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정동국제 서동희 대표변호사

서동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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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인도지시서(Delivery Order) 혹은 선하증권의 원본을 제출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수입자에 냉동수산물을 인도하여 준 보세창고업자에게 선하증권의 원본을 소지한 은행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대법원이 최근 2023년 12월 14일 판결을 선고하였다(2022다208649 판결).

원심판결은 피고(보세창고업자)에게 그러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을 하였는데 대법원은 결론적으로 피고(보세창고업자)는 원고(은행)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이번의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사안의 경우 소위 “중첩적 임치계약이론” 혹은 “묵시적 임치계약이론”에 의거하여 우리나라 법원이 보세창고업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여 오고 있는 통상적인 경향과 다른 것이기에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회사 A가 중국회사 B로부터 약 1억6천만원 어치의 냉동수산물(“화물”)을 수입함에 있어서 중소기업은행(원고)은 A의 요청에 따라 신용장을 개설하여 주었다. 이 시점 이전에 원고는 A와 신용장 발행을 위한 여신거래약정과 외국환거래약정을 체결하였고 A가 수입하는 물품 관련 서류를 원고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하기로 약정하였다.

화물은 2017년 5월 19일 중국의 닝보항에서 중국 회사인 Xingda Shipping Co., Ltd. (“운송인”)의 운송선박에 선적되었으며, 운송선박은 부산항에 도착하여 화물은 2017년 5월 24일 주식회사 드올1)의 부산항 보세창고에 입고되었다. 그런데 드올(원래의 피고)은 2017년 5월 26일 A가 반출요청을 하자 화물인도지시서 혹은 선하증권의 원본을 제출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화물을 A에게 인도하여 주었다.

한편, 원고는 2017년 7월 11일 Bank of China로부터 선하증권(발행일이 2017년 6월 18일자로 되어 있었음, “6월 18일자 선하증권”)을 포함한 선적서류를 교부 받은 것으로 보이며(대법원 판결은 이 일자에 “6월 18일자 선하증권”을 취득하였다고 판시하였음), 2017년 7월 24일 Bank of China에게 신용장대금을 지급하였다. 원고가 화물이 이미 반출된 것을 알고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안이다.

1심은 “원고가 취득한 6월 18일자 선하증권은 이 사건 수산물에 관한 선하증권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2심은 원고가 양도담보권자라는 이류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대법원은 “피고는 운송인과 묵시적 임치계약관계에 있으므로 보세창고업자는 운송인과의 임치계약에 따라 운송인 또는 그가 지정하는 자에게 화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 해상화물운송에 있어서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 운송인은 선하증권의 소지인에게 화물을 인도할 의무를 부담하므로 운송인의 이행보조자인 보세창고업자도 해상운송의 정당한 수령인인 선하증권의 소지인에게 화물을 인도할 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2009년 10월 15일 선고 2009다39820 판결 참조). 나아가 보세창고업자는 화물 인도 과정에서 운송인이 발행한 화물인도지시서가 화물을 인도할 수 있는 근거서류로 적법하게 발행되었는지 등을 확인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 이와 같이 보세창고업자가 화물 인도에 관하여 부담하는 주의의무는 선하증권 소지인의 권리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보호하고 손해를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할 뿐, 선하증권을 취득하지 못한 신용장 개설은행에 대해서까지 이러한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판결의 요지는 피고의 화물 불법 반출(또는 인도)과 관련하여 원고는 선하증권의 소지인이나 화물의 양도담보권자도 아니므로 피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 관한 대법원 판결은 사안에 있어서 “6월 18일자 선하증권”이 출현함으로 인하여2) 전형적인 사건과는 사실관계가 다르고 화물인도와 관련한 법리가 당사자 쌍방에 의하여 충분히 다투어지지 않은 것 같다는 점에서 선례로서의 가치는 적다고 본다.

유일한 의미는 대법원이 아직도 소위 “중첩적 임치계약이론” 혹은 “묵시적 임치계약이론”을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는 점이다. 필자는 대법원의 이 법리가 부당함을 오랜 기간 동안 주장하여 오고 있는데 대법원은 여전히 종래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점은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

필자는 2006넌 국제거래법 연구에 발표한 “수입화물의 흐름에 대한 실무적 이해”3)에서 시작하여 2016년 해법학회지에 발표한 “화물인도와 관련된 선사의 피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4)에서 소위 “중첩적 임치계약이론” 혹은 “묵시적 임치계약이론”이 부당하다는 것을 알린 바 있다.


1) 드올을 추후 합병한 삼일냉장주식회사가 소송수계를 하여 피고가 되었다.

2) 대법원 판결의 판시 내용 중 “원고가 입은 손해는 원고가 이 사건 수산물을 표창하는 선하증권을 취득하지 못하였음에도 중국은행에 신용장 대금을 지급한 데 기인하는 것”이라는 판시가 나오는데, 2017.5.19.자 선하증권의 사본을 선박대리점이 피고에게 팩스로 보내 주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필자가 짐작하건대 5.19.자로 선하증권은 적법하게 발행되었는데, 선적서류(5.19.자 선하증권 포함)가 적시에 원고에게 제시되지 않고 상당한 시간이 경과되어 해당 선하증권이 소위 stale B/L이 되었고, 중국수출자 B 또는 Bank of China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6.18.자 선하증권을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2017.6.18.은 화물이 피고의 보세창고에서 반출된 시점 즉 2017.5.26.로부터 보아도 22일이 지난 시점이다.

3)국제거래법 연구 2006, vol. 15, no. 2, 227-248

4) 한국해법학회지 38권 2호(2016.11.) 5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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