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오프쇼어까지 톤세제 인정

네덜란드왕립선주협회 Lodewijk Wisse 이사
네덜란드왕립선주협회 Lodewijk Wisse 이사

전세계적으로 톤세제도가 정착되고 '영구화'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톤세제로 인해 해운산업이 크게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제도상 아직도 '일몰제'로 운영되고 있다. 세제 확보를 이유로 얼마든지 해운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올해 톤세제가 종료되는 현 상황에서 해양수산부 출입 해운기자단을 대표해 한국해운협회와 톤세제 국제표준을 선도하고 있는 네덜란드를 찾았다. 네덜란드는 우리나라보다 10년 앞선 1996년 톤세제를 도입한 국가다. 톤세제는 그리스 등이 먼저 도입했지만, 네덜란드의 톤세제가 국제적인 표준으로 각국은 이를 벤치마킹하고 있는 상황이다.

톤세제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 찾은 네덜란드왕립선주협회에서 톤세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협회 Lodewijk Wisse 이사는 "(해운산업이 발전한) 한국에서 톤세제를 (일몰제로) 중단하려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만약 톤세제가 폐지된다면 해운산업 뿐만 아니라 관련산업까지 절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Wisse 이사의 경고는 특히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깊이 새겨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는 유럽의 최대 항만인 로테르담항을 보유하고 있지만 육해상으로 물류의 흐름이 고른 국가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사실상 섬나라 국가로 해상으로 인한 물류가 전부를 차지하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상운송에 차질이 빚어지면 국가경제는 물론 국가안보마저 위협을 받는다. 관련산업의 절멸이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기본 기능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지적이 따를 수 밖에 없다.

한국해운협회에 따르면, 전세계 선대의 89%가 톤세제 적용을 받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세계 선대 21억5600만dwt 중에서 19억2000만dwt가 톤세제를 적용한 상황이다. 해운협회에서 톤세제 담당인 김경훈 이사는 "톤세제는 자국의 해운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해운선진국 대부분이 채택하고 있는 글로벌표준으로 정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30개 국가에서 도입과 추진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독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일몰제'로 시행되고 있다.

네덜란드 선주협회 Wisse 이사는 네덜란드가 톤세제를 도입하기 전인 1990년대 국적선은 300척에도 이르지 못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편의치적으로 빠져나가면서 고민하고 도입한 것이 톤세제다. 하지만, 이 제도가 시행되고 네덜란드의 국적선은 최대 1200척까지 증가했다. 톤세제로 세제 혜택을 주면 세수가 적어지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국적선이 늘면서 관련산업으로 파급효과가 커지면서 더 나아지고 있다"고 Wisse 이사는 말했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하듯이 네덜란드는 톤세제 적용 대상을 오프쇼어, 해상풍력지원선까지 확대하고 있다. 30년 가까이 톤세제를 운영한 결과 적용대상을 넓히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특히, 톤세제에 대한 해운소득의 인정범위도 우리나라는 금융 및 자본소득에 대해 인정을 하고 있지 않지만, 네덜란드를 비롯한 해운선진국들은 해운소득의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는 추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톤세제 적용범위 및 톤세율 등을 해외 주요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선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톤세제를 영구화하고 보다 적용대상 및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네덜란드 선주협회가 우리와 다른 하나는 선박관리산업까지 선주협회에서 회원으로 두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네덜란드 선주협회에는 선주사 113개와 관리선사 82개가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따라서, 관리선사도 톤세제 혜택을 받는 등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특별법 제정으로 관리사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적인 세제 혜택은 해운선진국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네덜란드는 또한 톤세제로 인한 세제 혜택을 선원 양성에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실상 선원직 기피 현상으로 자국 선원의 양성이 어려운 상황에서 양질의 선원을 배출하고 있는 필리핀과 협업해 선원 양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노사정 합의를 통해 선원양성에 기금을 마련한다는 발표가 나온 바 있다.

아울러, 네덜란드는 국적선 뿐만 아니라 외국적선도 톤세제 가입을 허용하고 있다. 현재 가입 선박이 외국적선을 포함해 총 2500척에 달한다고 한다. Wisse 이사는 "만약 톤세제를 포기한다면 1년 이내에 선박이 모두 다른 국가로 떠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유럽연합 내에서는 공정한 경쟁을 위해 네덜란드와 같은 톤세제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같이 특이하게 일몰제로 운영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5년 톤세제를 도입하고 선대가 850여척(2686만톤)에서 2022년에는 1600여척(9922만톤)으로 3배 이상 늘었다. 톤세제로 인한 세제 절감액을 선박에 투자하면서 글로벌 해운 4위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이로 인해 우리 화주들의 안정적인 운송 인프라 확보는 물론, 외국선사들의 운송비 횡포도 막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가 조선강국으로 우뚝 선 것도 톤세제의 영향이 크다. 국내 선주가 국내 조선소에 발주하는 신조선 비중이 20%에 육박하고 있다. 부산항이 글로벌 환적항만으로 국가경제의 중축을 담당하는 이유도 톤세제가 근간이 되고 있다.

현재 세제당국은 톤세제 연장과 관련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그동안 톤세제 혜택을 받아왔던 해운선사들이 고심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해운협회 양창호 부회장은 최근 세미나에서 "글로벌 환경 규제 등 해운현황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톤세제가 유지되어도 해운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서 일몰을 거론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윤현수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은 "톤세제 문제와 관련해 부처 차원에서 논의를 하고 있다"면서, "톤세제 연장 이후에 선박금융 부분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민간의 역할에도 고민을 해야 할 시기"라고 밝혔다.

Wisse 이사는 네덜란드 해운선사들은 톤세제 유지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톤세제가 없어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없다"고 반문했다. 한국해운협회의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톤세제가 일몰로 폐지가 된다면, 85%의 선대가 편의치적을 선택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올해 톤세제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 국적선대가 현재 1억톤에서 1500만톤으로 추락한다는 의미다. 관련산업의 몰락은 물론, 무역운송 및 국가안보까지도 염려해야 하는 긴급한 상황으로 몰릴 수도 있다는 경고이다.

-네덜란드에서 해운기자단 대표 윤여상 기자(해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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