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선급 이형철 회장

KR 이형철 회장(왼쪽)이 22일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KR 이형철 회장(왼쪽)이 22일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해외 선박 입급비중 처음으로 50% 넘어
해상 풍력발전 등 비선급분야 진출 확대

지난해 1882억원이라는 역대급 수입을 달성한 한국선급(KR)이 가장 경쟁력을 갖고 있는 소프트웨어 분야에 인공지능(AI)를 도입해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고객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한국선급(KR) 이형철 회장은 2월 22일 정기총회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 사업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선도적으로 AI를 도입해 타선급에 앞서 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KR은 소프트웨어와 구조해석 부문에서 이미 세계 톱 클래스인데 이 분야에 선도적으로 AI를 접목해 차별화된 고객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전략이다.

KR은 전사적으로 AI를 도입하기 위해 김대헌 연구본부장을 단장으로 AI TF단을 발족시켰고 어느 분야에 AI를 도입했을 때 업무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고 고객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을지 검토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형철 회장은 “궁극적으로 AI에 KR 룰을 학습시킨다면 도면 검토 및 승인을 절차를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최근 가동시킨 중국 도면승인센터의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돼 고객 만족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형철 회장은 또 KR이 가장 큰 강점을 갖고 있는 구조해석 분야의 경험을 살려 해상 풍력 발전분야 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에 대규모 해상 풍력 발전 단지가 조성되고 있는데 KR은 풍력 발전설비를 안정적으로 설치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인 해상 구조물에 대한 구조해석 및 검사 분야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KR은 최근 해상 구조물 해석 프로그램인 SeaTrust-FOWT를 개발했는데 성능이 기존 프로그램보다 월등히 우수해 국내뿐만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고 한다.

이형철 회장은 지난해 적극적인 해외 마켓팅으로 해외 선박들을 많이 유치하면서 등록톤수 8200만gt, 1882억원의 양호한 수입을 얻었지만 내년이후 신조 물량이 줄어들어 상당히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돼 해상 풍력발전과 같은 비선급 분야를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적선사들의 신조 발주가 저조하고 중고선 매각도 늘고 있어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을 비롯한 유럽지역 선주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다음은 이형철 회장과 나눈 일문일답.

-지난해 최대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요인은?

=신조선 물량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1882억원의 양호한 수입을 올렸고 등록 톤수도 8200만gt를 달성했다. 올해도 수입은 1720억원으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등록 톤수도 8800만gt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2025년부터는 신조 물량이 부족해 조금 우려되는 상황이다. 어떻게 하면 신조 물량을 확보하고 수입을 다변화시킬 것인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우선은 영업을 활성화해 등록선대를 확대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다.

지난해 신조 입급 선박이 412만gt였는데 이중 51%인 210만gt가 해외 선주 물량이다. KR 역사상 해외 선주의 신조 입급 비중이 50%를 넘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 Ray Shipping을 비롯해 일본 DOUN Kisen, 캐나다 Seaspan, 노르웨이 Wallenius Wilhelmsen, 프랑스 LDA 등이 40여척의 신조선을 맡겨줬다.

해외 선주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돌파한 것은 이처럼 많은 해외 선주들이 KR을 믿고 배를 맡겨 주신 것도 있지만 지난해 국적선사들이 선박을 많이 매각했고 신조 발주는 저조했던 요인도 있다.

현재 KR 등록 선대 8200만gt중 해외 선주가 2400만gt, 국적 선주가 6천만gt가 조금 안된다. 국적선사들의 선박 매각으로 탈급이 발생하고 신조 발주도 못하는 상황이어서 등록선대 확대를 위해서는 해외 선박을 더 적극적으로 유치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세계 신조 물량의 50% 이상을 수주하고 있어 중국 선사와 조선소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중국 도면승인센터를 가동하고 광조우 사무실을 확대하는 한편 최근 중국 영업담당자들을 따로 불러 워크숍을 개최했다. 5월에는 중국뿐만 아니라 그리스, 독일, 싱가포르 등 전세계 영업담당자들을 모두 불러서 영업을 강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디지털 선급을 표방해 왔는데 성과가 있나?

=지난 3년간 디지털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도면, 검사보고서, 증서 등을 모두 전산화했고 이들 데이터를 클라우드화해 접급성을 높일 계획이다. 클라우드화가 완료되면 AI를 도입해 업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고객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AI TF팀을 발족시켰는데 선급 업무중 어떤 분야에 AI를 접목했을 때 업무 생산성이 높아지고 고객 서비스도 개선시킬 수 있는지 식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제해사협약 전산화 프로그램인 KR-CON에 AI를 적용해 챗봇 형태로 서비스할 수 있는 제품도 올해 3분기쯤 공개할 예정이다. 앞으로 AI 기술이 좀 더 고도화되면 AI에 KR 룰을 학습시켜 도면 승인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것도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이렇게 되면 시차에 크게 얽매이지 않아도 돼 중국 도면승인센터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선급간 경쟁이 치열한데 KR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등록선대 기준으로 세계 7위지만 기술력만 놓고 보면 세계 어느 선급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특히 소프트웨어 부문과 구조해석 부문은 타선급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KR이 개발한 구조 해석 프로그램인 SeaTrust-HullScan은 국내 조선소들이 거의 다 사용하고 있고 조선소들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조선소들이 KR의 기술력을 인정하면서 과거 DNV나 ABS, LR 등 해외선급을 기반으로 했던 표준선 스펙을 요즘에는 KR을 기반으로 만들고 있다.

또한 빠른 검사 서비스도 KR이 타선급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KR이 비록 다른 선진선급에 비해 검사망 수는 부족하지만 전세계 모든 검사 현장에 한국인 검사원을 파견해 서로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가동함으로써 해외 선주들의 요구를 신속하게 반영하고 있다.

다만 최신 기술 트렌드는 KR이 타선급에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아무래도 기술 트렌트를 서구 사회가 주도하다 보니 우리가 조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최신 트렌드와 연계된 기술 개발은 KR이 탄 선급보다 훨씬 더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해운업계의 화두는 탈탄소화와 자율운항이다. KR의 기술 수준은 어떤가?

=탈탄소화와 자율운항 관련 기술은 모두 조선소를 중심으로 시작된다.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국내 조선소들의 연구소가 한국에 있다 보니 기술개발 단계부터 지리적으로 가까운 KR과 많은 협력을 하고 있다.

실제로 KR과 국내조선소간 공동기술개발 프로젝트, 즉 JDP를 많이 추진하고 있다. 특히 KR은 조선소와의 JDP를 굉장히 중요하게 인식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타선급보다 국내조선소와 훨씬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빅3 조선소와 진행한 JDP가 지난해에만 40~50개 정도 된다. 국내 조선소와 활발한 JDP 협력을 통해 탈탄소화, 친환경 관련 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있어 KR의 기술 수준은 세계 톱 클래스라고 자부한다.

-취임때 비선급 분야 확대를 약속했는데…

=선급대 비선급 수익 비중은 현재 2대 8정도 된다. 비선급 비중을 늘리기 위해서 다각도로 노력해 3년 전보다 늘기는 했지만 선급 수익도 더 많이 늘어 2대 8 비중이 유지되고 있다. 사업안정성을 높이려면 비선급 분야 비중을 좀 더 높여야 하는데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비선급분야는 정부가 인정한 검사기관들이 이미 지정돼 있어 신규로 진입하기 게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비선급 분야가 해상 풍력발전이다. 전남 신안과 동해에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이 추진되고 있는데 발전설비 인증과 부유식 구조물에 대한 구조해석 및 검사 분야에 진출할 계획이다. 특히 해상 구조물 구조해석은 굉장히 복잡한데 최근 우리가 해상 구조물 해석 프로그램인 SeaTrust-FOWT를 개발해 지침서를 함께 배포했다. SeaTrust-FOWT는 기존에 해상 풍력발전업계에서 사용하던 프로그램부터 월등히 우수해 국내뿐만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에 또 우리가 관심을 갖고 진출하려는 분야가 청정 수소 인증 프로그램이다. 친환경 규제로 암모니아, 수소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일정 이하 인지를 체크해 청정 수소 여부를 인증해줘야 한다. 우리가 청정 수소 인증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공공기관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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