 희망 사항에 그치곤 했다. 씨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11년 이후 해운업 전반에 걸쳐 정시성은 그 어떤 달에도 86%를 넘은 적이 없으며, 평균 69%에 불과했다. 알파라이너는 제미니가 정시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연은 줄이고 선박의 빠른 회항을 위해 루프(loop)당 기항지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머스크와 하파그로이드가 90% 정시성을 공개 약속했다는 사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는가? 답은 한마디로 리스크다. 글로벌 공급망은 과거 저렴했고, 세계 무역 합의로 차질을 초래하는 요소가 최소한으로 유지되었지만, 현재는 매 시기 위험과 불확실성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홍해의 선박 공격과 아프리카 남부로 항해하는 대규모 우회 운항은 새로운 현실을 잘 보여준다. 코로나19 팬데믹이 100년에 한 번 발생할까 말까 하는 공중 보건 위기였을지 몰라도 지정학, 기후, 자연재해로 인한 다른 위기로 국제 공급망은 계속해서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규모로 혼란을 겪을 것이다.

머스크는 리스크가 높아진 시대에 역대 가장 야심찬 비즈니스 모델 재창조에 착수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적어도 해운업계 일부가 자산 기반의 엔드-투-엔드(end-to-end) 통합 서비스를 중시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말이다. 하파그로이드는 보다 전통적인 선형적(liner) 전략을 고수해 왔지만, 지난 2년간 터미널 중심의 인수에 중점을 두었다. 인도의 JM 백시(JM Baxi), 중남미의 SAAM 터미널, 독일의 빌헬름샤벤(Wilhelmshaven), 이탈리아의 스피넬리(Spinelli Group) 등 복수의 회사를 인수하면서 고객에게 더 큰 신뢰를 가져다줄 핵심 자산을 통제하는 데 가치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파그로이드의 롤프 하벤 얀센(Rolf Habben Jansen) 대표는 제미니 출범을 발표하면서 “머스크와 얼라이언스를 결성함으로써 고객에게 제공하는 품질을 더욱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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