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사법률/ 선박충돌과 불가동손 (2)이번에는 선박이 충돌사고로 인하여 완전히 멸실된 경우를 보기로 하자. 즉, 전손 혹은 total loss의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 선박충돌로 인하여 선박이 전손될 당시의 선박의 시가가 우선 손해의 항목이 될 것이다.선박의 시가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는 소송까지 가는 경우에는 법원에서 정할 일이다. 법원은 통상적으로 감정인을 정하여 그로 하여금 시가를 감정하게 하고 있다. 선박이 전손된 경우에 불가동손을 손해배상청구의 항목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왜냐하면 선박의 시가를 배상 받더라도, 피해자(전손 선박의 소유자)는 그 돈을 받을 때까지 조업을 하지 못하는 손해가 있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한 경우 피해자가 그 자신의 자금을 이용하여 새로운 선박을 즉시 구입하여 조업을 하면 될 것이 아닌가라고 반론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대체 선박을 물색하고 실제 매매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구입문제를 완결짓는 데에만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한 기간 동안 피해자가 손해를 입는 것은 분명한데 과연 이러한 손해를 배상 받을 수 있는가의 문제인 것이다. 이에 대하여 영미나 우리나라나 원칙적으로 모두 전손의 경우에는 불가동손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있다.소위 Lisbon Rules도 마찬가지 입장으로서 전손의 경우에는 해당 선박과 유사한 선박을 구입하는데 소요되는 금액을 손해배상금으로 인정하고 있다.이러한 원칙으로 인하여 피해자는 선박의 충돌로 인하여 늘 어느 정도의 손해를 입는 것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전손된 선박의 시가가 정확히 평가된다면 피해자는 부당하게 이득을 볼 수도 없고, 따라서 결국 선박 대체시까지의 조업손실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이처럼 손해가 실제로 발생하였으면서도 그것이 배상청구가 될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은 현행 손해배상법의 문제이자 부득이한 측면이기도 하다. 손해배상의 기본 이념은 손해의 공평분담이기 때문에 심지어 피해자도 일정한 정도 손해를 감수하는 결과가 생기는 것이다. 어느 손해까지 배상청구가 가능한가는 법원의 선례가 축적되면서 보다 확실한 기준이 생기겠지만, 그 이전에는 부득이 “예견가능성” 이라는 잣대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어선의 선주로서 출어기를 몇일 앞두고 있는 상황인데 선박 충돌로 인하여 그 어선이 전손 되었다. 그러한 경우에도 어선의 선주는 선박의 시가 상당만을 배상 받는 것으로 종결되어야 하는 지, 아니면 불가동손의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지를 생각하여 보자. 이 경우도 위에서 본 원칙대로 하면 어선의 선주는 어선의 시가를 배상 받는 것으로 끝나며, 추가의 배상은 인정되지 아니한다. 아마 우리법원은 이러한 입장을 취할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판결 중에는 이러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를 인정한 것이 있다. 어선 선주가 성어기 출어를 몇 일 앞두고 있던 상황에서 선박충돌 사고를 입은 경우에 어선 선주가 출어하였으면 얻었을 손해의 배상을 인정하였다 (In Barger v. Hanson, 426 F.2d 640 (9th Cir. 1970). 법원에서는 그 사안에서 어선 선주와 상대선주와 사이에 손해액에 관한 합의가 있었고, 어선 선주로서는 손해경감을 위하여 신속한 조치를 취한 점을 높이 사고 예외를 인정하였다고 한다.대륙법계 국가에서도 손해배상 문제에 관하여 지나치게 경직되게 원칙을 적용하는 경우에는 피해 회복이 되지 아니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여 진다. 이러한 점이 판결이나 입법에서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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