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 김경신

김경신 부연구위원
김경신 부연구위원

최근 국내 언론에서 가장 크게 이슈화되고 있는 해양폐기물 문제는 해양생물의 영향에 관한 대응이다. 해양생물의 몸에 어업폐기물이나 낚싯줄 등이 감기거나 섭취하여 폐사에 이르고, 산호초 군락에 침적된 어업폐기물은 서식지를 훼손하고 있다. 영향을 받은 대상이나 피해의 사례가 다양할 뿐 그 원인은 해양폐기물로 특정되는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해양폐기물로 인한 해양생물의 피해는 연간 10만 마리 이상의 해양 포유류와 100만 마리 이상의 바닷새가 어업폐기물과 낚시로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사회에서 준비하고 있는 플라스틱 국제협약에도 어구와 플라스틱 쓰레기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특별한 조치와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어업폐기물 등으로 해양생태계가 영향을 받는 곳이 있다면, 그 해역과 대상 생물을 특정하고 폐기물의 수거뿐만 아니라 영향의 회복을 함께 요구하는 상황이다. 플라스틱의 생산과 처리에 이르는 전주기 관리 범주에 물질과 화학 첨가물에 대한 영향과 회복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논의되고 있다.

해양폐기물 분야에서 영향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국내외적으로 꾸준하게 제기되어 왔다. 우리 사회가 이미 익숙하게 인지하고 있는 미세플라스틱도 해양폐기물의 영향에 대한 심각성에서 출발했고, 지금은 해양뿐만 아니라 대기와 육상분야까지로 확대되었다. 미세플라스틱 문제와 유령어업 등을 제외하고는 해양폐기물 분야의 영향 문제는 현상의 심각성만 제기되었고 체계적인 대응은 부족한 상황이다. 해외의 사례를 보더라도, 해양쓰레기로 인한 영향관리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가는 호주 정도이다. 호주는 2009년부터‘해양생물에 관한 해양쓰레기 영향 저감 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해 오고 있는데, 해양쓰레기 생태 모니터링, 해양쓰레기의 영향을 받는 생물 종 지정 관리 등이 주요 골자이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해양폐기물에 대한 관리와 체계가 잘 갖추어진 국가로 평가받고 있는데, 생물 등에 미치는 영향 대응이 다소 미흡하게 비추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해양폐기물 영향관리 개념 자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적정한 관리 대책을 수립하는데 제약이 있었다. 해양폐기물의 영향관리란“플라스틱과 해양폐기물로 발생하는 위험 인자를 파악하여 특정 위험 영향 수준이 허용이 가능한 수준으로 저감이 될 때까지 완화라는 전략”을 의미한다. 영향관리의 범위는 영향 요인 파악, 영향 현상과 수준 식별, 영향 저감(개선)과 복원, 영향 모니터링과 평가를 포함한다. 정책 당국의 인식 기저에는 한정된 해양폐기물 예산을 집행하는데, 사람 관련성이 우선이라는 시각도 해양생물에 대한 영향관리가 등한시되는 요인이다.

다음으로 해양폐기물의 정책이 수거와 처리에 집중되어 해양생물 등에 대한 영향 대응이 다소 부족한 측면이 많다, 해양생물 중 고래류나 일부 바닷새와 같은 해양보호생물은 해양생태계법에 따라 어느 정도 보호를 받지만, 그렇지 않은 다수의 해양생물은 해양폐기물 정책의 관리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수거 정책을 보더라도 해양폐기물을 수거하기 위해서는 일정량 이상이 분포되어 있어야 수거 작업을 하게 된다. 이와 같은 양 중심의 수거 정책에 따라, 해양생물 피해 빈도와 피해 형태 등 수거 정책에 영향을 주어야 하는 인자에 대한 고려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결국 하소연이라도 할 수 없는 다수의 해양생물은 해양폐기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지만 해양폐기물 관리법을 통해 보호받아야 할 법익에서는 소외된 상태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과 같이 독자적인 해양폐기물 관리법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이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앞선 선진 국가에 해당한다. 이 법 제5조에는 해양폐기물로 인하여 오염된 해양환경의 개선과 복원 및 사후 관리를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추진된 사례는 소수에 불과하다. 제6조는 해양폐기물에 대한 실태 조사를 규정하고 있지만, 그 대상은 주로 수거와 처분, 분포 현황 등에 국한하고 있다. 플라스틱 협약이 제정되면 협약에서 규정한 사항을 국내 법률로 수용해야 한다. 이참에 해양폐기물로 인한 해양생물과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영향관리 부분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보호 법익의 대상으로 해양생물 등 해양생태계를 명기하고 영향관리에 필수적인 모니터링 제도 도입, 수거 등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 사항에 영향 부분을 반영하고 사업의 범위를 복원까지로 확대하는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