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택 전 IMO 총장 ‘한국해사포럼’서 강연
해운업계 어려워도 탈탄소화에 적극 대응을

한국해사포럼(회장 정병석)은 월례 초찬 간담회에 임기택 전 IMO 사무총장을 초빙하여 ‘IMO 2050 탈탄소 전략 채택 과정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듣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지난 2월 23일 오전 7시 30분부터 서울 시내 명동 로얄호텔에서 열린 한국해사포럼 조찬 간담회에는 28명의 회원들이 참석하여 임기택 전 총장의 얘기를 경청했다.

임기택 전 IMO 사무총장은 이날 강연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어느 나라 보다도 해양생태계가 잘 갖춰진 나라로, 글로벌 무대에서 개도국과 서방 선진국을 엮어내어는 리더십을 발휘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개도국과 서방 선진국 등으로 이해 관계가 서로 상충되는 175개 IMO 회원국들을 설득하여 지난해 7월 MEPC회의에서 ‘2050 넷제로’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한 임 전총장이 다시 한 번 한국해운계가 글로벌 리더로서의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임 전 총장은 이날 강연 서두에 2016년 IMO 사무총장으로 취임한 초기에 이해가 서로 다른 각 지역별 회원국들을 어떻게 설득하여 화합시키고 총의를 이끌어 낼 수 있었나를 설명했다. EU로 대표되는 유럽의 27개국과 미국, 중동국가와 남미국가들, 중국, 그리고 그 외의 개발도상국가들의 이해가 너무나도 달라서 이들의 의견들을 조율하여 하나의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은 지난한 일이었다고 회고 했다.

특히 임기시작 초기에 도입을 한 평형수처리장치(BWMS) 설치 의무화 조치에는 미국이 강한 반대를 했고, 2020년부터의 황산화물(SOx) 배출 규제 조치에는 해운강대국 그리스가 엄청나게 반대하고 항의를 하여 임총장이 엄청나게 이들에게 시달렸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취임 초기에 회원국들간에 화합을 이끌어 내는데 상당한 도움을 주었던 것이 바로 한국선주협회에서 IMO본부로 보내준 가라오케 기계였다고 회고했다. IMO 회의 후에 리셉션은 항상 음악도 없이 매우 딱딱한 분위기였는데 임 총장은 한국에서 가져온 노래방 기계를 이용하여 유명 팝송등을 배경음악으로 틀어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유도하는 작전을 썼다고 했다. 이런 임 총장의 화합을 위한 노력과 개도국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서방 선진국들에게 이해시키려는 열성이 임총장이 8년간의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2050 넷제로’ 합의까지 이뤄내는 원동력이 된 것으로 보인다.

2020년에 들어서면서 코로나가 확산된 것도 기후 변화에 따른 IMO의 대응책 마련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임총장은 2020년 3월부터 2022년 중반까지는 대면 회의를 하지 못하고 영상으로만 회의를 진행하다고 보니 회원국간의 협상은 전혀 진척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화면만 보면서 대화하다 보니까 IMO 직원들에게 조차 제대로 지시를 할 수 없어서 회의 규칙 등을 정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는 얘기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결국 2023년 7월에 탈탄소화를 위한 2050 넷제로 전략을 채책하게 되고 더구나 2040년에 총량 70-80%를 줄이자는 합의안을 만들어 냈으니 이것은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었다고 했다.

임 총장은 MEPC80 회의 당시 각 지역별 국가별로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서방유럽국가, 미국, 중동, 남미, 중국, 일본, 한국, 개도국 등에 대해 차례로 그 입장을 설명한 것이다. 또한 어떻게 선진국들을 설득하여 개발도상국과 함께 합의안을 이끌어 냈는지도 설명했다.

“사실 이제 해운을 하는 나라가 회원국 가운데 20개국 정도 밖에 안 됩니다. 이 20개국 안에는 우리나라처럼 70년대 중반부터 해운을 키워온 나라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개도국이 글로벌 오션 해운에 참여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따라서 이들 20개 해운국들이 앞으로 사업을 계속 엔조이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임 총장은 이렇게 말함으로써 결국 이런 말이 선진국들을 설득하는 데 주효했음을 암시했다.

임기택 사무총장은 ‘2050 넷제로’ 탈탄소화 전략은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하고 우리 해운업계는 향후 대응에 재정적인 어려움 등 부담이 크겠지만 전향적인 자세로 대처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해양산업 생태계가 “세계적으로도 톱클라스라고 생각한다”며 따라서 “IMO에서 만들어지는 각종 협약 등에 따라만 갈 것이 아니라 역량을 총합하여 지금부터 세계적인 글로벌 스탠다드를 만드는 것을 우리가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무대에서의 역할과 관련하여 임총장은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전문지식도 있어야 하고, 성실히 해야 하고, 친화력도 있어야 하며 박애정신, 개도국에 대한 연민의 정도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한국해운에서도 그런 인재를 길러내어 국제 무대에서 계속 리더십을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을 엮어내는, 브릿징하는 그런 리더십을 한국에서 발휘하여 우리해운산업도 발전시키고 국제적인 리더 역할도 할 수 있었으면 좋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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